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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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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7.0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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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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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글자수 :
352,671

작성
24.07.0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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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당신들 아들이 아니라는 거 믿어

DUMMY

공장 가동은 하루에 서너 시간 쯤 돌리면 될 줄 알았다.

로컬 매장에서의 매출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으니까.


개군축산 김 사장님이 밀키트 제품 300개를 매일 소화한다고 하면서 예상이 틀어지기 시작했고, 온라인 매출이 첫 날부터 300개가 들어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내일은 5일장 날.


해장국집 전 직원이 매달려야 하는 날이다.

그런데, 지예, 해리 이모가 공장일을 하셔야 한다.


나는 공장에서 두 이모가 밀키트 생산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해장국을 기계에 물려놓고 사람이 기계같이 움직이면서 생산해내시는 이모들이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내려오는 밀키트 제품들이 해리 이모 손에 잡혀져서 스티커가 붙여지고 육안 테스트까지 하시고는 종이 상자에 넣으시는데, 나보고 하라면 못할 것 같다.


나는 내일 직원 수배를 해둬야 한다.


문득 전화상으로 아저씨가 욕을 하던 이모가 생각났다.

도예 이모라고 했지?


"아저씨, 내일 장날 일하실 분이 필요해요. 분식집 도와주시던 도예 이모라고 했지. 그 분 내일 일하실 수 있을까?"


- 걔는 지 서방 손에 잡히면 몸을 못 빼던데? 한 명이면 되는 거야? 그러면 미숙이 보고 일하라고 할까?


"두 명은 필요해. 내가 지연이 이모한테 다시 전화 걸어 볼게요."


다행히 지연이 이모가 내일부터 오신다고 하신다.

분식집 일은 모레부터 하시라 말씀드렸다


소영이 이모와 트러블이 없으면 좋겠다.


***


나는 궁금했다.

온라인 판매 채널에 상품을 등록하고 나서 금방 반응이 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어떻게?


사무실에 들어가 보니 두 언니가 오늘은 작업 끝이라고 한다.


"해본 거예요?"


"수연이 언니가 이쪽에 능하세요."


수연이 언니는 책상 위에 밀키트 제품을 놓고 멍하니 보고 있었다.

내가 멍때릴 때 표정을 짓고 있다.


내가 잘 알지.

책을 보면 보이는 건 글자와 여백뿐이었다.

고등학생 때 책을 보면 글이 머리속으로 들어오지 않고 그림으로 보였었다.


나는 수연이 언니가 멍때리라고 그냥 내버려 두고 싶었다.

그렇게 농땡이 칠 때도 있는 거지.


내가 사무실을 조용히 빠져나오려고 문 손잡이를 잡았는데.


"사장님?"


"아, 깜짝이야~"


수연이 언니가 밀키트 제품을 들고 몸을 일으켰다.


"밀키트를 해먹는 동영상을 찍으면 도움이 될거예요."


수연이 언니가 해장국집으로 들어가서는 테이블에 휴대용 가스렌지를 올려놓고 밀키트를 놓은 다음 손짓으로 나를 불렀다.


"사장님이 시연해 주세요."


"나를 찍어서 올린다고요?"


수연이 언니가 휴대폰을 들이밀자 고등학교 때 민지가 찍어주던 때가 생각났다.

나를 붙잡고 동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곤 했던 친구들.


"컨셉을 말해 봐요."


"촬영을 해보셨어요?"


유리 언니가 또 말이 딴 데로 샌다. 일할 때는 좀.


"숏영상을 찍을거니까 동작을 크게, 절도있게 해 주세요."


내가 밀키트 제품 비닐을 가위로 잘라내면서 촬영이 시작됐다.

수연, 유리 언니가 두 대의 휴대폰으로 찍었다.


"화면빨 좋으시네."


"예. 뭐.."


그건 학창시절 때 많이 들었던 소리다.

그래서 다들 나를 찍으려고 들었다.

맛있는 것도 사주고,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어가면서.


칭찬한다고 했는데, 내가 무덤덤해 하니까 수연이 언니가 김이 빠지는 모양이다.


"다 찍었어요?"


"찍는 김에 밀키트 말고 해장국 뚝배기로 나오는 것 좀 찍어서 같이 올리면 좋을 것 같아요."


음,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겠다.


"이모! 해장국 하나 세팅해 주세요."


