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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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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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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글자수 :
523,721

작성
18.01.0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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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7)

DUMMY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귀찮은 혹이 생겼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는 게 정기의 입장이었다. 꽤나 당당한 성격의 그녀는 정기에겐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위험요소였으며, 세상물정에 어두운 편인 그녀가 뭔 사고를 칠지 노심초사치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허염의 저택에 도착할 때까지 그녀는 어떠한 사고를 치지 않았다. 그저 주변의 것들을 보며 감탄하며 떠들어댈 뿐이었다. 정기는 대강대강 상대를 하면서 같이 허염의 저택에 도착했다.

“음, 여기구나.”

웅장하게 자리한 저택의 대문을 마주하며 화령은 자신의 허리에 손을 대며 바라봤다.

“그렇기는 한데 여기로 들어가는 건 아니야.”

“어, 왜?”

“아......, 여기 식구들이...내가 대놓고 출입하는 걸 싫어해.”

그 말대로 정기의 출입을 허염의 식구들은 반기지 않았다. 하긴 그럴 만하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천한 놈이 고관대작의 집을 당당히 드나드는 건 세간의 시선에서 좋게 비칠 리 만무하였으며, 그런 천한 놈이 당당히 오고가는 건 귀한 집 자제들로서는 좋게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이를 심각히 여기지 않는 허염이 이상한 것이다.

“흐음......, 그럼 장락원처럼 뒷문 같은 걸로 드나들어야 겠네.”

“그런 셈이지.”

참고로 장락원에서도 정기는 뒷문으로 다닌다. 여자들이 넘치는 기방에 괜히 소년 하나가 들락날락 거리는 건 오해나 쓸데 없는 경계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너도 참 힘들게 사는 구나.”

“이미 익숙해졌어.”

동정의 눈으로 어깨를 토닥이는 화령에게 별 일 아니라는 태도를 보인 정기는 대문이 아닌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평소 이 저택으로 출입할 수 있도록 따로 허염이 마련해둔 곳이 있었다. 정기는 바로 그곳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따라와. 아, 괜히 소리 내지마. 괜히 소리 내었다가 집안 식구들인가 뭔가 하시는 허씨 집안의 위대한 식솔들께서 얼굴 붉히고, 짜증내고, 잔소리하고, 거기 하인들은 물세례라도 퍼부을 기세로 노려보거든. 우리의 위대한 영감님께서는 허허 하고 웃으시며 별일 아니라고 무마시키시려 하지만 괜히 눈치 보이니까 소리 내지마.”

“그걸 굳이 그렇게 길게 말할 필요가 있어?”

화령은 투덜대는 정기의 뒤를 따라갔다.

두 사람은 이윽고 벽에 난 작은 쪽문을 발견했다. 한 사람이 겨우 드나들 수 있는 크기로 보이는 문에 화령은 잠시 말없이 서있었다.

“왜 그래? 여기서 기다릴래? 아, 기다릴 거라면 상관은 없는데 괜히 이상한 남정네들 눈에 띄어서 험한 꼴을 당할....... 아니다, 험한 꼴을 입히지 말고 조용히 있어주면 좋겠는데 말이지. 나도 일단 서두를 터이고 말이야. 뭐, 여기에서 그런 소란 일으키면 고관대작들이 모여 사는 이곳에서 처참한 꼴을 당할 터이니 그럴 일은 드물지만 그 치들의 하인들이 보통 시끄러운 게 아니어서 말이지. 요즘에는 그 유명하신 우리 뒷방살이에 함께 하시는 아가씨의 동료들이 일으킨 연쇄살인인가 하는 거 때문에 기방영업 방해 중이신 금오위의 위대한 병사들이 돌아다니기도 하니까 조심하고.”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것보다 그게 그렇게 구구절절이 말을 늘어놓을 일인가?”

정기의 긴 투덜거림에 질린다는 반응을 보이는 화령이었다.

“다만 이 문이란 거 우리 기방의 문보다 작다고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분명 정기가 드나드는 장락원의 뒷문은 작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영감님이 힘써서 이 정도지. 영감님 아니었음 개나 드나들 개구멍이나 담을 뛰어넘는 도둑놀이를 해야 했다고. 정말이지 만만세 올시다.”

빈정거림을 담아서 문을 여는 정기의 태도에 화령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따라가기로 했다.

“아, 괜히 나서지 마라.”

“걱정 붙들어 매십쇼.”

정기의 주의를 가볍게 답하며 화령은 정기를 따라 허염의 저택에 발을 들였다.

뒷문을 통해 들어선 허염의 저택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가득해 있었다. 장락원에도 꽃과 나무는 많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화령은 그 아름다운 광경에 잠시 멍 때리며 바라봤다. 이와 달리 정기는 하도 본 광경이기에 신경도 쓰지 않고 화령의 옷을 살짝 당겨서 끌고 갔다.

“괜히 발 이상한 데로 들이지 마. 골치 아픈 건 나니까.”

영감님 골치 아파지는 건 관심없다는 말을 덧붙이며 화령을 끌고 정기는 저택의 후원 한가운데로 향했다. 그곳에 위치한 정자에는 너무나도 자연스런 태도로 차를 마시는 허염이 보였다.

“이거 너무 늦었구나. 좀 일찍 올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기방에서의 생활이 맘에 들었는가 했지. 아니면 나름 기다릴 줄 아는 마음가짐이 생긴 것이냐?”

