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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알아서. 님의 서재입니다.

불멸의 여신과 별을 쫓는 사냥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니알아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4
최근연재일 :
2021.06.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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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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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호질 7 - 세상 끝의 불꽃

DUMMY

5.


꿈을 꾸었다.


어린 시절, 세 남매가 함께 대문 시장에 나갔었던 추억.


그 추억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꿈이었다.


십여 년 전.

승전 축제가 펼쳐지는 시장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신과 같은 무예를 지닌 화신의 존재를 칭송하고 있었으며, 그 모든 사람들이 술에 흥청 취해 음주 가무를 즐기고 있었다.


거리엔 온갖 먹거리가 넘쳐났으며, 폭죽이 끝도 없이 터져 나왔고, 담벼락엔 온통 아름다운 연등 장식이 가득했으며, 각종 곡예사들이 부채 놀이나 줄타기, 기둥 거꾸로 오르기 등의 여러 곡예를 선보이고 있었다.


그 모두를 마음껏 즐기는 이들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사람들은 모두 황제의 이름을 연호하며, 황제 덕분에 이러한 풍요의 시대가, 승리만이 가득한 시대가 찾아왔다고 노래 불렀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몰래 황실에서 빠져나온 우리 세 남매를 알아보고는, 그 머리를 쓰다듬고는 복덩어리가 시장 거리에 나왔다며 우리들을 헹가래치며 축복하곤 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우리 남매를 사랑해 주었으며, 우리의 앞날엔 밝은 미래 만이 가득할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형이 말했다.


형은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불타올랐기에, 그 살갗은 모조리 검게 탄화되어 숯과 하나도 다를 바 없었으며, 맞잡고 있던 그 손은 수분하나 남지 않고 말라비틀어져 뼈조차도 잿더미가 되어버린 손가락만이 있을 뿐이었다.


형의 몸은 그 순간에도 계속해서 재가 날리며 무너져내리고 있었고, 두 눈동자는 모두 불길에 끓어올라 그 머리에 난 구멍엔 오로지 깊은 심연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그 깊고 깊은 두 눈구멍으로부터. 형이 말했다.


"이 형의 원통함을 져버릴 거니? 너에겐 복수심이란 게, 인간다운 감정이란 게 전혀 없는 거니?"


끝도 없는 매캐한 연기가 치솟아 오르고, 수많은 시체가 하늘 높이 쌓여 불타올라 그 무엇도 남지 않은 시장 한가운데서, 탄화된 시체인 형이 말했다.


그리고 언샤는 꿈에서 깼다.



"······악몽을 꾸셨습니까?"


잠자리 옆에 무릎을 꿇고 대기 중이던 궁녀 마키가 말했다.


"아······, 그래. 언제나 꾸던 그 꿈이야."


"그거 참 안된 일이로군요. 초조반(初朝飯)상이 준비되었으니 드시면서 조금 안정을 취하시지요."


궁녀 마키는 사람을 불러 작은 식탁과 음식을 내왔다.


초조반이란 황실 사람들이 새벽 일찍 일어나 먹는 식사를 가리키는 말로, 대체로 죽이나 미음 등 원기를 차리기에 좋으면서도 속에 부담을 주지 않는 소화가 잘 되는 음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수저를 들고 평소와 별반 다르지도 않은 아침찬을 뒤적이던 중, 문득 생각이 미쳐 언샤는 옆자리에 앉아 있던 궁녀 마키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마키 너, 궁녀 그만둔 지 몇 년이나 지나지 않았었나?"


"······."


마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언샤는 웬일로 대답이 없나 싶어 식탁에서 고개를 돌려 마키를 바라보았고, 곧 그곳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방금 전까지 곁에 있던 마키는 마치 신기루처럼 허상이 되어 허공에 흩어져 사라졌다.


"이게 무슨······."


언샤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다, 새된 비명을 내질렀다.


방금 전까지 수저를 놓고 먹고 있던 자신의 식탁 위의 죽이, 그 쌀알이 모조리 다른 무언가로 바뀌어 있는 걸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사람의 머리였다.

아주 작고, 쌀알처럼 작고 촘촘한, 수많은 잘린 머리들.


