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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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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7.0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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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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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14
글자수 :
355,778

작성
24.04.1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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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 말대로 하세요

DUMMY

소희가 많이 듣던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지혜가 허리에 두 팔을 얹고 서 있다.

사람 얼굴에 공부를 잘한다고 써 있을리 만무하지만..

지혜는 포스가 남다르다.


단정한 옷차림, 꼿꼿한 자세, 흔들림없는 시선, 세상을 품고 있는 것 같은 깊은 눈동자, ..


지혜 년을 한 대 때려서 흐트려 놓고 싶다.

정강이를 로우 킥으로 한 대 갈겨 놓으면 얘기가 잘 통할텐데..

내가 쩔쩔매는 건 다 아저씨 때문이야.


"언니 왔어요?"


소희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지혜 잇사이로 바람이 새어 나오는 소리가 들리고, 뭔가에 안심하는 느낌도..


"소희 너 나한테 욕한 거 아니었어?"


"그럴리가요. 언니가 잘못 들은 거예요. 은혜야 내 말 맞지?"


은혜가 눈치를 살펴보다가 가만히 고개를 주억거린다.


"지혜 너 소희한테 커피 맛 얘기 좀 해~"


"네가 소희 오더를 받은 거였어? 내가 너에게 다 얘기 해줬어. 뭘 더 얘기해?"


지혜가 등을 돌리자, 은혜가 어깨를 잡아 다시 돌리고 있다.


"언니야? 말 하고 가야지. 그냥 가면 어떻게 하니."


"손 안 떼? 어딜 잡고 있어?"


지혜가 어깨를 잡아 누르는 은혜 손을 뿌리치려고 팔을 휘저었으나 꼼짝도 하지 않는 은혜의 손이다.

힘싸움에 밀려 지혜 몸이 휘청거리며 빈틈을 보이고 있으니..

단정했던 옷차림이, 블라우스가 어깨 쪽으로 잡아당겨지면서, 옷이 조여지고, 벌어지고, 올라가고 있다.


내가 저렇게 만들어야 하는건데, 별 것도 아닌 년이 아저씨 약점을 잡아서 나를 힘들게 하고 있어.

그래. 은혜 잘한다.

내친 김에 지혜 배에 주먹 한 대 날려주렴.

나한테 고개 빳빳이 들고 있는 꼴 보기 싫어.


소희 얼굴에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며 가지런한 치아가 빛나고 있다.


"손을 좀 놔야 얘기를 하지."


지혜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주위에 구원의 눈길을 보내지만 소희는 딴세상으로 가 있고, 민지는 안타까워하는 눈빛 만 보내올 뿐이다.


커피 맛 얘기는 안들어도 되니까, 은혜가 지혜 몇 대 때려서 땅바닥에 뒹굴게 했으면 좋겠다.

치마에 흙이 묻고, 저 꼴 보기 싫은 얼굴에 생채기가 좀 나고, 손발 싹싹 비는 모습이 나오면..


"은혜 너 당장 손 안놓으면 집에 가서 아빠에게 이를거야. 은혜 너 때문에 쪽팔려서 학교 못 다니겠다고 말이야."


"내가 뭐?"


은혜가 어깨에서 손을 떼더니 삐뚤어진 옷매무새를 바로 잡아주고 있다.

마지막엔 은혜 볼을 두손으로 톡톡 때리면서 원래대로, 단정한 상태로 돌려놨다.


"너 지금 언니를 때렸어. 너 집에 가서 각오해."


"나 지금 인심을 썼는데, 집에 가서 고자질하면, 네가 공부하는 책 다 불태워 버릴거야."


자매가 참 무섭고 재미나게 싸우네.

은혜가 더 강하게 밀어붙였으면 좋았을텐데, 좀 아쉽게 됐다.


"자 이제 소희에게 얘기해!"


"너나 소희나.. 하아~ 미친 년들! 뭔 커피 맛을 알아야 되겠다고? 알고 싶으면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 것을, 공부하기도 바쁜 나 붙잡고 행패를 부리다니."


지혜가 다시 몸을 돌리려 하자 은혜가 다시 어깨를 잡아가고 있다.


"너 한 번 만 더 말을 하지 않고 몸을 돌리면 바닥에 널브러질 각오해."


그래. 은혜 잘한다. 그냥 바닥에 메다꽂아!


