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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알아서. 님의 서재입니다.

불멸의 여신과 별을 쫓는 사냥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니알아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4
최근연재일 :
2021.06.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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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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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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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호질 11 - 사사로운 인간사

DUMMY

노인이 판테육을 팔던 가게 밖으로 나서자, 해가 이미 중천에 떠있었다.


궁에서 탈출한지 거의 두시진 반 정도가 지났지만 자신을 쫓는 추적자의 낌새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황녀가 대놓고 도망치라고 보내줬는데 추적자가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황제 역시 애초에 허수아비나 다름없던 황태자가 사라진다고 해서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겁쟁이처럼 도망쳐 준다면, 그게 황제가 가장 바라는 바였겠지.


황제가 경계하는 건 용기의 화신이 될 용기 있는 자이지.

언샤 같은 겁쟁이를 두려워할 이유 따위 전혀 없었으니.


언샤는 그냥 정말 우연찮게도, 누이와 할아버지.

자신이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었던 두 사람을 만났던 행운에 감사하며.


비록 깔끔한 이별은 아니나 그럼에도 마지막 인사 정도는 했으니 다행이라고 자기만족을 하며 다시 떠날 준비를 하기로 했다.


"잠깐, 기다리거라! 언샤여! 여기 있었구나! 한참 동안 찾았노라!"


그리고 언샤는 아까 전에 처음 들었지만.

그럼에도 매번 꿈속에서 들은 것과 유사했기에 매우 낯익은 목소리가 들리는 걸 알고 좀 더 빨리 도망치지 않은 걸 후회했다.


그건 화려한 비단 치마저고리를 입은 댕기머리 은발 소녀였다.


아까 전 처음 만났지만.

꿈속에서는 천 번도 넘게 만난 기분이며.

자신이 나선성신 중 가장 강한 주신인 루카라고 주장하는 이상한 소녀.


"뭐야, 넌 대체 왜 따라 나온 거야?"


"그야, 같이 황궁으로 돌아가 이 나라와 이 세상을 구하자고 제안하기 위해서 찾아온 것이다."


"또 그 허무맹랑한 소리야? 설마 너도 누나가 미리 사전에 준비해둔 사람인 건 아니겠지? 가짜 무당으로 여신인 척 날 속여서 내 용기를 북돋아 화신으로 만들 생각이라던가?"


"겨우 그 정도로 용기가 날 리도 없고, 언샤 그대가 아무리 멍청해도 그런 싸구려 연극에 속을 리가 없지 않으냐! 나는 진짜 여신이 맞고, 저 황녀가 준비해둔 가짜 무당도 아니니라!"


"그럼 대체 왜 그런 대단하신 분이 사사로운 인간사에 관여하면서 황제를 끌어내리자는 소리를 하는데?"


언샤는 천리안이니 뭐니 믿고 싶지도 않았고.

믿을 생각이 전혀 없으니 소녀가 하는 소리가 하나같이 터무니없어 보일 뿐이었다.


"사사로운 인간사? 지금 이 상황이 사사로운 걸로 보이느냐? 저 판테라는 이미 수십 년째 하늘의 아들인 천자의 이름을 사칭하며 성신이 내린 권능을 마음대로 쓰며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도다! 이건 저 하늘이자 여신인 내가 절대 용서하지 못할 일인 게야!"


그렇게 대답하는 소녀는 이번에도 너무나도 당당해서.

정말 그 당당함 하나 때문에 혹하게 될 정도로 아주 망설임 하나 없는 표정과 말투였다.


"그래. 그럼 네가 진짜 여신이 맞다고 치자. 그럼 왜 나보고 거사를 하라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는데? 네가 진짜 여신이면. 네가 직접 하면 되잖아. 직접 판테라를 죽이고 다시 저 하늘로 돌아가라고."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할 수가 없는걸 어찌하겠느냐! 너도 보면 알겠지만, 나는 지금 몸이 없으며 고작 머리밖에 안 남은 상태이니라."