원숭이, 고양이, 염소, 양, 돼지, 사슴, 범고래, 소, 새, 말, 토끼, 용, 개, 그 외 이름 모를 여러 동물들의 잘린 머리.


12 인간종이라 불리는, 짐승과 닮은 인간들의 수급, 두개골.

그것이 한상 가득 차려져있었다.


언샤는 그 비현실적인 광경에 비명을 질렀고.


그다음 순간 자신이 입고 있던 옷, 붉은 비단 위에 금색 실로 세 마리의 호랑이를 새긴 황태자의 상징인 홍호포가.

어느새 인간의 붉은 피로 염색된 인간 가죽이라고 밖에는 부를 수 없는 기묘한 질감을 가진 것으로 변해 있던 것 또한 발견해냈다.


이에 언샤는 또다시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자지러졌고, 자신이 쓰러진 바닥은 끈적한 사람의 피가 늘러 붙어 굳어져 만들어진 것이란 걸 깨달았다.


그리고 갑자기 녹아내려 온몸에 끈적하게 눌어붙은 피가 마치 늪처럼 자신을 끝도 없이 삼키기 시작했고.


그가 이에 경악하며 겨우 벽으로 도망치자, 곧 그 벽은 수많은 인간의 뼈를 이어붙여 만든 것이란 걸 깨닫고 말았다.


자신이 누리는 모든 것.

자신이 입고 있는, 먹고 있는, 살고 있는, 그 모든 것이 수많은 사람들의 피요, 가죽이요, 잘린 머리요, 조각난 뼈라는 사실을.

자신만이 모르고 있었다.


그는 시체의 산 위에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걸 깨달은 순간, 그 모든 것은 타오르는 업화로 바뀌었다.


바닥이 불타고, 식탁이 불타고, 음식이 불타고, 그의 옷 또한 불타고, 태자궁 또한 불타올랐다.


이제 곧 자신 또한 폐황태자처럼 불타오를 운명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럼에도 언샤는 추하게 바닥을 기며, 자신의 온몸에 달라붙은 마치 지옥의 망자와도 같은 그 업화를 뿌려치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럴수록 불은 더욱 타올라, 자신의 몸의 모든 것을 불태웠다.


언샤는 살아있는 채로 불타올랐다.


그의 죄업이 마치 세상 끝의 불꽃인 겁화처럼 불타올랐다.


그러면서도 언샤는 끝도 없이 추하게, 계속해서 발버둥 치며, 끝도 없이 이기적으로 외쳤다.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다고. 내가 대체 뭘 했다고 이러는 것이냐고.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불타오르는 태자궁 한가운데에,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태연히.


불타오른 서까래가 천장으로부터 무너져내리는데도 전혀 두렵지 않은듯 위풍당당히.


등을 돌리고 있어 그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무릎에 닿을 듯 치렁치렁하게 기른 은발이 불꽃을 반사해 마치 황금처럼 빛나고 있는 것만큼은 그 불꽃 속에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그것이 그대의 운명이니라. 그대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결코 바꿀 수 없는 숙명. 그대의 죽음. 그대의 미래.〃


여인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위풍당당하며 마치 목소리가 아닌 머릿속에서 직접 울리는 듯해, 마치 현세의 것이 아닌듯했지만.


언샤는 그 여인의 정체를 도저히 알 수가 없는 채 오로지 그 자의 옷자락에 추하게 매달리는 것 이외엔 무엇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살려달라고, 자신은 죽고 싶지 않다고 불타오르는 혀로 외쳤다.


〃그 미래를 바꾸고 싶다면, 나를 찾거라. 나를 깨우거라. 나는 언제나 그대 곁에 있나니.〃


여성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언샤는 잿더미도 남기지 못한 채 불타올랐다.

죽어서 이름도, 가죽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꿈에서 깼다.




언샤는 온몸의 털이 모두 땀에 흠뻑 젖은 채 이부자리에서 일어났다.


······. 또 그 꿈이었다.

꿈속의 꿈. 마치 지옥도와도 같은 광경, 불타오르는 자신의 모습, 정체 모를 은발의 여성.


