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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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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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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글자수 :
523,721

작성
17.11.0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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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9)

DUMMY

남영이 서찰을 꺼내고 소은이 작은 불덩이를 만들어 빛을 내어 밝혀주었다. 서찰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남영을 방해하고 싶은 마음이 없던 최화련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곤 벌벌 떨고 있던 자신의 하인에게 일어서라는 눈치를 줬다. 희영의 경우에는 만일 사태를 대비해 남영의 근처에 서서 망아를 경계하는 중이었다.

소은이 만들어준 불덩이에서 나오는 빛을 통해 남영이 서찰을 읽어 나가는 중에 인기척이 발생했다. 남영을 제외한 전원의 눈이 쏠린 곳에는 쓰러져 있던 한 명의 남자가 몸을 일으키는 중이었다. 한 때 망아를 우두머리로 받들던 일당 중 하나이자, 현재 망아에게 배신당한 인물이었다. 희영에게 얻어맞아 죽은 듯 기절해 있었던 그는 사나운 눈으로 망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망······아······.”

“살아있었나.”

냉소적인 눈으로 이를 바라보는 망아는 자신의 칼을 고쳐쥐었다.

“그냥 가는 것이 차라리 나았을 터인데.”

“네 놈이 감히 배신을······.”

“난 배신한 적이 없다. 언제나 나의 주인의 명령을 따르고 있었을 뿐. 속이고 있었다면 말이 되지만 난 너희를 배신한 적이 없어. 애초에 난 너희들을 동료니 부하로 여긴 적이 없었다.”

“뭐···가 어······째···!”

진심으로 분노했음이 느껴지는 남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건 분명 두려움이 아닌 분노에 의한 것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창을 고쳐 쥐어 그 끝을 망아에게 향했다.

“죽여버리겠어!”

“······.”

큰 소리로 외치며 달려드는 상대에 대해 망아는 어떠한 감정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바라보면서 검을 고쳐쥐었다. 그리곤 창을 들고 뛰어오는 상대를 바라봤다.

“어리석군.”

자신에게 다가온 창끝을 가볍게 피한 망아는 비웃음이 담긴 한 마디를 날려줬다. 창 끝을 피한 망아에게 다음 행동을 취하려 창을 뒤로 빼려는 남자는 갑자기 목에 위화감을 느꼈다. 무언가 스치는 감각과 함께 생명이 분출되어 빠져나가는 감각이 휘몰아치며 남자의 무릎이 꺾였다. 그 곁에는 망아가 칼에 묻은 피를 닫는 중이었다.

“그대로 도망쳤으면 살 수 있었거늘. 하기야 살려둘 이유는 없으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치 못한 남자는 그대로 쓰러져 숨이 끊어졌다. 망아는 차가운 시선으로 이를 바라보다고 몸을 돌려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들을 마주하였다. 그리곤 그 시건에게 허리를 숙여 사과를 건넸다.

망아의 사과를 받는 여성진은 경계와 혐오로 가득해 있었다. 소은만이 흥미롭다는 듯 휘파람을 불어줬을 뿐 최화련과 희영은 망아를 경계하면서 혐오하는 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한 때 같은 조직에 몸을 담고 있었던 이를 너무나도 가볍게 죽이는 그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름 산전수전 겪어봤다는 소은만이 느긋한 태도였다.

“이거 나중에 정리를 어떻게 해야 되나?”

소은의 질문에 희영은 소은과 쓰러져 죽어 있는 시신들을 번갈아 보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

“원하신다면 제 주인께 언질을 주어 사람을 보내게 하겠습니다.”

“됐다. 그러면 복잡해지고, 괜히 쓸데없는 사람들 불러들여서 우리만 불편해져. 여기 일은 알아서 할 테니 괜히 금오위에 가서 떠들어대지나 마라.”

서찰에 눈을 고정한 채 남영이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그랬다간 전 물론이거니와 제 주인도 큰 해를 입게 됩니다. 그 정도 사리분별은 하는 입장이오니 걱정치 마십시오.”

“그럼 다행이고.”

무심하게 대하면서 남영은 읽던 서찰을 희영에게 넘겼다. 그리곤 망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감정 하나 내보이지 않으며 차가운 태도를 유지하는 망아를 잠시 바라보던 남영이 입을 열었다.

“들어가서 차라도 한 잔 할 테냐?”

“감사히 마시도록 하지요.”

“거절은 안 하는군.”

까딱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는 망아에게 남영은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며 방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다가 잠시 멈추고는 최화련을 바라보았다.

“화련아, 넌 집으로 돌아가거라. 더 늦었다간 괜히 소란만 날 터이니.”

“예.”

순순히 대답하는 최화련은 여전히 겁에 질린 하인을 돌아보았다. 하인은 겁에 질린 얼굴로 망아를 바라보다가 자신을 향하는 시선과 남영의 말에 반응하여 급히 인사를 했다.

“수문아, 화련이 집 가는 길에 안전히 데려다 줘라. 아, 그리고 가는 김에 하인들 좀 깨워서 이거 정리 좀 하라고 해라. 하인들 보내야 할 곳은 어디어디인지 알지?”