"뭐? 그럼 네 머리 밑에 지금 달린 건 뭔데? 그 몸이 아까 알아서 자라났잖아. 그 몸으로 싸우라고. 루카 여신은 천 가지 권능을 가진 전지전능한 신이라지? 그런 대단하신 분이 왜 내 도움이 필요한데?"


"이 몸은 내 머리에 남아있던 마지막 아스트라(Astra)를 쥐어짜 내 겨우 만들어낸 임시 육체에 불과한 게다.


"뭐? 아스트라?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언샤 역시, 아스트라라는 단어가 뭔지는 알고 있었다.

그건 크레타족과 데바족의 종교에서 쓰이는 고어로서, 각각 '별'과 '화살'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둘을 합쳐서 '별의 화살'.

별에서 온 신인 나선성신의 권능을 가리키는 단어로, 그만큼 적합한 단어는 없었을 터이나.


이 알 실라에서 권능을 가리켜 아스트라라고 부르는 사람을 보는 건 처음이었기에.

이토록 어려 보이는 소녀가 대체 그런 말을 어디서 배웠는지 참 의문스럽긴 했다.


"그래. 이건 내 아스트라로 만든 육체다. 그나마 남아있던 힘을 다 썼기에, 지금 나는 거의 대부분의 능력을 잃어 아주 약해진 상태로다."


"하, 힘을 잃었다. 약해졌다. 참 무당들이 사기 치면서 할 법한 헛소리구만. 안 믿어, 안 믿어. 그냥 좀 가."


언샤는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어째 이 어린 소녀가 범상치 않은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으나.

그럼에도 결국 이 소녀가 언샤에게 승산도 없는 거사를 도와달라는 논리가 바뀌는 건 아니었기에 계속 이를 무시하기로 했다.


방금 전 한 노인이 그 목숨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으며.

황제의 간을 팔아먹으며 자신의 증오를 표현하는 데에 전혀 망설임이라고는 없는 모습을 보았지만.

노인은 노인이며 자신은 자신이었다.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이 모두 황제를 증오한다고 해서.

자신 또한 내심 황제에 대한 증오를 품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해서.

그렇다고 해서 죽음밖에 기다리지 않을 우행에 목숨을 던지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언샤는 그냥 이 소녀가 뭐라 하든 무시하고 말을 찾아 이 도시를 탈출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언샤는 소녀와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 대문 시장에 모인 인파와 줄이 아까보다 한참 늘어났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되었다.


시장 한가운데에 수많은 인파가 한 줄로 늘어서 길게 서있었고.

그 줄은 너무나도 길고 길어 마치 장성과도 같았다.


줄에 선 자들은 하나같이 모두 노인과 노파, 늙은이, 그리고 그들이 데리고 나온,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아주 작은 젖먹이에 가까운 아이들 뿐이었으며.

콧물을 질질 흘리며 킹킹거리는 아이들 이외엔 그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그저 줄이 줄어들기 만을 기다리며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나갈 뿐이었다.


그 사람들은 딱히 장사를 하거나.

물건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건 아닌 걸로 보였다.


언샤를 계속 따라다니고 있던 소녀는 언샤가 그 줄을 보고 있는 걸 알고, 또다시 말을 걸어왔다.


"언샤여, 저 줄이 뭔지 아느냐?"


"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내가 천리안으로 보았던 바에 의하면, 저건 배급 줄이로다."


"배급? 그게 뭔데?"


"배급이란. 판테라가 굶주리고 불쌍한 백성들을 위해 곡창을 열어 죽을 끓여 나눠주는 정책이로다. 매일 점심마다 서울 곳곳, 사람이 많이 모이는 이러한 시장 같은 장소에 줄을 서면 서울 주민 누구라도 배급을 받을 수 있지."


"오, 우리 아버지 아주 잘하고 있네. 그토록 자비롭다니. 그리고 판테라가 그렇게 베풀 줄 아는 사람이라면 난 더더욱 그 거사란 걸 할 이유를 모르겠는걸."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애초에 이곳은 한 제국의 수도인데, 대체 왜 저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배급을 받고 있겠느냐?"


"글쎄, 인구가 많아서 그렇겠지."


