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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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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7.04 10:15
연재수 :
98 회
조회수 :
10,389
추천수 :
214
글자수 :
355,778

작성
24.05.02 07:35
조회
120
추천
3
글자
10쪽

아저씨가 좋아요

DUMMY

주방 안 미친 광풍에 휩쓸린 후 혜영의 얼굴표정이 굳어져 있다.


치기어린 마음으로 시작했던 아저씨와의 스킨십이었다.

소희가 의스대는 게 싫었다.


소희는 공부와 담을 쌓은 나에게 미래를 꿈꾸게 해준 은인같은 친구다.

그래서 닮으려했고, 가까이 있으려 했고, 소희가 관심갖는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이 있었다.


그러다, 소희가 극히 아끼는 존재를 발견하게 됐다.

아저씨 였다.


옆에서 봐도 서로 끔직히 아껴주는 사이다.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어 보였다.


틈을 만들고자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 학교 점심시간 대 가게로 나온 것이다.

식사시간에 내가 밥 끼니 거를까 봐, 내 찬을 챙겨주시려고 하다 보니, 가정식 백반이라는 메뉴가 가게에 생겼다.

지금도 가게 벽에 걸려 있는 백반 메뉴판은 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아저씨의 나에 대한 사랑에서 만들어진 메뉴이기에.


오늘 특별한 경험을 했다.


소희가 아저씨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아프다며 품에서 빠져나왔을 때 나에게 기회가 오는구나 싶었다.

아저씨가 열기에 휩싸인 모습은 처음 본 거여서 살짝 무서웠지만 사랑하는 아저씨를 위해서라면 못할 것 없었다.

소희가 못해내는 걸 내가 해내면 아저씨 마음 속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동안 시시때때로 아저씨에게 안기면서 요령도 생겼다.

무슨 동작을 하면, 어디를 만져주면, 어느 부분이 서로 맞닿으면 아저씨가 좋아하는지 알게 된 것인데.


오늘은 특별하게 더 들어오고 있었다.

집요하리 만큼 한 곳에 집중하는 모습이었고.

내 옷이 들춰지고, 내려지고, 들어오고 정신이 없었긴 했지만 무섭지 않았다.


아저씨는 내가 사랑하는 남자이고, 나를 아껴주는 남자였으니까.

어느 상황에서도 나를 아프지 않게, 다치지 않게 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오늘 그 믿음에 살짝 금이 간 게 사실이다.

지연 이모가 인터럽트를 걸지 않았으면 아마도 내 몸속에 아저씨 게 들어왔을 거다.


살짝 들어오는 순간 제지를 당했던 거고.

아니지.

사실 들어 왔다 나갔지.


순간 두려움이 밀려왔다.

스킨십과 관계는 다른 것이니까.


하지만 뭐, 아저씨도 사람인데 실수를 할 수도 있지.

이미 지나간 일이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걸지도.


뭐, 실수를 해서 같이 사는 사람들도 많은 세상이고, 한 방에 역전을 할 수도 있었는데 하는 생각도 든다.

소희는 아직 아저씨와 관계를 안가진 것이 확실하니까.


어디 가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겠어.

아저씨와 잘 안되더라도 내가 손해볼 것은 없지 않은가.


지연 이모도 보면 많은 남자들 만나며 모질고 나쁜 경험을 했다고 들었다.

남자를 몰랐을 때 만났다가 당했다고.


지금도 아저씨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소희가 같이 있으면 거의 2:8 비율로 나에게 관심을 주었었는데, 지금은 거의 9:1 이다.

오늘 만큼은 내가 위너다.


값진 경험도 했고.


짜릿하다기 보다는 어버버 하다가 지나갔지만 여운은 깊게 남는다.

내 몸이 뒤늦게 반응하는 모습도 기억해뒀고.


나는 긴장을 안한다고 생각했는데 몸은 다른 것 같다.

그러니까 늦었지.


소희도 내 눈치를 보고 있네.

이제 빼앗길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을 거야.

오늘이 나를 경쟁자로 생각하는 1일이 되겠지.



어떻게 오늘 하루가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참 많은 일들이 각자에게 생겼던 하루다.


어제와 같은 퇴근길인데, 같은 사람들이 걷는 물소리길인데, 분위기가 엄숙하다고 할까.


일단 소희 기분이 엉망이다.

나를 보게 되면 미소짓고 있지만 안보고 있을 때는 화난 표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아홉살 때부터 소희를 봐 왔지만 이렇게 차디차게 얼어버린 표정을 본 적은 처음.


