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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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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3,721

작성
18.01.28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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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9)

DUMMY

홍매화 역시 노려보던 걸 중단하고 한숨과 함께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넌 변하지 않는군.”

“그러는 너도.”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으며 홍매화는 남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분명히 말하도록 하지. 네가 어떤 행동을 취하든 이쪽에선 그렇게 화를 내거나 하진 않을 거야. 다만 너의 행동이 나리와 척을 지는 행동이거나 나리께서 너를 치라고 명을 하신다면 가차없이 공격을 퍼부을 거다.”

“되도록 그런 일은 없도록 하지.”

“그러니 부디 신중하게 행동토록 해라. 괜히 충동적인 기분으로 일의 훼방을 놓지 말고.”

“훼방인가······.”

말끝을 흐리는 남영은 코웃음을 치며 잠시 위를 쳐다보았다. 이내 홍매화에게 시선을 되돌린 남영의 표정은 뭔가 미묘한 기색이 가득해보였다.

“과연 이게 단순히 훼방이라는 행동을 할 수 있는가는 조금 생각해 봐야할 문제로군.”

“?”

“홍매화. 나도 너와의 오랜 친분을 생각하여 한 마디 하도록 하지.”

잠시 뜸을 들인 뒤에 남영은 말을 꺼냈다.

“이거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도대체 꼬이고 꼬여서 한치 앞을 볼 수 없어.”

자신만만과는 거리가 먼 남영의 말에 홍매화는 의아하게 여겼다. 언제나 여유를 잃지 않는 남영이 도대체 무슨 연유로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인지 그녀로선 알 수가 없었다.

“뭐, 나도 나름 일을 꼬이게 만들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정치라는 게 단순히 이분법적인 시각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이더군.”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마친 남영은 차 잘 마셨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대로 방문을 열어 나가는 남영을 홍매화는 말리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찻잔에 남아있는 차를 마시며 남영이 나간 방향을 바라볼 뿐이었다.

손님인 남영이 나가자 얼마 되지 않아서 남영을 방으로 인도했던 기생이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상을 치워도 되겠냐는 기생의 물음에 홍매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홍매화의 허락에 따라 상을 들고 밖으로 나가려던 기생을 홍매화가 불렀다.

“매향아.”

“아, 예, 어머님.”

상을 든 채로 홍매화를 돌아본 매향에게 홍매화가 말했다.

“그 상 치우는 겸으로 해서 초향이랑 유화를 불러 오거라. 그리고 정기는······, 밖으로 나갔느냐?”

“예, 나리를 만나러 가셨습니다.”

여기서 언급되는 나리가 허염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홍매화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 알았다. 그럼 정기에 대한 건 됐고, 그 둘을 어여 내게 오라고 하거라. 내 긴히 할 말이 있다. 그리고 오늘은 영업치 않을 것이니 그리 알리거라.”

“그래도 되겠습니까?”

시절이 어수선하더라도 묵묵히 기방의 문을 열고 영업을 주도하던 홍매화의 말에 매향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래, 지금 와있는 손님들 때문에 방문하시는 손님들은 맘 편히 즐기시지도 못할 터이니 열어봐야 소용없다. 게다가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 왜 문을 안 여냐고 묻는다면 내 지시라고 병사들에게 답하거라.”

“알겠습니다.”

고분고분히 답을 하고 매향이 방문을 닫으며 물러나자 홍매화는 머리를 짚으며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계속 꼬이는 듯한 이 상황 속에서 오랜 친분의 인물까지 묘한 말을 남겼다. 본래라면 신경을 쓸 입장은 아니나 이렇게 기방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상황과 자신이 믿고 따르는 이의 행보 덕에 신경이 안 쓰일래야 안 쓰일 수 없었다.

혀를 차며 머리를 짚고 있던 그녀는 들어가도 되겠냐는 초향과 유화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자세를 바로했다.


허염의 집에서 나와서 장락원으로 향하는 정기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 무거움에는 지금 현재 그의 품속에 있는 서찰이 한몫하고 있었다. 신경을 쓰지 안으려고 해도 안 쓸 수 없는 그것이 품속에 있는 덕에 정기의 신경을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이거 사람을 좀 더 구하시지. 그렇게 사람이 없나, 이런 나를 쓰고 말이야. 애초에 전(前) 대신 반열에 올랐다는 분이 고작 이런 어린 애를 학대하듯 써도 되냐고. 이건 진짜 탄핵감 아냐? 아놔, 사람이 아무리 심심하다고 해도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중차대한 일을 주냐고. 그리고 나보고 이 뒤에 뭘 어쩌라는 거야? 설마 이거 건네고 뒤지는 건 아니겠지?”

작은 목소리로 홀로 중얼거리며 걷는 정기에게 화령이 나른하다는 표정과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야. 야, 정기야. 여기 장락원으로 가는 길 아냐?”

“길눈 좋으시군. 맞아.”

“아무리 어두워지면서 사람들이 줄어들고 가게들도, 집들도 문을 닫는다고 해도 내가 모를리 없잖아. 그보다 우선 해야 하는 일 있지 않아? 근데 장락원에 가는 거야?”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화령을 쳐다본 정기는 짜증나는 얼굴로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런 정기에게 불쾌하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 화령에게 정기는 말했다.

