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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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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7.04 10:15
연재수 :
98 회
조회수 :
10,376
추천수 :
214
글자수 :
355,778

작성
24.04.12 00:35
조회
133
추천
3
글자
9쪽

그게 왜 궁금해?

DUMMY

운동장 계단 위 소희가 앉았던 그 자리,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은혜와 민지가 앉아 있다.

둘이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 잡고 손가락으로 빠르게 클릭 중이다.


"뭐야? 커피 맛은 뭐고, 얼마나 남는 거야? 민지는 알아냈어?"


"나라고 아나. 커피 장사를 해보기를 했나. 마시기나 했지."


계단 아래서 남학생들이 계단 위에 앉아 있는 여자들을 올려다 보고 있다.

그러더니 계단을 올라오는 남자들이 있다.


"은혜 뭐하니? 열심이다."


"관심 꺼라. 너는 운동장에서 뜀박질이나 해."


"맛있는 거 사준다는데.."


"에이 참, 성가시게 하네."


남자가 말을 걸어오자 은혜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민지도 따라서 일어나고 있다.


"커피 집이..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


두 여자의 발걸음이 멈춰지더니 그 자리에서 빙그르 돌아 남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뭐라고 했어? 커피? 네가 그 맛을 알아?"


갑자기 다가와 얼굴 가까이 들이미는 은혜 얼굴이 반가우면서도 당황스러운지라 몸을 뒤로 빼고 있는 남학생이다.


"커피 맛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는 가볍고 거친 맛로 마시고 있어."


은혜가 그대로 뒤로 물러나고 있다. 민지도 따라서다.


"미친놈! 맛을 물어봤더니 가볍고 거칠다고? 꼭 통나무 얘기하는 것 같다. 어떻게 하지?"


"지혜 언니가 잘 알걸?"


"그년이 뭘 알아? 하나 있는 동생 신경 안쓰고 공부 만 하는 년인데.. 나 요새 얼굴도 못봐. 집에서 새벽같이 나가서.."


"가끔 언니가 이다야 카페에 출몰하던데? 테이크아웃해서 커피 들고 가는 걸 봤어."


"진짜? 언니년이 마시면 알고 마실 거야. 매사 허투루 하는 게 없는 고식한 년이니까. 가보자."


...


3층 3학년 1반 교실 계단 옆에서 지혜가 은혜를 보고 인상을 쓰고 있다.

민지는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학교에서 나 아는 체 하지 말라고 했지?"


"나는 뭐 너를 아는 체 하고 싶은지 알아. 너 커피 알지. 맛 얘기해 봐!"


"왜, 네 입에서 커피라는 말이 나와? 써서 싫다며."


은혜가 계단에 앉자 지혜가 2계단 아래로 서고 있다.


"더럽게 어디에 앉냐? 아! 창피해. 동생이라는 년이 이렇게.."


지혜는 줄 잡힌 교복치마에 잘다려진 블라우스를 입고 있다.

햇빛을 많이 못본 듯 하얀 얼굴에 다리다.

은혜와 민지는 체육복을 입고 있다.


"너 후문 자판기 커피 먹어봤지? 그거 맛이 어때?"


"그게 왜 궁금해? 넌 잠 안온다면서, 하루 9시간 잠 못자면 피부에 안좋다면서, 커피 마시지도 않잖아."


"너, 말 길어지면 공부할 시간 줄어드는 것 알지? 내가 원하는 답을 얻을 때까지 공부할 생각을 안하는 게 좋아."


"으으, 연한 다크 초코에 레몬 한 방울 쯤, 엄청 가벼운 바디감에 마시고 난 뒤 여운이 없어. 싼 맛에 먹는 커피야. 나는 한 번 맛 보고 다시 사 먹지 않아."


"1,000원 한 잔 팔아서 얼마 남겨?"


"후아아~ 미치겠네. 원두 가격, 자판기 기계 가격, 감가상각 10년으로 잡고, 컵 가격, 전기료, 수도세, 사업자 세금, 자판기 소모성 부품 교체비용 등을 계산해 봐야 해. 마진을 알려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자판기 가격이야."