지난 십 년간 질리도록 계속 꿔온 꿈이었다.


언샤는 꿈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어젯밤 있었던 일에 생각이 미쳤다.


자신을 걱정해 주며 그에게 기대를 품은 누이에게 그저 있는 대로, 쌓여 있던 모든 걸 내뱉은 이기적이고 역겨운 기억.


그러한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거짓일 터였지만.


그렇다고 지금 와서 자신이 잘못했다고 솔직히 말할 수 있을 만큼 언샤는 대범한 자가 아니었다.


그냥, 이제는 모든 게 싫어졌다.


꿈속의 꿈도, 황태자란 이름도, 미치광이 성군 판테라도, 반정을 하자고 질리도록 이상을 강요하는 황녀도. 이제는 그저 지치기만 했다.


아무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그럼에도 죽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언샤는 그냥 도망치기로 했다.


자신을 옭아매는 모든 굴레는 결국 그가 황태자이며, 그가 황제의 피를 물려받았고, 그가 이 황궁에서 살기에 생겨나는 것.


반대로 말하면, 황태자가 아닌 언샤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문득 황태자가 아니게 되면 그만인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세상만사 모든 문제란 결국 아주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생각하기에 생겨나는 법이었기에.


그래서 언샤는 그냥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었고, 궁중의 모든 사람은 새벽 일찍부터 아주 바빴기에 그 누구도 그에게 관심이 없었으므로 6명의 호위를 모조리 때려눕혀 기절시킨 후.

그다음 수수한 흰옷으로 갈아입은 뒤에 수라간으로 쳐들어가 음식을 갈취하고 나서 담벼락을 넘어 빠져나가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언샤가 높디높은 호압궁의 담벼락을 넘기 위해 도약할 거리를 재던 도중, 등 뒤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언샤. 거기 서보렴."


그건 어제 크게 싸웠던 누이의 목소리였고.

언샤는 도약을 하려던 도중 예상외의 목소리를 듣고 놀라 그대로 바닥에 얼굴부터 박으며 처참히도 넘어졌다.


흙먼지가 날리며 언샤의 은빛 털이 모두 먼지로 덮였다.


"뭐야, 진짜. 누나였어? 놀랐잖아!"


언샤는 바닥에 쓰러진 채 고개만을 돌려 등 뒤에서 나타난 파르다 황녀에게 소리쳤다.


"왠지 모르게 불안해서 와봤더니. 지금 대체 뭐 하는 거니?"


"뭐긴 뭐야. 도망치려는 거지."


"도망쳐? 왜 갑자기?"


"여기선 매일 같이 기분 더러운 악몽 때문에 제대로 잠도 못 자겠고. 여기 남아 있으면 계속 누나가 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고 아무 승산도 없는 거사를 하자면서 계속 나를 설득하려 들 거 아냐."


"하아, 승산이 없지 않단다. 고이가 죽고 나서 많은 게 바뀌었으니 지금이 때가 되었다고 판단해 거사를 일으키고자 한 거지."


"하, 그러셔? 대체 뭐가 바뀌었는데? 고이가 부리던 병사들이라도 잔뜩 손에 넣었어? 근데 누나는 전장에 나가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르나 본데, 일개 병사가 아무리 많이 모여봤자 황상한테는 못 이겨."


언샤는 본심으론 누이에게 더는 화를 내고 싶지 않았으나, 알량한 자존심을 포기할 수가 없어 계속 삐딱한 태도를 유지하며 말대꾸를 했다.


또한 자신이 논리적으로도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렇게 대꾸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애초에 판테라 황제는 역사상 최강의 화신이다.


이 알 실라에 있는 모든 병사를 다 끌고 와도 이길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없는 자인데 대체 어떻게 그를 죽이고 황좌를 차지할 수 있단 말인가.


"고이가 남긴 병사를 받은 건 아니지만, 그가 남긴 유산을 물려받긴 했단다."


"뭐? 유산? 돈? 돈으로 용병이라도 사려고?"


"하, 동생아. 너는 왜 그렇게 사고방식이 일차원적이니."


"매일 같이 수많은 스승에게 둘러싸여 자란 누나랑 달리 제대로 배워먹질 못한 무식한 놈이라 그렇거든요."