소희가 은혜를 응원하며 지혜가 바닥으로 쓰러져 넘어질 그림을 상상하며 미소짓고 있을 때, 지혜 입에서 커피 맛 강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커피는 원두를 볶아서, 빻아서, 물에 우려 먹는 음료수야. 생원두를 바짝 볶으면 물기가 다 빠져나가고 향도 날라가. 특유의 신맛도 없어지지. 뭐, 커피 원산지가 어디건 세게 볶아버리면 차별성이 없어지는 거지. 맛이 그게 그거야."


소희가 플라타너스 나무에 등을 기대고 있고, 은혜는 소희가 앉았던 자리에 털부덕 주저앉고 있다.

민지 만이 다소곳이 서서 경청하고 있다.


"그래서 카페나 브랜드 메이커가 차별화를 하려고, 약하게 볶으면서 신맛이 나게 하기고, 볶고 나서 바로 급냉하기도 해서 향을 보존하기고, 빻을 때 거칠게 또는 곱게 해서 바디감을 다르게 하는거야."


지혜의 입에서 줄줄이 사탕처럼 커피에 관한 말들이 흘러나왔다.

한 번 더 듣고 있는 은혜는 귀를 막고 싶은지 얼굴 볼을 두 손으로 받치고 있고, 소희는 질끈 눈을 감고 있다.


얄미운 년! 잘난체 하는 목소리 정말 듣기 싫다.


"입안에 커피를 머금었을 때 가볍거나 무겁고, 거칠거나 부드러운 느낌이 입안에 감돌거야. 바디감이 조금씩 다르거지. 곰탕이나 설렁탕 국물을 연상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커피 맛을 얘기하면서 사골 우린 맛과 고기 삶은 맛으로 비교를 하네? 뭔 소리냐? 커피 맛에 그런 것이 있었어? 그냥 쓰디쓴 물이지 않나?


"후미는 뭐야?"


"후미는 마신 다음에 목구멍에서 타고 오르는 향이나 여운을 말하는 거야. 음식 먹고 난 후에 트림을 하면서 잘 먹었다 하는 기분! 그런거야. 이제 됐지?"


지혜가 등 돌려서 사라지고 있다.

소희도 은혜도 가는 그녀를 잡지 않았다.

아니 잡기 싫었고, 또다시 듣기 싫었다.


"은혜야 저년 뭐라고 주절댄거냐?"


"너도 들었으니.."


"나는 잘난체하는 지혜 얼굴 한 대 때려주고 싶었어. 귀로는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어."


"나라고 다를까?"


"그래도 하나는 기억에 남네. 후미가 밥먹고 트림하며 나오는 기분 나쁜 냄새라는 거잖아."


은혜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무에 기대서 접히고 구겨진 소희 블라우스를 펴주고 있다.

소희는 먼지 털어준다고 은혜 엉덩이를 팡팡 쳐주고 있다.


"개운치 않다. 앞으로 네 언니한테 뭐 물어보지마."


"네가 나한테 안물어부면 돼. 난들 물어보고 싶겠니? 언니년은 입만 열면 그 자체로 열받게 하는 마력을 지녔어. 왜, 이렇게 얄미운지 몰라."


"니네들이 물어봐 놓고, 자세히 알려주는 언니한테 열받아 하는 너희들이 문제있는 거 아냐? 지혜 언니가 예쁘고 공부 잘하니까 질투하는 마음 잘 알겠는데, 우리 학교의 희망인데.. 공부를 방해해서는 안되지 않겠니?"


민지가 뒤돌아 교실로 올라가고 있고, 은혜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따라가고 있다.


"민지야 오해야. 난 언니년 질투한 적 1도 없어."


소희가 땅바닥을 쳐다보고 있다.


아저씨가 지혜년을 좋아해서 그래.

그래서 민지 말마따나 주는 것 없이 미운거 같기도..

지혜년이 객관적으로 나보다 예쁜건가?

한 번 물어봐야겠다.

집에 가서.. 한 침대에 누워서.. 잠들기 전에..


#


분식집 밖 커피 셀프 드립 테이블에서는 혼돈에 빠져 있다.

커피내리기 시간이 제멋대로 였던 오전에는 빠르게 뽑아가는 사람들 반, 시간 걸려서 커피 내려가는 사람들 반 해서 웨이팅 줄이 5명 정도에 불과했었는데, 시행착오를 겼은 사람들 훈수가 오가면서 커피 내리는 평균적인 시간이 길어졌다.

웨이팅 줄이 15명까지 늘어나 있는 상태다.


"기다린다고? 왜?"


커피 테이크아웃 가게가 반경 100미터 안에 2개가 있고, 카페는 5개가 있다.

저가 커피점에서는 아메리카노 레귤러 컵 한 잔에 1,500원이고.

우리 분식집 핸드드립 커피는 3,000원이다.


