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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알아서. 님의 서재입니다.

불멸의 여신과 별을 쫓는 사냥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니알아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4
최근연재일 :
2021.06.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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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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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호질 18 - 호원(1)

DUMMY

10.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그건 한낱 약소 유목 민족의 지배자에 불과했던 풍운아 수그리바가 자신이 메가스 대왕마저도 뛰어넘을 위대한 자가 되겠다고 선언하며, 자신의 나라를 우량카이 제국이라 칭하고, 자신을 황제라 부르며 주변의 모든 나라를 정복하기 시작했던 시대에 있었던 일이다.


비록 나라의 이름과 시조는 여러 번 바뀌었으나, 그럼에도 3천 년간 끊이지 않는 긴 역사를 자랑하던 알 실라 왕국의 명군 호해가 수그리바에게 맞섰다.


그의 어진 치세에서 길러진 수많은 젊고 강력한 병사들과 그의 왕국이 수백 년간 쌓아올린 모든 지식과 기술을 동원해 파렴치한 정복자인 카간에 맞섰고.


그리고 패배했다.


우량카이에 모든 영토를 빼앗겨 결국 수도 서울 이외엔 어떤 땅도 남기지 못한 호해왕은 결국 자신을 카간의 에미르, 즉 황제의 제후로 받아달라는 청을 하며 수그리바에게 삼궤구고두례를 몇 번이고 바쳤다.


끝도 없이 눈이 오던 겨울날, 바닥에 몇 번이고 머리를 조아려 부딪히며, 그 머리의 피가 얼어붙어 붉은 고드름이 될 때까지.


그리고 세상에서 둘도 없었을 명군 호해왕은 그 날 사라졌다.


세상에 남은 건 우량카이 제국의 한 지방 도시에 불과한 서울의 제후인 호해뿐.


그렇게 그는 나찰과 성벽, 수많은 소나무, 그리고 바다에 갇힌 작디작은 도시에 자기 자신을 유폐하고, 그 좁은 땅에서만 통용될 무소불위한 권력을 누렸다.


호해는 서울의 모든 아름다운 여인을 자신의 궁녀로 들였고, 과거로 관리를 뽑는 대신 광대와 무당, 악사, 곡예꾼, 투사들을 모아 가장 왕을 즐겁게 하는 이들에게 관직을 주고 땅과 노비를 내렸다.


서울의 모든 존재는 왕의 주지육림, 흥청망청이라고 밖엔 부를 수 없는 유흥과 유희를 지탱하기 위해 살아있게 됐을 뿐.


그럼에도 대제국 우량카이의 제후이며 서울의 왕인 호해에게 감히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자는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한 시대에.

나찰사냥꾼 판테라가 살고 있었다.


판테라의 삶은 지극히 단순했다.

그저 밤에는 낮은 성벽을 넘어온 나찰들을 죽이고, 낮에는 성문 밖으로 나가 또다시 나찰을 죽이는 것뿐.


나찰에게 가족을 죽임당한 자는 판테라에게 상당한 돈을 바치고 복수를 이뤄달라고 부탁하는 데에 어떠한 주저도 없었다.


그 역시 어떤 주저도 없이 원수인 나찰의 간을 뽑아 유족들에게 돌아오면, 유족들은 그를 마치 터주신처럼 추대해 주었기에 그가 자신의 직업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일은 전혀 있을 수가 없었다.


마치 고대의 인간들과 같이 타고난 무골이었던 판테라에게, 나찰을 한 마리, 두 마리, 수십 마리 죽이는 것쯤. 동네 개를 잡아 죽이는 것보다도 더 쉬운 일이었기에.


그의 삶에는 어떠한 고난도 존재하지 않았다.


판테라는 나찰사냥꾼이라는 직업에 걸맞게 그 신분은 천민이었으나.

애초에 서울에 사는 사람 절반이 천민이었기에.


그리고 그는 천민임에도 돈도 명예도 그 무엇도 부족하지 않았기에.

그는 스스로 완성된 채로, 삶에 어떠한 모순과 불만조차 갖지 않은 완전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것이 단순한 착각에 불과할지라도, 적어도 판테라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선성신들이 이 지구에 찾아온 것을 축하하는 나선축일 날, 서울 전체에 가득하던 아름다운 연등 불꽃 아래에서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진,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믿고 있었다.


