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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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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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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2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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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2)

DUMMY

안심하는 이주신에게 정광취가 나서며 물었다.

“헌데 어르신, 어째서 그 자들과 손을 잡으려 하시는 겁니까?”

이주신이 보니 옆에 있는 김선연도 비슷한 생각인 듯 보였다.

“물론 그자들이 얼마나 대단한 힘을 가진 녀석들인지는 잘 아옵니다. 헌데 어째서 조정에 관직 하나 지니고 있지 않은 이들을 선택하셨는가 그것이 알고 싶을 뿐입니다. 소인들이야 어르신의 뜻이니 잘 따르기는 하겠사오나 아무리 힘이 있어도 한낱 상단에 지나지 않는 이들과 손을 잡으시려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소인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저들이 무슨 힘이 되어 전하를 도우시고, 어르신을 도우실 수 있는 것입니까? 이 어리석은 녀석들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두 환관이 공손히 물어보니 이주신은 잠시 고개를 올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래, 궁금이야 하겠지.”

이주신의 말대로 궁금할 만한 일이었다. 아무리 힘이 있다고 한들 한낱 상단에 불가한 이들과의 동맹이 무슨 가치가 있는지 알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이주신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직 너희에게 말할 때는 아니다. 지금은 내 뜻에 따라 움직이도록 하거라. 허면 그만한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니.”

두 환관은 알겠다는 대답을 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찜찜한 얼굴이었다.

“그나마 좀 이야기를 한다면 말이다. 썩은 부위를 도려내기 위해서 필요한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망아 녀석과 그 놈이 이끌던 녀석들은 상당히 활약을 해주었어. 허나 무천군이 본격적으로 움직인 이상 해악만 될 존재일 뿐이다.”

“예, 그건 소인들도 잘 아옵니다.”

“그렇다면 새로이 힘을 써줄 필요가 있는 이들이 있어야해.”

“그게 초정회다 이 말씀이십니까?”

김선연의 물음에 노(老)환관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자 정광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럼 그 초정회 녀석들의 힘으로 새로이 신료들을 암살하는 것입니까?”

정광취의 물음에 이주신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다. 더 이상은 나라의 민심을 어지럽히기만 할 뿐 이익이 되지 않아. 뭣보다 그 이상은 필요가 없고 말이지. 더 이상은 말이야.”

“아직 한 명 남았습니다.”

“그래, 분명 하나가 남았네. 그러나 그건 망아 혼자라면 해결 가능하다네. 그러니 자네는 크게 염려치 말게나. 알았나?”

김선연의 지적을 이주신은 가볍게 넘기며 묻자 김선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더 이상의 살인보다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네. 나라를 안정시킬, 폐하의 곁을 안정시킬 비밀스럽게 도와줄 사병(私兵)이 필요한 단계야. 위험요소는 제거했으니 이제 남은 건 전하와 우리들 주위를 안정시킬 준비를 해야 할 시기야. 때문에 녀석들이 불필요하게 된 거지. 망아가 잘 해결 했을지 그건 의문이 드는군.”

이주신의 설명이 만족스런 건 아니었지만 어찌어찌 두 환관은 납득하기로 했다. 어차피 그들과 같은 젊은 하급 환관으로선 이 이주신이라는 거물의 뜻을 완전 해아리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이 있기에 정광취가 집고 넘어가기로 했다.

“헌데 망아가 일을 잘 끝맺을 수 있을까요?”

“걱정말거라. 설령 실패한다고 한들 그놈이 우리에 대해 불지만 않으면 우리에게 피해는 가지 않아. 물론 그럴 경우에는 일이 반만 성사되는 꼴이 되겠지만 서도 말이지.”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인지라 이주신의 얼굴은 편치만은 않았다.

분명 어떠한 목적을 위해, 자신이 모시는 태자를 위해 벌인 일이기는 하나 자칫하면 바로 그 자신에게 칼날이 되돌아올 일이기 때문이다. 이주신 자신만이 아니라 태자에게까지 피해가 올 수 있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주신이기는 했지만 처리해야한 하는 일이었다. 대놓고 나서서 알려서 할 일이 아닌 비밀스럽게 처리해야할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 일을 시작한 것이다.

“중요한 건 우리들 자신이다. 우리들 자신이 입조심을 단단히 해야 한다. 만일 새어나간다면 우리만이 아니라 태자전하, 더 나아가 가현이라는 나라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걱정마십시오, 어르신.”

이주신을 바라보며 단단히 각오를 다진 대답을 하는 두 환관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 했다. 그렇지만 동시에 단단히 다진 그 각오는 이주신을 안심시켜줄만 했다. 두 사람 다 긴장하긴 했어도 스스로가 하는 일의 중요성과 거기에 담긴 대의(大義)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주신은 두 사람의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를 잊지 않았다.

이주신의 격려가 끝나자 두 환관은 얼른 자리를 떠났다. 누군가 엿듣는 자가 있는지, 괜히 마주치는 자가 있는지 주변을 살피고 경계하며 조용히 떠났다. 두 환관이 완전히 떠나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이주신 역시 자리를 떠났다.


아침은 궁궐만이 아니라 장락원에도 밝아왔다. 허나 장락원의 아침은 다른 곳의 아침과는 다른 곳이다. 아예 일반적인 곳과는 정반대의 시간이 진행되는 곳이 장락원이라 하겠다.

