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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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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7.0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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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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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5,778

작성
24.04.1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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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재는 털어내야겠다

DUMMY

분식집 앞 원형테이를 위에 놓여 있는 휴대용 가스렌지와 그 위에 올려진 프라이팬에서 원두가 볶아지고 있다.


한 옆에서는 커피 웨이팅 줄이 만들어져 있고, 10여 명이 기다리고 있고.

혜영이 혼자서 원두를 볶고, 빻고, 내리고, 돈 받고 따라주고 있다.


은혜와 민지는 하다가 댄스학원 간다고, 소희는 격투기하러 간다며 자리를 비웠다.


혜영은 오픈주방에서 김밥을 말다가 '어 어'하다가 분식집 밖으로 내몰리고 말았다.

지연이 밖으로 나가라고 혜영이 엉덩이를 밀어낸 것이다.

혜영이 교복치마 접은 걸 풀고 내려주고.


이런 그림이 아닌데.. 소희가 부탁하고 내가 마지못해 나서야 하는데, 지연이 이모가 날 밀었어.

은혜와 민지가 되지도 않은 커피를 만들어서 사람들한테 팔아서 얼마나 쪽팔렸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볶는 건 중불에.. 신맛을 줄여줘야지.

커피 맛을 내는 게 쉬운 건 줄 알아? 뭐, 그냥 대충대충 하면 되는 줄 알고 있어.


실제로 은혜와 민지가 커피를 내릴 때 걸리는 시간보다 두 배쯤 길어지고 있다.

20인분 양의 커피가 10분이면 나왔는데, 20분이 걸리고 있다.

혜영이 로스팅하는 원두 량을 많이 잡은 것도 있고, 실제로 50인분을 한 번에 볶고 있다.


기찬이 틈틈히 나와서 돌절구에 로스팅된 원두를 빻아주어서 20분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10분은 더 걸렸을 일이다.


커피를 내리는 데 시간이 더 걸림에도 웨이팅 줄이 줄어들긴 커녕 더 늘어나고 있다.

원두를 볶을 때 나는 향긋한 냄새가 주위로 퍼져서다.

그리고, 헤영이 만들어낸 1차 커피 호응이 좋았고, 이를 지켜본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분식점에 손님이 뜸해지자 기찬이 주걱을 건네 받았다.


"팔목 아프겠다. 내가 할게. 커피 내 드려."


혜영이 안그래도 아팠던지 오른 팔목을 돌리고 주무르고 있다.


혜영이가 전문가 포스를 보여주네.

은혜하고 민지는 얼치기였지.

민지는 열심이지만 뭔지 몰라서 그랬고, 은혜는 아예 관심 밖이었고.

소희와 혜영이 사이에 신경전이 있는 것 같은데, 같이 잘 어울리는 데, 왜 그러는걸까.


"시간이 너무 걸린다."


"머신 커피가 아니니까."


"직접 볶는걸 직관하게 될 줄 몰랐어."


"커피를 저렇게 만드는구나."


혜영이 커피를 1차로 내고 나서 반응이 좋은 것을 확인하고는 기찬이 은근슬쩍 가격을 2,000원으로 올려버렸다.

그럼에도 웨이팅 줄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얼음 가져왔어."


지연이 스텐통에 얼음을 담아내왔다.

손님들의 요구가 빗발쳐서 트레이를 사다가 급냉시켜 이제야 만들어진 얼음이다.


"커피 장사 이거 어떻게 하냐?"


하교 후에 은혜와 민지가 커피를 만들었고 혜영이 넘겨 받은 상황이다.

오늘 시작은 이렇게 됐다 치고 문제는 내일이다.

기찬과 지연이 둘이서 장사하는 시간이 문제다.


"사람을 써야지."


"구할 수 있나? 11시부터 4시까지 맡아줄 사람을 구해야 하는데.."


"소희가 벌인 일이니까 생각이 있지 않을까요?"


"소희가 아무 생각없이.. 아~ 깜짝이야."


기찬 뒤로 소희가 다가와서는 머리로 등을 박고는 비틀거리는 걸 또 잡아주고 있다.