“얌마, 널 데려다 줘야지. 널 데리고 거기로 갈 수 없는 일 아냐. 무슨 조수 같은 걸 하려고 해도 뭘 알지 못하는 녀석에게 뭘 맡겨? 더군다나 너 어머님의 허락없이 나온 거잖아. 그거 어머님이 알았다간 경을 칠 일이야. 어여 들어가야지.”

“싫어. 이왕 이렇게 나온거 좀 더 밖에 있고 싶단 말이야.”

떼를 쓰는 화령의 태도를 이해 못 할 건 아니나 정기에게도 입장이란 것이 있기에 들어줄 수 없는 일이었다. 정기는 가기 싫다는 화령의 손을 붙잡아 장락원으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운 넘치는 실랑이를 벌이던 차에 정기는 화령의 손을 놨다.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은 화령이 아픈 엉덩이를 어루만지며 항의를 표하려 했으나 정기가 손을 내밀어 주의를 주었다. 신경을 날카롭게 하고 진지해진 정기의 표정을 본 화령은 항의를 하려던 걸 멈추고 정기가 주시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부채를 펴서 얼굴을 반쯤 가린 사내 한 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사실 부채가 별 소용이 없는 것이 이미 얼굴에 탈바가지를 하나 뒤집어쓰고 있었기에 얼굴이 이미 보이지 않고 있었다. 어두워지는 와중에, 인적도 드물어지는 이 거리에 탈을 뒤집어쓰고 부채로 반쯤 가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수상하지만, 정기가 무엇보다 그 사내를 경계하는 데에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왜냐하면 사내가 뒤집어쓰고 있는 탈은 웃고 있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너무나도 익숙한 형태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정을 잘 모르는 화령은 고개를 갸우뚱 하고는 있었지만 정기의 태도와 사내로부터 나오는 분위기에서 심상치 않다는 점을 깨달았기에 그녀도 경계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사내는 걸음을 멈추었다. 정기가 자신과 붙었던 것을 기억을 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탈 때문에 알 수가 없었다. 허나 이어서 흘러나오는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사내가 정기를 기억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었다.

실제로 바로 이 사내, 즉 남영은 정기를 보자마자 그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챘다. 그리고 그의 이름이 정기이고 허염이 부리는 소년이라는 것도 이미 모아놓은 정보를 통해 잘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자신과 그렇게 맞선 사실도 흥미롭던 차에 이렇게 만났다는 사실이 재미있어서 작게 웃은 것이었다.

“네가 바로 허염이 키우는 호랑이더냐?”

“호랑이인지, 매인지, 아님 그냥 사냥개인지 나도 잘 모르겠소.”

남영의 질문에 정기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어허, 사냥개일 리가 있나. 아무리 봐도 남의 말을 순순히 들을 녀석이 아니거늘. 네녀석은 누군가의 손길을 타며 자라고, 그 누군가의 명령에 충실히 복종하는 사냥개도, 사냥매도 아니지. 네놈은 야생 한복판을 누비고 다니는 호랑이나 산지니(=야생 매)나 다름이 없다. 지금이야 아직 어려서 늙은 여우를 제 아비처럼 따르는 것이나 장성하면 그 여우의 품을 벗어나거나 심하면 여우를 물어뜯을 녀석이니라.”

“글쎄, 과연 어떨 런지 모르겠네요. 그보다 아비처럼이란 말은 어폐가 있습니다만?”

“그럼, 주인처럼.”

“아, 그건 납득.”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해하는 정기의 뻔뻔한 표정에 남영을 웃음을 터뜨려 킥킥 웃었다. 그런 남영을 정기와 화령은 경계심을 풀지 않으며 바라보았다. 다만 적의를 갖지 않고 있다 여겨졌기에 나름 마음을 놓았다.

“아, 참고로 말하자면 난 네 아군은 아니기에 그리 마음은 놓지 말거라. 뭐, 어차피 잘 아는 듯하니 그 이상 말할 필요는 없겠군.”

“이미 쓸데없는 참견이었소.”


작가의말

 지난주에 올리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대신 오늘 두 편을 올리겠습니다. 한 편은 있다가 정오 전에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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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0) 18.01.28 165 1 10쪽
»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9) 18.01.28 149 1 9쪽
54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8) 18.01.14 174 1 10쪽
53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7) 18.01.07 191 1 9쪽
52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6) 17.12.31 171 1 9쪽
51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5) 17.12.24 189 1 9쪽
50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4) 17.12.16 182 2 9쪽
49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3) 17.12.02 251 1 9쪽
48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2) 17.11.25 212 0 10쪽
4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 17.11.18 234 1 9쪽
46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0) 17.11.11 172 1 9쪽
45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9) 17.11.03 203 1 9쪽
44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8) 17.10.27 187 2 9쪽
43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7) 17.10.21 222 1 10쪽
42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6) 17.10.14 270 3 9쪽
41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5) 17.10.07 246 2 10쪽
40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4) 17.10.01 221 2 9쪽
39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3) 17.09.25 305 2 9쪽
38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2) 17.09.16 23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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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4) 17.08.19 340 3 10쪽
33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3) 17.08.13 281 2 9쪽
32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2) 17.08.11 314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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