정기가 오는 걸 알고 있었는지 정기가 정자로 가까워지자마자 허염이 말했다. 정기에겐 시선 하나 주지도 않으며 차를 즐기던 허염은 정기가 끌고 오던 화령을 보고는 살며시 장난끼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밀애를 하기에는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치 마시죠. 밀애할 생각도 없고, 밀애할 대상도 아니고, 밀애를 해도 여기서 할 생각은 이 몸이 골백번 죽고 죽어도 할 생각이 없으니 말이죠.”

허염의 장난끼 넘치는 말을 받아넘기며 정기는 화령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쳤다. 그때까지 후원의 아름다움에 취해있던 화령은 옆구리를 문지르며 허염을 쳐다봤다. 차를 한 잔 하며 미소를 짓고 있는 허염에게 화령은 급히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시옵니까, 나리. 소녀, 장락원의 화령이라는 기생이옵니다. 소녀, 나리께 인사 올리옵니다.”

평소와 괴리감이 심한 장면에 정기는 혀를 내둘렀다. 허염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미소와 함께 화답해 주었다.

“그래, 안녕이구나. 내 너에 대한 얘기를 기방의 주인인 홍매화에게 이미 들었다. 상당히 활기가 넘치는 아니라고 말이다.”

활기가 넘치다 못해 폭발해 넘친다며 작게 중얼거린 정기의 옆구리를 화령이 몰래 주먹으로 가격해 버렸다. 갑작스런 타격이 억 소리와 함께 옆구리를 쥐며 화령을 노려보는 정기에게 허염이 불렀다.

“일단 둘 다 환영한다. 어서 올라 오거라.”

허염의 부름에 둘은 서로 째려보며 정자로 올라왔다.

“내 마침 같이 차 마실 상대가 필요하던 참이었다.”

“이 집 식구들은 없습니까? 부인과 함께 친목을 도모하시지 그러신가요?”

“안타깝게도 우리 집 식구들과 차를 마시며 친목을 도모하고 큰일을 논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지. 그나마 믿어볼 만한 아들과 사위는 지방 수령으로 떠났고 말이지.”

“안 되셨군요.”

전혀 위로의 뜻이 담기지 않는 위로를 하며 정기는 당연하다는 듯 허염의 맞은편에 앉았다. 화령은 그 곁에 놓인 작은 의자에 앉았다. 정기는 그 의자와 허염의 찻잔 이외에 놓인 2개의 잔을 보고는 허염에게 물었다.

“우리가 올 건 알고 있었습니까?”

“설마. 그저 만약을 대비한 것이다.”

의심에 찬 눈으로 바라보던 정기는 허염이 따라주는 차를 받았다. 화령도 공손히 허염이 따라주는 차를 받고는 한 모금 마셨다.

“일단 내가 올 거란 건 아신 모양이고. 요즘 기방에서 말이.......”

“안다. 선랑과 금오위, 무천군 말이지? 게다가 오늘 기이한 손님이 와서 난리를 치고 말이야.”

정기의 말을 끊으며 허염이 말했다.

“역시 아시는 군요.”

“홍매화가 이미 연통을 보내왔다.”

어떻게 홍매화가 연락을 했느냐고 물어보려는 화령의 입을 막고 정기는 허염을 바라봤다.

“그렇담 제가 할 말을 아시겠군요.”

“아마도 지금 무얼 해야 하는가? 이대로 되는가? 뭐,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을 거라 생각이 드는구나.”

정기의 말과 태도에 허염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술술 풀어나갔다. 참고로 화령은 정기의 손을 치운 후 혀를 한 번 차고는 차와 상 위의 과자를 즐기는 중이었다.

“뭐, 그 수상한 가면은 둘째치고 말이죠.”

“그래, 나도 자세한 건 아직 홍매화로부터 듣진 못했으니 그건 넘어가지.”

“지금 이 현 상황에서 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 거요? 그보다 계속 이렇게 그 년을 기방 안에 불안하게 방치해 둘거요? 선랑에, 금오위 병사들, 거기에 무천군이라는 위험요소를 함께 품은 채로 말요?”

거칠게 말을 쏟아내는 정기를 살짝 화령은 불안하게 쳐다보더니 슬쩍 허염의 눈치를 살폈다. 허염은 별일 없다는 듯 여유로운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그래, 그것들이 위험한 요소이기는 하나 큰 것을 보지 못하는 것들이니 너무 걱정치 말거라.”

“아니, 영감님은 걱정 없을 일이겠는데 난 아니거든......요?”

허염의 태도와 다르게 정기에겐 짜증이 담겨 있는 말이 나오는 중이었다. 팔짱까지 끼고 따지는 듯 말을 꺼내는 정기에게 허염은 미소로 대하고 있었다.

“걱정마라.”

허염은 자신의 빈 잔에 다시 차를 채우며 말했다.

“그래도 슬슬 움직일 시기인 듯 하구나. 때마침 재미있는 손님도 왔었고 말이지.”


작가의말

최근에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급한 일로 늦게 올리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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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7) 18.01.07 19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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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2) 17.11.25 213 0 10쪽
4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 17.11.18 234 1 9쪽
46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0) 17.11.11 172 1 9쪽
45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9) 17.11.03 20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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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4) 17.10.01 221 2 9쪽
39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3) 17.09.25 305 2 9쪽
38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2) 17.09.16 23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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