은혜가 바로 계단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쌩하고 등돌리고 있다.


"답이 된거지? 이제 오지 마라."


"얼마 남는지 계산해서 문자로 찍어!"


"그건 데이타를 모아야 해서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일단 자판기 모델명부터, 그리고, 그건 프랜차이즈라 시판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서 가격을 알수 없어서, 비슷한 자판기를 찾아서.."


"너 알지. 그거 부터 알아내는 게 좋을거야. 너 내가 집에서 공부 못하게 할거야. 책상을 뒤집어 엎어버릴 줄 알아. 책상 다리를 하나 부셔놓던지 말이야."


"동생이라는 년이 끄떡하면 언니 공부 못하게 한다는 협박이네. 자판기 모델부터.."


어느새 계단으로 내려간 두 여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지혜가 서둘러 계단을 뛰어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향하는 곳은 후문 쪽이다.



#


분식집 테이블에 밥상이 차려지고 있다.

뽀얀 국물에 소면이 올라가고 파송송 뿌려진 뚝배기에 깍두기와 배추 겉절이에 얇게 썰어진 소고기 수육이 작은 접시에 올려져 있다.

혜영과 지연이 겸상하고 있고, 기찬은 손님이 있는 테이블 주문을 소화하고 있다.


"혜영이 너 덕분에 별 걸 다 먹어본다. 어서 먹어!"


"아저씨, 감사해요~"


혜영의 큰소리에 기찬이 어서 먹으라는 손짓을 해주고 있다.

옆 테이블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장님, 포장해오신 건가요? 직접 하신건가요?"


"아, 예. 직접 한겁니다. 직원들 식사용으로요."


"비주얼 만 보면 파셔도 될 것 같은데요?"


"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맛은 보장 못합니다. 아, 맛배기로 좀 드릴까요?"


기찬이 작은 국그릇에 육수와 소면 두 젓가락, 수육 한 점씩 올려 2명 남자 손님 테이블에 내주자, 시청에 근무하는 여직원들이 앉은 옆 테이블에서도 눈을 반짝이고 있다.


"사장님~ 저희도 먹고 싶어요~"


"맛 보고 뭐라고 하면 안됩니다."


기찬이 세 명 분의 맛배기를 준비하고 있을 때, 맛을 본 남자 두 명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와우! 국물이 진한데요. 고소하면서 묵직한 맛이 있어요. 깍두기도 적당하게 시고 아삭하고요. 이거 파세요. 웬만한 설렁탕 집 보다 맛이 좋아요."


"감사한 말씀인데요. 파는건.."


기찬이 여자들 테이블에도 맛배기 국그릇을 올려주고 있다.

여자들의 입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점심 때 만 하세요. 제가 먹으러 올게요. 가볍게 먹으면 좋을 것 같아요. 국물에 소면 만요."


"생각해 보니 안되겠습니다. 직원들 식사용이어서 매일 메뉴를 바꿔야 해요."


"아! 그러면 가정식 백반 스타일이네요. 그날의 메뉴를 가게 유리창에 붙여 놓으시면 될텐데요."


"글쎄요. 그러면 내일 여분으로 10인분 만 더 챙겨 볼까요? 드시러 오셔야 합니다."


"내일 메뉴가 뭔데요?"


"닭볶음탕을 해 보면 어떨까요?"


"예. 올게요. 사장님이 하시면 뭐든 다 맛있을 것 같아요."


"내일 만요. 반응이 없으면 일만 생겨서요."


식사를 다한 혜영이 일어나서 학교갈 준비하고 있다.

주방 한켠으로 사라진 것이다. 창고로 쓰는 작은 공간이다.


기찬이 눈짓으로 뭐하는 거냐고 지연에게 물어보니 지연이 두손을 들고 있다.

그러더니 살짝 들여다보고 나와서는 양치질과 화장품을 얼굴에 찍어바르는 바르는 시늉을 보이고 있다.


지연이 칫솔에 치약을 짜내고 있다.


...


기찬이 홀로 테이블에 앉아 뚝배기에 밥을 말아 먹고 있다.

지연이 맞은편에 앉아 물을 따라주고 있다.


