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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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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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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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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1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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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2)

DUMMY

진의전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최화련은 어느새 초정회에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다급하게 문을 두드렸다.

어두운 밤, 그것도 아무도 다닐 게 없는 당연한 한 밤 중에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는 것은 그만큼 급하다는 의미를 지니지만 동시에 경계해야 할 가치를 가진다. 특히 지금과 같은 흉흉한 상황에 함부로 문을 열어줄 이가 누가 있을까 하느냐만은 최화련은 그러한 생각은 하지 않고 문을 두드린다. 폐라는 것을 알면서도 문을 두드리는 그녀는 품속에 품은 편지를 남영에게 전하는 것 이상의 생각은 없었다. 그녀의 뒤에 서있는 하인만이 불안한 듯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쾅쾅 하고 문을 급히, 계속 최화련이 두드리자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며 문을 사이로 어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쩐지 가벼운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나른하게 들려왔다.

“에고고고···, 도대체 누구십니까, 예.”

“저예요, 화련이.”

급히 자신의 이름을 댄 최화련은 남자가 문을 어서 열어주기를 바랬다.

“아, 예, 화련이······, 잉?”

예상치 못한 이름에 당황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살며시 열렸다. 그리고 문틈을 통해 등이 굽고 어딘가 믿음직스럽지 못해 보이는 자그마한 남자의 풍채가 드러났다.

“에고야, 이거 화련이가 아니더냐.”

너무나도 뜻밖의 손님인지라 등이 굽은 남자, 이초는 놀란 얼굴로 최화련을 이리저리 살피며 바라보았다. 그런 이초의 시선과 풍채에 최화련의 뒤에 서있던 하인은 얼굴을 찡그렸다.

“오랜만이세요, 이초 사형.”

“에이, 사형은 무슨······, 나 따위가 사형을 칭하겠나요, 네.”

불쾌해 보이는 최화련의 하인의 눈치를 살피며 자신을 낮추는 발언을 하는 이초였다. 최화련은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며 이초에게 말했다.

“그러지 마세요. 그냥 평소처럼 대해주세요, 사형.”

“에헤이, 그게 어디가 쉬운 일이라나요, 네.”

실실 쪼개며 장난스런 말투로 최화련을 대하는 이초에게 따지고 싶어 보이지만 최화련의 눈치를 봐서 그러지 못하는 하인은 찡그린 얼굴로 이초를 노려볼 뿐이었다. 이초는 그런 하인에게 실실 웃으며 눈으로 인사를 건넸으나 하인은 잘 들리지 않게 혀를 찼을 뿐이었다.

“그보다 남영 선생님은 안에 계세요?”

“안에 계시냐니? 주인어른은 왜 찾나?”

급한 전갈이 떠오른 최화련이 묻자 이초는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전할게 있어요.”

“아, 전할게 있다면 하인을 시키면 되는 일이고, 도술도 쓸 줄 아니 도술로 편지라도 써보내면 되는 일인데 왜 이 야밤중에 왔습니까요, 네.”

자신도 왜 그러는지 묻고 싶었던 하인은 이초의 지적에 공감을 하긴 했지만 이 야밤에 최화련을 문밖에 세워둔다는 것이, 그것도 이 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명문가인 명강 가문의 여식을 세워 논다는 것이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초를 노려보았다. 물론 이초는 그런 하인의 시선은 무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급한 거에요. 그리고 중요한 일이에요.”

“으음······.”

절실하게 말을 꺼내는 최화련의 태도에 뭔가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내던 이초는 최화련의 뒤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최화련의 뒤에 서있는 하인이 아닌, 최화련 뒤의 청란도의 광경을 잠시 바라보던 이초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무슨 일 있나요?”

대문에서의 일을 들었는지 희영과 이수문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 두 사람······.”

다가오는 희영과 이수문에게 시선을 돌린 이초는 잠시 생각에 빠진 듯 입을 다물었다. 대문 쪽으로 온 희영과 수문은 최화련이라는 뜻밖의 손님에 놀란 얼굴을 했지만 이내 상냥하게 인사말을 건넸다. 물론 최화련도 이에 공손히 화답하는 걸 잊지 않았다. 최화련의 하인에게도 희영이 인사를 건넸지만 하인은 지금 현상황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건성으로 대했다.

