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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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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7.05 11:35
연재수 :
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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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65
추천수 :
214
글자수 :
358,782

작성
24.07.0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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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비가 와

DUMMY

비가 온다.

세차게 내리는 비다.


망했다.


오늘 준비한 해장국은 어쩌라고 비가 쏟아지시나.


비가 내리면서, 당연한 일이지만 손님들 수가 확 줄어버렸다.


비가 오는데, 철없는 아이들은 천막을 오가며 뛰놀고 있다.


그중 지호가 제일 신나 보인다.


막걸리 한 잔이 생각난다.

비도 오는데..


"지연이 이모! 막걸리 한 잔 어때요?"


"너 장사는 어쩌려고? 이거 언제 다 파냐?"


수지 이모가 콜에 응해 주셨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쪽파를 올려서 파전을 부치셨다.


치지직.


전 부치는 소리가 나면서 고소한 기름내가 나기 시작했다.


잠깐 쉬어가는 시간에 딱 한 잔 씩 마시는 건데, 뭐 어때.


나는 이모들께 막걸리 한 잔씩 따라 드렸다.

그러자 천막안에서 식사하시는 분들이 파전을 주문하고 계시다.


"해드려요."


수지 이모가 파전을 부쳐서 손님상에 내가자, 다른 분들도 파전을 시키시고 막걸리를 갖다 달란다.


지금껏 술은 취급하지 않았는데, 달라셔서 급히 공수해 와서 내 드렸다.

그러자, 해장국 천막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기름에 전 부치는 소리에 기름향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포장도 되요?"


파전을 포장해 달라시는 벽지 가게 이모가 계셨다.

가게 안에서 막걸리 한 잔 하시려는 듯 하다.


파전을 찾으시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나는 근처 마트에 가서 쪽파를 5단 사왔다.


세차게 뿌리던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시장 거리에 사람들이 많아졌다.

비가 와서 전철역 안에 들어가 비를 피하셨던 분들이다.


"소희야, 나도 파전 먹고 싶다."


아저씨 목소리다.

나는 파전을 손으로 찢어서 입에 넣어 드렸다.

천막 밖으로 나가서, 비를 맞으며..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나와 아저씨가 비를 맞고 있었다.


"칫, 다 젖었다."


아저씨가 헤벌쭉 웃고 계시다.

내가 비에 옷이 다 젖었는데 웃을 게 뭐람.

도대체 이해가 안간단 말이지.


아저씨가 천막안으로 들어오자 지연이 이모가 의자를 챙겨주고, 소영이 이모가 막걸리 잔을 내주고 있다.


생각없는 이모들.


내가 아무 생각없이 빗속에서 파전을 아저씨 입에 넣어드린 것 처럼 이모들도 아무 생각없이 몸이 반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연이 이모가 의자를 챙겨주고 섬칫 놀라는 몸짓을 보였고, 소영이 이모는 다가온 아저씨 얼굴을 보시고는 테이블 위에 막걸리 잔을 탁 하고 놓으셨으니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타이밍에 도예 이모가 와서 아저씨께 막걸리를 따라 드리면 드라마가 완성될 것 같다고.


그런데, 도예 이모가 천막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나는 얼른 막걸리 병을 잡아서 아저씨께 술을 따라 드렸다.

도예 이모가 와서 술을 따라 드리는 드라마가 완성되는 꼴은 보기 싫었다.


내가 머리속으로 그린 막장 드라마가 완성되는 꼴은 정말 보기 싫었다.


"얏마, 넛 마, 너는 그러지 맛마."


"왜, 나 보고 뭐라고 그래요. 난 가만히 있었는데요."


"뭐라는 거얏, 섁야! 정신 차리고 살얏마!"


나는 지호에게 한바탕 퍼주고 자리를 떴다.

뒤로 내 뒷모습을 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내 머리 위로 비가 내리고 있다.

잠시 잠잠했던 비가 내가 거리로 나서니 세차게 내린다.

빗지 눈물인지 내 턱으로 물줄기가 떨어져 내렸다.


그때 내 머리 위를 우산으로 가려주는 이가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은지 언니다.


"뭐야?"


"뭐?"


은지 언니가 내 어깨를 잡아서 끌어 안으며 우산으로 비를 막아줬다.


은지 언니를 처음 만났을 때 그 감정이 살아난다.


엄마였다면 이랬겠지 하는 기분 나쁜 감정.


"왜 나온건데?"


"사장님이 우는 게 보여서요."


"카페 본점에서 보였다고요? 어디서 구라를 쳐요?"


"비가 내릴 때 부터 사장님이 우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나왔어요. 사장님이 울 때 내가 옆에 있고 싶어서요."


웃긴 언니야.

지금 그 멘트가 얼마나 웃기는지 알아?

지가 꼭 내 엄마인 척 굴려고 그런단 말이야.