주변에 쓰러져 있는 시신들을 가리키며 남영이 묻자 수문은 답했다.

“걱정 마십시오.”

“그래, 잘 좀 부탁한다.”

“예, 맡기십쇼.”

어느새 와있던 건지 이수문이 나타났다. 최화련의 하인은 깜짝 놀랐으나 최화련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수문은 잠깐 망아를 바라보더니 이내 최화련과 그녀의 하인에게 따라오라는 말과 함께 그 둘을 이끌고 떠났다.

“아무래도 네 전 부하라는 것들은 사실상 전멸한 듯 하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녀석들이라 괜찮습니다. 오히려 제 할 일이 줄었기에 감사드립니다.”

“아, 그래.”

부하들이 전멸했을 수 있다는 남영의 말에도 망아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정말로 그 부하였다는 이들에 대한 정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점이 기분 나쁜지 희영은 여전히 혐오스런 시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희영아, 미안한데 이초랑 주호도 일 다 끝났으면 현장 정리 좀 하고 쉬라고 해라. 너도 여기 정리 좀 하고 말이지. 아, 너 혼자 말고 하인들 좀 시키고 말이야. 아, 그리고······.”

희영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남영은 싱긋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리곤 작게 귓속말로 뭐라 속삭였다. 희영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과 더 필요하신가요?”

“아, 걱정마라. 다과도, 차도 충분하니 말이야.”

그리곤 망아에게 손짓하는 남영이었다. 망아는 도대체 무슨 말이 오갔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일부러 묻거나 궁금한 티를 내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외부인이고 이들은 같은 상회에 소속되어 있는 일원이기에 숨기고 싶은 일을 논할 수 있다 여겼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자신이 전한 서찰에 대한 답을 듣고 싶어 했다. 그 서찰의 답에 따라 망아의 다음 행동이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남영과 소은, 망아가 방으로 들어가자 희영은 살짝 주변을 살펴보았다. 어두운 와중에도 주변의 시신과 그들의 피로 엉망이 되어 있음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희영은 한숨부터 쉬면서 품속에서 두꺼운 천과 종이로 감싸놓았던 구슬 하나를 꺼냈다.

야명주(夜明珠).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빛을 내어 주변을 밝힐 수 있는 구슬로, 중원에서 상당한 고가로 거래되는 귀한 물건이었다. 그 이름값답게 주변을 환하게 비추어 주었고, 희영은 덕택에 주변을 잘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희영은 야명주의 빛으로 주변을 어떻게 정리해 나가야 하나 하고 고민을 해보기 시작했다. 도중 신음소리 비슷한 것이 들리자 그 소리의 근원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리의 근원을 찾아내자 희영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한편, 이수문을 따라 초정회 대문 밖으로 나온 최화련은 코를 막았다. 무언가 탄내와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기 때문이다. 최화련의 하인도 이게 무슨 냄새냐며 코를 틀어막고 있었다. 이수문도 찌푸리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무언가를 태우고 있는 불과 시신으로 추정되는 숯덩이들이 사방에 즐비해 있었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근방에 주저앉아 있던 이초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반겼다.

“히히히, 얘기는 잘 되었나 보네요, 네.”

밝은 얼굴과 태도를 견지하는 이초였으나 꼴이 말이 아니었다. 옷은 너덜너덜해 있었고, 입가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거기에 불편하기라도 한건가 일어나려는 자세도 엉거주춤해 있었다.

“배 괜찮으세요, 사형?”

“아이고, 아닙니다, 네.”

배를 연신 쓰다듬으며 이초가 답했다. 억지로 웃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해 하는 최화련과 달리 이수문은 담담히 이초에게 말을 건넸다.

“괜찮냐?”

“아, 네. 괜찮습니다요, 네.”

“여기 얼른 정리 좀 하고. 그리고 나서 안에 들어가 쉬거라. 정리할 하인 놈들 몇을 내가 깨워났으니 곧 여기로 몇 놈 올거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네.”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는 이초를 두고 이수문은 최화련과 그녀의 하인을 이끌고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몸 조심 하세요, 사형.”

걱정스러워 하는 최화련의 말에 기분 좋은 듯 씩 웃는 이초였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네.”

싱글벙글 웃으며 손까지 흔드는 이초에게 최화련은 역시 미소로 화답하며 손을 흔들어줬다. 최화련의 하인은 분명 신분상 낮은 위치인 인물에게 이렇게 대하는 최화련을 불만스레 보기는 했지만 티를 내지 않고 묵묵히 최화련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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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2) 17.11.25 212 0 10쪽
4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 17.11.18 233 1 9쪽
46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0) 17.11.11 171 1 9쪽
»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9) 17.11.03 203 1 9쪽
44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8) 17.10.27 187 2 9쪽
43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7) 17.10.21 221 1 10쪽
42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6) 17.10.14 269 3 9쪽
41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5) 17.10.07 245 2 10쪽
40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4) 17.10.01 220 2 9쪽
39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3) 17.09.25 304 2 9쪽
38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2) 17.09.16 239 3 11쪽
37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 17.09.09 262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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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4) 17.08.19 339 3 10쪽
33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3) 17.08.13 280 2 9쪽
32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2) 17.08.11 313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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