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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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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7.0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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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글자수 :
355,778

작성
24.04.3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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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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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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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깊숙이 꼭 안고 싶다

DUMMY

"넌 어쩌려고 그러는 거니"


지연이 조수석에 앉은 혜영에게 말을 걸고 있다.

교복을 벗고 소희가 내준 반바지에 티셔츠를 한 장 걸치고 있다.


소희가 혜영을 견제하면서도 인심은 나쁘지 않다.

욕조 물을 준비하면서 면포에 살구찌꺼기를 담을 때도, 꽃잎을 뿌릴 때도, 같이 하고.

편한 옷을 내주는 것에도 인색하지 않은 소희다.


다만 옷이 집에서 편하게 입는 것이어서.


혜영이 잠시 자신의 옷차림을 보더니 안되겠던지 차를 멈춰달라고 한다.

옷을 갈아입어야 겠다고.


차는 전원주택 단지를 빠져나와 앙적리 논 사이 농로를 달리고 있었는데.

농로 길가에 잠시 정차를 했고.


"뭘요"


가방에서 브래지어를 꺼내 입으며 아무렇지 않게 대꾸하는 혜영이다.


"소희 생각도 모르겠고, 혜영이 옷차림을 단속하지 않는 단 말이지. 나 같으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노출 수위인데.."


교복치마를 반바지 위에 입으며 복장을 마무리하는 혜영이다.


"소희가 자신감이 넘쳐서 그래요. 내가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줄거야."


지연이 차를 출발하며 혜영의 꼴을 살펴보니 얼굴은 벌겋게 익어있고, 머리를 감고 머리끈으로 질끈 묶어서 스타일이 많이 달라져 있다.

여고생같지 않고 새댁 스타일이라고 할까.

이 역시 소희와 닮아있는 모습이다.


몸에서 살구 향도 나고.


"소희를 네가 어떻게 따라가니? 소희는 어디까지 진도를 뺏는지 나도 잘 몰라. 남녀 사이는 모르는 거야. 내일이라도 임태기에 두 줄이 찍힐 수도 있어."


임태기라는 단어가 나오자 깜작 놀라는 혜영이다.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눈치다.


"임신테스트기요?"


"그래. 껴안고 있다가 실수로 한 방울 만 묻어 들어가도 애가 생길 수 있어. 너하고 게임이 안돼."


혜영이 곰곰히 생각에 빠지고 있다.

그러다 혼잣말이 새어 나오고 있는데.


"아저씨에게 안기는 게 다가 아니구나. 옷 입고 아무리 자주 안겨도 한계가 있는 거였어. 아무리 느낀다고 해서 소용이 없는 거였고, 그래서 소희가 나에게 뭐라 하지 않은 거 같아."


뭐라 중얼거리는 혜영이 뭔가 주문을 외는 것 같이 느껴지는 지연이다.

신께 기도하는 것도 같고.

불경을 외는 것도 같고.



혜영을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와보니, 기찬이 홀로 별채 아궁이에서 불붙은 장작을 빼서 불 세기를 낮추고 있다.

그리고는 철망 위에서 원두를 굽고 있다.


"소희는?"


"응. 자."


혜영이 돌아오자 잘자라는 인사를 하고 별채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나간 사람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제야.


다같이 있으면 편하게 대해주지만 이렇듯 집에서, 잠잘 시간이면 지연과 거리를 둬왔던 기찬이다.

자신이 감정조절하기 가장 어려운 기간대라며.


기찬이 안방에 들어오니 소희가 새근새근 잘도 자고 있다.

깨어날까 조심하며 조금 떨어진 옆으로 눕는 기찬이다.

이불을 들추지도 않고, 소희를 깨우지 않이 위해.


잠시 소희 얼굴을 잠시 쳐다보다 스르르 눈을 감았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아무 일 없이 지나간다.


***


<오늘의 백반 메뉴 : 짜장면, 11:30 - 1:00 20인분 한정 판매>


가게에 나오자마자 종이에 써서 가게 유리창에 붙이는 기찬이다.

지연은 커피 내릴 재료를 준비해서 가게 밖 테이블에 내놓고.


오늘은 살구향 입힌 원두 빻은 것 포함해서 두 종류다.

가격은 500원 더 받기로 했고. 3500원.


기찬은 점심 백반 장사 준비를 한다.

가게 밖으로 짜장소스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설탕 대신 양파를 갈아서 넣는 것으로 단맛을 내기로 했고, 짜장에 콩가루를 넣어 약 다리듯이 먼저 끓이고 있다.


"자 먹어봐."


"안 먹으면 안돼?"


지연이 고갯짓을 하지만 안먹어볼 수는 없다.

테이스팅이 자신의 숙명같이 다가오기에.


우욱.


헛구역질을 해대는 지연이다.

기찬이 등을 두드려줬고.


"앉아서 쉬어라. 임테기는 해 본거야?"


"아직. 아닐 건데."


말은 그렇게 해도 몸의 이상함을 감지한 지연이어서 병원에 잠시 갔다 오기로 했다.

점심 장사하기 전에.



병원에 다녀온 지연의 표정이 안좋다.

임신 2주차란다.


"축하한다. 네 남편한테 알렸어?"


"아직. 귀국하면 알려야지."


의자에 앉아서 자기 배를 쓸어보는 지연인데, 아직 실감이 안난다는 표정이다.


"서서 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하지 않나?"


기찬이 오픈 주방 김밥존에 의자 높이 조절을 해주고 있다.

앉아서 김밥을 말 수 있도록.


"오빠가 내 남편 같다."


"뭐 먹고 싶은 건 없어? 말 만 해. 내가 다 사줄게."


처음에는 먹고 싶은 게 없다더니 뜬금없이 콩국수를 먹고 싶단다.