"같이 먹으면 좋은데.. 혼자 먹어서.. 늦은 점심이고.."


"할수 없잖아. 손님이.. 그런데, 이 맛이 괜찮은거야?"


기찬이 깍두기를 얹어 먹으며 맛을 보지만 별다른 맛은 아닌지 갸우뚱거리고 있다.

소금에 절이지도 않고 무와 배추를 그대로 버무려 놓은 김치다.

액젓과 설탕, 소금, 식초, 고춧가루가 들어갔을 뿐이다.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는 듯 하지만 그게 다다. 채소를 절이지 않았으니, 숨이 죽지 않았다.

아삭함이 남아 있는 게 당연한 거다.

기찬이 생각하기에 이 김치를 먹고 맛있다고 말했던 사람들이 의심되고 있다.


평소에 어떤 음식을 먹었기에 이렇게 맛대가리 없는 김치를 먹고 찬사를 보내다니 참으로 불쌍한 사람들이다.


국물은 한우 잡뼈 피를 빼서 우려낸 것 밖에 없다.

뭐, 심심할까봐 무 하나를 세 토막내서 넣은 게 다다.

기찬이 국믈을 수저로 떠 먹고는 맛이 안나서 깍두기를 얹어서 퍼먹고 있다.


"저는 맛있게 먹었어요. 오빠가 해준 거니까."


"뭐는 안 맛있을까? 네 맛 평가는 신뢰 못해. 항상 맛있다고 하니까."


"내일부터 밥장사를 하는 거예요? 닭볶음탕이 쉬운 음식이 아닌데요."


"혜영이 밥 먹일라고 한 건데, 일이 커지네. 뭐 10인 분 더 하는거니까. 안팔리면 시장상인들 오시라고 해서 드리자."


"가격은요?"


"우리 가게는 분식집이니까. 5,000원으로 하자."


"닭볶음탕인데? 그거로 남아요?"


"스텐 양푼 그릇에 밥을 담고 국물 많이 고기 두 점 얹어서 나가자. 설겆이거리를 줄여야지."


"욕먹기 딱 좋다. 제대로 주고 제 가격을 받아야지. 난 몰라요. 손님들이 뭐라고 욕하면 도망갔다가 잠잠해지면 올거니까 알아서 해요."


"네가 이래서.. 소희라면 나를 지켜준다고 내 앞을 막고 서서 싸워줄건데.. 너는 나를 내팽개치고 도망갈 궁리부터 하니.."


"소희는 격투기를 한 여자니까 그런 거고요. 저는 연약하기 그지없는 여자니까요."


"힘없고 싸움 못하는 게 자랑이냐?"


기찬이 눈쌀을 찌푸리며 다 먹은 음식그릇을 주방으로 내가고 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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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아저씨가 먹고 싶은 만큼 24.04.29 128 3 9쪽
32 혜영을 봐 버렸네 24.04.28 120 3 9쪽
31 하자는 것을 받아줘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기에 24.04.27 110 4 9쪽
30 남자의 생리에 대해서 안 배우나 24.04.26 108 2 10쪽
29 별걸 다 시키네 24.04.19 111 1 9쪽
28 제 말대로 하세요 24.04.18 104 1 10쪽
27 셀프 드립 커피 24.04.17 99 1 10쪽
26 재는 털어내야겠다 24.04.16 104 2 9쪽
25 나보고 어쩌라고 24.04.15 111 3 9쪽
24 버팅기지 말고 너도 들어와 24.04.14 138 2 9쪽
23 별걸 다 욕심내네 24.04.13 127 2 9쪽
» 그게 왜 궁금해? 24.04.12 134 3 9쪽
21 이게 얌전해? 24.04.11 150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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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어차피 다 볼 거잖아 24.04.07 190 4 10쪽
15 손이 다 달라 24.04.07 160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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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너희들 상상은 자유야 24.04.06 178 3 9쪽
12 키스는 괜찮지 않아? 24.04.05 191 3 9쪽
11 남자 눈치를 좀 봐야지 24.04.05 179 3 9쪽
10 느껴 보니까 좋았냐? 24.04.04 201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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