"아저씨가 참 허약해 진 것 같아. 요새는 툭툭 건드려도 넘어지려고 하니까. 좀 짠하네. 이 남자를 믿고 살아야 하나 걱정도 되고.. 내가 이제 아저씨를 먹여 살려야 할 것 같아."


뒤로 갈수록 목소리가 작아져서 기찬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혜영이가 하고 있네.

내가 일부러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가격도 올렸고.


"너 들어가! 내가 할게."


소희가 혜영이 들고 있던 커피 물병을 뺏어들고 있다.


"소희야, 혜영이가 내린 커피 반응이 좋아."


"그쯤은 나도 할 수 있어."


이제 내린 커피가 다 떨어져 다시 원두를 볶아야 한다.

하지만 소희의 결정은 판매중단이었다.


"커피가 다섯 잔 분량만 남았습니다. 내일 다시 찾아 주세요~"


커피가 모두 소진되자 판매하는 데 쓰였던 테이블이며 집기를 정리하고 있는 소희다.


"아저씨, 나 오늘은 먼저 집에 들어갈 게. 짐 정리할 것도 있으니까."


"그러지 말고 나하고 같이 들어가. 시간 얼추 됐으니까 마무리하자. 잠시만 기다려 줘."


"싫어. 나 지금 갈거야."


소희가 기찬의 말을 듣지 않고 그대로 발걸음을 떼고 있다.


"정소희!"


"왜?"


"내가 기다리라고 했어."


"치이~"


...


퇴근길이다.

소희가 기찬과 같은 집으로 걸어서 퇴근하기는 처음이다.

기찬과 지연이 나란히 걷고 있고, 소희가 세 발짝 쯤 떨어져서 따라오고 있다.


"나 오늘까지만 오빠네서 자고, 내일은 집으로 들어갈게."


"너도 불편하지?"


"소희에게 눈치가 보여서 그러지."


소희가 다가와서 지연의 손을 잡고 있다.


이모가 언제 내 눈치를 봤다고..

어제도 아저씨하고 같은 온돌방에서 스스름없이 자는 여자가 할말이 아니지.

아마 내가 없었으면..

그래도 알아서 간다고 하니까.


"혜영이가 로스팅을 어떻게 했어?"


"그걸 왜.."


기찬이 소희에게 혜영이가 한 방법을 말해줬다.

손님들 반응도 들려주자 심각한 고민에 빠지고 있다.


"아저씨가 알고 있으면 됐어."


"혜영이하고 왜 그러니?"


"뭘?"


소희가 뜬금없이 앞으로 전력질주해서 언덕을 달려 올라가고 있다.

주민들 운동기구가 있는 곳을 지나쳐서다.

쏜살같이 뛰어나가는 날쌘돌이다.


"소희가 생각이 많은가 보다."


"사춘기를 내보이지 않은 아이야."


"말을 해주면 좋을텐데.. 요새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때가 많아."


"나도 뛰어볼까?


지연이 자신도 뛰어보겠다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언덕길을 달려서 오르더니 다 올라서 허리를 수그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


짐을 소영이 이모가 쌌나 보네.

드디어 아저씨하고 같이 살게 되었구나.


소희가 박스를 모두 열어 놓고 짐 정리에 들어갔다.

그것도 잠시 침대에 누워버리고 있다.


왜 아저씨 집에 들어오면 잠이 쏟아지는 지 몰라.

별이네서는 안그랬는데 왜 그럴까.

이따가 하자.


...


기찬과 지연이 집에 도착해보니 집이 고요하다.

먼저 달려간 소희를 찾아보니 안방 침대에서 편한 차림으로 곤히 잠들어 있다.


지연이 이불을 찾아 덮어주고 바닥에 널려져 있는 박스 안의 짐을 정리해주기 시작했다.


소희가 긴장이 풀리나 보다.

자기 남자하고 살게 되니까 좋긴 좋은가 봐.

소영이가 신경써서 봐줬다지만 남 집에서 9년 동안 눈칫밥을 먹어야 했을테니..