희영과 이수문에게서 시선을 떼어 다시 밖을 살피던 이초가 입을 열었다.

“희영아, 미안한데 화련이를 주인어른께 좀 데려가 주겠나요? 급히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더군요, 네.”

“급히요?”

“아, 네. 급히 전할 말이, 저···, 그러니까 전할 편지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그런 게 있어요.”

너무나도 급하게, 그리고 당황해 하는 최화련의 태도에 이상하다고 본 희영이었지만 뭐라 불만이나 토를 달지 않았다. 그녀는 최화련과 그녀의 하인을 초정회 안으로 들였다.

“들어오세요. 화련 아씨는 나와 함께 가요. 마침 주인님도 깨어 계세요. 그리고 그 쪽 분은······, 그 쪽 분도 따라오세요.”

뭔가 자신에겐 불친절하다 생각한 하인은 퉁명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하인의 정강이를 최화련은 모르는 척 세게 걷어차고는 희영의 뒤를 따라 대문 안을 들어갔다. 하인은 걷어차인 정강이를 문지르며 급하게 뒤따라 들어갔다.

그렇게 두 사람이 희영을 뒤따라가는 걸 지켜본 이수문은 밖을 살피던 이초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이 왔다. 밖은 알아서 처리해라.”

차가우면서, 그리고 적의가 담긴 말에 이초는 고개를 끄덕였다.

“맡기시지요, 네.”

이수문은 희영과 최화련이 간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초는 이수문에게 시선 하나 주지 않으며 계속 밖을 주시하면서 대문 밖으로 발을 옮겼다. 그리곤 조심히 대문을 닫고는 품속에서 작은 등(燈)을 꺼냈다. 산과 구름 모양의 청동으로 장식된 이국적인 느낌의 등이었다.

아주까지는 아니어도 어둠을 밝혀주는 등의 빛을 의지하며 이초는 자신이 바라보던 방향을 잠시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등을 살짝 흔들면서 말했다.

“이제 슬슬 나오시지요, 네. 피차 이 밤을 길게 보내어 다음날 피곤하게 일어날 필욘 없지 않습니까, 네. 게다가 이쪽은 상인인지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장사를 시작해야 하거든요, 네.”

“흐음.”

이초의 공손치 않으면서 공손한 말에 검은 복면차림을 한 이들 몇몇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위험한 무기들을 들고 있는 그들을 상대로 이초는 전혀 겁먹어 보이지 않았다. 검은 복면 차림의 일행 중 덩치가 큰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우리를 눈치 챈 건가?”

“못 챌 리가 없죠, 네.”

덩치가 커다래 누가 봐도 일행의 우두머리라는 걸 한 눈에 알 것 같은 효삼을 마주하고도 이초의 태도는 변화가 없었다. 효삼은 물론 여기 전원이 달려들어도 상관없다는 것 같았다.

“오호, 나름 기척을 숨긴다고 숨겼는데 말이야.”

“거야 사람 나름이죠. 여러분을 병사들은 찾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저는 원채가 귀가 쓸데없이 좋아서 말이죠, 네. 덕분에 풀벌레 소리에도 깜짝깜짝 깹니다요, 네.”

농담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이초의 발언에 효삼은 거세게 콧김을 내뿜으며 말했다.

“그렇담 이렇게 된 거 괜한 다툼은 피하고 싶다. 괜히 소란을 일으켜봐야 손해거든. 그건 그쪽도 마찬가지 일터이니 우리 괜한 싸움은······.”

“뭔가 착각을 하는 모양이신데.”

밤이라 큰 소리를 못 내지만 그래도 위협적인 효삼의 말을 이초는 끊어버렸다. 등(燈)에서의 빛을 통해 드러난 이초의 얼굴에는 웃음끼 하나 없이 차가운 감정만이 나타나 있었다.