"언샤야, 너도 7일 전 고이가 죽을 때 어전에 서있었으니 얘기를 들었겠지만, 이 세상엔 '옛 무구' 혹은 '사멸신장'이라고 해서 신을 죽일 수 있다고 알려진 무기들이 잔뜩 있어."


"그래서? 그 얘기를 들었으면 알겠지만. 황제는 그런 무기를 찾자마자 전부 부숴버렸다는데. 지금 와서 그걸 찾아보자고? 황상에게 들키기 전에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러한 무기에 대한 전설이라면 언샤 역시 들어보았으나, 전장에서 그런 무기들이 황제의 손에 직접 부서지는 걸 계속 봐온 언샤로서는 도저히 그런 전설이 신뢰가 가질 않았다.


애초에 무기가 강하면 무슨 소용인가.

제대로 써보기도 전에 화신인 황제에게 무기 사용자가 먼저 죽임을 당하면 아무 소용도 없는데.


10만 대군이 모였던 울란바토르에도 그러한 옛 무구를 가진 장군들이 수십 명은 판테라 황제에게 덤볐었으나.

그들 모두가 무기를 써보기도 전에 죽임 당했었던 게 아직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었다.


"이미 찾았다면? 이 황궁 안에 사멸신장이 봉인되어 있다면?"


"글쎄. 한 번 보고? 똑같이 사멸신장이라 불리긴 해도 옛 무구들에 담긴 능력은 각자가 모두 다르니까. 그게 정말로 황제에게 이길 만한 무기라면, 정말 승산이 있다면. 나도 그 거사가 허무맹랑한 소리라고는 안 할게."


"그래. 그럼 지금부터 그 봉인된 사멸신장을 찾으러 가자꾸나."


"뭐? 지금 당장?"


"그래. 그건 여기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거든."


"하, 알겠어. 이번 한 번 만이야. 그리고 무기가 영 신통치 않다 싶으면 나는 거사에 참여 안 할 거고."


언샤는 사실 그놈의 거사를 도울 생각이 전혀 없었으나.

어젯밤 누이에게 소리를 지른 게 미안하기도 했고.

또한 고이가 숨겨놨다는 그 무기가 대체 어떤 것이길래 자신이 황상에게 이길 수 있을 거라 확신했는지 궁금하기도 했기에.


결국 무구를 찾고 그것이 어떤 것인지 확인할 때까지는 조용히 누이가 하는 말을 따르기로 했다.


어차피 거사를 반드시 돕겠다고 확언한 적도 없으니.

언제든지 말을 물릴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뒀기에 걱정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고이가 남겨놨다는 유산, 신을 죽이는 무구를 찾기 위해 출발하게 되었다.


낮 시간대라 대부분의 관리들은 궁궐 내부의 각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순찰병들 역시 이상할 정도로 보이지 않아 호압궁은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폐허처럼 고요했다.


"뭐야, 오늘따라 왜 이렇게 사람이 없지? 순찰 도는 경갑사들은 어딜 간 거야?"


"고이의 부하한테서 황궁 내부에 옛 무구가 봉인되어 있다는 정보를 얻고 나서 순찰과 입직(入直) 근무 순서를 교묘하게 조작해놨거든. 지금 근무 중인 경갑사는 모두 내 사람들이야."


"하, 그래서 이렇게 고요한 거구만. 권력도 있고 따르는 사람들도 많은 복 받으신 인생이라 참 좋으시겠어."


"우리가 거사에 성공해 황좌를 차지하고 나면, 네 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이 생기게 될 테니 기대하렴."


"뭐, 바보 황태자님에게 부하가 생긴다고? 정말 허무맹랑한 얘기네."


그렇게 두 사람은 계속해서 황궁의 정중앙을 향해 걸어갔고.

그 도중 몇몇 경갑사와 마주치긴 했으나 그들은 황녀와 황태자를 향해 조용히 배사를 올릴 뿐 아침부터 영 수상한 곳을 향하는 황손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 모두가 황녀가 미리 준비해둔 이들이었으니 당연한 일일 터였다.


