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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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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7.06 12:15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10,660
추천수 :
217
글자수 :
361,799

작성
24.05.0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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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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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여기는 내 영역이니까

DUMMY

학교 운동장 계단 위 여학생들이 모여있다. 마치 작전회의를 하는 양 한 여자를 에워싸고 있다.


"내일 주말에 내 일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


소희가 여학생들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있다.

카페 오픈 준비를 해야 하니 인테리어를 도와달라고, 유료 회원제로 운영할 것이니 많은 이용 바란다는 것이 그 요지였다.


카페 컨셉은 무인 셀프드립커피.


3열로 준비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부탁.


소희가 그 책임자를 지목했는데 인테리어 디자인은 은혜를, 작업반장으로는 민지로 꼭 짚어줬다. 그리고, 2학년 반장들에게 할당량을 제시했으니, 반 별로 20명의 회원을 가입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할당량이 부족하면 지인들에게라도 부탁을 해서.


일단 내일 집합 시간은 9시로 알렸다.

작업인원은 너무 많으면 안되니까 오전, 오후 나눠서 10명씩 하기로 했다.


"내가 인테리어 디자인을 어떻게 한다고 나한테 맡기니."


"은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 잘 하더라. 내가 은혜를 믿고 있어. 민지도 할 수 있겠지?"


"뭐, 그림이 나오면 작업하는데 문제는 없지. 비용은 얼마로 잡고 있는데?"


"응. 150에 맞추자. 학생 신분에 더 큰 돈을 쓰는 건 아니잖아."


소희가 이러저러 말을 하며 친구들을 설득해 나갔다. 일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한다던지, 기브앤테이크니까 자신도 너희들이 필요한 게 있으면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겠다느니 썰을 풀어 놓았다.


그리고, 한 명, 한 명 어깨를 두드려 주며 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말을 먼저 전했다.

일이 차질을 빚으면 안되니까, 내일 아침 시간 약속 잘지키라는 말을 마지막에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소희가 하는 말에 반기를 들거나 싫은 표정을 짓는 학생들은 한 명도 없었다.

그게 너무 만족스러운 소희다.


"내가 친구들 복이 많아. 다들 도와준다고 이렇게 나서 주니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혼자 중얼거리며 자기 반으로 찾아 들어가는 소희다.

뒤에서 오가는 말은 다행히 듣지 못했다.


"나 내일 선약있는데."


"토요일에 일찍 나오라고 하다니."


"우리가 무슨 인테리어를 해."


"나는 집에서 청소도 안해 봤는데."


"너희들 내일 안나오면 소희가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있지? 뭐, 알아서들 해라."


마지막 말은 민지가 했다. 모인 학생들 절반 이상이 탐탁치 않은 얼굴이다.

은혜는 언니한테 문자를 찍었다.


- 너 아이스크림 앞에 반찬가게 5평 셀프드립카페 무인점 인테리어 그림 좀 그려라. 오늘 저녁 9시 까지야.


- 이 미친년. 하다하다 날 뭘로 알고.


- 너 머리 좋고, 그림 잘그리니까, 얼마 안걸리잖아.


- 또, 소희 사주를 받은거야?


- 믿을게.


- 하아..


***


"어? 아저씨 안계시네요?"


"너네 일 보러 가셨어. 오전에 중개업소에 인테리어 용품점에 지금은 부자재 보러 가셨어."


혜영이 손을 씻는데, 입이 삐죽 나와 있다.

가게 안에는 백반 손님들이 많이 계시는 데, 아저씨가 준비해놔서 문제될 건 없었다. 삶아 놓은 국수 한덩이 스텐그릇에 담아서, 콩물 한 국자 붓고, 오이채 썰어서 올려 나가면 끝이었으니까.


소금간이 전혀 안된 콩물이라 테이블에서는 소금을 치고 또 치는 손님들이 많았다.

그래도 콩물이 진하고 고소하다고 상시 메뉴로 하는 건 어떻겠냐며 제안을 해 주시는 분들이 계셨다.



혜영이 오고 20분 쯤 지났을까, 기찬이 가게로 들어오더니 바쁘게 프라이팬에 돼지고기를 넣고 볶는다.


"맵게 하면 못 먹지?"


"예. 덜 맵게요."


"오빠, 난 매운 게 좋은데?"


"알겠어. 덜 맵게."


두 여자의 희비가 엇갈린다.


"지연이 거는 따로 맵게 해 줄게. 얼굴 좀 펴라. 애 같이 토라지는 표정을 지을 건 뭐냐."


