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니알아서. 님의 서재입니다.

불멸의 여신과 별을 쫓는 사냥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니알아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4
최근연재일 :
2021.06.22 12:0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3,573
추천수 :
93
글자수 :
622,086

작성
21.05.17 12:00
조회
38
추천
2
글자
29쪽

호질 12 - 철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DUMMY

6.


잠시 후, 언샤와 소녀는 서울 대문 앞에 서 있게 되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체 계속해서 굳게 닫힌 대문과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저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 보부상단이나, 상인단이나, 용병단 등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언샤는 그들과 함께 이 성을 나갈 계획이었다.


애초부터 언샤에게 말이 필요했던 이유는 낮과 수많은 인파를 싫어하는 나찰들이 나타나는 밤이 되기 전에 다른 마을로 이동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얘기하면 낮 동안만 이동하거나, 수백 명에 달하는 인간을 모을 수만 있다면 밤에도 나찰의 위협이 없이 나찰의 영토에서 지낼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륙의 상인, 용병, 군인 등 나찰의 영토를 건널 필요성이 있는 이들은 모두 수백 명 단위로 무리를 짓는 게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언샤는 어차피 말을 구할 수 없다면, 천천히 이동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여행단에게 돈을 지불하는 걸로 같이 여행하자고 부탁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기도 했고 말이다.


물론 서울은 아까 전 여신이 직접 설명했던 대로 교류와 무역이 매우 적어져서 본래라면 하루에 여러 차례 열려야 할 성문은 아주 굳게도 닫혀 있었으나.

그럼에도 언샤는 결국은 한참의 인내 끝에 수백 명의 인파들이 성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들은 백여명 가량의 승병단이었다.

온몸의 털을 깎았기에 털이 하나도 없는 게 특징이며 온갖 거대한 장병기를 든 승려와 승병들.

그들은 마치 전쟁이라도 나서는 듯 중무장을 한 채 수레를 끄는 짐꾼들 이백여 명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언샤는 저들에게 말을 걸고 같이 여행을 가도 되겠냐고 제안하는 것만으로도 도시를 떠날 수 있게 될 터였다.


마지막 관문, 마지막 결정.

저들을 따라가는 순간 더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언샤는 한참 동안이나 대문을 열고 나갈 준비를 하는 그들을 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이는, 그가 겁쟁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야 수많은 나찰들이 들끓은 지역으로 나가는 건 굉장히 공포스러운 일이긴 했으나.

그럼에도 화신과 싸워 이기는 것보다는 훨씬 가망 있는 일이었기에.

수백 명의 인간들이 함께 한다면 바깥세상도 충분히 안전하다는 것을 전쟁 때 경험을 통해 배웠기에.

살기 위해서는 도망치는 게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었기에.


도망치면 그냥 모든 게 해결된다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명쾌한 결론만이 남았음에도 복잡하고 부글부글 끓는 심정은 도저히 나아지지를 않고 있었다.


언샤는 한참 동안이나 자기 자신의 내면과 싸우며 갈팡질팡했다.


내가 정말 떠나버리면 이 도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아니 알아서 잘 살아가겠지 자신이 뭐라도 된 것처럼 착각하지 말라고.

자신이 특별한 인간이라고 착각하는 건 정신병이며, 나는 아무것도 아닌 놈이다.

하지만 내가 아니면 누구도 해낼 수 없다는 누이와 여신의 말이 계속 떠오른단 말야.


언샤가 그렇게 서로 상충되는 자신 내면의 모순과 싸우며 고뇌하던 도중.

자신의 뒤에서 말을 걸어오는 한 소녀 때문에 또 김이 팍 새게 되었다.


"오, 저들과 함께 가면 쉽게 도시를 떠날 수 있겠구나. 이게 말이 없어도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인 겐가. 언샤 그대 치곤 머리 좀 썼구나."


"······아니 왜 계속 쫓아오는 거야?"


"몇 번이고 말하지 않았느냐. 나는 천리안으로 이 나라와 그대를 어린 시절부터 계속 지켜봐왔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저 거짓 화신으로부터 이 나라를 구할 자는 언샤 그대밖에 없다고 말이다."


"진짜 이해가 안가네? 나 같은 놈의 대체 어딜 봐서 날 그렇게 믿어주는 거야? 이제 슬슬 질릴 때도 안됐어?"


