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새글

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7.04 10:15
연재수 :
98 회
조회수 :
10,374
추천수 :
214
글자수 :
355,778

작성
24.04.10 00:35
조회
151
추천
3
글자
9쪽

같이 눈 뜨고 싶어

DUMMY

쏴아아.


안방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소희의 흥얼거리는 콧소리도 물소리와 뒤섞여 있다.

잠시 후 욕실에서 나온 소희가 작은 스탠드 불을 켠 화장대 앞에 앉아 빗질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볼에는 홍조가 빠알갛게 띠고 있다.

아직 깊은 밤이어서 그러는지 드라이기는 잡았다 놓고 있다.


안방의 커튼 달린 침대에는 혜영과 별이가 곤히 잠들어 있다.

이불을 걷어차고 있어서, 잠옷 대신 입은 트레이닝복이며 티셔츠가 말려올라가 있다.

소희가 안방을 나가기 전에 웅크리고 자고 있던 혜영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별채로 돌어가고 있다.


소희가 온돌방으로 들어가서, 멍하니 벽에 기대어 있는 기찬에게 상큼하게 미소지어 주자, 기찬이 힘없이 일어나 본채로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거실쪽 화장실로 들어가서는 샤워기 물을 틀어놓고 물을 맞고 있다.


기찬의 몸에 떨어져 내리는 차디찬 물줄기에 소름이 돋고 있다.

눈을 감은 채 한동안 그렇게 찬물을 뒤집어 쓰고 있다.


***


온돌방에서 잠들어 있던 기찬이 눈을 떠보니, 소희가 배 위에 다리를 올리고 가슴에 상체를 반쯤 얹은 채 잠들어 있다.


"에이휴~"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는 남자다.

소희 몸을 살짝 안아 들어서 바로 눕혀주고 이불을 덮어주고, 조금 열어두었던 창문을 닫고 별채를 나섰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몸을 깨우고 있다.


부엌으로 들어가 잔불 만 남아있는 아궁이게 장작 몇 개 던져주고 산책로에 선 기찬이다.

머리카락을 손으로 쥐어뜯으며 느티나무 쉼터로 걸어가고 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둑방 테라스 형태의 나무판 쉼터다.


지연이가 집에 오겠다고 해서 이 사단이 났다.

지연이가 오겠다고 했고, 소희가 오고, 별이가 오고 혜영이가 왔다.

10년 전에 끊었던 담배 생각이 날 정도로 머리 속은 온통 뒤죽박죽이다.


소희 말대로 말리지 못해서, 끊지 못해서 일이 생겼다.

매사 끊고 맺음이 흐리멍텅해서 그렇다.

자책하며 남한강을 흐르는 흙탕물을 보고 있는 기찬이다.


띠리링.


"응. 소희야. 일어난거야?"


- 아저씨, 어디야?


"요 앞에 쉼터에 있어."


- 기다려. 나도 갈테니까.


"남한강을 보고 왼쪽으로 5분 쯤 걸어오면 돼."


- 알겠어.


비가 갠 맑은 하늘에 먼동이 희끄무레 밝아 오기 시작했다.

느티나무 잎새 위에서 밤새 방울져 있던 물방울들이 기찬의 머리로 후두둑 떨어지고 있다.

시간을 헤아리던 기찬이 산책로로 올라서서 소희가 걸어올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저멀리 소희가 기찬을 보고는 뜀박질해 달려오고 있다.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 없다.

스프린터 처럼 달려와 기찬에게 껑충 뛰어서 목을 감고 뽀뽀를 해오는 소희다.


입맞춤 후에 바로 혀도 들어오고 있다.

이제 뽀뽀는 싱겁다며 입을 맞추면 바로 키스를 해오는 소희다.

소희가 남자 혀를 빨아 마시며 아침 인사를 해오고 있다.

남자는 소희 엉덩이를 두손으로 받쳐들고 있다.


일어나서 바로 왔는지 소희 입에서 단맛과 함께 씁쓰름한 맛이 뒤섞여 있다.

기찬이 소희의 쌉싸름한 입 맛을 보며, 소희가 쓴 맛을 맛있다며 마시는 게 진실인지 거짓인지 물어보고 싶은 걸 참아내고 있다.

일어나면 바로 양치질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미치고 있다.


"앞으로 아저씨가 눈 뜨면 나도 바로 깨워줘."