언샤는 그렇게 적당히 대답했지만.

사실 이 도시가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은 진작부터 깨닫고 있었다.


밭과 논은 전부 빈 공터가 된지 오래인 것 같았고.

군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둔전을 제외하면 그 귀한 농지들이 방치되어 있었고.


도시 어디를 둘러보아도 젊은 사람이 단 한 명도 보이질 않았다.

도시에는 힘없고 병들고 늙은 노인과, 작은 아이들밖에 없었다.


"하, 그럴 리가 있느냐. 이 모든 게 판테라의 어리석은 정치의 결과물이로다."


"왜 어리석다는 거야? 잘 하고 있네. 불쌍한 사람들 도울 줄도 알고."


"글쎄, 그게 맞는 말이더냐. 이 도시 어디를 둘러봐도 젊은이는 하나도 없고, 농지는 모두 놀고 있지 않느냐. 그야말로 망한 도시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다."


"아니, 망했을 리가 없잖아. 황제가 전쟁에서 승리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재화를 쓸어모으는데. 정전에서 반천제로 양반들 재산을 싹 다 끌어모으고, 그 재산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기부도 많이 하고 평범한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눠준다고 들었단 말이야."


"그래. 실제로 판테라는 그렇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한 게, 이 결과로 이어진 게야."


그건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계속해서 전쟁에서 승리하기만 하며.

반천제를 통해 수많은 지배자들의 재산을 모두 빼앗고 공평히 나눈 결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이 서울 전체에 부와 재보가 아주 넘쳐흘렀었는데.


도대체 십 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대륙에서 가장 큰 제국의 수도가 이렇게 된 것인가.


"대체 왜?"


"그야. 젊은이들이 모두 병사와 갑사가 되어 전쟁을 하고, 각 지역의 치안을 지키기 위해 군인이 되었으니 그렇지 않겠느냐."


루카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이 서울이 대체 어떻게 망했는지를 소상히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십여 년 전까지. 분명히 이 도시에는 풍요가 넘쳐흘렀다.

그러나 그 풍요는, 알 실라 제국이 계속해서 끝도 없이 전쟁을 하고.

끝없이 영토를 넓히며 순식간에 무의미한 것이 되었다.


이 도시에서 보이지 않게 된 모든 젊은이들은 징병되거나 강제로 끌려간 게 아니라.

모두 자진 입대해서 스스로 갑사(甲士)가 된 것이었다.


갑사는 엄연히 군인임에도 전쟁은 대부분 화신인 황제가 직접 했으니 목숨을 걸 일이 없었고.


반천제가 실시되는 곳에서 노예를 부리던 이를 잡아 바치면.

큰 공을 세웠다며 포상금을 받을 수 있거나 크게 승진하여 더 높은 벼슬에 앉을 수 있는 기회를 얻기까지 하는 직업이었다.


그러니 대체 어느 젊은이가 갑사가 되지 않으려 하겠는가.

대체 어느 젊은이가 바보같이 고향에서 아무런 꿈도 미래도 없는 농사 같은 거나 지으려 하겠는가?


처음엔, 큰 문제는 없었다.

아무리 많은 이들이 입대하더라도 그냥 고향이 좋아, 전쟁이 싫어 이곳에 남는 이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문제는, 판테라 황제가 계속해서.

끝도 없이, 정말 백전무패라는 말이 하나도 과장이 아니라는 말 그대로 계속해서 전쟁에서 승리하기 시작하면서 생기기 시작했다.


알 실라의 영토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그리고 그곳에서 반천제가 실시되면 실시될수록.

더 많은 군대와 이를 지탱할 식량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복지에서 새로운 군인과 갑사를 모으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반천제로 인한 반감과 학살에 대한 저항 때문에 정복지 사람 중 제국군에 들어와 일하려는 이들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은 이 모든 상황이 합쳐져 알 실라의 모든 젊은 백성들.

대부분의 아슬란족이 갑사로 일해야만 할 정도로 거대한 군대가 필요한 시대가 와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게 젊은이들이 대부분 입대하고 나자.