"질릴 턱이 있겠느냐. 나는 이미 10년도 넘게 그대를 기다려왔다. 거기에 나는 봉안되기 전에도 3천 년을 살은 여신. 3천년 이나 봉인된 지금은 이제 그 나이가 6천 세에 이르렀다. 그러니 그 인내심도, 시간에 대한 척도도. 평범한 인간인 그대와는 아주 다른 게야."


"그래. 인내심 없는 평범한 인간이라 미안하네요."


"그렇도다. 그대는 한낱 평범한 인간. 나는 여신. 그러므로 인간인 그대가 조금 방황하는 정도로는 내게 어떠한 실망조차 줄 수 없도다. 완벽한 존재인 신과 달리 방황하지 않는 인간, 실수하지 않는 인간 따윈 없으니 말이다."


"하, 그러셔."


언샤는 이 자칭 여신이 왜 자신을 따라다니며 계속해서 설득을 시도하려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한 가지 이 꼬마를 골려줄 좋은 방법이 생각났기에 그걸 그대로 시도해보기로 했다.


"자, 그래. 여신님. 네가 진짜 여신이 맞다면, 그 천리안이란 걸 직접 보여줘. 지금 누나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한 번 맞춰봐."


언샤는 이 난감한 질문에 이 소녀가 대체 어떻게 대답할지 참으로 기대가 됐다.


어차피 천리안이 진짜든 가짜든, 언샤가 그걸 알아낼 방법은 전혀 없었기에 이 소녀가 뭐라 대답하든 모두 의미가 없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진짜로 맞춰도 알 방법이 없고.

어설프게 대답하면 수상해 보일 뿐이니.


이 자칭 여신을 놀려먹기에 이만큼 훌륭한 질문은 없었다.


언샤는 이 소녀가 당황하여 대충 얼버무릴 것이라 예상했지만.

소녀의 대답은 아주 의외인 것이었다.


"아, 그건 불가능하도다."


"왜?"


"아까도 말했지 않느냐. 나는 이제 머리밖에 남지 않았고, 이 몸이라도 만드느라 그나마 남은 아스트라를 거의 다 써버려서 쓸 수 있는 능력이 별로 없다고."


"그러고 보니 아까 분명 그렇게 말했었지. 의외로 사기 치려고 준비해둔 각본이 굉장히 일관적이구나."


"사기가 아니라 사실이다. 또 어차피 내가 천리안을 쓸 수 있다고 해도 그대가 내가 본 광경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음, 맞는 말이야."


언샤는 이 소녀가 의외로 계속해서 일관되며 모순 없는 말만 한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면서도.

이 모든 게 잘 짜인 계획이자 사기극이며 황녀의 손에 놀아나는 게 틀림없다는 가정을 절대 버리지 않으며.

결국에는 소녀의 말이 옳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소녀가 진짜 여신일 수도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


누이처럼 쉽게 사람을 믿는 일 따위, 언샤에겐 불가능한 것이다.


평생 동안 타인에게 무언가를 기대받아본 적이 없는 언샤는 별 이유도 없이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을 절대 믿을 수가 없었다.


고작 믿음이나 신념 하나 때문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는 이들을 결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평생 도망치고, 외면하며, 그저 지켜보기만 하고 살아왔으니.


이 소녀가 자신을 믿어주면 믿어줄수록, 언샤는 더더욱 자신감을 잃고 더욱더 도망치고 싶어질 뿐이었다.


언샤는 결국 떠나기로 결심했다.


언샤는 승병들 무리에 섞여, 그들 몇몇과 대화를 나누고는 이내 덩치가 이만큼이나 크니 싸움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이유로 그들의 여행길에 쉽게 동참할 수 있게 되었다.


언샤는 그들 중 수레를 끌고 있던 한 비구니와 함께 수레를 끌며 이동하게 되었다.


그리고 소녀는 그 수레에 타고 계속 언샤를 따라오게 되었다.

참 질리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쉽게도 서울을 떠났다.


승병들의 여행 목적지는 알 실라의 북쪽 나라인 도나우국이었기에.

그들과 계속 함께 가기만 한다면 언샤가 원하는 대로 쉽게 이 나라를 벗어날 수 있음이 틀림없었다.