딸기도 참외도 바나나도.


내일 백반 메뉴가 정해졌다.

이왕 지연을 위해 준비하는 것 콩국수를 하기로 했다.


"지연이가 달라 보인다. 정말 예뻐. 장한 일을 하는 거야. 까불거리기 만 하더니 엄마가 된다고 생각하니 기특하기도 하고."


"마치 아빠 처럼 얘기하네. 한 살 오빠면서."


주방 테이블 바구니 안에 여러 종류의 과일이 담겨 있다.

먹고 싶다더니 막상 사오니 냄새가 거슬린다나 뭐라나.



"아으.. 냄새. 토할 것 같다. 어떻게 좀 해봐."


점심 장사 시간이 가까워져서 식용유에 돼지고기를 볶고, 양파를 썰어 넣고, 고아 놨던 짜장소스를 넣어 끓이니 바로 지연이가 반응한다.


잔소리가 엄청 많네.

그래도 밉지 않아.

애 엄마가 된다니.


별이 보며 엄청 부러워 했었던 지연이다.

애가 들어서지 않아서 잊고 살았던 지연이고.

그런데, 남편이 베트남 출장가고 애가 생길 줄이야.


점심시간이 되자 혜영이 어김없이 가게로 출근하고 있다.

기찬과 찐하게 인사하고, 지연이 애와 인사하고 바로 일에 들어가는데.


지연이 애와는 배를 쓰다듬어 주면서 인사하며 엄청 축하해줬던 혜영이다.

기분이 어떤지, 아픈 증상이 있는지, 임신되고 나서 몸 어디가 변하고 있냐느니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

혼자 일할 수 있을 때는 뒤로 가서 쉬라고도 하고.


손님이 들어오면 냉동면을 삶아서 만들어뒀던 짜장소스 한국자 얹고 오이채 썬 거 올려서 손님상에 나가고 있다.

중국집이 분식집 기준 1km 반경 안에 세 집이 있다.

그래서 인기가 없을 줄 알았는데, 왠걸 빠르게 20인분이 소진되고 말았다.


솔드아웃.


점심 백반장사가 개시 40분 만에 끝나고 말았다.

짜장면을 가격때문에 먹으러 온 것이 아니라 분식집 가게 직원들이 먹는 걸 봐서, 같이 먹는 음식이어서 믿고 왔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 직원들 점심 식사는 콩국수.


직원 둘이서 콩국수 먹는 걸 보더니 단골 공무원 손님들이 자신들도 해달라 해서 세 그릇이 나갔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다.

밍밍해서 맛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일단 지연이 맛있다며 먹는다.

소금이나 설탕을 일절 넣지 않고.. 지연이 먹는 걸 보고는 혜영도 아무것도 안치고 똑같이 먹었다.


"나도 애 갖고 싶다."


"고딩 입에서 나올 얘기가 아닌데?"


콩국수를 먹으며 나누는 대화다.

자신은 빨리 결혼해서 바로 애를 낳아서 키우고 싶단다. 애도 넷은 낳고 싶다고 하고.

애국자의 길을 가겠다는 것인데.


그 말을 듣으니 달리 보이는 혜영이다.

소희는 그런 얘기를 하지 않는데.


소희를 보면 애를 갖고 싶은 생각이 없다.

물론 나이가 어리니까 당연한 얘기이긴 한데.


요즘 꺼리는 모습을 나에게 들키고 있다.

처음에는 몰라서 그런다고 이해하고 넘어갔는데 그게 아니었다.


지연이 말대로 고2쯤 이면 알 건 다 아는 나이가 맞았다.

뭐, 나는 소희 의사를 100% 존중한다.

고2가 애를 갖는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니니까.


그런데, 혜영의 입에서 애를 빨리 갖고 싶다는 말이 나오자 신선하게 다가온다.

혜영이 애가 아니라 여자로 보이는 착시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소희 친구들은 다 애들로 봐왔던 기찬이다.

소희 만 나에게 특별한 여자고.


그러면서 머리속에서는 어제 내게 보여줬던 혜영이의 그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벗고도 떳떳하게 빤히 내 얼굴을 보고 있던 그 당당한 그림이.


지금도 콩국수를 먹으며 지연과 대화하면서도 나를 보며 미소짓는 혜영이 정말 사랑스럽다.

지금은 소희 만큼 사랑스러운 거다.

큰일났다.



커피는 살구 향을 입혔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블랜딩 커피라고 만 했을 뿐인데.


마셔본 손님들은 별의 별 맛을 다 얘기하고 있다.

딸기 맛이 난다고 하질 않나, 산수유도 유자, 매실, 레몬 등 많은 재료가 거론되고 있다.

정작 살구를 맞춘 손님은 나오지 않고 있고.


맛은?


나쁘지 않단다.

탄내도 줄고 맛이 부드럽다는 반응이다.

소희가 살구 아이디어를 낸 것이 주효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업가 자질이 보이는 소희다.

뭔가를 생각해내고 바로 시도하고 보는 무모함을 갖추고 있으니.


지연의 임신사실이 확인되고, 혜영이가 애를 빨리 갖고 싶다는 얘기를 들으니 소희를 안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고 있다.

깊숙이 꼭 안고 싶다.

소희가 싫어하겠지만.

실현가능하지 않겠지만 마음으로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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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셀프 드립 커피 24.04.17 9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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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내가 못할 것 같은가 보네? 24.04.06 18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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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키스는 괜찮지 않아? 24.04.05 191 3 9쪽
11 남자 눈치를 좀 봐야지 24.04.05 180 3 9쪽
10 느껴 보니까 좋았냐? 24.04.04 201 3 9쪽
9 네가 내 시간을 왜 물어? 24.04.04 203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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