"내가 정리할 줄 모르겠어서.."


"놔둬요. 내가 할게. 결국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어. 어제는 사람들이 많았어서 정신이 없었는데 나도 이제 실감나네. 애 만들지 마요."


"소영이하고 똑같은 말을 하네."


"여자에게 애가 만들어지면 또다른 인생이 펼쳐지니까요. 소희는 아직 어리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을테니까. 오늘도 커피 장사한다고 나서는거 봐요."


기찬이 조심스레 소희 옆에 누웠다.


"왜, 이렇게 골이 나 있을까?"


"혹시 그날 아닌가? 오빠는 소희 그날 알아요?"


"아! 이제 내가 알아야 되는 거구나."


"혼자서 어떻게 해결하며 살아왔나 몰라. 날을 나도 모르겠으니요. 소영이가 잘 챙겨줬나 보다."


기찬의 말이 끊기자 돌아보니 소희 옆에 누워 곤히 잠들어 있는 기찬이다.


나만 눈 떠 있구나.

나도 한숨 잘까?


그래도 끝끝내 모두 정리하고 박스까지 치우고 빗질하고 걸레질까지 마무리짓는 지연이다.

그러고나서 안방 문을 닫아주고, 거실 창을 활짝 열고 청소를 시작했다.

남자 혼자 살았던 집이고, 여자 손이 안탄 집이어서 틈새에 먼지가 쌓여있다.


여기 오면 왜 나는 하녀 모드로 빠져드냐.

누가 하라고 하는 사람도 없는 오늘도 이러고 있네.


...


소희가 아궁이 앞에 앉아서 원두를 굽고 있다.

숯불에 석쇠를 올려놓고 직화로 구워 스텐그릇에 모아두고 있다.

그릇은 다섯 그릇이고 그 안에 담긴 원두 색깔이 저마다 다 다르다.


커피 맛은 모르겠지만 다려서 마시는거고, 맛있어야 하는 거겠지.

씹어 먹어봐도 그 맛이 그맛이니 향을 맡아 보자.

가장 단 향이 나는 놈을 찾아서..


기찬이 원두를 돌절구로 빻아서 거름종이에 넣고 끓인 물을 부어 커피물을 내리고 있다.

그렇게 내려진 커피는 부뚜막 옆에 앉아 있는 지연에게 배달되고 있다.

지연 옆으로는 5잔의 커피잔이 놓여져 있다.


"6번 째 잔이야. 왜, 나한테 만 주는 거야?"


"네가 여기서 커피 맛을 제일 잘 아니까. 네가 맛있는 거 골라 봐."


"속이 울렁거리려고 한다. 탄 냄새에, 신맛에, 탄맛에 어쩜 이렇게 맛이 없을까? 잿물 맛이 강하게 나."


소희가 지연의 시음평을 듣더니 담아놓은 볶은 원두를 만져보고 있다.


"아! 재는 털어내야겠다."


기찬이 소희 말대로 볶은 원두를 통통 위로 튕기자 재가 흩날리고 있다.

날아간 재는 지연 얼굴에 달라붙고 있고.

부부를 보는 지연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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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남자의 생리에 대해서 안 배우나 24.04.26 109 2 10쪽
29 별걸 다 시키네 24.04.19 112 1 9쪽
28 제 말대로 하세요 24.04.18 105 1 10쪽
27 셀프 드립 커피 24.04.17 99 1 10쪽
» 재는 털어내야겠다 24.04.16 105 2 9쪽
25 나보고 어쩌라고 24.04.15 112 3 9쪽
24 버팅기지 말고 너도 들어와 24.04.14 139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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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그게 왜 궁금해? 24.04.12 134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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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내가 못할 것 같은가 보네? 24.04.06 182 3 9쪽
13 너희들 상상은 자유야 24.04.06 178 3 9쪽
12 키스는 괜찮지 않아? 24.04.05 191 3 9쪽
11 남자 눈치를 좀 봐야지 24.04.05 180 3 9쪽
10 느껴 보니까 좋았냐? 24.04.04 201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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