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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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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84
추천수 :
232
글자수 :
523,721

작성
17.08.19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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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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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4)

DUMMY

거만한 태도의 선랑에게 여러 기생들은 불만을 품었지만 다들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동시에 한편으로는 그녀들의 마음속에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현재 방에서 자리하여 있는 이소연이라는 소녀로, 그녀에 대해 아는 사람은 물론 모르는 이들도 은연중에 그녀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나 하는 불안이 없지 않았다.

“자, 그럼 어디 한 번 봐볼까.”

“기생이라고는 하나 여인네의 침소를 들추는 건 옳지 않나 싶군요.”

“그건 내가 따진다. 어여 움직여라.”

도화가 단호히 따지고 나섰으나 선랑은 가볍게 무시했다. 선랑의 명령에 따라 병사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방들을 하나하나 조사하려 들었다. 기생들 몇몇이 항의를 하려 했으나 이미 대세는 거스를 수 없는지라 못 이기고 받아들였다.

사실 말이 조사라고는 하지만 그저 방문을 열고 방 안을 살짝 살펴보고 끝이었다. 선랑에 의한 명령이라는 것에 대한 병사들의 불만인지, 아니면 이런 일에 무슨 가치가 있나 여기고 의욕을 갖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알 수 없었다. 명령을 내린 선랑 당사자도 거만한 태도로 병사들의 움직임을 뒤에서 보고 있을 뿐 특별히 감독하거나 간섭치 않았다.

하나하나 문을 열고 확인하던 중 결국 그 문이 열리고 말았다. 문이 열리자 해화는 무의식중에 움찔했으나 아무도 눈치 챈 이는 없는 듯 했다.

방 안에 한 소녀가 누워 있는 모습에 이 방문을 연 병사는 별 생각 없이 넘기고자했다.

“이 소녀는 누구인가?”

어느새 그 방문 앞까지 온 선랑이 물었다.

“이 아이는 새로이 이 기방에 온 아이로서 몸이 좋지 않아 쉬고 있사옵니다.”

“오호, 거 참 미색이군.”

도화의 간략한 설명은 들은 선랑은 누워있는 소녀, 이소연을 싹 흝어본 뒤 군침을 흘렸다.

“온 몸을 칭칭 감은 저 붕대들이 맘에 안 들지만 뭐 그래도 내 취향이긴 해. 다 낫는다면 수청을 받고 싶군.”

이소연에게 눈독 들이는 선랑의 태도에 도화는 눈에 띄지는 않았으나 전전긍긍해 보였다. 이는 정기 역시 마찬가지로, 겉으론 드러내지 않았지만 이소연이 뭔가 괜한 행동을 벌여 일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된 것이다.

다행히 이소연은 눈살을 찌푸리긴 했지만 별다른 태도를 보이진 않았다. 선랑도 자기 취향에 대해서 대충 나발거리면서 그냥 넘겨버렸다.

사실 이소연은 자신을 욕망에 찌든 눈으로 바라보는 선랑의 눈을 후벼파버리고 싶었으나 그랬다간 이 자리에서 잡히거나 죽을 것임을 직감하고 가만히 있었다. 여기 기방이 피해를 보던 아니던 그건 중요치 않으나 숙원인 복수를 이어나가기 위해선 참을 필요가 있었다 여긴 것이다.

어찌 되었건 잠깐 소란이 끝나고 병사들의 조사가 마쳤다는 보고와 함께 선랑은 병사들과 느긋하게 물러나고자 했다.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쓰러내리던 그때였다.

“잠깐.”

갑작스레 선랑의 발걸음이 멈춰졌다.

“그러고보니 어째서 저 방에 가까이 갔을 때 다들 심히 긴장을 하였느냐.”

선랑의 손가락은 분명하게 이소연이 머무는 방을 향하고 있었다.

“이유는 뭐지? 단지 저 방에 머무는 소녀의 병세의 악화가 염려되어서 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는데? 그리고 묘하게 저 방에서 살기(殺氣)가 흘러나왔어. 환자라는 것이 의심될 정도의 살기였어. 도대체 저 아이는 누구냐? 정녕 이 기방의 기생 맞나?”

왜 하필 지금 와서 묻는가 하는 건 넘어가고 선랑의 질문들에 장락원의 기생들과 정기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어째서 대답이 없나? 혹여 뭔가 감추는 것이라도 있나? 저 아이는 도대체 어디서 왔나?”

“저 아이는 분명 이 기방의 기생입니다. 아직 얼마 온지 안 된 아이이기에 남자에 대해 심히 겁이 많은 아이이옵니다.”

다들 서로의 눈치를 보고, 정기는 이를 꽉 악물고 머리를 굴리는 상황에서 도화가 나섰다.

“그런 것 치곤 살기가 넘치던데?”

“착각이실 겁니다.”

“착각? 과연 착각일까?”

“예, 그렇습니다.”

“그럼 하나 묻지. 저 아이는 어디 출신이냐.”

“그건 왜 물으시지요?”

“궁금해서. 설마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나?”

비웃음이 담긴 얼굴의 선랑의 질문에 맞서던 도화는 얕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저 아이의 출신은 잘 모릅니다. 저 아이는 저희 기방의 주인이신 어머님께서 아시지, 저희와 같은 일개 기생들은 모릅니다.”

“모른다라. 그걸 내가 믿을 것 같나?”

“믿으시든 아니든 사실입니다. 저희도 개인적으로 얘기치 않는 이상 서로의 출신이 어딘지에 대해선 잘 모르고, 괜히 떠들지도 않습니다.”

막힘 없이 답하는 도화에게 선랑은 다가가며 물었다.