마치 세상이 언샤가 이 도시를 떠나기를 원하는 듯한 천운이었다.


언샤는 우연히도 같이 수레를 끌게 된 비구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한나절 정도면 쉽게 걸어서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남쪽 마을로 향하게 되었다.


언샤는 수레를 끌면서 비구니와 말문을 트게 되었다.


"고맙습니다, 대인. 혼자서 끌면 엄청나게 힘든데. 둘이서 끄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네요."


"아뇨, 스님. 가시는 길에 제가 무임승차하는 것뿐인데. 제가 오히려 감사할 일이죠."


"근데 대인, 대인께서는 그 좋은 옷이나 털의 윤기를 보건대 상당히 부유하신 분 같은데. 무슨 일이 있으시길래 저리 어린아이와 둘이서 여행을 떠나십니까?"


"그냥 남들에게 말하기엔 부끄러울 수준인 사정이 하나 있습니다."


언샤는 진짜로 부끄러운 일이었기에 그렇게 말했지만.

그 발언이 비구니에겐 겸손한 듯 들렸는지 비구니는 그냥 싱겁게 웃을 뿐이었다.


언샤는 계속 수레를 묵묵히 끌다가 문득 호기심이 동해 이 승병들은 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많은 짐꾼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지 궁금해지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저야 그렇다 치고, 이렇게 수많은 승병들과 짐꾼들이 대체 왜 도나우국을 향하는 겁니까? 절에서 무슨 사업이라도 하는지요?"


언샤는 이들의 행선지가 도나우국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도나우국에는 무역 도시인 런던데리가 있었기에, 대체로 그 도시를 향하는 건 보부상단이나 상인단이었지 승병들은 아니었다.


"아, 저희들은 흥륜사(興輪寺) 소속의 승려들인데. 도나우국에는 수많은 곡식을 구하러 가고 있답니다."


"곡식요?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곡식을 사 올 이유가 있습니까? 절에서 배급이라도 하는 건가요?"


"네. 대충 비슷하긴 하지만. 배급이 아니라, 보시(布施)랍니다 보시. 자비의 마음으로 아무 조건 없이 베푸는, 아슬란신의 정신이지요."


언샤는 그냥 던져본 말일뿐이었지만 비구니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그게 맞다고 답했다. 언샤는 그 대답에 순수하게 놀랄 뿐이었다.


비구니는 흥륜사의 승려들은 이런 식으로 몇 달이나 되는 거리를 걸으며 직접 곡식을 사와 죽을 끓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했다.


"정말 대단하군요. 자기 한 몸 챙기기도 팍팍한 세상일 텐데, 아무 이유도 없이 남에게 저렇게 베풀 수 있다니."


"그렇지요? 대단하지요? 그럼 혹시 대인도 출가하셔서 저희 절에서 일하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대인은 그 덩치가 산만한 것이 짐도 아주 잘 옮길 것 같아 보이는데. 대인 같은 사람이 있으면 한 번에 훨씬 더 많은 곡식을 사 올 수 있을 테니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게 될 거랍니다."


"아주 훌륭한 제안이지만, 저는 여행객이라. 이곳에 다시 돌아올 생각이 없거든요. 그래서 한곳에 오래 머물 생각이 없어요."


"그거 참 아쉽네요. 저희 흥륜사는 언제나 대인 같은 인재를 찾고 있으니, 불도에 귀의하고 싶으신 맘이 든다면 언제든 물어봐 주시길."


비구니는 아주 무심하게 마치 당연한 일이라는 듯 그렇게 말했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이 대륙에서 타국을 찾아가 물건을 사 온다는 것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건 위험한 행위였으니.


"참으로 대단하시군요.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이곳 바깥에는 나찰들이 엄청나게 들끓는데, 목숨을 걸고 타인에게 나눠주기 위한 음식을 사 올 수 있다니. 대체 무엇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입니까?"


고작 자기 자신 하나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도망치는 도중인 언샤 입장에선.

승려들이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그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질 않았다.