호랑이를 닮은 주홍 머리, 비단보다도 더 고울 머릿결, 마치 그림에 그린 듯 아름다운 얼굴, 세상 모든 이를 미소 짓게 할 눈웃음, 입고 있는 낡고 해진 적삼 따위는 전혀 눈에도 들어오지 않게 만들 정도의 미모를 지닌 여인이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미색에 어떠한 자각조차 없이 그저 순수하게 축제를 즐기고 있는 티끌 하나 없이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그 사람.


그날도 축제 따위엔 아무 관심도 없이 나찰을 죽이고 집에 돌아가던 길이었던 판테라는 마치 그 여인에게 홀린 듯, 원래 목적조차 잊고 그 뒤를 따라가게 되었고.


어느새 여인이 그 현판에 흥륜사라는 이름이 적힌 한 사찰에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본래 종교엔 아무런 관심도 없는 판테라였으나, 여인이 그곳에 들어갔기에 어쩔 수 없이 여인을 따라 사찰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날은 나선축일답게 수많은 사람들이 절에 모여 자신들을 만들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준 성신들에게 감사를 바치며, 탑돌이를 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승려가 승탑 주변을 돌며 염불을 외며 목탁을 치고서 나무아미타불, 하면 뒤따르는 신도들은 루카와 아슬란, 두 부부신의 이름을 외치고는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판테라는 탑돌이를 하던 사람들 사이에 자신이 본 아름다운 여인이 있음을 알고, 바로 여인의 뒤에 따라서서 평생 한 번도 불러 본 적 없는 노래, 춰본 적도 없는 춤을 추며 여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판테라가 다섯 번 정도 노래 박자와 춤을 완전히 틀렸을 때쯤, 바로 앞에서 노래 부르던 여인이 뒤를 돌아보고,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거기, 덩치 크신 대인, 나선축일의 무용과 가악은 그렇게 형편없는 것이 아니랍니다."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 황홀한 목소리였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오?"


"어떻게 서울 사시는 분이 이런 것도 못하신데요? 이렇게, 바로 이렇게 하시는 것이랍니다."


여인은 뒤를 돌아보고 있음에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지 앞 뒷사람과 정확한 거리를 유지하며 완벽한 춤 동작을 선보였다.


판테라는 최대한 그 모습을 따라 했으나, 평생 춤이라곤 춰본 적 없는 그가 갑자기 제대로 된 춤을 출 수 있을 리 없었다. 그의 동작은 마치 죽마라도 탄 듯 어색했다.


더는 그 모습을 보고 있을 수 없던 여인은 두 팔을 뻗어, 그의 양손을 잡고 발걸음과 박자에 맞춰 같이 춤을 춰주기 시작했다.


여인은 판테라가 춤을 그럭저럭 잘 출 수 있게 된 후에도, 계속 춤을 같이 추는 걸 그만두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계속 춤출 뿐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밤이 다 가도록 춤을 추었다.

세상에 단둘만이 남은 기분이었다.


새벽 해가 떠오를 때쯤 판테라는, 나름대로 최대한의 용기를 내어 여인에게 다음에도 이렇게 춤과 노래를 가르쳐달라고 말했다.


여인은 자신은 사정이 있어 자주 밖에 돌아다닐 수 있는 몸은 아니라고 말하긴 했으나, 그럼에도 그러한 갑작스런 부탁에도 어떠한 불쾌한 기색도 없이 흔쾌히 응했다.


약속을 나누며, 두 사람은 만난 지 하룻밤이 지나서야, 서로의 이름을 나누었다.


여인의 이름은 호원(虎願)이라 했다.


판테라는, 그다음 만남에서도 그렇게 춤을 핑계로 몇 번이나 약속을 잡으며 쑥스럽게, 그럼에도 대담하게 호원에게 다시 만나줄 것을 청했고, 여인은 그럴 때마다 어떤 망설임도 없이 또다시 만나자고 약속해 주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오랜 시간, 오랜 순간. 두 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호원은 춤과 노래를 가르쳐주는 데에는 아주 열성적이었으나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이야기를 주도하게 되는 것은 판테라였다.