“그건 왜지?”

“저도 자세한 건 잘 모르나 지역에 따라 괜히 서로 차별치 말고 한 가족처럼 지내자는 어머님의 뜻이라 여겨집니다.”

이어지는 선랑의 질문들에도 도화의 태도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한 번 마음 먹고 나서면 무슨 일에도 막힘이 없고, 매끄럽게 일을 처리한다는 점에서 도화는 정말 훌륭했다. 바로 이런 점이 정기를 비롯한 이 장락원의 일원들이 그녀를 신뢰하는 이유였다.

“문제가 있는 자를 숨기려는 게 아니라?”

그러나 선랑도 만만치 않았다. 표정, 행동, 말투에 이르기까지 도발에 가까운 발언으로 속을 긁으며 정보를 끄집어내려 들었다.

“문제라 하시면?”

“예를 들어, 요즘 소란의 주범인 그 대역부도한 적당패라던가.”

“그럴 수도 있겠군요. 허나 저 아이는 이 혼란과 무관한 아이로 요 한 달 간 이 방에서만 지낸 아이이옵니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도화에게 정기는 혀를 내둘렀다.

“내 한 번 물어보지.”

“죄송하지만 저 아이는 병세가 심하여 말도 제대로 못 하옵니다.”

“그렇담 기생으로서 가치가 없는 거 아니더냐. 헌데 왜 아직도 기방에 남겨두느냐.”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서로를 한 가족으로 여깁니다. 헌데 어찌 버릴 수 있겠습니까. 또한 기방의 일이라는 게 기생의 일만 있는 건 아니옵니다.”

얼지 않고 자신의 말에 꼬박꼬박 맞서는 도화에게 선랑은 흥미로워하고 있었다.

“가족이라······. 기생들에게도 그런 게 있나 보군.”

“짐승에게도 가족이 있거늘 기생에겐 없겠습니까.”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은 건지 선랑은 혀를 끌끌 차고 있었다. 혀를 차고 있는 선랑의 표정은 살짝 일그러져 있었다. 아무래도 뜻대로 되지 않아서 인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미령이 샘통이라는 의미에서 몰래 혀를 내밀었다.

결국 수확도 없이 병사들을 대동하여 터덜터덜 물러나는 선랑을 정기와 기생들은 숨죽이고 바라보았다. 그들이 완전히 물러나서야 겨우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이게 뭔 고생이야.”

정기가 한숨을 내쉬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도대체 뭔 마(魔)가 끼어도 이렇게 재수탱이 없게 끼어서 이런 고난과 고초를 내게 내리고 난리시냐고. 그리고 저 계집은 뭔 죄를 그리도 쌓아서 이렇게 여러 사람 피곤케 만드냐.”

정기의 투덜댐에 도화와 해화가 노려본 것 외에는 나머진 공감하는 눈치였다.

“이렇게 기운 빨려서 오늘 영업은 어떻게 하니.”

초향의 투덜댐에 다른 기생들이 쓴웃음을 지으며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다들 숨기고는 있었지 걱정이 가득했던 모양이었다.

그 걱정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인 이소연은 바깥에서의 기생들과 정기의 한탄과 투덜거림을 귓등으로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지금 현재 선랑이 와서 기방을 조사하고, 들어보니 이 기방에 중요한 손님이 와있다는 정보고 있었다. 선랑의 조사는 어떻게 보면 당연히 행해지는 일이기는 하나 어찌 보면 중요한 이 기방에 안전하게 머물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었다. 너무 넘겨짚은 느낌은 들었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여겨졌다.

살짝 손과 발끝을 오므렸다가 피면서 이소연은 자신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음을 느꼈다. 아직 몸을 일으켜서 움직이는 데에는 무리이나 이 정도면 법보라도 사용해서 이곳을 벗어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 그녀는 궁금증이 생겼다.

선랑을 동원할 정도면 상당히 높은 지위의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자택도 아닌 기방에 머물고 있는가.

그 생각에 대한 답을 겁을 먹어서라는 게 결론으로 나왔다. 동시에 무언가 구린 게 있어서 겁이 난 것이고, 자신과 동지들이 죽여야 할 원수 중 하나라는 생각이 미쳤다. 설령 아니라해도 걸정을 가진 백성들을 무시하고 이런 기방에서 술팜을 벌이며 머문다는 게 맘에 안 들었다. 그런 이들에게 술과 음식, 여자를 제공하는 이 장소도 말이다.

그러기에 부숴버리고 싶다. 양 쪽 다 말이다. 물론 이 기방 덕에 살기는 했으니 이 기방보다는 이 기방에 머무는 인물을 죽이고 싶었다. 그것이 숙원과 전혀 상관이 없는 개인적인 분노이기는 했지만 이를 말려줄 인물이 주변에 없는 이상 이소연은 자신의 생각을 행동에 옮기고 싶었다.

그러나 숙원으로 되돌아가든 일단 자신의 감정을 우선하든 회복이 우선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다 먹은 그릇을 옆으로 치우면서 행동을 벌이기 위해 어찌 해야 하는가 머리를 열심히 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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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4) 17.12.16 182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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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2) 17.11.25 212 0 10쪽
4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 17.11.18 234 1 9쪽
46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0) 17.11.11 172 1 9쪽
45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9) 17.11.03 203 1 9쪽
44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8) 17.10.27 187 2 9쪽
43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7) 17.10.21 222 1 10쪽
42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6) 17.10.14 270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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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4) 17.10.01 221 2 9쪽
39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3) 17.09.25 305 2 9쪽
38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2) 17.09.16 23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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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4) 17.08.19 34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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