"뭐, 단순히 타인을 위한 것만은 아니지만요. 타인을 돕는다는 건, 곧 자기 자신을 돕는 일이랍니다! 이렇게 거창하게 말해도.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승려들이 아니고서야 그 누구도 식량을 구해올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크지만요. 그야말로, 우리가 아니면 대체 누가 해내리! 그 사명감이 저희들이 목숨을 걸고 나찰과 싸워, 머나먼 길을 건너 곡식을 가져올 수 있도록 만들어주거든요."


그렇다.

승려 혹은 승병이란 이 서울에 있는 모든 조직을 통틀어서 군대, 황실, 보부상, 용병단, 나찰사냥꾼과 함께 나찰들의 영토를 건너다닐 수 있는 몇 안 되는 무력집단 중 하나였다.


종교단체를 무력집단이라고 칭하면 언뜻 불경해 보일 수도 있으나.

출가한 승려들은 모두 종교인이기 이전에 여느 무관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훌륭한 무인들이란 건 명백한 진실이었다.


승려들은 무신 아슬란을 따르는 신도들, 고로 그들의 모든 무력과 무술은 외세로부터 호국을 이뤄내고 만민을 평화롭게 만들기 위한 것.


알 실라가 약해빠진 작은 왕국이었던 과거 시절에도.

적이 비록 소국 알 실라를 비웃더라도 그곳의 승병만큼은 그 누구도 비웃지 못했다는 말은 아주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였으며.


근 몇십 년간 알 실라의 영토를 끝도 없이 빼앗고 토지를 마음껏 유린하던 그 우량카이의 병사들조차.

사찰 근처에는 얼씬조차 하지 못했기에 살기 위해 절로 도망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를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럼 이 수많은 짐꾼들을 고용할 돈은 대체 어디서 난 겁니까?"


"그야, 다른 누구도 아닌 판테라 황제께서 승전식 때마다 저희 절에 엄청나게 많은 돈과 금괴를 시주하고 계시거든요. 그 돈 덕분에 저희들은 짐꾼과 타국의 용병들까지 고용해서 먼 곳까지 원정을 나가 많은 곡식을 사서 돌아올 수 있답니다."


언샤는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튀어나온 황제의 이름에 당황했다.


그야 황제가 승전금을 수많은 곳에 기부하고 있단 얘기는 이미 들었으나.

할아버지처럼 번 돈을 열심히 절에다 바치며 시주까지 하고 있었을 줄이야.


황제가 종교 얘기를 하는 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참으로 의외였다.



······그렇게 언샤는 그 후로도 한참이나 비구니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온몸의 털을 다 깎았는지 몸에 털이 하나도 없기에 그다지 아슬란족 답지 않은 모습인 비구니는 왠지 모르게 자신의 누이 파르다를 연상시킬 정도로 방정맞고 말이 많았으며.

외모 역시 이상할 정도로 누이를 떠올리게 하는 데가 있는 사람이었다.


언샤는 그토록 말이 많은 사람에게 장단을 맞춰주려 하니 기력이 빨려나가는 기분이었지만 어쨌든 딱히 할 것도 없었으므로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가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미쳐, 그들이 대체 어째서 타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지에 대해 묻고 싶어졌다.


그건 언샤의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를 괴롭혀온 난제였으며.

그럼에도 어떤 결론조차 나지 않아 그가 도망치고 싶게끔 만드는 질문이었으므로.


"승려님, 혹시 시장에서 배급을 받는 이들을 본 적이 있습니까?"


"네, 많이 봤지요. 배급뿐만 아니라, 저희 흥륜사를 찾아와 죽을 얻어먹는 수많은 사람들을 매일 보고 있습니다.


"그럼 그 사람들, 그러한 걸인들, 배급소와 절에 찾아와서 음식을 빌어먹는 사람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인. 그들은 걸인이 아니에요. 아마 가진 돈만 놓고 보면 어느 나라 부자들보다도 더 부유하겠지요. 거기에 그 자식들을 군에 입대시키고 자신들은 배를 곪고 있으니, 저 노인들 모두가 누구나 애국지사라 불리기에 충분한 사람들이겠지요."


언샤는 그리고 이 비구니 역시, 저 소녀가 했던 얘기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얘기를 한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소녀가 해준 이야기는 모두 거짓이 아닌 진실이었던 것이다.