그는 말쏨씨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호원에게 거짓을 고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자신이 나찰사냥꾼이라는 것, 자신이 나찰을 죽이면 사람들이 기뻐해 준다는 것, 사실 고작 나찰을 죽이는 정도로 이렇게 많은 돈을 받아도 되나 하는 회의감이 항상 든다는,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속내 같은 걸 여인에게 털어놓았고.


여인은 복수는 천금보다 더 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당신이 하는 일은 아주 정의로운 것이며, 그 무엇도 부끄러워할 것이 없다며 그를 격려해 주었다.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 혼자 독립하기 전까지는 무엇을 하더라도 아버지에게 꾸중을 들을 뿐 단 한 번도 자신의 행동을 긍정해 주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던 판테라에게는, 여인의 그러한 격려가 세상 둘도 없이 소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소소하지만 소중한 만남을 가지기 시작한 지 일년 여가 지났을 때, 마치 별이 쏟아질 것만 같던 어느 날 밤.


판테라는 호원에게 무심결에, 자신의 마음을 하나도 숨김 없이 말해버리고 말았다.


사랑한다고 말해버렸다.

청혼해버리고야 말았다.


평생 자신과 함께 있어 달라고, 자신이 당신을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만들어 보이겠노라고. 그렇게 맹세했다.


호원은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대답했다.

사실, 탑돌이를 돌다 판테라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 역시 그를 사랑하고 있었노라고.


그 말에, 판테라는 그 어떤 강한 나찰을 죽이고 감사 인사를 받았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크나큰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가, 자신을 사랑해 준다.

세상에 그것보다 더 한 기쁨이 존재할 수나 있겠는가?


그렇게 두 사람은 백년가약을 맺고 행복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호원은 그다음 순간, 자신은 당신을 사랑하기에, 당신과 혼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요?"


그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판테라는 그렇게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어지는 호원의 대답 역시 전혀 이해 가지 않는 것이었다.


"판테라,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그럼에도 손에 닿지 않을 내 사랑. 지금까지 당신을 속여서, 정말로 미안했어요. ······먼저 저는, 세상 둘도 없이 천한 존재, 천민이랍니다."


"······그게 어떻다는 것이오? 천민인 건 나도 마찬가지요. 거기에 이 서울 지천에 널린 게 노비요 시종이요 천민일진대, 대체 그것이 무엇이 부끄럽다 하여 이를 지금까지 숨길 필요가 있었단 말이오?"


그야말로 세상의 절반이 천한 시대.

그러한 시대에 천민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은 무엇 하나 부끄러운 게 아니었다.


"아니에요. 부끄러워서 숨긴 것이 아니에요. 이 나라에서, 이 서울에서. 젊은 천민 여성이란 게, 춤추고 노래하는 게 특기인 여성이란 게 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아시잖아요?"


"설마······?"


아무리 일자무식하며 사냥 이외엔 아는 게 없는 판테라라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정도는 잘 알 수 있었다.


"네, 그 예상대로랍니다. 저는 호해왕의 궁녀에요. 궁녀의 삶이란, 제 역할이란. 그저 왕의 여자. 왕이 저를 그 침소로 데려가는 그날까지, 영원히 정절과 아름다움을 지키며 왕 이외의 어떤 남자도 사랑하지 않아야만 하는, 결코 피어나지 못할 꽃봉오리일 뿐. 그렇기에 저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을 사랑하지 못해요."


호원은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판테라는 그 눈물을 닦아주지 못했다.


바로 방금 전에, 평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고 맹세했거늘.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설마하니 영원토록 행복해지지도 못할 저주를 받은 존재, 천민의 삶보다도 더욱 비천한 궁녀였다니.


"하지만, 당신도 궁녀가 되고 싶어서 된 것은 아니지 않소. 호해왕은 아름다운 처녀 모두를 잡아다가 자신의 궁녀로 삼는 자이지 않소. 당신의 마음은 호해왕의 것이 아닌, 바로 나를 향하고 있지 않소."


"네. 그럼에도, 그럼에도······. 벗어날 수 없답니다. 왕을 거스르는 자가 대체 어떻게 되는지 당신도 아주 잘 아실 테니까요."


호원은 그런 말만을 남기며, 그곳을 떠나갔다.

판테라는 여인을 붙잡지 못했다.


그날 밤, 판테라는 어떤 위로의 말도, 사랑의 말도, 더는 여인에게 건내지 못했고.