두 사람이 계속 걸어 그렇게 그리 넓지도 않은 황궁 부지 내를 계속 걸어 도착한 곳은, 궁 내부에 있는 아주 작은 사찰, 내원당(內願堂) 호압사였다.


일단 호압사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어 있긴 했지만, 사실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로 아주 작은 법당 하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이곳에 굳이 법당을 만들어둔 건, 호압궁이 만들어지기 전 이곳 분지에는 호압사라 불리는 아주 거대한 사찰이 존재했었기 때문이라 했다.


현재의 내원당 호압사는 그 절의 중심 승탑이 있던 자리에 작은 절을 지어 본래 이곳이 절터였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용도로 지은 건물이었던 것이다.


"여기가 그 무구가 있다는 그 장소야? 창고도 아니고 절이라니. 진짜 예상도 못 한 장소인걸."


"그래. 좌의정 고의가 죽고 나서, 그를 따르던 부하들이 나를 찾아와 좌상의 원통함을 풀어달라며 이곳에 가보라고 귀띔해 주더라고. 내 예상이 맞으면 아마 여기 있는 건······."


파르다 황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법당의 아주 작은 문을 열어 그곳에 있던 전륜성왕상, 즉 아슬란 신상을 아주 쉽게 꺼내들었다.


아무리 그 무예가 출중하다고 하나 단순히 근력이 강한 것은 아닌 황녀가 금속으로 되어있는 불상을 별 힘도 쓰지 않고 번쩍 든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역시나, 이거 안이 텅텅 비었네. 이게 무슨 불상이야."


황녀가 몇 대 두드려도 그냥 텅 빈 소리만 날 뿐인 그 불상을 언샤에게 집어던졌다.

언샤는 속빈 불상을 받아 겉보기와 달리 아주 가벼운 불상에게 죄송하단 말을 한 번 드리고는 바닥에 내려다 놓았다.


그리고 황녀는 그 불상이 있던 자리가 단순한 마루나 제단이 아닌, 뚜껑 달린 손잡이가 있는 작은 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손가락 하나 겨우 들어갈 아주 작은 손잡이 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들어 올리자, 바닥이 열리고 그 밑에서 지하로 이어진 계단이 나왔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들 하잖아? 이 세상에 감히 불상에 손을 댈 생각을 하는 불경한 사람이 어딨겠어? 그러니 무언가를 숨기려면 불상 안이나 밑이 제격이겠지."


언샤와 파르다는 그런 실없는 얘기를 하며 그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계단 통로는 키가 3m를 넘어 평범한 인간 같지 않은 체격인 언샤도 별 불편함 없이 내려갈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넓었다.


내려가는 통로는 햇빛이 들지 않아 아주 어두웠으나, 아슬란족에게 그 정도 어둠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두 사람은 계단을 내려간 끝에 하나의 문을 찾았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안의 공간은 넓지도 좁지도 않았으며 직접 판 지하굴에 돌을 덧대서 지탱한 인공적인 창고 같은 장소로 보였다.


"뭐, 그래서, 여기에 뭐가 있긴 한 거야? 아무것도 없는데? 백 년 넘게 삭힌 김치가 든 장독대라도 묻혀 있어서 그걸 황상에게 먹이고 독살하면 되는 거야?"


"그럴 리가, 그런 건 썩은 내가 너무 심해서 수라상에 올리지도 못한단다. 애초에 화신에게 독 같은 건 통하지 않기도 하고. 이건 내가 지난 몇 년간 수백 번은 실험해봤으니 확실해. 비소, 탈리움, 시안화칼리움, 행인, 은방울꽃, 각종 곰팡이독에 독버섯, 여러 뱀독에 그 귀한 복어독 등 쓸 수 있는 모든 독을 다 시험해봤는데도 그 어떤 독도 듣질 않았거든. 그러니 황상을 독살하는 건 불가능해."


"······실험해봤다고? 수백 번이나? 누나 용케도 아직까지 살아있구나."


"그러게 말이야."


황녀가 이미 들켰다면 진작에 죽임 당했을 미친 짓을 수백 번은 했다는 사실에 언샤는 경악했다.