"그냥. 저들 중엔 단지 농사를 지을 만한 체력이 있는 자, 그리고 타국에 나가 음식을 사 올 용기가 있는 자가 없을 뿐이에요. 나찰이 들끓는 바깥세상, 성 밖의 나라들에 다녀올 수 있는 건 저희 수도승들처럼 평생에 걸쳐 무술을 단련한 이들이나 수백의 용병을 부릴 돈이 있는 자가 아니고서야 불가능하니까요."


"그럼 아무리 그들이 애국지사이며, 훌륭한 자식들을 둔 노인들이라고 하나, 어째서 승려들은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저들을 위해 걸 수 있는 겁니까?"


"승려란, 모두 아슬란신의 가치를 믿는 자들이지요. 당신도 아슬란 화신의 권능인 대폭태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겠지요? 검정과 하양. 두 가지 음양의 색을 가진 그 권능은 아슬란신의 두 가지 측면, 용기의 두 가지 성질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흰색은 아군에 대한 끝없는 자비. 검정은 적에 대한 무자비함을 나타낸답니다. 그리고 승려들 역시 그 두 가지 가치를 따르는 존재지요. 이곳의 모든 수도승들은 무를 숭상하지만 그 무예를 오로지 중생들을 지키기 위해서만 사용하겠다고 맹세한 이들이거든요."


언샤는 그러한 믿음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었으나, 그러한 믿음을 실천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도저히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아슬란 신이 가진 용기의 가치가 위대하다고 해도, 결국 그것을 따르며 실천하는 승려들은 한낱 인간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런 인간이 대체 어떻게 신의 위업을 재현하며,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를 그대로 따를 수가 있단 말인가.


아무리 숭고한 가치라 할지라도 목숨과 경중을 겨룬다면 목숨의 무게보다 중한 것은 없을 진데.


"······힘들지 않습니까? 고통스럽지 않습니까? 후회는 없습니까? 목숨을 걸만한 가치가 있으며, 그만한 감사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아슬란족이 아무리 용기를 중시한다고 하나, 세상에 목숨의 가치보다 무거운 건 없으며, 일천만의 감사를 받더라도 그것이 단 하루의 수명보다 가치 있는 것이라 확신할 수는 없을 텐데."


승려란, 지금의 언샤에게 있어 무엇보다 불쾌하고, 가까이하기 싫은 존재였다.


그들은 자신이 하지 못하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존재였으니.

그들은 도망치지 않고, 이 부당한 현실에 맞서는 자들이었다.


타인을 위해 그 목숨을 거는 데에.

자신의 믿음을 위해 목숨을 거는 데에 어떤 망설임도 없는 자들이었다.


언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족속들.

본능적인 혐오감이, 불쾌함이, 그들을 부정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의 내면에서 끝도 없이 끓어올랐다.


그렇기에 그들이 내심 어떠한 초인도 아닌 평범한 이들이기를 바랐다.


"힘들지요. 고통스럽지요. 후회막심하지요. 목숨을 걸만한 가치는 없으며, 그만한 감사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승려가 대답한 말은, 참으로 실망스러우면서도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그들이 모든 것에 달관하며 생사를 초월한 초인이 아니었음에 실망하고.

그럼에도 그들 역시 자신과 같은 인간임에 만족스러웠다.


"그렇다면 어째서, 목숨을 거는 겁니까? 저는 방금 전, 세상 모든 것 중 목숨 단 하나보다 귀한 건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 믿어왔지요. 그런데 당신들은 어떻게 그러한 목숨을 타인을 위해 걸 수 있지요? 당신들은 고통이란 걸 느끼지 못하기라도 하는 겁니까?"


솔직히, 언샤는 그들이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자들이길 바랐다.

그들이 인간을 초월한 철인이기를 바랐다.


그들이 자신과 완전히 다른 존재라면.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불가해의 존재라면.


그들과 자신을 완전히 선 긋고, 나는 저들과 다르다고.

저들이 이상한 것이지 자신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그렇게 확실히 서로를 구분 지을 수 있음이 틀림없었으니.


하지만 이어지는 비구니의 대답은 여전히도 그런 기대를 산산이 부수기만 하는 것이었다.



저라고, 다른 승려라고. 누구 하나 고통스럽지 아니한 이가 어디 있을까요.