여인은 자신에게 있어 별과 같은 존재, 영원히 닿지 못할 저 너머 우주의 존재라는 것을 절절히 통감하게 되었다.


그는 이번엔 여인에게,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지 못했다.

몇 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도. 두 사람은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아무리, 당신이. 한낱 인간에겐 결코 손에 닿지 않을 별과 같은 존재라고 하더라도. 나는 반드시 그 한낱 인간을 넘어, 뜨겁게 맥동하는 별을 이 손에 쥐어 보이겠소."


판테라는 그날 밤 여인이 홀로 떠난 자리에 앉아, 혼자서 그렇게 되뇌었다.

저 하늘의 별에겐 결코 도달하지 못할 소망을 말했다.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이 흘렀다.


서울의 하루하루는 그 무엇도 달라질 게 없었고, 그곳의 지배자인 호해왕은 자신의 요새인 호압궁에서 자신을 즐겁게 한 재담꾼과 달변가, 소리꾼에게까지 벼슬을 내리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음주 가무를 즐기고 있었다.


왕은 얼마 전부터 취미를 들이기 시작한 양귀비주를 끝도 없이 마셨다.


그리하여 그것의 마취성분, 모르핀(Μορφεύς)에 중독되어 이것을 마시면 세상 모든 고통에서 해방되니 짐은 번뇌로부터 해방된 존재, 아슬란 신의 화신, 열반에 이른 저 성신들과도 같은 존재라는 되도 않는 헛소리를 지껄이며.

자신이 지금까지 누려본 세상 그 어떤 쾌락보다도 더욱 강렬한 자극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호해왕은 자신의 앞에서 비파를 연주하다가 실수한 한 악사를, 짐이 고작 그런 음악을 듣기 위해 너에게 벼슬을 내린 줄 아는 것이냐며, 몸소 나서 직접 손톱으로 베어 죽이게 되었다.


그리고 왕은 죽어가는 악사의 목에서 솟구치는 그 선혈에서 새로운 영감을 느꼈다.


"오오, 바로 이것이다. 이것이 바로 짐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것이야! 짐은, 짐은 피를 보고 싶구나. 세상 그 어떤 양귀비꽃보다도, 붉고, 아름다운, 피가 보고 싶도다!"


호해왕은 양귀비주 때문에 마비된 근육을 움직여 황홀할 정도의 쾌감을 최대한 안면 가득히 표현하며, 목이 있을 수 없는 각도로 돌아가고, 침이 줄줄 흐르는 것조차 모른 채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하여, 왕궁에서는 어마어마한 상금과 벼슬, 그리고 왕이 직접 단 하나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파격적인 제안이 걸린 무예 경연이 열리게 되었다.


사용할 수 있는 무기에 제한은 없었으며, 어떤 방식으로 싸우더라도 불문하며, 승리한 자만이 살아남는 잔혹한 경연이었다.


얼마 후 호압궁에는 그 파격적인 우승 상품을 보거나 혹은 제후의 위세를 빌려 하루아침에 팔자를 펴보고자 우량카이의 모든 곳에서 종족과 성별을 불문한 수많은 무관, 무인, 승려, 사냥꾼, 갑사, 병사들이 몰려들었고, 왕은 끝도 없이 양귀비주를 들이키며 그들의 대결을 지켜보았다.


때로는 옥좌에 앉아 정전 내부에서, 때로는 무당처럼 춤추며, 때로는 망원경을 들고 지붕 위에서, 때로는 자신의 궁녀를 끌고 와 반라로 관계를 하며, 때로는 개처럼 기어 다니며,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모든 관람 방법을 동원해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도대체 몇 명의 수급이 땅에 떨어지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독에 당해 죽고, 대체 몇 사람이 피투성이의 시체가 되어 궁궐 밖 앞산에 묻혔는가.


궁궐의 전돌과 흙이 모두 붉은 피로 물들어 새것으로 바꾸지 않고서야 더는 그 붉은색을 지우지 못할 정도가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마주하고 그 인생을 건 무예를 펼친 끝인 죽음에 이르러서야.


결국 마지막 한 사람만이 살아남았다.


승자는, 수많은 사람이 결투를 끝마친 피투성이의 전장에서, 시체의 산 위에 서서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새하얀 털을 흩날리며 어떠한 지친 기색도 없이 서있었다.