장락원에 들리는 손님은 대체로 해가 떠있는 낮이 아닌 어두운 밤에 찾아오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야 벌건 대낮부터 기방을 드나든다는 건 아무리 봐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도 남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주로 손님들은 밤으로 몰려왔고, 그 덕에 밤새 지친 기방의 기생들과 하인들은 낮에는 휴식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현재 장락원에는 상주하는 인원이 있기는 하지만 그 양이 엄청나게 많은 것은 아니고 기방의 주인이 미리 이들을 상대할 인원을 따로 차출하고 선정해뒀기에 대부분은 쉴 수 있는 것이었다.

“덕분에 낮에는 이렇게 낮잠을 편하게, 그리고 조용히 즐길 수 있다는 거지.”

“응. 응. 맞아. 그리고 우리처럼 일이 따로 없는 애기기생들도 낮에는 조용히 쉴 수 있는 거지.”

“어차피 우린 왠만해선 밤에도 쉬잖아? 그러니까 우리에겐 낮이건, 밤이건 크게 상관없는 일이야. 뭐 그래도 괜한 놈들 때문에 시끄러운 것보단 조용한 게 최고지.”

신이 나서 떠드는 정기, 미령, 화령이 즐겁게 떠들고 있었다. 현재 이 셋은 기생들이 휴식 및 취침을 위한 방들 중 하나에 다 같이 모여서 느긋이 잡담을 나누는 중이었다. 그런 그들의 잡담에 짜증이 날 때로 난 이소연이 소리를 질렀다.

“시끄러! 당장 여기서 나가!”

거친 이소연의 외침에 세 사람은 그 누구도 당황하거나 놀라거나 하지를 않았다.

“이봐, 왜 그래. 못 들었어? 낮에는 휴식의 시간이라고. 지금 옆 방을 비롯해서 모든 방에는 밤새 고생한 기생들이 편히 쉬거나 취침에 들어가 있단 말이야. 그런 그들을 괜히 깨워서야 되겠어? 안 그래?”

“맞아맞아. 지금 우리 언니들이 얼마나 밤새 고생했는지 녹초가 돼서 다들 방으로 들어갔단 말이야. 그런 언니들을 깨우다니, 그건 민폐 중에 민폐라는 게 상식이야.”

정기와 미령이 뻔뻔하게 이소연을 탓하며 나무라는 말을 꺼내었다.

“암, 기방에서 낮에 조용히 하는 건 예의이며, 상식이지. 바로 이 장락원의 상식이고말고.”

“그럼 당장 나가! 나도 쉬어야 할 거 아냐!”

화령이 그 둘을 거들어면서 말을 꺼내자 이소연이 화를 씩씩 내며 외쳤다.

“이봐, 소리가 크다고. 혹시 어······.”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는 이소연을 달래는 어투로 말을 꺼내는 정기의 눈이 이소연의 얼굴에서 점차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다가 어느 한 순간에 멈칫하거나 헛기침을 몇 번 하곤 고개를 돌렸다. 도대체 어디를 봤는지 직감한 이소연의 얼굴은 수치심과 분노로 새빨개졌다.

“있잖아. 너무 희롱 하지마, 정기야. 너의 희롱이라면 나만 받을 수 있고, 나만 상대해 줄 수 있는 거라고.”

“지적할 게 그거냐? 뭐, 어찌 되었건 너무 소리 지르지 마라. 또 전처럼 선랑이랑 병사들 몰려오면 괜히 골치만 아파질 수 있으니까 말이야.”

뭔가 삐진 듯 정기의 볼을 미령은 쿡쿡 찔렀다. 그런 둘을 놔두고 화령은 지극히 당연한 말을 꺼내며 이소연을 진정시키는 말을 꺼냈다. 이소연은 이에 항의를 하려 했지만 화령의 말에 일리가 있기에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려는 걸 참았다.

“게다가 너도 너지만 우리도 위험해 진다고. 물론 네가 원해서 그런 건 아니지만 일단 우리는 생명의 은인이잖아, 안 그래?”

맞는 말이라 여기고 진정코자 한 이소연은 간신히 조금 일으킨 몸을 다시 눕히려 하자 정기가 다시 말을 꺼냈다.

“맞아. 생리적인 현상으로 인해 짜증이 났다고 해서 우리한테 승질을 내선 안 돼지.”

정기가 꺼낸 말은 분명 희롱하는 말이 분명하기에 이소연은 다시금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려 했다. 그러나 화령이 급히 입을 손으로 막아버렸기에 그러진 못했다. 화령이 씩 웃으며 이소연을 진정시키는 한편 정기의 머리에 장나스럽게 꿀밤을 먹였다. 정기는 어깨를 으쓱하곤 그만뒀다. 불만스러워 하던 미령은 그런 정기의 무릎 위에 제 머리를 얹어놓고 작게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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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1) 18.02.04 166 1 10쪽
56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0) 18.01.28 16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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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3) 17.12.02 251 1 9쪽
»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2) 17.11.25 213 0 10쪽
4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 17.11.18 234 1 9쪽
46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0) 17.11.11 172 1 9쪽
45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9) 17.11.03 203 1 9쪽
44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8) 17.10.27 187 2 9쪽
43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7) 17.10.21 222 1 10쪽
42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6) 17.10.14 270 3 9쪽
41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5) 17.10.07 246 2 10쪽
40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4) 17.10.01 221 2 9쪽
39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3) 17.09.25 305 2 9쪽
38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2) 17.09.16 239 3 11쪽
37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 17.09.09 263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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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4) 17.08.19 34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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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2) 17.08.11 314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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