그러나 고통스러운 건, 저만이 아닌 저들 역시 마찬가지예요.


서울에 살며 굶주리며 사는 이들만이 아니라.

저들. 저들 모두.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넓은 대륙 곳곳에 살고 있는 이 사바세계의 모든 중생들.


이 세상의 모든 삶이 고통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음식을 나눠준다는, 보시를 한다는 단순한 일도.

세상만사는 무엇 하나도 쉬운 게 없답니다.


처음으로 나찰들을 뚫고 타국에 가 식량을 사 오자는 생각을 했을 땐, 다들 목숨을 버리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고.


그럼에도 그걸 실제로 행하는데 성공해, 몇의 승려가 그 목숨을 잃었으나 대부분은 살아서 돌아와 대량의 식량을 갖고 돌아왔을 때에는.

세상 모든 걸 얻은 기분이었지요.


흥륜사의 모든 스님들이 모두 기뻐했고.

또 서울 사람들도 아주 크게 기뻐하며 저희들에게 연신 감사의 말을 멈추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저희들이 세상 일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 건 바로 그때부터였어요.


저희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자비의 마음으로 목숨 걸고 가져온 쌀을 집집마다 나눠드렸는데······.


그랬더니 그 쌀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갖겠다고 서로 죽이는 사달이 일어나 버렸지요.


저희들의 경솔한 행동 때문에 아까운 생명이 그 목숨을 잃게 됐고.

저희는 어쩔 수 없이 절에서 직접 죽을 끓여 나눠드릴 수밖에 없게 됐답니다.


그리고, 그 후는 계속해서 반복이었어요.


목숨을 걸고 곡식을 사 올 때마다, 점차 이에 익숙해져 기쁨이나 성취는 줄어들고.

어느샌가 저희가 곡식을 나눠주는 것이 당연한 게 되어 감사의 말도 줄어들고.


거기에 더해, 황제께서 또다시 승전해 우리 절에 많은 금괴를 시주하실 때마다.

저희들은 끝도 없는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을 뿐이지요.


황제가 한 지역을 정복한다는 건.

그건 저희가 식량을 사서 돌아오기 위해, 더 머나먼 길, 먼 나라, 가본 적 없는 미지의 땅을 향해야만 한다는 의미였으니까요.


위대한 황제 폐하 덕분에.

저희는 대량의 곡식을 살 수 있는 많은 재산을 갖게 되었고.

날이 갈수록 더 위험한 세상에 몸을 던져야만 하게 되었고.

날이 갈수록 더 적은 감사를 받게 되었답니다.


분명 감사를 받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 아닌, 세상과 스스로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을 텐데 말이지요.


저희들은 결국 타인에게 고작 칭찬을 받고 싶어서.

착한 사람이라 인정받고 싶어서 자신을 희생하는 세상 제일 가는 멍청이들에 불과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야. 저희는. 판테라 황제가 펼치는 이상.

세상 모든 인간이 평등하며, 무엇 하나 다를 게 없다는 그 사상에.


누구보다도 평등함을 중요시 여기며 아군에 대한 자비.

적에 대한 무자비함을 강조하는 아슬란신의 신도로서.

황제가 펼치는 이상에 대해서는 무엇 하나 불평을 표하지 못하는 입장이긴 해요.


인간이 본디 인간에게 귀천 따윈 없고.

가난한 자도 부자도 없으면 모두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건 지극히 당연해요.


근데 그건, 그저 이상일뿐이에요.


아슬란신과 판테라 황제는 모든 인간이 모두 동일하게 존귀하다 말하지만.


차별 없는 실제 현실의 단순한 사실로서, 모든 인간은 존귀하지 않아요.

어떤 인간은 귀하고, 어떤 인간은 천하지.


그건 인간이 어리석기 때문이에요.

황제의 이상을 전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인간은 황제가, 하늘의 아들이 이 세상에 강림해 우리 모두에게 평등을 내려도.

우리 모두 존귀하다고 말해주어도.


결코 그걸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아주 어리석고 멍청하고 이기적인 존재이니까요.


인간은 자신이 어리석다는 것을 모르기에 어리석은 것이지만.


만약에 기적이 일어나 우연히도 그 사실을 깨닫게 되는 날이 온다 해도.