"그대의 이름은 무엇이지?"


왕이 물었다.


"제 이름은 판테라입니다."


"그대의 무예, 그대의 강함, 그대의 기술, 그대가 고작 손톱만으로 수많은 인간들을 갈기갈기 찢어놓고도 자신의 몸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는 그 강렬한 모습을 아주 잘 보았네. 덕분에 짐은 아주 충족되었어, 피로 가득 차게 되었어, 생명으로 가득 차게 되었단 말이야! ······그런데, 그대는 어찌하여 그렇게 강한가?"


왕은 양귀비주 때문에 감각이 완전히 마비되어 자신이 짓는 표정이 아주 과장되고 연극적이며 마치 탈과도 같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지, 약기운 때문에 한껏 수축된 두 눈동자가 튀어나올 듯이 부라리며, 만면 가득히 입이 찢어질 듯 미소 짓고 말했다.


"저도 모릅니다. 그저, 태어날 때부터 남들보다 조금 더 강했을 뿐."


"오오, 수그리바 폐하의 제국에서 몰려온 수많은 무인들을 고작 손톱 하나로 물리쳐놓고, 그렇게까지 겸손한가! 그 강자의 품격, 마치 이 호해와 같도다!"


"······."


판테라는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으나, 왕은 그 점이 도리어 더 마음에 들었는지 아주 크게 웃을 뿐이었다.


왕은 입꼬리가 찢어져 피가 흐르는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 그렇게 똥 씹은 표정 짓지 말거라. 그냥 농이잖나. 농. 아무리 짐이 위대한 왕이라도 짐의 무력이 별로 강하지 않다는 건 짐도 아주 잘 알고 있다."


왕은 그렇게 말하고 나서는, 자신의 눈앞에서 최강임을 증명해 보인 존재에게 여러 흥미가 돋아 여러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대가 딱 보기에도 이 짐과 같은 아슬란족임은 알 것 같고, 직업이 무언가?"


"저는 나찰 사냥꾼입니다."


"오, 사냥꾼인가! 그렇지, 그렇지. 그럼 천민이란 거구나. 천민은 좋지. 아주 성실하지. 양반이나 상민, 농민같이 진짜 천한 놈들과는 격이 다르지 않은가! 섬기고, 숭배하고, 타인을 위한다는 그 아름다운 정신이 무언지 아주 잘 알고 있어. 이 짐을 가장 즐겁게 해준 악사, 곡예꾼, 망나니, 궁녀, 무당, 소리꾼, 그 모두가 천민이었으니! 역시 그대도 천민인가. 그렇군, 그렇구나! 매일 같이 나찰 놈들을 잡고 있어서야, 고작 인간 따윈 상대조차 되지 않는 게 당연하지!"


호해왕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의 공통점을 찾았다는 사실에 지적 유희를 느끼기라도 하는 건지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알 수 없는 헛소리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하. 혹시 한 가지 잊으신 건 없으십니까?"


"아, 아. 그렇지. 내 정신 좀 봐. 그래, 그래, 그래그래그래. 아주 잘 알고 있도다! 짐은 분명, 이 경연의 우승자에게, 막대한 상금과, 벼슬, 그리고 어떤 소원이든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내리겠노라고 약조했었지. 그래, 말해보거라, 강자 판테라여! 역시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건 우리 아슬란족이란 걸 증명해낸 용사여! 그대의 소원은 무엇인가! 이 호해왕이 그대의 소원을 이뤄주마!"


"네, 제 소원은 단 하나······."


판테라가 그 소원을 말하기 시작하자, 그곳에 있던 왕, 악사, 시인, 소리꾼, 무당, 곡예꾼, 궁녀, 관리, 무관, 아직 숨이 붙어있던 반시체 그 모두가 표정을 찌푸렸다.


그리고 마치 한 번도 본 적 없는 괴물을 보기라도 한 듯, 두 눈을 의심하고 귀를 의심하고 자신이 맞는 말을 듣긴 한 건가 하고 의심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궁녀, 호원을 자신에게 달라고.

자신의 아내로 삼게 해달라고.


왕은 양귀비주 때문에 자신의 귀가 잘못됐나 하여, 몇 번이고 귀를 파고 최대한 정신을 맑게 가다듬으려 시도하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 나찰 사냥꾼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그때마다 판테라는, 계속해서 같은 대답을 했다.