"아니, 누나. 근데 화신이 어떤 독도 통하지 않는 체질이라는 건 상식이잖아? 그래서 지금 궁에는 황제의 음식을 미리 맛보고 독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기미 상궁이 없고. 근데 독을 잘못 쓰면 음식 맛 자체가 변질되어서 음식에 독을 넣었다는 걸 바로 들킬 텐데 대체 어떻게 그 맛과 향을 감춘 거야?"


"······응? 그게 왜 신기한 일이니? 동생아, 혹시 너는 독이 대체 무슨 맛이 나는지 알고 있니?"


그리고 언샤는 누이의 그 대답 한 마디에 대체 어떻게 누이가 지금까지 독살 시도를 들키지 않았는지 알아챘다.


"아니, 모르지. 독이 무슨 맛인지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독이 어떤 맛인지 알고도 살아 있는 사람은 화신이거나, 아니면 저승에 있는 사람일 테니."


"그래, 바로 그 말대로란다, 동생아. 독에서 대체 무슨 맛이 나는지 아는 인간 따윈 없단다. 나도 모르고, 아바마마도 몰라."


"······맞는 말이네. 그리고, 화신은 애초에 독이 전혀 통하질 않으니. 독이 어떤 맛인지 미리 알아두고 주의할 이유도 전혀 없지. 아무 위협도 안되는 존재는, 그냥 개미 한 마리와 그리 다를 것도 없으니까."


"그렇단다. 그러니 아무리 내가 수라상에 온갖 장난을 쳐놔도, 폐하는 이상한 점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거야. 폐하는 적에게는 무자비해도 충신은 끔찍이 아끼는 성격이잖니. 혹시 독이 들었다는 걸 눈치챘더라도 그걸 아랫사람에게 먹어보라고 할 사람도 아니고. 애초에 아무리 많은 독을 먹어도 죽지 않는데 고작 독 따위에 연연할 이유는 또 어딨겠니?"


"참, 어처구니가 없는걸. 비상식적이야."


"혼자서 십만 대군에게 이길 수 있는 존재에게 상식 같은 걸 바라지 말렴."


언샤는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았지만, 혼자서 생각해 봐야 어떤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 뻔했으며.

지금 당장 최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바로 화신을 죽일 무기를 찾는 것이었기에 언샤는 그 의문을 해소할 생각을 하기보단 이곳을 수색하는 데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기로 했다.


퀴퀴한 냄새와 습기, 썩은 공기가 가득한 그 공간은 제법 넓었으나.

그곳에는 딱히 아무것도 없어 무언가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언샤는 발걸음을 옮겨 더 안으로 들어갔고, 그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을 하나 찾았다.


그것은 낡은 옷이었다.


옷걸이에 그 모습 전체를 볼 수 있도록 넓게 펴서 걸어 놓은 낡은 적삼과 치마저고리였다.


별로 좋지 않은 질의 무명천으로 만들었는지 색은 이미 노랗게 변색된 지 오래고.

마치 수십 갈래로 찢어진 것을 다시 꿰매기라도 했는지 곳곳엔 매우 엉성한 바느질 자국이 가득했다.


언뜻 보기에도 참으로 볼품없는 적삼이었으나.

이를 가장 최악으로 만드는 것은 곳곳에 묻은 적갈색 얼룩과, 그 옷에서 진동하는 쇠 비린내, 즉 인간의 피 냄새였다.


그건 피 묻은 적삼이었다.


"뭐야, 이 낡은 데다가 피까지 묻어 있는 적삼은?"


"글쎄?"


"누나, 이런 걸 찾으려고 여기 온 거야? 이 지독한 썩은 피 냄새로 황상을 기절 시킨 후에 그다음 죽이자고?"


"그럴 리가 있겠니? 좀 더 찾아봐. 고이의 부하들이 말하기를, 이 장소는 황상이 가장 꼴 보기 싫어하는 것 두 가지를 모아서 보관해둔 것이라고 했단다. 이 낡은 적삼은 굳이 황제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꼴 보기 싫어할 것 같이 볼품없는 외견이지만, 그런 걸 굳이 태우거나 버리지 않고 이런데 보관해둔 건 무언가 의미가 있을 거야. 나는 이 적삼을 살펴볼 테니, 너는 그 두 가지 중 나머지 하나를 찾아보렴."