맛?

그건 잘 모르겠다.

숯불에 직화로 굽긴 했지만, 그래서 원두 표면이 강냉이 튀긴 것처럼 부풀어오르긴 했지만, 커피 맛을 향상시키는 포인트는 아니라고 봐야 한다.

뭐, 누룽지 만들어질 때 나는 구수한 향이 나오는 것 같긴 하지만..

워낙 은은한 향이어서 사람들이 그걸 눈치챈다고 하기엔 어불성설이다.


"아저씨, 셀프 중단하고 제가 커피를 내려서 드려야겠어요."


"손님들 표정이 직접 내리는 걸 선호하시는 것 같은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놔두라는 말씀이세요?"


"아니.. 그게 아니라.. 즐거워 하시네. 다들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있어. 웃는 얼굴 참 예쁘다. 뭐가 그렇게 즐거울까?"


그때 여대생 셋이서 커피물을 우려내고 있는데, 자그만치 원두가루 세 숟가락 9,000원을 지불하고 커피를 우려내고 있다.

다만 우려내는 시간을 길게 잡아 먹고 있는데, 물을 조금씩,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번 반복해서 진하게 뽑아내고 있다.


"아저씨! 커피장사 이렇게 하면 망할건데요? 시간이 너무 걸려요."


혜영이 기찬 앞에 버티고 서서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기찬이 멀뚱멀뚱 혜영이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 그러자 지연이 다가와 옆구리를 찔러주고 있다.


아~ 내가 또 정신을 잃었었나? 뭐야. 혜영이가 내게 뭐라고 그랬지?


"아저씨?"


"응. 혜영아."


"제 말대로 하세요."


혜영이 눈을 껌벅거리며 기찬을 고요히 쳐다보고 있다. 또다시 멍해져가는 기찬이다.


내가 왜 그러지? 꼭 약에 취한 것 같은 기분이네. 뭐지? 아~ 소희향이 난다. 혜영이 몸에 소희가 있어. 향수가 같은거야. 그래서 내 몸이 풀어지나 보다.


기찬이 혜영이를 피해서 분식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무런 말없이다.


아저씨의 돌발행동에 놀란 혜영이 지연의 눈을 찾자 지연이 어깨를 으뜩해 주고 있다.


"네 뜻대로 해. 아저씨가 별 말 안하면 그대로 하라는 얘기와 같아. 아저씨가 상태가 안좋은 것 같다. 어제 커피콩을 너무 오래 볶아서 정신이 혼미해진 것 같아. 나도 지금 그렇거든."


지연이 기찬 뒤를 따라들어가고, 혜영이 줄 선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다.


"셀프 드립 그만입니다. 이제 제가 뽑아 드립니다."


웨이팅 줄에서 낮은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고, 직접 내리고 싶다며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혜영이 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안돼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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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혜영을 봐 버렸네 24.04.28 121 3 9쪽
31 하자는 것을 받아줘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기에 24.04.27 110 4 9쪽
30 남자의 생리에 대해서 안 배우나 24.04.26 108 2 10쪽
29 별걸 다 시키네 24.04.19 111 1 9쪽
» 제 말대로 하세요 24.04.18 105 1 10쪽
27 셀프 드립 커피 24.04.17 99 1 10쪽
26 재는 털어내야겠다 24.04.16 104 2 9쪽
25 나보고 어쩌라고 24.04.15 112 3 9쪽
24 버팅기지 말고 너도 들어와 24.04.14 138 2 9쪽
23 별걸 다 욕심내네 24.04.13 127 2 9쪽
22 그게 왜 궁금해? 24.04.12 134 3 9쪽
21 이게 얌전해? 24.04.11 151 2 9쪽
20 같이 눈 뜨고 싶어 24.04.10 152 3 9쪽
19 나는 안보이지? 24.04.09 144 3 9쪽
18 아저씨 감기 걸리겠다 24.04.09 149 2 9쪽
17 얼굴색을 가리지 못했다 24.04.08 171 3 9쪽
16 어차피 다 볼 거잖아 24.04.07 190 4 10쪽
15 손이 다 달라 24.04.07 160 2 10쪽
14 내가 못할 것 같은가 보네? 24.04.06 182 3 9쪽
13 너희들 상상은 자유야 24.04.06 178 3 9쪽
12 키스는 괜찮지 않아? 24.04.05 191 3 9쪽
11 남자 눈치를 좀 봐야지 24.04.05 179 3 9쪽
10 느껴 보니까 좋았냐? 24.04.04 201 3 9쪽
9 네가 내 시간을 왜 물어? 24.04.04 202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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