그나마 남아있던 젊은이들은 전쟁을 위해 식량을 필요하는 제국군에서 터무니없는 값을 주고 곡식을 사 가는 일을 계속해서 겪게 되었고.


그들은 돈을 벌면 벌수록 자신들이 점차 굶주릴 수밖에 없는 모순을 겪은 결과.

결국 곡식을 팔아 번 돈을 갖고 타국에서 용병을 고용해 모조리 성벽을 넘어 도망쳐버리고 말았다.


그들 도망자들은 모두 그 돈을 밑천 삼아 다른 나라에 터를 잡고 마치 그 옛날의 양반들처럼 편히 살고 있다고 했다.


젊은이가 없으니 나찰 무리를 뚫고 타지역과 거래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고.

그러다 보니 이 서울엔 사람의 왕래가 하나도 없게 되어 도시 전체가 텅텅 비어 마치 유령들만이 사는 것만 같은 도시가 되었다.


그 후엔 성내에 있는 곡식이란 곡식은 모조리 사라져버리고.

집 지키던 개나 농사를 지을 소는 모조리 잡아먹혀 구경조차 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그나마 남은 양심 있는 젊은이들은 노인과 아이들을 위해 뭐라도 먹이기 위해 성벽을 넘어 사냥을 나가거나.


서쪽 바다의 염전과 방조제를 넘어 배를 타고나가 낚시를 하다가.

모두 바다 나찰에게 죽임 당해 세상을 떠나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이 서울에 남은 건.

아직 도망치지 못한 늙은이와 병자, 어린아이들뿐.


그들은 모두 갑사인 자식들이 보내주는 돈.

나라에서 승전식 때마다 나눠주는 돈.

제국군에 입대한 자식들의 돈.


그 모든 걸 갖고도 배급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이들이 되었다.

그래서 그들 모두가 부자임에도, 배를 곯게 된 것이었다.


써보지도 못할 큰돈을 끌어안은 채 이 성벽 안에 갇혀.

그저 가축처럼 내일에 대한 희망도 없이 하루 빌어먹고.

또 하루 빌어먹으며 사는 것.


그게 바로 이 대륙에서 가장 큰 제국인 알 실라의 수도.

서울의 생활이었으며.


소녀는 그 모든 과정을 천리안으로 무력하게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소녀가 자신이 창조한 세계가 이토록 끔찍하게도 망해버렸다며.

담담히도 설명한 서울의 생활은 참으로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가난해서 굶는 것이 아니라 부자임에도 굶을 수밖에 없다니.

전쟁에 져서 비참한 것이 아니라 전쟁에 이겼기에 비참한 것이라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지켜보기만 해왔다니.


여신이면서, 무력하게도 세상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

그건 황태자면서, 무력하게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삶과 하나도 다를 게 없었다.


"······그래. 얘기를 들어보니. 네가 왜 거사를 하자는지, 왜 세상을 구하려면 황제를 끌어내려야만 하는지. 좀 알 것만 같네."


"오, 역시 대화를 나눠본 보람이 있구나. 나는 이 세상을 창조한 여신으로서, 나의 아이들이 이토록 고통받는 모습을 더는 가만히 지켜볼 수 없노라. 그러니 그대와 내가 함께······."


소녀는 드디어 자신이 지켜봐온 아이가 세상을 구할 결심을 하게 되었나 하고 아주 기쁘게 말했으나.


"하지만! 그 얘기가 공감되는 건 네가 진짜 여신일 경우야!"


"뭬야?"


"네가 누나가 미리 준비해둔 사이비 무당이라면, 아무 의미도 없는 가정이지. 그 얘기가 전부 사실이라 해도, 그게 누이가 미리 준비해둔 대본이라면 아무 의미도 없는 사기극에 불과하니까."


"흥, 마음대로 생각하거라. 어차피 이 모든 게 진실이며, 내가 여신이라는 사실을 곧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될 테니."


"하, 그런 날은 절대 안 와. 나는 도망쳐서 다시는 이딴 도시에 안 돌아올 거니까."


언샤는 참으로 고집불통이며, 또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멍청이라고 부르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이었기에.