"그러지마. 소희는 더 자."


"난 아저씨하고 같이 눈 뜨고 싶어."


소희가 바닥에 내려서며 기찬을 찐하게 포옹해오고 있다.

기찬 몸에 맞대고 뭔가를 느껴보던 소희가 깜짝 놀라며 남자 얼굴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

남자가 소희 눈을 피하며 고개를 돌리고 있다.


소희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 손을 끌어 느티나무 쉼터 나무 벤치로 이끌고 있다.

도살장에 소가 끌려가듯 기찬이 바닥을 질질 끌며 따라가고 있다.

그러나, 거센 저항을 하지는 않았다.


***


개운한 얼굴 표정을 한 소희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기찬이 손을 잡고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동이 터서 환하게 밝아졌다.


"내 짐 좀 옮겨줘."


기찬이 대답이 없자 소희가 옆구리를 찌르고 있다.


"소영이 이모도 오늘 내일 짐쌀거라고 예상하고 계셨는데 뭐.. 놀라지 않으실거야. 종이 박스에 담아서 안방에 옮겨 놓고 손대지 마. 내가 학교 갔다 와서 정리할테니까."


기찬이 말이 없자, 소희가 잡은 손을 놓고, 발걸음을 멈추고 있다.

기찬이 어른한테 야단맞는 어린아이처럼 두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잠시 대치하고 있다가 소희가 앞장서서 걸어가고 있다.


"배 고프다."


"가자! 아저씨가 얼른 밥해 줄게."


기찬이 앞장서 가는 소희 손을 잡고 발걸음을 맞추고 있다.

소희가 바로 기분이 풀어진 듯 잡은 손을 높이 들고 또 내리고 있다.


***


분식집 안 물청소를 하는 기찬이다.

아직 오픈 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소희가 학교가는 시간을 맞추다 보니 덩달아 일찍 출근하게 됐다.

이른 시간이어서 손님은 오지 않을 것이고, 가게에 나왔으니, 청소나 하자며 팔을 걷어붙인 기찬이다.


"어제도 했는데, 또 해?"


지연이 여고생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분식집으로 돌아왔다.

기찬이 대청소를 하고 있자 투덜대고 있다.

지연이 의자 하나를 들고 분식점 밖에 놓고 앉았다.


"넌 장사 준비해! 사장님은 바삐 움직이고 있는데, 어디서 종업원이 농땡이 피우려고 해?"


"집에서 하녀처럼 부려먹었으면 양심이 있어야지. 잠시 쉬고요."


"그래. 봐줬다. 5분 만이다."


"참, 고맙네요. 사장님 인심이 참 후하세요."


오전 9시가 임박한 시간이라 시장통 골목에는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다.

근처에 시청이 있고, 법원이 있어서 양복을 빼입고 츨근하는 공무원들도 많이 보이고 있다.


"김밥 있어요?"


"아직입니다."


"아! 예."


정장 치마입은 여자 둘이 물어보곤 입맛을 다시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를 본 지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가고 있다.


"가게를 일찍 열건 없잖아요. 오픈 시간이라는 게 있으면 지켜야지. 매사 자기 맘대로야."


"종업원이 사장님한테 할 소리가 아니다. 표정 그렇게 죽을상으로 지을래? 소희처럼 상큼하고 예쁘게 지으라고!"


"소희?"


"그래."


"보고 싶다고? 몇 분이나 지났다고요."


"그래. 하루는 지난 것 같다. 키 줘!"


기찬이 지연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어디가게요."


"소희 짐 빼려고 그런다."


"어젯밤에 어수선하더니.. 결국?"


"뭘 생각하는 거야?"


기찬이 키를 받아서 분식점을 떠나고 있고, 지연이 생각에 잠기고 있다.


***


기찬이 작은 방에서 소희 짐을 포장해서 거실로 들어내고 있다.

소영이 소희 짐을 챙겨서 내주고 있다.

화장품, 향수, 곰돌이 인형 몇 개도 보이고 여러 종류의 고급 콘돔도 보이고 있다.


소영이 어릴 때 입었던 소희 옷을 챙기며 눈물짓고 있다.

소희와 엄마가 찍었던 사진 액자가 수납장 맨 아래에 숨겨져 있다.

소희가 가지고 있는, 엄마가 만들어 준, 단 하나의 통장도 보이고 있다.