그래도 뒤에 따라오는 두 여자는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지연이는 내내 뱃속에 들어선 아기 생각중인 것 같고, 혜영이는 놀람이 가신 듯 밝은 얼굴이다.


다행이다.


"소희야. 뭐 먹고 싶은 거 없니?"


"글쎄 소주 한 잔 하고 싶어."


소희 말에 정말 놀랐다.

소주라니..


"소주 마셔봤니? 내 생각에는 맛도 본 적이 없는데."


"머리가 뒤죽박죽이라서 한 잔 마시면 어떨까 싶어서요. 엄마도 한 잔씩 가끔 마셨던 것 같은데, 이런 날 마셨나 보네."


"고2 여고생이 마음이 울적할 때 소주를 마신다? 소희라면 그럴 수도 있겠네."


"소주는 안되고 탄산 음료수를 사가자. 비슷한 맛이니까."


소희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냐는 표정을 지으며 물소리길 옆으로 샌다.

아저씨 손을 잡아 끌면서다.


"내가 살 수 없으니까. 아저씨가 편의점에서 한 병 만 사줘. 정말 딱 한 잔 만 마실테니까요."


지연은 갔다 오라며 물소리길 나무벤치에 앉았고, 혜영도 같이 남았다.


"소희가 진짜 마시고 싶은가 보다. 너 때문인 거는 알고 있지?"


"제가 왜요."


지연이 혜영이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줬다. 벌리고 앉은 다리는 모아주고.


"애였던 소희가 나를 밀어내고, 순진한 애라고 생각했던 혜영이가 아저씨 몸을 받아들이다니, 오래 살고 볼일이란 말이 생각난다. 괜히 생긴 말이 아니었던 거야."


혜영이 들으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 아저씨를 찾고 있다.

저멀리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저는 아저씨가 좋아요."


"누가 몰라? 그래도 조심할 게 있는 거라고."


편의점에서 나오는 아저씨가 보이자 눈웃음이 절로 지어지는 혜영이다.


"예전에 나도 그랬지.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 귀로 충고가 들려와도 마음에 남지 않고, 남자가 나에게 못되게 굴어도 사랑으로 감싸려 들었지. 그러면 남자는 감사한 마음 보다는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더 나쁜 놈들은 약점이라도 잡은 양 이용해댔고. 그러면 나는 상처 받고, 버림 받고."


"이모가 아저씨는 그런 남자가 아닌 줄 아니까, 지금도 옆에 계시는 거 모를 줄 알아요?"


"그래, 그건 그렇지."


편의점에서 산 소주를 소희가 뺏어들고 있다.

소희 표정이 조금은 밝아진 것 같다.



마당에 작은 모닥불을 피웠다.

마음이 울적한 소희와 심란한 혜영을 위해서 그리고 지연이 임신 축하와 불안한 나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다.


불꽃이 피어나자 언제 기분이 안좋았냐는 듯 밝은 웃음을 보여주는 소희다.


동네 정육점에서 삼겹살도 사왔다.


지연은 연기가 가지 않는 쪽으로 고이 모셨고.

연기가 날라간 숯은 혜영이가 모아서 드럼통 위로 옮겼다.


나는 밥하고 마당에서 상추를 따서 씻어 먹을 준비를 했다.

소희는 모닥불을 들쑤시며 연기 키우기 놀이를 하는 중이고.


"가게 하나 더 열면 안될까?"


일동 정지 모드로 들어갔다.

가게를 하나 더 낸다니.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안다.

줄곧 카페 얘기를 해왔던 소희였으니까.

하지만 시기상조였고 여력이 없어서 졸업하고 생각해보자고 미뤄왔던 것인데 소희가 화두를 꺼내고 있다.

말을 꺼내면?


나는 철망을 숯불에 올리고 삼겹살을 얹었다.

집게와 가위를 들고, 귀는 소희에게 열어 놓고서다.


혜영이가 반색하며 의견을 낸다.

여고생 둘이서 카페 여는 사업에 대해 이렇구 저렇구 말이 오가고 있다.


지연이는 접시를 들고 기찬 옆으로 섰다.

두 여자는 열띤 토론을 하고 있는 중이니 서빙을 할 사람이 없다.


기찬이 고기 한 점을 집어서 지연 입에 넣어준다.


"소희 입이 먼저가 아니고?"


"임신부 우대 차원이지. 애국자 반열에 들어서시는 분이니까. 자격은 충분하시고."


두 여자가 토론을 끝냈는지 일어서서 입을 저마다 벌리고 있다.