그럼에도 인간이 어리석다는 사실이 바뀌는 건 아니에요.


그러니 저는, 그러한 어리석은 존재 중 하나답게, 너무나 두려워하고 있어요.


이 이상 전쟁에 계속 이기다간.

이 이상 알 실라 제국의 영토가 넓어졌다간.

곡식을 구하기 위해 계속 더 먼 나라로 나가게 되었다간.


결국 우리들은 모두 굶어 죽어 버리고야 말 테니까요.



"······좋은 말씀, 잘들었습니다. 진짜 승려다우신 설법이었습니다. 하긴 그렇게 삭발하고 다니는 게 승려가 아니면 대체 뭐겠냐마는."


"아, 저 이거 삭발한 거 아닌데요. 저는 털 없는 고양이인 스핑크스(Σφίγξ)의 정수를 타고났어요. 그래서 태어날 때부터 털이 단 한올도 없었답니다."


"······?"


"어릴 때부터 친구들한테 무슨 비구니도 아니고 어떻게 몸에 털이 하나도 없냐는 말을 계속 들었거든요. 그래서 진짜 비구니가 되기 위해 출가했죠."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출가 사유였다.


아슬란신도 자신의 신도가 고작 저런 이유로 승려가 되어 세상 사람들을 돕고 다닌다는 말을 들으면 아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겠지.


그리고 언샤는 고작 그러한 이유로 출가하여 타인을 돕는 데에 자신의 목숨을 걸 수 있는 자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어떤 대단한 이유나 과거가 하나도 없더라도 타인을 목숨 걸고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탄했다.


"뭐, 홧김에 출가한 거까진 좋았는데. 아슬란족 수도승이란 건 그냥 신의 가르침을 잘 이해하는 것만이 아니라 무예까지 훌륭해야 하는 법이더라구요. 근데 다른 대형종 고양이의 정수를 타고난 데다가 엄청나게 수련을 많이 한 날고 기는 승려들을, 집고양이에 털이 없어서 피부도 아주 약해빠진 스핑크스의 정수를 타고난 제가, 이길 수가 있겠냐구요."


"뭐 싸움에서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체급이란 걸 부정할 순 없죠."


"네. 근데 저는 그래도 일단 엄청 강하답니다? 황궁의 계방에 초청받아서 파르다 황녀님 선생으로 일해본 적도 있다구요. 그런데도 이 절엔 말도 안 되는 괴물들 밖에 없어서 저 같은 건 그냥 길고양이 한 마리 수준 밖에 안 되는 게 문제구요. 그런 말도 안 되는 현실 때문에 저는 결국 이렇게 짐꾼 같은 일만 하게 되면서 말만 많고 불만만 많은 불량 비구니가 됐다구요."


"자기가 말이 많다는 건 잘 알고 계시니, 그래도 다행이네요."


"그럼요,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종교쟁이 노릇도 하는 법이지."


언샤는 그 이후로도, 비구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한 나라의 왕자였던 아슬란신이.

세상 모든 호화를 누리다가 결국 성문 밖에서 아주 강했으나 결국엔 늙어버린 노인, 병든 노파, 죽은 병사, 그리고 출타한 승려를 보게 되는 것으로.

단 번에 생로병사의 모든 진리를 깨닫고 왕자의 자리를 내던지고 출타하여 승려가 됐다는 이야기.


아무리 자신이 살아온 삶이 보잘것없고 큰 의미가 없던 것이라도.

타인을 돕는 데에는 이유 같은 건 필요 없다는 이야기.


비구니는 그런 이야기를 마치 절친한 친구에게 하듯이 아주 즐겁게도 해줬으며.


언샤는 도대체 언제 본 적 있다고 계속해서 친한 척하며 들러붙는 비구니의 태도가 참으로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전혀 싫지는 않았다.


그 외모도, 목소리도, 태도도, 왠지 모르게 자신이 성에 두고 도망쳐 온 누이를 떠오르게 했기 때문일까.


그게 아니라면 평생 그런 누이한테 별 불만도 내비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해온 경험 때문에.

여성이 뭐라 하던 싫다고 내색하지 못하는 게 습관이 되었기 때문일까.


"자,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했네요. 오늘 목적지인 마을이에요."