소영이 하나 하나 정성스레 박스에 담아주며 짐을 옮기는 기찬을 보고 있다.


"어제는 아니라더니? 아직 아니라더니.. 어제 무슨 일 있었어요?"


"무슨 일은.."


"소희 애 배게 하면 안되요. 1년 반이나 더 학교 다녀야 하는 거 알죠?"


"애는.."


거실에 쌓아놓은 짐이 얼마 되지 않는다.

옷을 담은 종이 박스 3개와 캐리어 하나 그리고, 자질구레한 짐들을 모아 놓은 세 개의 종이 박스 분량이다.


"짐이 얼마 없네."


"소희가 돈을 안써요. 옷을 해준다고 해도 말리고요."


"수고 했어. 예쁘게 키워줘서 고마워."


"소희는 아직 모르는 게 많고요. 엄마 손길이 필요한 때인데.. 제가 많이 대화를 나눴어야 했는데.. 그게 잘 안됐어요. 소희가 저를 어려워하기도 했고요. 보내려고 하니까 야단치고 혼냈던 기억만 나네요. 얼마나 눈치를 봤을까요. 많이 미워하겠지요?"


"아니야. 소희가 소영이 밉다고 하는 말 들어본 적이 없어."


기찬이 소영이를 안아서 등을 토닥여주자 소영이 울컥하고 있다.


"소희 맡을 때는 이런 결말이 있으리라 생각 못했어요. 치기 어린 풋사랑이 얼마나 오래 갈까 했죠. 그런데, 소희도 그렇고.."


소영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애써 그린 눈화장이 번지고 있다.

소영이 눈물을 흠치며 고개를 돌리고 있다.


"가요. 놀러 가도 되죠?"


"그럼. 자고 가도 돼! 별이하고 자주 놀러와. 우리가 남인가?"


기찬이 소영을 한 번 더 안으려다가 주춤하고 물러서고 있다.

소영도 안기려다가 참아내고 있다.

애써 참았던 눈물이 다시 쏟아지고 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저씨는 내 거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8 여기는 내 영역이니까 24.05.04 93 3 10쪽
37 안겠다는 욕심인거야? 24.05.03 116 3 9쪽
36 아저씨가 좋아요 24.05.02 120 3 10쪽
35 남자이기 전에 24.05.01 118 3 9쪽
34 깊숙이 꼭 안고 싶다 24.04.30 125 3 9쪽
33 아저씨가 먹고 싶은 만큼 24.04.29 128 3 9쪽
32 혜영을 봐 버렸네 24.04.28 120 3 9쪽
31 하자는 것을 받아줘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기에 24.04.27 110 4 9쪽
30 남자의 생리에 대해서 안 배우나 24.04.26 108 2 10쪽
29 별걸 다 시키네 24.04.19 111 1 9쪽
28 제 말대로 하세요 24.04.18 104 1 10쪽
27 셀프 드립 커피 24.04.17 99 1 10쪽
26 재는 털어내야겠다 24.04.16 104 2 9쪽
25 나보고 어쩌라고 24.04.15 111 3 9쪽
24 버팅기지 말고 너도 들어와 24.04.14 138 2 9쪽
23 별걸 다 욕심내네 24.04.13 127 2 9쪽
22 그게 왜 궁금해? 24.04.12 133 3 9쪽
21 이게 얌전해? 24.04.11 150 2 9쪽
» 같이 눈 뜨고 싶어 24.04.10 152 3 9쪽
19 나는 안보이지? 24.04.09 144 3 9쪽
18 아저씨 감기 걸리겠다 24.04.09 149 2 9쪽
17 얼굴색을 가리지 못했다 24.04.08 171 3 9쪽
16 어차피 다 볼 거잖아 24.04.07 190 4 10쪽
15 손이 다 달라 24.04.07 160 2 10쪽
14 내가 못할 것 같은가 보네? 24.04.06 182 3 9쪽
13 너희들 상상은 자유야 24.04.06 178 3 9쪽
12 키스는 괜찮지 않아? 24.04.05 191 3 9쪽
11 남자 눈치를 좀 봐야지 24.04.05 179 3 9쪽
10 느껴 보니까 좋았냐? 24.04.04 201 3 9쪽
9 네가 내 시간을 왜 물어? 24.04.04 202 3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