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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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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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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3,721

작성
17.10.27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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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8)

DUMMY

열어젖힌 문을 나선 남영과 그 뒤를 따라온 소은, 최화련의 눈에 엄청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복면을 하고 무장까지 한 일당들이 헉헉 대며 한 여인을 노려보고 있었다. 당연히 그 여인은 바로 희영이었다. 참고로 최화련을 따라온 하인은 한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는 중이었다.

“엄청나군.”

“죄송합니다, 주인어른.”

남영의 말에 뒤돌아서서 희영은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그 틈을 타서 일당 하나가 검을 빼들어 뒤에서 덮쳤으나 그대로 희영에게 턱을 걷어차여 쓰러졌다.

“중요한 얘기 중이셨을 터인데 소란스럽게 했습니다.”

“아냐, 중요한 얘긴 사실상 끝났어. 그보다도 말이지······.”

한 번 주위를 쓱 하고 흝어보더니 남영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감탄할 만 하군. 우리 상단의 일원들의 눈과 귀를 피해서 여기까지 오다니 말이야. 그야 말로 칭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거 아니겠어?”

진심으로 감탄하는 남영의 뒤에서 소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화련도 공감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경계심을 가지고 품속에 손을 넣어 부적 몇 장을 꺼냈다.

“그래서? 도대체 너희들의 우두머리는 누구냐?”

여유로이 묻는 남영에게 한 일당이 노려보며 말했다.

“꽤나 여유롭군.”

“본래 동서고금에 있어 여유는 강자의 소유물이었으니까. 그리고 난 강자고 말이지. 그러니 내 어찌 여유가 없겠는가. 뭐, 그대들이 그런 날 긴장시킬 만한 사람들이라면 내 나름 긴장은 하겠지.”

한 마디로 상대가 안 된다는 말이었다.

“다만 너희들을 보아하니 현재 장경을 뒤흔들고 있는 그 연쇄살인 일당으로 판명되는군. 그런 놈들이 우리 상단에 쳐들어와서, 그것을 빌미로 나라에서 괜히 우리 상단을 들쑤시거나 간섭해 들어올까 그것이 걱정이야. 정확히는 그것만 걱정이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남영은 들고 있던 부채를 촥! 폈다. 그 행동은 단순히 부채를 필뿐인 행동이지만 비도 등을 통해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일당들은 경계를 단단히 했다. 그러면서 생리적인 두려움으로 인해 조금씩 뒷걸음질을 쳤다.

“일단 묻도록 하지. 도대체 뭐가 목적이냐? 네놈들 우두머리가 와서 얘기해 줬음 하지만 여의치 않을 거 같으니 네놈들에게 묻도록 하지.”

싸움의 한복판으로 나아가는 남영의 뒤를 따라 소은과 최화련, 두 소녀도 천천히 걸어갔다. 고작 세 명이지만 상당한 강자라는 점은 직접 보지 않아도 알 거 같았다. 때문에 일당들은 둘러싸든 움직이긴 했지만 공격치는 않으며 거리를 벌렸다.

“제, 제길······.”

이를 악 물며 경계하는 일당 중 한 명의 뒤에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봐. 난 분명 대화부터 시도해 보자고 했을 텐데.”

일당은 그 목소리로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내가 한 말이 우스웠던거냐?”

“우스울 리 있어? 다만 저 걸 상대로 어떻게 대화를 시도하란 거냐.”

시도고 이전에 사실 이 일당은 강제적으로 힘을 과시하여 협박이란 이름의 대화를 시도할 생각이었다. 상대가 엄청 강하단 건 알지만 그래도 자신들이라면, 그리고 그들의 우두머리인 이 망아라는 남자와 함께라면 상대를 제압하여 원하는 대로 그들의 뜻을 관철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너희들 머리는 완전 빈 거냐? 아님 이 장경에서의 일들 때문에 퇴화한 거냐.”

어이없어 하며 망아는 천천히 일당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일당 중 한 명 곁에 이르자 망설임 없이 칼을 뽑았다. 그리고 그 칼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 한 명의 목을 날려버렸다.

너무나도 갑작스런 상황에 일당은 물론 남영과 소은, 최화련, 희영도 얼어붙었다. 벌벌 떨고 있는 최화련의 하인만이 변함없이 벌벌 떠는 중이었다.

“뭐, 무슨······.”

망아와 가까이 있던 한 명이 놀란 얼굴로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이어진 남영의 칼에 역시 목이 달아났다. 그렇게 두 명이나 죽자 일당들은 놀란 것도 놀란 거지만 일단 정신부터 차리고 무기를 망아에게 겨누었다.

“내가 분명 조용히 얘기할 수 있는, 단 둘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달라고 했을 텐데?”

“그래서 우리는······.”

“그걸 힘이 아닌, 좀 평화적인 방법으론 안 되었던 거냐? 그리고 힘을 쓴다고 하면 왜 이 여자 하나도 못 이기고 쩔쩔 매는 건데?”