그러자 지연이 옆에서 나무젓가락을 하나씩 쥐여주고 있다.


"너희들이 집어 먹어. 애야? 입 만 벌리고 있게?"


"아 참, 소주 따야지."


소희가 소주 병뚜껑을 따서는 잔에 따라 입에 바로 갖다대고 있다.

자작이다.

기찬이 입에 술을 안대는 걸 아는 소희다.


"따라 달라고 하지?"


"엄마가 마실 때 이렇게 마셨거든요. 쫌 멋져 보였지."


소희가 들고 있는 소주잔을 보니 입술에 묻히기 만 한 모양이다.

그럼에도 쓰다고 삼겹살을 두 점을 먹고, 상추쌈을 싸고 또 한 점.


"지금도 셀프 커피 드립이니까. 무인 카페로 가요."


"소희야 그래도 관리하려면 분식집하고 멀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 나온 가게가 없으니까,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소희가 고개를 좌우로 내젓고 있다.


"가게는 상권을 보고 내야지. 관리하기 편한 데다 내는 거 아니야. 장사하기 편한 자리에 가게 내면 망하는 지름길이예요. 무인 카페는 아이스크림 가게하고 김밥집 사이에 반찬집 가게가 임대 나와 있던데 거기 자리가 좋아요. 평수도 넓지 않고. 혜영아 거기 5평 되나?"


"맞아. 그 정도야. 우리 스타트업 매장으로 적당하지."


기찬과 지연이 입을 벌렸다.


"보증금과 월세는?"


"1,000에 50이야. 혜영이 하고 나하고 반반 부담. 인테리어 비용과 재료비를 200은 잡아야 하니까, 600씩 반분."


소희가 말하자 혜영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합의된 내용이라는 얘기고, 즉흥적으로 나온 얘기는 더더욱 아니라는 얘기다.


"설마 사업자등록도?"


"그건 번거로우니까 아저씨 명의로 해주세요."


"이럴 때 만 존댓말이 나오는 거야?"


"제가 그렇게 막돼먹은 여자가 아니예요. 부탁할 때는 공손히 해야 하는 게 맞지요."


일이 많아지게 생겼다.

그래도 소희가 기분이 좋아보이니 다행이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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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여기는 내 영역이니까 24.05.04 93 3 10쪽
37 안겠다는 욕심인거야? 24.05.03 116 3 9쪽
» 아저씨가 좋아요 24.05.02 120 3 10쪽
35 남자이기 전에 24.05.01 118 3 9쪽
34 깊숙이 꼭 안고 싶다 24.04.30 125 3 9쪽
33 아저씨가 먹고 싶은 만큼 24.04.29 129 3 9쪽
32 혜영을 봐 버렸네 24.04.28 121 3 9쪽
31 하자는 것을 받아줘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기에 24.04.27 110 4 9쪽
30 남자의 생리에 대해서 안 배우나 24.04.26 109 2 10쪽
29 별걸 다 시키네 24.04.19 112 1 9쪽
28 제 말대로 하세요 24.04.18 105 1 10쪽
27 셀프 드립 커피 24.04.17 99 1 10쪽
26 재는 털어내야겠다 24.04.16 104 2 9쪽
25 나보고 어쩌라고 24.04.15 112 3 9쪽
24 버팅기지 말고 너도 들어와 24.04.14 138 2 9쪽
23 별걸 다 욕심내네 24.04.13 127 2 9쪽
22 그게 왜 궁금해? 24.04.12 134 3 9쪽
21 이게 얌전해? 24.04.11 151 2 9쪽
20 같이 눈 뜨고 싶어 24.04.10 152 3 9쪽
19 나는 안보이지? 24.04.09 144 3 9쪽
18 아저씨 감기 걸리겠다 24.04.09 149 2 9쪽
17 얼굴색을 가리지 못했다 24.04.08 171 3 9쪽
16 어차피 다 볼 거잖아 24.04.07 191 4 10쪽
15 손이 다 달라 24.04.07 160 2 10쪽
14 내가 못할 것 같은가 보네? 24.04.06 182 3 9쪽
13 너희들 상상은 자유야 24.04.06 178 3 9쪽
12 키스는 괜찮지 않아? 24.04.05 191 3 9쪽
11 남자 눈치를 좀 봐야지 24.04.05 179 3 9쪽
10 느껴 보니까 좋았냐? 24.04.04 201 3 9쪽
9 네가 내 시간을 왜 물어? 24.04.04 203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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