비구니는 짐수레를 끌고 오느라 땀범벅이 된 승복의 긴 소매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언샤는 빽빽이 박힌 목책이 성벽을 대신하는 작은 마을에 들어가서 쉬게 되었다.


"그럼 저희는 내일 아침에 다시 출발하니, 알아서 잘 곳을 찾으시며 쉬다가 아침에 다시 합류해 주세요. 정 잘 곳을 못 구하시면 승려들 천막에 오셔도 좋고."


언샤는 그렇게 비구니와 헤어지고 잠을 청할 곳을 찾으려다, 문득 생각이 미쳐 질문을 하게 되었다.


"네. 그런데 보살님. 저희 혹시, 어디서 만난 적 있었습니까?"


"글쎄요.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 것이겠지요."


"그럼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아. 제 이름요? 그러고 보니 통성명도 안 했었네요. 제 이름은 수자타랍니다. 당신의 이름은 아마······."


"제 이름은, 언샤입니다. 기억해 둘 필요는 없어요."


"네, 언샤님. 그럼 혹시, '호원(虎願)'이란 이름을, 아시나요."


"아뇨. 그런 이름은 모릅니다."


"그렇군요. 그냥 해본 말이니, 잊어주세요. 내일까지 잘 주무시구요."


"예. 내일 또 만나지요."


언샤는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숙소를 찾아 떠났다.


호원이란, 비구니의 죽은 이모의 이름이었다.


이는 알 실라의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을 이름이기도 했다.


그리고 언샤가 그 이름의 의미를 모른다는 건.

그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이 즐겁게 읽으실 수 있는 소설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불멸의 여신과 별을 쫓는 사냥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사문유관 7 - 개꿈의 반대말은 고양이 꿈 +6 21.05.27 48 1 29쪽
30 사문유관 6 - 세상 모든 힘 21.05.27 27 1 34쪽
29 사문유관 5 - 늘어선 세계 21.05.26 27 0 27쪽
28 사문유관 4 - 내가 바로 아슬란 21.05.26 29 2 25쪽
27 사문유관 3 - 한혈마 아할 테케 21.05.25 67 1 27쪽
26 사문유관 2 -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이 있다 21.05.25 36 1 17쪽
25 사문유관 1 - 사람 사는 세상 +2 21.05.24 43 2 24쪽
24 호질 완 - 가슴에 별을 품는다는 것(2) 21.05.23 32 1 25쪽
23 호질 23 - 창귀들의 노랫소리 21.05.23 36 1 20쪽
22 호질 22 - 비취와 청금 21.05.22 32 1 12쪽
21 호질 21 - 가장 아름다운 꽃은 21.05.22 32 1 11쪽
20 호질 20 - 호랑이가 꾸짖었다 (2) 21.05.21 36 2 16쪽
19 호질 19 - 호원(2) 21.05.21 31 1 31쪽
18 호질 18 - 호원(1) 21.05.20 31 1 29쪽
17 호질 17 - 기호지세 21.05.19 39 1 31쪽
16 호질 16 - 거사 21.05.19 38 1 19쪽
15 호질 15 - 집 나간 탕아 21.05.18 45 1 38쪽
14 호질 14 - 하나밖에 없는 목숨 21.05.18 41 2 15쪽
13 호질 13 - 용의 꼬리 21.05.17 47 3 23쪽
» 호질 12 - 철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21.05.17 39 2 29쪽
11 호질 11 - 사사로운 인간사 21.05.16 47 2 17쪽
10 호질 10 - 나찰사냥꾼 21.05.16 48 3 27쪽
9 호질 9 - 해후 21.05.15 54 2 20쪽
8 호질 8 - 박제가 되어버린 여신을 아시오? +2 21.05.15 52 1 18쪽
7 호질 7 - 세상 끝의 불꽃 21.05.14 64 3 29쪽
6 호질 6 - 종이호랑이 21.05.13 144 4 37쪽
5 호질 5 - 청컨대, 이제 더는 21.05.12 211 6 25쪽
4 호질 4 - 가슴에 별을 품는다는 것(1) 21.05.12 134 6 23쪽
3 호질 3 - 호랑이가 꾸짖었다(1) +4 21.05.12 153 4 16쪽
2 호질 2 - 바보 황태자 +2 21.05.12 245 9 2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