이어서 뭐라 발언코자 하려는 한 명의 목을 또 날려버리면서 망아가 말했다. 그 말은 참으로 차가워서 일당이 진심으로 따르던 믿음직한 그 우두머리인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망아에 대해 모르는 입장인 소은과 희영, 최화련도 긴장을 하고 경계에 들어갔다. 남영만이 놀라긴 했지만 동시에 흥미로운 얼굴을 하며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뭐, 됐다. 어차피 너희는 이만 필요가 없으니까. 애당초 이쯤에서 배제하는 게 답이니까 말이지.”

“마, 망아······.”

“너······, 이 자식!”

당황한 이들, 분노한 이들, 어느 감정을 가진 이들이든 상관없이 무기를 빼들고 망아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얼굴 표정에 변화 없이 망아 역시 움직였다. 그림자 같이 새까맣고, 뱀 같이 유연하게 검과 망아가 움직이면서 일당은 하나하나 목이 달아났다. 일당도 나름 대항코자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다들 무의미한 움직임만 보이고 망아의 칼에 목이 달아날 뿐이었다.

목숨을 구걸하는 마지막 한 명의 목을 베어버리고서야 망아의 움직임이 멈추게 되었다. 한때 동료이자 부하였던 이들을 몰살시킨 이를 최화련과 희영은 경계를 하고 있었다. 소은도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경계를 하는 중이었다.

“이걸 누가 정리하라는 건지 그걸 알고 싶군.”

남영은 태연하게 시체를 둘러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해야할 일이지. 그보다 이쯤에서 배제 운운 했는데 애당초 이 녀석들은 효용가치가 다 떨어진 건가?”

“그렇습니다.”

“그렇담 저기 사방에서 우리 초정회 일원들에게 박살나는 녀석들은 나름 실력이 있는 놈들이기에 우리에게 대신 처리케 만드는 건가?”

“아무리 저라도 저들을 한꺼번에 제거하는 건 무리거든요.”

남영의 물음에 망아는 태연히 답을 해주었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제 이름은 망아. 방금 전까지 장경을 들쑤시던 일당의 우두머리였습니다.”

“과거형인 건 이제 아니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답에 소은은 코웃음 한 번 치고는 물었다.

“얘들 네 부하 아니었어?”

“정확히는 였었습니다.”

“냉정하군.”

감탄 아닌 감탄을 하면서 눈살을 찌푸리는 최화련이었다. 최화련만이 아니라 희영도 불쾌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아예 시체들 때문에 구역질이 나려는지 손으로 입을 막고 있었다. 최화련도 시체들 때문에 충격을 먹긴 했지만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며 서있는 중이었다.

“그러면 말이야. 네 부하인, 아니 부하였던 애들 싸그리 몰살시키면서까지 이곳에 온 이유가 뭐야?”

그나마 태연한 소은의 질문에 망아는 자신의 옷 속에 손을 집어넣으며 답했다.

“이 녀석들 몰살과 이곳에 온 건 별개의 일입니다. 다만 이녀석들 몰살은 제 힘만으론 힘들기에 여러분의 도움을 받고자 한 거죠.”

“금오위랑 선랑은?”

“거긴 제 주인께는 조금 위험합니다.”

주인이라는 말에 전원이 반응을 보였다. 지금 망아의 말은 그의 뒤에 누군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존재가 이번 장경에서의 연쇄살인의 진짜 배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옷에서 손을 빼낸 망아의 손에는 종이가, 정확히는 편지라 부를 만한 것이 들려있었다.

“초정회의 주인이신 남영 공께 제 주인의 서찰을 전합니다.”

두 무릎까지 꿇으면서 공손히 편지를 남영에게 올리는 망아였다.

“주인?”

“예, 제 주인이신 동궁환관 이주신의 서찰입니다.”

동궁환관 이주신이라는 말에 최화련은 깜짝 놀랐다. 동궁이라 하면 이 나라의 차기 임금이 될 태자가 지내는 곳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주신이라 하면 바로 그 동궁의 태자를 곁에서 모시는 환관들의 우두머리를 의미하는 게 틀림없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남영의 얼굴에도 곤란하다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이거 수문이랑 주호에게 한 소리 듣겠구만.”

한숨을 푹 내쉬며 남영은 이주신이 공손히 올린 서찰을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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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2) 17.11.25 212 0 10쪽
4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 17.11.18 233 1 9쪽
46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0) 17.11.11 171 1 9쪽
45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9) 17.11.03 202 1 9쪽
»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8) 17.10.27 187 2 9쪽
43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7) 17.10.21 221 1 10쪽
42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6) 17.10.14 269 3 9쪽
41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5) 17.10.07 245 2 10쪽
40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4) 17.10.01 220 2 9쪽
39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3) 17.09.25 304 2 9쪽
38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2) 17.09.16 23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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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4) 17.08.19 339 3 10쪽
33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3) 17.08.13 280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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