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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32,077
추천수 :
232
글자수 :
523,721

작성
17.12.16 23:01
조회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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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4)

DUMMY

다들 휴식을 취하고자 하나둘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가는 와중에 정기는 기지개를 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사를 마친 정기는 하품과 함께 발걸음을 어딘가로 옮기기 시작했다.

“어디가?”

화령의 물음에 정기는 고개만 돌리고서 대답했다.

“우리 빌어먹을 노인네한테.”

“아, 나리한테······.”

“아하하, 웬일이야? 자발적으로 가려고 하다니? 그리워진 거야?”

허염한테 가겠다는 정기를 두고 미령은 의외라 여기면서 즐거이 말을 꺼냈다. 정기는 미령이 꺼낸 농담에 질색을 했다.

“내가 왜 그런 노인네가 그리워서 내 발로 찾아가겠냐?”

“그럼?”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그리고 불안도 해서 말이야.”

“아······.”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미령은 한 방을, 이소연이 머무는 방 쪽에 눈길을 주었다. 확실히 들켰다간 위험한 요소가 지금 이 기방에 있다. 이 사실이 알려졌다간 위험한 마당에 계속 이렇게 현상유지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니까 가보도록 하지.”

“잘 갔다와~.”

“잠깐.”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하는 미령과 달리 화령은 정기를 멈춰세웠다. 그녀는 잠시 뜸을 들여 생각을 해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도 갈래, 그러니까 잠깐 기다려.”

“뭐?”

화령의 갑작스런 말에 정기는 당황했다. 정기만이 아니라 미령도 놀란 눈치였다. 아예 안 되는 일은 아니며, 아직 정식 기생으로 자리한 건 아니어도 기생이 기방 밖으로 함부로 돌아다녀선 안 되는 일이었다. 적어도 이 장락원에서는 말이다.

“어머니가 아시면 큰 일이야. 아니면 허락 받았어?”

“그럴 리가 있냐. 귀찮아지니까 몰래 갈게.”

“그렇게 당당히 말하는 건 숨길 생각도 없다는 거냐?”

정기의 시선은 화령에서 다른 기생들에게 돌아갔다. 아직 이 자리에 남아 있는, 식사를 마친 다른 기생들의 시선이 모두 화령에게 쏠려 있었다. 안 그래도 목소리가 작은 것도 아니기에 방 안의 기생들도 들었을 것이다.

“숨기면 그만이지. 언니들도 어머니한테 입 딱 다물거지?”

너무도 당당한 발언에 다들 할 말을 잃었으나 절대 발언치 않을 거란 보장이 없음을 정기는 잘 알았다. 아무리 소중한 여동생이라고 해도 함부로 발언치 않았다가 나중에 어떤 불호령이 날아올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때문에 다들 뭐라 말은 안 꺼내지만 말리고 싶은 눈치였다.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초향이 대표로 나서며 말했다.

“어머니의 허가야 당연히 떨어질리 만무하고, 함부로 돌아다니다가 몸이라도 상하거나 우리 장락원에 안 좋은 인식 만들어서 손님 줄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싫어.”

너무도 당연히 거부를 하며 어떤 말이 나올까 기다리지 않은 채 화령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대담한 행동에 정기는 할 말을 잃고 당황한 눈치였다. 몇몇 기생이 일어나 화령의 방으로 따라 들어가려 했으나 이미 방문은 잠긴 상태였다. 그 중 하나는 당장 이를 알리려고 했으나 초향이 손을 뻗어 막았다.

“정기야.”

초향이 정기를 부르며 어여 가라는 손짓을 했다.

“얼른 그냥 가라. 너 그냥 가버리면 저 녀석도 별 수 없어.”

다들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에 정기는 한숨부터 내쉬며 발걸음을 얼른 움직였다. 방 안에서 두고 가면 가만 안 둔다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괜히 혹을 달고 갈 생각이 정기에겐 없었다.

얼른 자리를 뜨는 정기의 뒤에서 미령이 해맑은 표정으로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소휘라는 기생이 정기를 따라가며 배웅을 해주었다.

얼른 뒷문을 열고 급히 밖으로 나가려던 정기의 귀에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한 기생과 하인 몇이 급히 달려왔다.

“무슨 일이야?”

“초향아, 큰 일났어.”

“큰 일? 여기도 큰 일이 날 판인데.”

방 안에서 급히 옷을 갈아입으며 정기를 따라가겠다는 화령을 막으려 하는 기생이 말했다.

“지금 누가 와서 어머니나 무천군을 만나보겠다며 금오위 병사들을 상대로 무쌍을 벌이고 있다고!”

“뭐?”

“같이 온 선랑은?”

“걘 이미 나가떨어졌고.”

뭔가 엄청난 일에 대한 말에 다들 당황한 눈치였다. 그녀들의 시선은 어느새 화령 몰래 빠져나가려던 정기에게 쏠려 있었다. 정기도 자신에게 눈길이 올 것을 예상했기에 행동을 멈추고 돌아봤다. 엄청 귀찮은 일이라 짐작한 정기의 얼굴에는 벌써부터 피곤함이 가득해 있었다.

“아무래도······.”

“압니다, 누님. 알아요. 제가 오라는 거죠?”

“응. 어머니가 너보고 좀 와보라네······.”

말꼬리를 흐리는 기생을 두고 정기는 한숨을 다시금 내쉬며 목을 몇 번 우득 거리며 몸을 풀더니 걸음을 손님들이 있을 곳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저기, 저 이 일 마치면 고대로 빠져 나갈테니 화령이나 막아주세요.”

모두가 알았다며 끄덕이는 와중에 초향이 나섰다.

“잠깐 나도 가마.”

“누님이요?”