"네이, 누님의 명을 받들겠소이로소이다."


언샤는 그렇게 엉터리로 대답하곤 별로 넓지도 않은 그 공간을 계속해서 둘러보았으나.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흩날리는 먼지와 썩은 공기, 그리고 공간을 다 덮은 전돌 이외에는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곳에 있는 물건은 두 가지라고 했기에, 언샤는 그 말을 믿고 끈기 있게 계속 텅 빈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근데 그 순찰하는 부하들 조작한 거 몇 시간 동안 유효한 거야? 우리 이렇게 느긋해도 있어도 되는 거야?"


"시간은 여유로우니 걱정 말렴. 애초에 무기를 못 찾으면 아무것도 못하니까, 먼저 찾기나 하고 그다음에 불평하고."


파르다는 구석에 놓여있던 적삼을 옷걸이에서 내려 앞뒤로 둘러보며.

대체 이것이 뭐 하는 옷이기에 황제가 이런 걸 꼴도 보기 싫어한다는 건지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참을 생각해도 도저히 어떤 결론도 나지 않았기에.

그냥 생각이나 정리할 겸 며칠 전 고이의 부하에게 들은 이야기를 술술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동생아, 그거 아니? 이 호압궁이라는 궁전 터는 알 실라의 초대왕 모한이 직접 궁을 짓기 전까지는 원래 호압사라는 절이 있던 장소였대."


"아, 알지. 아슬란 신이 우주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렸던 절이라서 수천 년 동안이나 아슬란 신도에게 엄청난 성지라 불리며 순례자가 끊이질 않았다던데."


"그래, 그리고 이 내원당 호압사가 그 호압사를 기리는 의미에서 궁궐 내에 만들어진 거고. 원래 이 자리에는 호압사의 중앙승탑이 있었다더라. 그런데 그 호압사가 허물어지고 호압궁이 만들어질 때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는 혹시 알고 있어?"


"사건? 무슨 사건?"


"이곳 터가 전쟁 때 수비를 하기에 아주 좋잖아? 낮은 언덕 분지 꼭대기에 있는 평지, 즉 천혜의 요새에라 불릴 만한 장소니까. 초대왕 모한은 호압사의 위치를 보고 궁을 짓기에 아주 적합한 위치라 생각해서 절을 허물고 왕궁을 짓게 되었는데, 그때마다 빈번히 '호랑이'가 나타나 인부를 습격하고 궁을 짓는 걸 방해했다고 하더라."


"호랑이? 그 '호랑이' 말하는 거야?"


"그래. 그 '호랑이'. 그 당시엔 지금보다 서울의 성벽이 훨씬 낮았으니까. '호랑이'가 성벽을 넘어 서울 내부로 침입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고 해. 이 호압궁 주변 앞산에서 '호랑이'를 목격했다는 옛 목격담이 수백 개는 넘게 있을 정도고. 신기한 건, 그 당시에 '호랑이'는 인부들이 건물을 짓는 걸 방해하고 건물을 부쉈을 뿐이며, 사람이 죽거나 잡혀가는 일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는 거야."


"그거 참 이상한 일이네. 무슨 동화나 전설 같은 것도 아니고."


"그래,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단다. 그리고 '호랑이' 때문에 계속해서 궁이 지어졌다 부서지길 반복한 끝에, 모한왕은 '호랑이'가 부수는 건 특정 위치에 있는 건물 딱 하나뿐이란 걸 알아챘어. 그건 호압사의 중앙승탑이 있던 장소였지. 승탑은 이미 허물고 옮겨진지 오래였고, 승탑 안에서는 아슬란신의 진신사리라 불리는 것 이외에는 별 대단한 게 안 나왔지만. 모한왕은 승탑 바로 밑의 땅이 이상하다 여겨 인부들에게 땅을 파보라고 시켰지. 그리고 그곳에서 어떤 귀한 '물건'을 발견했고."


"그래서, 우리가 찾는 그 '물건'이 여기 묻혀 있었다는 건가?"