말을 고칠 기회를, 다른 소원으로 바꿀 기회를,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고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왕이 평생 한 번도 발휘해본 적이 없는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하여 계속해서 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계속해서 궁녀를, 왕의 여자를 달라했다.


호해왕은 아주 미친 듯이 웃었다.

어떤 광대나 익살꾼도 그만큼은 웃기지 못했다.


왕을 즐겁게 한 큰 공을 세워 벼슬이나 재산, 노비 등을 받거나, 노비에서 벗어나 양민이 된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그만큼이나 웃긴 소리를 하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왕은 너무 웃긴 나머지 포복절도하여 자신의 배가 찢어지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까지 끝도 없이 웃었다.


너무 웃어서 눈물이 나버릴 정도로 웃었다.

그대로 숨이 넘어가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였다.


"아, 고맙다. 판테라여. 아주 고맙구나. 짐은 지금껏 그토록 웃긴 발언을 태어나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덕분에 실컷 웃을 수가 있었어. 뭐? 호원? 그게 누구냐? 짐한테 그런 궁녀도 있었던가? 좋지, 아주 좋지. 못줄 것도 없지. 그대 같은 강자가 심지어 광대보다 웃기기까지 하다면 내주지 못할 것도 없다. 짐은 아주 관대하니 말이다."


"황공하옵니다. 전하."


판테라는 무릎을 꿇고 네 번 절을 하며 감사의 말을 올렸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무릎을 꿇자마자, 왕은 자신의 금군에게 눈짓을 했다. 금군 50여 명이 단숨에 달려 나와, 무릎을 꿇고 있던 판테라를 제압해 그 몸을 난도질했다.


판테라가 아무리 강자라고 하나, 무기를 든 수십 명의 정예병들에게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그 새하얀 털이 창에 찔려 모두 붉은 피로 물든 판테라는 의문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수많은 금군들에게 눌려 강제로 땅에 머리를 박은 채 왕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전하, 도대체 어째서······."


"어째서냐고? 판테라여. 그대는 그것을 지금 질문이라고 하는 것이냐? 짐이 그대에게 이런 것까지 말해줘야 하느냐?"


"······."


판테라의 표정은 여전히 의문과 당혹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아, 그래, 그 표정, 보아하니 진짜로 몰랐나 보구나. 세상에서 제일 가는 광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힘만 쎈 멍청이였다니. 참으로 아쉽구나. 궁녀란 곧 이 왕의 여자, 이 왕의 것 중에서도 가장 지고의 보물, 그러니 그것에 손을 대는 자는 모두가 그 목숨으로 값을 치러야 한다. 이것은 저 하늘과 선왕께서 정하신 법도이기에, 그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서 벗어날 수 있는 법칙이 아니다."


"하지만, 방금 전에 호원을 내주겠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 내가 그랬던가? 아. 그랬을 지도 모르고. 짐은 한 입에 두말하는 사람은 아니니, 그깟 궁녀 하나쯤, 내주지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어찌하겠느냐. 왕의 여자에 손을 대는 자는 모조리 죽이는 것이 하늘의 순리요 저 천신께서 정하신 이 세상의 바꿀 수 없는 법칙이니."


물론 호해가 주장하는 그러한 순리나 법칙 같은 게 세상에 존재할 리 없었다.


"그러나. 짐은. 아주 관대하며, 또한 짐이 곧 이 세상의 가장 우선되는 법칙이기에. 그러한 옛 법칙을 조금 깨뜨려서라도. 본래는 극형이 떨어져야 할 그대를 용서하여, 사하여, 그 목을 떨구는 대신, 그대의 소원을 이뤄주고, 그대에게 벼슬을 내리겠노라. 그대는 지금 이 순간부터 짐의 새로운 광대다! 부디 그 무예와 입담으로, 짐에게 끝도 없이, 영원히 이어질 만한 즐거움을 선사해다오!"


그리하여, 판테라는 왕의 새로운 광대, 새로운 노예가 되었다.


그리고 그토록 꿈에 그리던 호원을, 자신의 품에 안을 수 있게 되었다.