고작 이런 얘기 정도로 자신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었다.


누가 뭐라 해도 언샤는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래, 마음대로 해보거라. 어차피 말과 식량을 못구하면 이곳을 벗어나는 건 완전히 무리일 게 분명하지만 말이다."


루카의 말 자체는 옳았다.

루카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서울 어디를 뒤져봐도 말과 식량을 구할 방법 따윈 없을 게 분명했다.


그나마 유일한 방법이라 할만한 건 군인들이 모인 병영을 습격하여 그곳에서 말과 식량을 터는 것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너무나도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런 짓을 했다간 수많은 병사들에게 쫓기게 될 테니.

평화롭고 조용히 살고 싶다면.

그리고 황태자란 이름을 버리고 평범히 살 생각이라면 그런 행동만큼은 하면 안 됐다.


"아니, 말과 식량 없이도 여길 벗어날 방법이 있지."


"대체 어떻게 말이냐? 이 서울을 벗어나면 그 모든 땅이 저 정체 모를 괴물, 나찰의 영토인데."


"하, 너 같은 사기꾼한테는 안 알려주지.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넌 그냥 황궁으로 돌아가서 마음 잘 맞는 누나랑 여신 놀이나 하면서 지내라고."


언샤는 그렇게 말하며, 또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말과 식량을 구해서 혼자서 도망칠 계획을 버리고,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언샤는 이쯤 했으면 저 이상한 꼬마가 더는 자신을 쫓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은발 소녀는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해서 자신의 뒤를 쫓아왔다.


그렇게 눈표범의 도주극은 계속 이어지게 되었다.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이 즐겁게 읽으실 수 있는 소설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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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사문유관 6 - 세상 모든 힘 21.05.27 26 1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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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사문유관 4 - 내가 바로 아슬란 21.05.26 28 2 25쪽
27 사문유관 3 - 한혈마 아할 테케 21.05.25 66 1 27쪽
26 사문유관 2 -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이 있다 21.05.25 36 1 17쪽
25 사문유관 1 - 사람 사는 세상 +2 21.05.24 42 2 24쪽
24 호질 완 - 가슴에 별을 품는다는 것(2) 21.05.23 31 1 25쪽
23 호질 23 - 창귀들의 노랫소리 21.05.23 35 1 20쪽
22 호질 22 - 비취와 청금 21.05.22 32 1 12쪽
21 호질 21 - 가장 아름다운 꽃은 21.05.22 31 1 11쪽
20 호질 20 - 호랑이가 꾸짖었다 (2) 21.05.21 35 2 16쪽
19 호질 19 - 호원(2) 21.05.21 30 1 31쪽
18 호질 18 - 호원(1) 21.05.20 31 1 29쪽
17 호질 17 - 기호지세 21.05.19 39 1 31쪽
16 호질 16 - 거사 21.05.19 38 1 19쪽
15 호질 15 - 집 나간 탕아 21.05.18 44 1 38쪽
14 호질 14 - 하나밖에 없는 목숨 21.05.18 41 2 15쪽
13 호질 13 - 용의 꼬리 21.05.17 47 3 23쪽
12 호질 12 - 철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21.05.17 38 2 29쪽
» 호질 11 - 사사로운 인간사 21.05.16 47 2 17쪽
10 호질 10 - 나찰사냥꾼 21.05.16 47 3 27쪽
9 호질 9 - 해후 21.05.15 53 2 20쪽
8 호질 8 - 박제가 되어버린 여신을 아시오? +2 21.05.15 52 1 18쪽
7 호질 7 - 세상 끝의 불꽃 21.05.14 63 3 29쪽
6 호질 6 - 종이호랑이 21.05.13 143 4 37쪽
5 호질 5 - 청컨대, 이제 더는 21.05.12 210 6 25쪽
4 호질 4 - 가슴에 별을 품는다는 것(1) 21.05.12 134 6 23쪽
3 호질 3 - 호랑이가 꾸짖었다(1) +4 21.05.12 152 4 16쪽
2 호질 2 - 바보 황태자 +2 21.05.12 245 9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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