"그래. 그 '물건'을 보고 그 사태를 범상치 않게 여긴 왕이 그 자리에 평범한 건물 대신 작은 절을 지었다고 해. 그게 바로 이 내원당 호압사고. 그리고 태조 모한왕이 그 귀한 '물건'을 왕실 종묘의 신주궤에 모시고 매년 하늘에 극진히 제사를 올리게 된 후부터, 더는 '호랑이'가 호압궁을 습격하지 않게 되었다고 해. 호압(虎押), 즉 '호랑이를 누른다'라는 뜻인 이 이상한 이름도 그 묘한 물건이 '호랑이'를 억누르는 힘이 있다고 여겨져 붙여진 것이라고 하고."


언샤는 이 궁궐과 사찰에 왜 그러한 이름이 붙었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생각이 미쳐 갑작스레 무언가를 깨달았다.


"'호랑이'는,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우리 아슬란족에겐 아슬란 신 이외에 유일하게 선망받으며 신처럼 모셔지는 존재기도 하잖아. 즉 '호랑이'를 누른다는 건, 신을 억누른다는 뜻도 된다는 뜻이니. 설마하니 그 '귀한 물건'이라는 게 고이가 말했던 신을 죽이는 무구, '사멸신장'이라는 거 아닌가······?"


"응, 아마도 그럴 거야. 그렇다면 왜 황제가 이를 꺼려 하는지도 유추하기 쉽지. 화신인 자신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꼴도 보기 싫은 건 당연한 이치니까."


"근데 그 물건은 황실 종묘의 신주궤에 보관했다면서? 그럼 왜 종묘로 가지 않고 여기로 온 거야?"


"그야, 이미 가봤으니까 그렇지. 신주궤는 텅 비어있었어. 황상이 즉위한 후로는 한 번도 종묘에서 제사를 지낸 적이 없잖아? 그래서 신주궤에 모셔있던 신주는 어딘가 다른 곳으로 옮겨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곳에 바로 들어와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여기 위치가 위치다 보니. 황실 전체를 미리 장악하고 목격자를 최소화하지 않으면 결국 황상의 귀에 들어갈 테니 위험할 거라 생각했거든. 그래서 미리 준비를 안해두면 여기에 들어올 수가 없었어."


"신주궤가 텅 비어 있었다면, 그건 당연히 그 안에 있던 물건을 어딘가로 옮겼단 얘기겠지. 그럼 이 적삼이 신주궤에서 꺼내온 그 사멸신장이라는 무구인 거 아냐?"


"아니, 이 적삼을 아까 전부터 계속해서 살펴보고 있지만. 이건 그냥 낡고 더럽고 피 묻은 적삼일 뿐인 거 같단다. 재질도 아주 싸구려인 무명천이고. 세상이 나찰로 뒤덮이기 전의 고대 시대,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발전했었다던 시대의 기술로 만든 무구라기엔 너무나도 조잡해."


확실히 언샤가 보기에도 누이의 말을 타당해 보였다.


아무리 여러 동화나 전설에서 가장 평범해 보이고 낡은 물건이 사실은 보물이었단 얘기가 많이 나온다고 해도, 이건 그런 이야기 속이 아닌 엄연한 현실이었다.


언샤가 직접 옷을 지어도 저거보단 낫게 만들 자신이 있는데.

더럽고 낡은 것 이외에 아무 특징도 없는 적삼이 그러한 무구일 리가 없지 않은가.


언샤는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해서 주변을 둘러봤다.


먼지가 가라앉아 더는 눈이 맵지 않았고 코는 이미 지독한 피 냄새에 무뎌진지 오래라.

언샤는 다시 한번 집중해 감각을 곤두세우고 전돌을 쌓아 세운 벽 이외엔 아무것도 없는 방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벽에 가까이 다가가 귀를 대보다가, 전돌 사이 틈새에서 미세한 바람 소리와 더러운 공기 냄새가 새어 나오고 있음을 눈치챘다.


〃이곳이다. 이곳, 어서 이리로 와 나를 깨우거라.〃


그리고 전돌 틈새로부터,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목소리를 들었다.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이 즐겁게 읽으실 수 있는 소설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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