판테라는, 실로 어리석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음에도, 그럼에도 호원을, 영원히 닿지 않을 것 같던 저 하늘의 별을 따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자신의 몸이 피투성이가 되었음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완벽하게 짓밟혔음에도. 나찰사냥꾼으로서의 긍지조차 잃게 되었음에도.


사랑에 눈이 멀어, 자신의 힘으로 사랑을 쟁취해냈다는 사실에 순전히 기뻐하기만 했으니.


호해의 평가는 실로 정확했다.

판테라는 세상에 둘도 없을 광대임이 틀림 없었다.




그렇게, 10년이 조금 넘는 세월이 지났다.


판테라는 이제 더는 나찰을 매일 같이 사냥하지 않게 되었다.

그는 지난 10년간 매일 같이 인간을 사냥하게 되었다.


매일 같이 새로운 무관, 새로운 무술가, 새로운 승려, 새로운 병사와 싸웠다.

그리고 그들을 모두 죽였다.


왕은 더할 나위 없이 기뻐했고, 자신의 광대가 더 많은 이에게 승리하고, 세상 내로라하는 수많은 강자들에게 굴욕을 선사할 때마다 너무나 기뻐했다.


판테라는 어느새, 왕의 가장 큰 총애를 받는 신하가 되어 있었다.


그는 그저, 왕의 노예로서의 본분에 충실하게 되었다.


판테라는 자신이 하는 일에, 어떤 의문도 가지지 않았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원하던 존재인 호원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있게 되었고, 호원이 이제 더는 그를 향해 웃어주지 않게 되었더라도. 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괜찮았다.


아이도 생겼다.


히르카니아, 파르다, 언샤, 가장 사랑스러울 세 명의 아이들.


아내와 그 아이들만 있다면, 아무리 그가 노예의 삶을 살고 있더라도, 그가 끝도 없이 웃음을 살 뿐인 광대일지라도, 세상 그 어느 것도 힘들 것은 하나도 없었다.


어쨌든, 인간은 나찰보다 한참이나 나약한 존재였으니. 그들과 싸우는 일은 아주 쉬웠다. 예전에 비해 목숨의 위협을 받을 일도 줄었고, 돈은 더 많이 벌게 되어 가족의 삶은 아주 풍족했다.


그저 죽일 대상이 나찰에서 인간으로 바뀌었을 뿐,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


왕은 언제나, 새로운 강자를 원했다.


우량카이에서도 가장 강할 터인 자신의 광대 판테라마저도 위협할 만한 존재는, 이 세상에 없는가. 이 세상은 그렇게도 재미없는 곳이었던가.


권태에 빠진 왕은 더는 인간 따윈 판테라의 상대가 전혀 되지 못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궁에, 한 마리씩, 두 마리, 세 마리, 수십 마리씩. 나찰을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왕은 판테라를 향해, 그러고보니 그대는 나찰사냥꾼이 아니었냐고, 그대는 인간이 아닌 나찰을 사냥하기 위한 존재가 아니었냐고 물으며, 수많은 병사를 희생시켜 잡아들여온 나찰들과 판테라를 싸우도록 만들었다.


처음엔, 왕은 오랜만에 다시 활기를 되찾으며, 새로운 자극에 순수히 기뻐했다.

그러나, 이 역시 얼마 가지 않았다.


그러한 나찰들조차, 아무리 강대하고 거대하고 끔찍한 고위 나찰조차 판테라의 상대가 되지 않음을 알게 된 그는, 결국 아슬란족에게는 최대의 금기의 존재를 떠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모두가 그 존재를 알고 있지만 뇌수 한구석에 가둬놓고 절대로 밖으로 꺼내지 않는 하나의 이름을 기억해 내고야 말았다.


"그래, 그래! 그게 있었지! 나의 가장 강한 광대여, '호랑이'를 잡아오너라! 내게 '호랑이'의 목을 바치면, 그 공을 인정해 그대를 이제 질려버려 아무 재미도 없는 이 놀이판에서 풀어주도록 하지!"


'호랑이'란, 아슬란족에게 있어서는 가장 큰 공포의 대상, 나찰들 중에서도 가장 강대한 존재인 나찰황 나후라(羅刹皇 羅睺羅)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천 개의 눈을 가진 호랑이.


나선성신조차도 죽이지 못할 정도로 강대하며 완전한 불사에 가깝다고 일컬어지는 존재.