"헤헤헤."


백반 메뉴를 하루 앞서 해보는 게 낫겠단 판단에 볶는 제육볶음인데 어제도 그랬듯이 욕심을 내는 손님들이 생긴다.

그것도 대비해서 양을 정했다. 분식집 백반 메뉴가 2개로 늘어난 셈이다.


"오빠는 뚝딱 어떻게 그렇게 하냐? 신기하단 말이야."


"소희에게 해 주다 보니까 늘었지."


어렸을 때 부터 소희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왔던 기찬이다.

별이네서 잠을 잤지만 낮시간이면 분식집에서 놀고 먹고 지냈던 소희다.


이제는 혜영이와 지연이를 위해서 점심상을 차리고 있지만.


"혜영아 너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미리 말해줘. 메뉴 선택하는 것도 일이니까, 아저씨 일 좀 덜자."


"예. 알겠어요. 그러면 내일은 스파게티 어때요. 해물크림 파스타요."


"좋았어. 해볼게."


내일은 일꾼들이 인테리어 작업할 거라고 소희에게 연락이 왔었다. 점심 식사를 준비해달라는 말과 함께다.

소희 친구들에게 해 줄 메뉴로 적당하단 생각이 들었다.


해물크림파스타를 내가 잘 할 수 있는지는 별개로.

까짓 하면 되겠지.


점심상이 차려졌다. 제육볶음을 불에 달군 철판접시에 담고 콩탕이 곁들여졌다.


단골 손님들 만 아는 제육볶음 주문이 들어왔다.

직원용 상차림이 끝나고야 주문할 수 있는 분식집의 숨어있는 메뉴.


가격은 5,000원.


손님들에게는 스텐그릇에 밥을 담고 제육볶음 한 국자 얹어서 나갔다. 이제는 그러려니 받아들이는 단골들이다. 차별화 된 직원용 밥상을 정식 메뉴화 하라는 요구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기찬은 단칼에 거절.


'멋져. 아저씨가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할 때가 별로 없는데 어쩌다 나오는 모습.'


"카페가 생기면 분식집 커피는 어떻게 해요?"


"당연히 접어야지."


분식집 커피 장사는 짭짤했다.

손이 안가기도 하고 원가 대비 마진이 워낙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분식집 3,000원 김밥 한 줄 팔면 원가 만 1200원 정도가 소요되는 데 반해 커피는 3000원에 300원 정도.


물론 저녁에 숯불에 구워서 빻는 인건비를 포함시키면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원가 측면에서 보면, 이 나라에 왜 카페가 여기저기 생기는 지 알것 만 같다.


그것을 지연이도 알고, 혜영이도 안다. 그래서 지연이가 물어온 것인데, 기찬의 입에서 시원한 대답이 나왔다.


"혜영이도 이제는 여기로 오지 말고 카페에 들렀다가 밥 만 가게서 먹고 학교 들어가라. 이제 카페가 네 사업이니까."


"아니예요. 같이 볼게요. 카페 들렀다가 분식집 와서 일 돕고 그럴려고요."


"그러지마. 네 일이 먼저야."


어제와는 다르게 휘둘림이 없는 기찬이어서 달리 보이는 지연이다.


'아침 만 해도 속이 텅빈 쭉정이 같았던 오빠였는데, 이제 든든하네.'


지연이가 입맛이 살아나는지 밥을 조금 더 퍼와서 맛있게 먹고 있다.

뱃속에 아기 몫까지 먹는 모양이다. 지연이 얼굴이 동글하니 살이 붙고 밝은 빛이 나고 있다.



"오빠는 찬이 그게 뭐야? 우리 거는 잘 챙겨주면서 왜 그래?"


기찬은 반찬은 꺼내지도 않고 콩탕에 밥 한 술 말아먹고 있다. 점심 손님이 끊어지면 식사를 하는 기찬이다. 보통 2시 넘어서 식사한다.


"속이 부대껴서 그래. 입맛도 없고."


"오빠가 스트레스를 받나 보다."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겠다.

나는 커피를 한 잔 진하게 내렸다. 그리고, 머그컵에 담아 가게를 나왔다. 지연이의 못마땅한 시선을 뒤로 하고 별이네 가게 가는 길이었다.


***


오전에 반찬가게 간판 자리에 현수막을 걸어 달라고 주문해 두었었다.


<셀프드립커피 무인카페 입점 확정>


잘걸려 있나, 오타는 없나 확인하는 내게 별이 엄마가 다가온다.