“제가 나서서 여러분을 나오라 한 건 쓸데없이 귀찮게 하는 날파리들을 일거에 소탕하고자 모은 것에 불가합니다. 여러분은 그저 잠자코 제 말에 귀를 기울이시어 천리 밖으로 꺼져주시든가, 아니면 지금 이 자리에서 살점 하나 남기지 말고 사라져 주셨음 합니다요, 네.”

생김새와 다르게 위협적인 어조의 말이 이초의 입에서 나오자 다들 당황한 눈치였다. 누가봐도 수적으로 그들이 우세였으며 다들 무장도 하고 있었다. 반면에 이초는 등이 굽은 꼽추인데다 체구도 작고 무장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누가 봐도 불리한 위치의 약자가 그런 말을 하니 당황치 않을 사람이 얼마만큼 있겠는가.

“그 말 진심인가?”

“요 며칠 간 귀찮은 날파리가 수고롭게 돌아다니느라 저도 그렇고, 주호도 피곤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네. 게다가 저희 주인어른께서도 그 날파리 신경 쓰여서 불편해 보이셨다 이 말입니다, 네.”

“날파리?!”

날파리라는 표현이 불쾌하게 들렸는지 한 인원이 으르렁대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날파리지요, 네. 그것도 엄청 성가신 놈 말입니다.”

상대가 으르렁 대던 이초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너무나도 태연한 이초의 모습에 효삼은 불길함을 느끼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여러분이 그 날파리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현 시점에서 저희 상단을 귀찮게 만들 요소임은 확실해 보입니다, 네. 게다가 오늘은 왠일로 귀한 손님이 온 관계로 그 귀한 시간이 방해되선 안 된다는 판단 하에 제가 직접 여러분을 상대해 드릴터이니 알아서들 사라져 주셨으면 하는군요, 네.”

“그건 진심인가?”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효삼은 기묘한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끼며 물었다.

“굳이 알고 싶으십니까?”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간 이초의 표정은, 그가 들고 있는 등(燈)에서의 빛과 어우러져 묘한 위압감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렇다 한들 고작 작은 꼽추 하나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일행 중 두 명이 칼을 뽑아 들어 이초에게 달려들었다.

효삼이 제지할 틈 없이 달려든 두 사람은 이초를 베어버리고, 찌르기 위해 검을 휘둘렀으나 갑작스런 불길이 휘몰아치면서 그 두 사람을 집어삼켰다. 너무나도 갑작스런 불길이기에 둘은 반응치 못하고 불길에 삼켜져 이내 재가 되어 버렸다.

너무나도 예상외의 광경에 효삼과 그 일행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오직 이초만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라는 태도로 말을 꺼냈다.

“아, 그리고 여러분은 저희가 괜한 소란으로 피해를 볼 것이라 염려를 해주셨는데 말이죠. 염려는 감사하오나 괜히 걱정치 않으셔도 이 정도 소란이야 없던 일로 만들 만큼의 능력을, 저희 상단은 갖추고 있사오니 걱정치들 마시죠. 오히려 여러분 몸이나 걱정하는 게 더 생산적인 일이 아니올런가 하옵니다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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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4) 17.12.16 182 2 9쪽
49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3) 17.12.02 251 1 9쪽
48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2) 17.11.25 213 0 10쪽
4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 17.11.18 234 1 9쪽
46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0) 17.11.11 172 1 9쪽
45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9) 17.11.03 203 1 9쪽
44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8) 17.10.27 187 2 9쪽
43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7) 17.10.21 222 1 10쪽
42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6) 17.10.14 270 3 9쪽
41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5) 17.10.07 246 2 10쪽
40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4) 17.10.01 221 2 9쪽
39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3) 17.09.25 305 2 9쪽
»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2) 17.09.16 24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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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5) 17.08.25 258 3 10쪽
34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4) 17.08.19 340 3 10쪽
33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3) 17.08.13 281 2 9쪽
32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2) 17.08.11 314 3 10쪽
31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1) 17.08.04 28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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