뒤틀리고 뒤틀린, 그 존재 자체가 세상의 이치를 뒤틀어버리는 괴물.

한낱 인간 따위가, 아니, 설령 신이 오더라도 결코 쓰러뜨릴 수 없을 존재.


왕은 그딴 요구를 판테라에게 했고, 거절해봐야 또다시 금군에게 난도질당할 결말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판테라는 그에 응했다.


그리고 자신이 나찰황에게 죽으면 그것으로 더는 사람을 죽일 필요가 없게 된다는 것에, 더는 이 고통을 이어나갈 필요가 없게 된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판테라의 아내와 아이들은 그가 벌어온 피묻은 돈 덕분에 그가 죽고 나서도 전혀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살 수 있게 될 테니. 그의 삶은 그것으로 완결되었고. 더는 삶에 미련은 있을 수가 없었다.


참으로 행복하고, 만족스런 삶이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래서 판테라는 성벽 밖으로 나가서, 수많은 나찰의 무리를 뚫으며, 그들을 모두 죽이고, 며칠 간의 사투 끝에 결국은 나찰들의 10마리 왕 중 하나인 나후라와 만나게 되었다.


당연히, 전혀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손톱 끝 하나 대보지 못했다. '호랑이'의 털 끝 하나 다치게도 못했다. 일방적으로 유린 당할 뿐이었다.


그것까진 모두 예상한 바였다. 인간 따위가 나찰황에게 이길 수 있을리 없으니.


그러나 한 가지 오산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나후라가 그를 죽여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이 즐겁게 읽으실 수 있는 소설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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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여신과 별을 쫓는 사냥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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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사문유관 7 - 개꿈의 반대말은 고양이 꿈 +6 21.05.27 48 1 29쪽
30 사문유관 6 - 세상 모든 힘 21.05.27 27 1 34쪽
29 사문유관 5 - 늘어선 세계 21.05.26 27 0 27쪽
28 사문유관 4 - 내가 바로 아슬란 21.05.26 29 2 25쪽
27 사문유관 3 - 한혈마 아할 테케 21.05.25 67 1 27쪽
26 사문유관 2 -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이 있다 21.05.25 36 1 17쪽
25 사문유관 1 - 사람 사는 세상 +2 21.05.24 43 2 24쪽
24 호질 완 - 가슴에 별을 품는다는 것(2) 21.05.23 32 1 25쪽
23 호질 23 - 창귀들의 노랫소리 21.05.23 36 1 20쪽
22 호질 22 - 비취와 청금 21.05.22 33 1 12쪽
21 호질 21 - 가장 아름다운 꽃은 21.05.22 32 1 11쪽
20 호질 20 - 호랑이가 꾸짖었다 (2) 21.05.21 36 2 16쪽
19 호질 19 - 호원(2) 21.05.21 31 1 31쪽
» 호질 18 - 호원(1) 21.05.20 32 1 29쪽
17 호질 17 - 기호지세 21.05.19 39 1 31쪽
16 호질 16 - 거사 21.05.19 39 1 19쪽
15 호질 15 - 집 나간 탕아 21.05.18 45 1 38쪽
14 호질 14 - 하나밖에 없는 목숨 21.05.18 42 2 15쪽
13 호질 13 - 용의 꼬리 21.05.17 47 3 23쪽
12 호질 12 - 철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21.05.17 39 2 29쪽
11 호질 11 - 사사로운 인간사 21.05.16 47 2 17쪽
10 호질 10 - 나찰사냥꾼 21.05.16 48 3 27쪽
9 호질 9 - 해후 21.05.15 54 2 20쪽
8 호질 8 - 박제가 되어버린 여신을 아시오? +2 21.05.15 52 1 18쪽
7 호질 7 - 세상 끝의 불꽃 21.05.14 64 3 29쪽
6 호질 6 - 종이호랑이 21.05.13 144 4 37쪽
5 호질 5 - 청컨대, 이제 더는 21.05.12 211 6 25쪽
4 호질 4 - 가슴에 별을 품는다는 것(1) 21.05.12 135 6 23쪽
3 호질 3 - 호랑이가 꾸짖었다(1) +4 21.05.12 154 4 16쪽
2 호질 2 - 바보 황태자 +2 21.05.12 246 9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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