테이블 위에 김이 펄펄 나는 해장국이 놓이자 내가 수연이 언니 허리를 찔렀다.


"언니가 해장국 드세요."


"제가요?"


"해장국하고 언니가 잘 안어울리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보일 것 같아요."


수연이 언니가 고개를 갸웃하다가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시작했다.

수저로 뜨거운 국물을 조심스레 떠 먹고,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잡고, 또 뒤로 머리끈으로 묶으며 여성스러운 장면이 많이 나왔다.


수연이 언니가 여자였어.

예쁜 여자.


클로즈업해 들어가자 렌즈를 보며 방긋 웃는 언니다.


어떻게 하지?

수연이 언니랑은 오래 같이 못할거 같아서 괴롭혔는데, 그게 조금 미안해지네.


내일도 수연이 언니가 잘 버텨내시면 이제 안갈굴게요.

연속성이라는 게 있으니까.



"수연이 언니는 내일 5일장날에 투입됩니다."


"카페로 출근이 아니고요?"


"예. 복장 주의하세요."


정장을 입고 오면 일이 안되니까 말해준건데, 수연이 언니 얼굴이 바로 안좋아진다.


"사장님, 제가 대신 하면 안되요?"


유리 언니가 눈치없이 나서는데..


"안돼요. 오늘 두 분이 배송까지 마무리하시고 퇴근하세요."


나는 냉정하게 돌아섰다.

이제 분식집에 가야 할 시간이다.

물어볼 게 있다.


도예 이모가 누구지?


분식집이 가까이 오자 얼굴이 익은 이모가 일하고 계셨다.


지호 엄마셨다.

초등학생 3학년생 지호는 분식집 안에서 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응, 소희 오는 구나. 나 그러면 가도 되지?"


지호 엄마가 아저씨한테 말을 놓으셨다.


서로 말을 놓는 사이라고?


"야, 설겆이까지 하고 가. 마무리는 제대로 하고 가야지."


"거, 얼마 되지도 않는데, 일을 시켜 먹어야 직성이 풀리냐?"


지호 엄마가 아저씨 어깨를 밀치고 주방으로 들어가신다.


스킨십도 자연스러우시네.

또, 무슨 관계야.


그러고 보니 지호가 아저씨 닮은 거 아냐?


"지호야?"


나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쪼그리고 앉아서 지호에게 두 팔을 벌렸다.

그런데, 이 쬐그만한 놈이 나를 본 척도 안하네?


"너 아빠 어디 있니?"


"아줌마가 왜 물어봐요."


"얌마, 나 아줌마 아니고, 너 아빠 누구야? 살짝 얘기해 봐봐. 저기 김밥마는 아저씨 아냐?"


이 쬐그만 놈이 눈쌀을 찌푸리네.


"너 뭐하냐?"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정말 짜증이 났다.


나로 하여 이상한 짓을 하게 만들면서 자기는 별일이 아닌 척 한다.


"지호가 아저씨를 많이 닮은 거 알아?"


"소희야, 우리도 그 생각을 안한 거 아닌데, 다 테스트 했거든.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마. 지호는 민수 아들 맞아."


그래?

다행이네.

지호가 아저씨 아들이 아니어서.


"소희야, 너 우리를 의심하면 안된다. 지호는 네 아저씨 아들 아니야. 이모 말 믿지?"


그래.

둘이서 그렇게 얘기해 주니까 믿어야지.

지호가 당신들 아들이 아니라는 거 믿지.


그러면 된거야?


도예 이모가 설겆이를 다하고 지호 손 잡고 분식집을 나가는데, 지호가 아저씨한테 와락 안긴다.

아저씨는 지호를 안아 들어서 볼을 입을 맞추고 있고.


정말 당신들 아들 아닌 거 맞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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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내 거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7 비가 와 NEW 3시간 전 2 0 8쪽
96 손해보는 것 같아 24.07.02 11 0 7쪽
» 당신들 아들이 아니라는 거 믿어 24.07.01 16 0 7쪽
94 나이든 사슴이지만 24.06.30 21 0 7쪽
93 생각이 많은 언니야 24.06.29 19 0 7쪽
92 그놈이 문제야 24.06.28 26 0 7쪽
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43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21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22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22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24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9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26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22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6 0 7쪽
82 도와줘 24.06.17 31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33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32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25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8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31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7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30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34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8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50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53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53 1 7쪽
69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8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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