“그래. 일단 이곳 대표 기생으로써 확인은 해야지.”

“대표는 도화누님이······, 아얏!”

정기의 머리를 툭 치고는 초향이 앞장섰다.

“어디서 그러고 있지?”

“그야 손님들 모시는 곳 쪽이겠죠. 정확히는 대문 쪽? 그렇죠?”

“어, 응.”

확인을 마친 초향과 정기는 그대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소식을 알린 기생과 하인들도 급히 그 두 사람을 따라갔다. 그들이 가는 와중에 소란을 알리는 소리는 더더욱 커져갔다.

그들이 소란이 벌어지는 곳으로 가자 입이 딱 벌어질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 잘난 척을 하던 선랑은 배를 부여잡고 한 쪽으로 내동댕이쳐져 있었고 같이 와있던 금오위 병사들도 나가떨어지거나 거리를 두고 창과 칼을 겨누며 다가가지 못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침입자는 얼굴에 웃는 모양의 사람 탈을 쓰고 느긋이 부채를 펴서 스스로에게 부치는 중이었다.

이 엄청난 광경에 초향은 헛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끝내주는군.”

골치 아픈 상황임을 안 정기는 머리를 긁적이며 차고 온 칼을 뽑았다. 멋들어지게 뽑히는 칼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정기로 향해졌다.

“지금 이거 나서도 되는 일?”

슬쩍 물어보는 정기에게 일을 알린 기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가 시끄러우니 얼른 진압하래.”

“시끄러운 건 저치들이 더 심할 테지만 말이야.”

쓰러져 있는 금오위 병사들과 선랑을 한 번 흝어보곤 정기가 움직였다.

재빠르게 움직인 정기의 칼이 탈을 쓴 이에게 닿기도 전에 탈을 쓴 이는 가볍게 몇 발자국 뒤로 움직인 것만으로 피했다. 피할 걸 가정하여 휘둘렀기에 정기는 막힘없이 그대로 다음 동작으로 넘어갔다.

가로, 세로, 대각으로 베어나가는 정기의 칼놀림에 다들 멍하니 쳐다봤다. 탈을 쓴 이도 나름 감탄사를 흘리면서 피하는 중이었다. 피한다고는 하나 너무 가볍게 피해서 정기로선 속으로 진짜 골치 아픈 상대를 만났음을 느끼는 중이었다.

“오호라.”

재빠르게 내지른 정기의 칼끝을 옆으로 피하며 탈을 쓴 사람은 감탄했다. 정기는 내지른 칼을 그대로 휘둘러 옆을 베어버렸다.

“빠르시네.”

그 휘두름을 역시 몇 발자국 물러나면서 피하는 상대에게 정기도 감탄을 말을 던져줬다.

칼을 고쳐 쥐면서 정기는 상대를 정면으로 쳐다봤다. 지금 상대하고 있는 이는 분명 강하다는 것을 정기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뒤에서 초향이 여차하면 가세할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기에 더더욱 자신의 선에서 끝내야 할 필요도 느끼고 있었다. 초향이 가세하면 당연 유리는 하나 괜히 이 기방의 안 좋은 인식을 형성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괜히 정기만 한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지 귀찮게 되었군.”

“그런가? 나는 오히려 즐겁게 되었다만.”

제대로 된 말을 꺼낸 탈을 쓴 상대에게 정기는 재빠르게 움직여 칼을 휘둘렀다.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상단으로 이어지는 칼날을 한 걸음 물러나는 동시에 부치고 있던 부채를 접어 막는 상대였다. 그러곤 그대로 앞발차기가 이어지자 정기는 뛰어올랐다.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 정기는 가볍게 상대의 뒤에 착지 한 후 다리 쪽에서 칼을 휘둘렀다. 역시 가볍게 땅을 차오른 상대는 그대로 몇 발자국 통통 튀더니 멀리 떨어졌다. 낮은 자세의 정기는 이를 쫓아 박차고 움직였다.

낮게 휘둘러진 칼을 계속 통통 튀며 피한 상대는 한 마디를 꺼냈다.

“중(重).”

그와 함께 묵직한 무엇인가가 정기를 땅으로 찍어 내렸다.

갑작스런 충격에 이를 꽉 물며 엎어져 버린 정기는 눈앞의 상대가 역시 보통 인물이 아님을 알아챘다. 그 뛰어난 몸놀림에 도술까지 부릴 줄 안다는 건 이미 웬만한 방도로 상대할 존재가 아니었다.

“뒤져버려!”

방금까지 나가떨어져 있던 선랑이 짧은 단창을 탈을 쓴 이에게 내질렀다. 기습적으로 내지른 창을 상대는 너무도 가볍게, 춤추듯 뒤를 돌아서 부채로 막아버렸다.

“격(擊).”

그리곤 너무도 당연히 이어진 글자가 그의 입에서 나오는 동시에 선랑은 뒤로 나가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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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1) 18.02.04 16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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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8) 18.01.14 17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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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5) 17.12.24 188 1 9쪽
»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4) 17.12.16 182 2 9쪽
49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3) 17.12.02 250 1 9쪽
48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2) 17.11.25 212 0 10쪽
4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 17.11.18 234 1 9쪽
46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0) 17.11.11 171 1 9쪽
45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9) 17.11.03 203 1 9쪽
44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8) 17.10.27 187 2 9쪽
43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7) 17.10.21 222 1 10쪽
42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6) 17.10.14 270 3 9쪽
41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5) 17.10.07 246 2 10쪽
40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4) 17.10.01 221 2 9쪽
39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3) 17.09.25 304 2 9쪽
38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2) 17.09.16 23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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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3) 17.08.13 281 2 9쪽
32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2) 17.08.11 314 3 10쪽
31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1) 17.08.04 28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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