언니는 내가 주는 월급 받아가며 일하는 직원일 뿐이야.

정신차려 이 언니야.


***


"오늘도 주문 있어요?"


수연이 언니가 내 머리를 수건으로 말려주고 있다.

내가 사무실에 들어오니까 바로 일어나서.


"왜 이렇게 비를 맞고 다녀요? 전화를 하시지."


"묻는 말에나 대답하시지?"


"예. 주문 많아요. 지예 이모에게 알려드렸어요."


"다행이다."


나는 의자에 털버덕 앉았다.

사무실 바닥으로 옷에서 물방울이 떨어져내렸다.


"뭘 봐요?"


"예? 아니요. 아무것도요."


언니들이 왜 그래.

나 기분이 안좋은데?


"컴플레인 없어요?"


"있어요."


나는 깜짝 놀랐다.

만 24시간이 아직 안지났는데 벌써?


"뭔데요?"


"직접 가서 먹어 보고 싶은데 너무 멀데요."


"맛도 안본 상태일텐데요?"


"사장님이 너무 맛있게 드셔서 식당에 직접 가서 먹고 싶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어요."


말도 안되는 소리 하시네.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지?


"아부하는 것도 학교에서 배워요? 어제 칭찬해 달라고 하더니, 오늘은 또 뭐요? 어제는 사슴 오늘은 뭐, 백조요?"


수연이 언니가 말문이 막혔다.

그렇게 거짓말 한다고 내가 믿을 줄 알았다면 나를 잘못 본거지.

정신 차려요.


"사장님, 저희 회사는 회식 없어요? 비도 오는데, 막걸리 한 잔 어때요?"


"안되는 소리인 줄 아시죠? 오늘은 장날이고 정신.. 아, 나 가봐야 한다. 오늘 마무리 잘 해야 해요~"


나는 부리나케 사무실을 나왔다.

비가 와서 못 판 해장국 물량을 체크해야 한다.


비는 왜 이렇게 쉼 없이 내리는 거야.



내가 중앙광장에 도착해 보니, 천막 안은 손님들로 빼곡했다.


파전에 막걸리 드시는 분들이 절반이었다.


뭐야, 과일가게 아저씨도 있고, 축산 아저씨도 있네.

강상마을 이장 아저씨도, 상인회 회장님도, 천씨 할아버지도, 양념 닭발 벌크로 공급해주시는 사장님도 계시네.


"어이, 정 사장! 왜 이렇게 얼굴 보기 힘들어?"


"제 얼굴 보면 뭐요? 오늘 들어온 수박 엉망이었던 거 알아요? 내가 사도 그보다 좋은 수박 사올 수 있어요."


과일가게 사장님이 화가 났는지 한 옆에 쌓여 있는 수박을 가져다가 주먹으로 뻥 치셨다.


퍽.


그런데, 수박이 쪼개지지 않고 멀쩡하다.


천막안에서 비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야, 이놈아. 그거 하나 못 쪼개냐?"


"뭐, 김씨 아저씨는 잘한 거 있는 줄 알아요? 어떻게 빼빼 마른 소 앞다리를 준데요? 붙어 있는 고기가 없었다고요?"


"아니, 난 정 사장에게 좋은 부위만 공급하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좋은 걸 주시면 왜 추가 주문이 들어가요? 살고기를 3kg나. 이렇게 성의없이 공급하면 다 끊어 버릴 겅예요." 과일이든 소고기든요."


내가 소리를 지르니까, 순간 침묵이 찾아왔다.


"다들 잘못했네. 잘못했어. 제대로 좀 해요. 소희가 화가 났잖아요."


뭐, 소영이 이모는 잘한 게 있는 줄 아나보지?

바쁠 때 사라졌다가 끝날 때 되니까 나타나셔서는 말씀 만 잘하시네.


내가 수박 한 통을 갖다가 칼로 쪼개서 손님들께 한 조각 씩 돌렸다.

그리고, 한 조각을 들어 내 입에 물었다.


"이건 맛있네."


과일가게 사장님이 그제야 얼굴을 밝아지셨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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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머리가 아파 NEW 8시간 전 6 0 7쪽
98 이왕 공친 거 24.07.04 11 0 7쪽
» 비가 와 24.07.03 18 0 8쪽
96 손해보는 것 같아 24.07.02 22 0 7쪽
95 당신들 아들이 아니라는 거 믿어 24.07.01 23 0 7쪽
94 나이든 사슴이지만 24.06.30 25 0 7쪽
93 생각이 많은 언니야 24.06.29 23 0 7쪽
92 그놈이 문제야 24.06.28 30 0 7쪽
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48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23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24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24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26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21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28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26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9 0 7쪽
82 도와줘 24.06.17 32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34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33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26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9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32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9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31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35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9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53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54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56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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