다가와서 내 손에 들린 머그컵을 빼앗아서 뚜껑을 열어 냄새를 확인해 보고 있다.

그리고, 한모금 후릅.


"누군가 했어. 어쩐지 컨셉이 분식집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지. 오빠가 여는 거야?"


소영이가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는다.

따뜻하고 자그만한 손이다.


"소희가 여는 거야. 친구 혜영이 하고 둘이서 투자했어. 내가 뒤를 봐줘야지."


"그 꼬맹이가 이제 사업한다고 덤비는 거야? 집 나가고나서 나한테는 일절 연락이 없어. 고약한 계집애 같으니라고, 키워준 정이 있는 건데. 멀기나 해? 엎어지면 코가 닿을 만한 거리야."


"남 말하고 있네. 그렇게 잘아는 녀석이 분식집에는 코빼기도 보이질 않았어?"


"자기는 뭐 내가 보고 싶지 않았어?"


요즘 내게 자기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데, 실수로 튀어 나온 모양이다. 잠시 입을 가렸다 내리는 걸 보면.

소영이 들어가서 얘기 하자며 내 손을 끌어 별이 가게로 들어갔다.


옷가게 안쪽 수선실 방에 나란히 앉았다. 소영이는 길가를 내다보며 커피를 홀짝거리고 있고.. 뻘쭘하다고 할까. 막상 손이 닿는 거리에 붙어 앉아 있으니 내가 생각했던 분위기가 나오지 않는다.


그냥 말 몇마디 하고 분식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 게 맞는 건데, 그렇게 간단하고 쉬운 일이 참 어렵게 다가오고 있다.

그건 소영이 생각도 다르지 않은 듯 정작 가게 안으로 들어와서는 재잘재잘 수다떨던 입이 꾹 다물어져 있다.


"에이, 나 갈게."


일어나려 엉덩이를 드는 내 옆구리로 소영이 주먹이 날아와 박혔다.


커억.


나는 그대로 수선실 방에 뒤로 벌렁 나동그라졌다.


"까불지마요. 여기는 내 영역이니까."


"이런, 폭력을 쓴다고?"


허우적거리며 일어나는 내 두 손을 움켜잡더니 그대로 내 몸으로 몸을 날려오는 소영이다.

연애시절 내가 소영이에게 자주 당했던 수법이 재현되고 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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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소희가 다 하겠지 24.05.05 93 3 9쪽
» 여기는 내 영역이니까 24.05.04 96 3 10쪽
37 안겠다는 욕심인거야? 24.05.03 117 3 9쪽
36 아저씨가 좋아요 24.05.02 121 3 10쪽
35 남자이기 전에 24.05.01 119 3 9쪽
34 깊숙이 꼭 안고 싶다 24.04.30 126 3 9쪽
33 아저씨가 먹고 싶은 만큼 24.04.29 129 3 9쪽
32 혜영을 봐 버렸네 24.04.28 122 3 9쪽
31 하자는 것을 받아줘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기에 24.04.27 113 4 9쪽
30 남자의 생리에 대해서 안 배우나 24.04.26 109 2 10쪽
29 별걸 다 시키네 24.04.19 112 1 9쪽
28 제 말대로 하세요 24.04.18 106 1 10쪽
27 셀프 드립 커피 24.04.17 101 1 10쪽
26 재는 털어내야겠다 24.04.16 105 2 9쪽
25 나보고 어쩌라고 24.04.15 113 3 9쪽
24 버팅기지 말고 너도 들어와 24.04.14 140 2 9쪽
23 별걸 다 욕심내네 24.04.13 128 2 9쪽
22 그게 왜 궁금해? 24.04.12 136 3 9쪽
21 이게 얌전해? 24.04.11 155 2 9쪽
20 같이 눈 뜨고 싶어 24.04.10 155 3 9쪽
19 나는 안보이지? 24.04.09 148 3 9쪽
18 아저씨 감기 걸리겠다 24.04.09 155 2 9쪽
17 얼굴색을 가리지 못했다 24.04.08 175 3 9쪽
16 어차피 다 볼 거잖아 24.04.07 196 4 10쪽
15 손이 다 달라 24.04.07 165 2 10쪽
14 내가 못할 것 같은가 보네? 24.04.06 187 3 9쪽
13 너희들 상상은 자유야 24.04.06 182 3 9쪽
12 키스는 괜찮지 않아? 24.04.05 196 3 9쪽
11 남자 눈치를 좀 봐야지 24.04.05 185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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