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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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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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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3,721

작성
17.08.1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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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3)

DUMMY

입맛을 다시며 머리를 긁적이며 정기는 잠시 뜸을 들였다. 뜸을 들이고 있자니 정기의 얼굴을 바라보는 두 소녀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져서 그저 위만 올려다 불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뭔가 딱히 떠오르는 말이 정기에겐 없었다.

사실 뜸을 들이고 자시고 간에 정기도 왜 그러는지 자신도 알지 못했다. 정말 아까 말한대로 화풀이라 생각할 만한 일이었다. 근데 그걸 그대로 말했다간 비아냥만 들을 것이다. 비아냥 쯤이야 별 생각 없이 받아들일 것이긴 한데 왠지 지금은 그것은 듣기가 좀 싫었다.

흥미진진한 눈으로 바라보는 두 소녀의 시선을 피해 위만 쳐다보는 정기가 고개를 내린 것은 방문이 열리고, 거기서 해화가 나오면서였다.

“여, 어때?”

라고 물어본 게 어색할 정도로 책하는 눈으로 정기를 쏘아보는 해화였다.

“안 그래도 힘들 소녀에게 너무 하신 거 아닌가요?”

“힘들고 자기고 일단 쟤 범죄자······.”

“정기님!”

야단조의 해화에게 뭐라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는 정기였다. 그런 정기 대신 미령이 나섰다.

“너무 그러지마. 정기에게도 나름 사정이 있는 거 아니겠어.”

“그래그래. 글구 해화, 너 아무리 손님이라고 하지만 범죄자를 감싸고 정기에게 뭐라 하는 건 좋지 않다고 봐. 정기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 잊었어? 너한테도 무시 못 할 존재는 아니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화령이 거들자 해화는 크게 반론치는 못했다.

“그렇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겁니다.”

“뭐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건데. 솔직히 저 방에 있는 손님이란 것도 그 우리 영감님 아니었으면 당장 금오위에 넘기는 게 정답이라고. 아무리 영감님과 어머님의 명령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범죄를 저지른 녀석을 위해 그런 대접을 해줄 필요는 없어. 알았어?”

“도의적으론 그럴지 모르고 정기님께 보인 제 태도도 지나칠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엄연히 그녀는 우리 기방의 손님이고, 어머님과 나리께서 특별히 부탁한 손님입니다. 당연히 최선을 다해 보살필 의무가 우리에겐 있어요.”

“둘 다 그만.”

해화의 언성이 높아짐에 따라 정기가 나섰다. 해화와 화령의 사이에 서서 두 사람을 진정시키고자 정기가 나서자 두 사람을 호흡을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화령의 근처에 앉아있는 미령이 이 광경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 티격태격하다가 심한 말싸움까지 번지기까지 하는 화령과 해화이고, 이 말싸움을 굳이 보고 싶지는 않은 정기이기에 두 사람 사이에 서서 말했다.

“일단 내가 잘못한 건 사실이고 하니까 이제 그만. 끝.”

“네가 뭐가 잘못······.”

“자자, 서로 싸워봐야 이득되시는 거 없고, 지금 티격태격하면 안에 계신 그 빌어먹을 손님이기도 한 아가씨께서도 맘 편하지 못해. 뭣보다 여기 있는 내가 불편하고 너희도 불편해지니까 이제 그만.”

“그렇지만 이건 확실하게 얘기해 두고 가······.”

해화야 정기의 말대로 싸우지 않으려 멈췄으나 싸움꾼 정신이 투철한 화령은 할 말은 해야겠다는 입장이었다. 화령의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서 정기가 말했다.

“이제 그만. 더 이상 싸우면 어머님께 보고 하는 수가 있어.”

‘어머님’에 대한 언급에 해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치사하다느니 비겁하다느니 저런 년이 뭐가 손님이라느니 하면서 작게 중얼거리기는 했지만 그 이상은 하지 않는 화령이었다. 그것에도 불만스러워 하는 해화였지만 더 이상의 싸움은 피하기 위해 무시키로 했다. 두 사람이 겉으로나마 진정하고 얌전해지자 정기는 안심의 숨을 내쉬었다.

옆에서 재밌게 관전하던 미령이 물었다.

“그래서 왜 그런 거야?”

잠시 긁적이더니 정기가 말했다.

“몰라.”

다른 소녀들의 시선까지 받으며 말했다.

“나도 잘 몰라. 뭣 때문에 그런 건지.”

왠지 모를 답답함과 불안함이 몰려오는 가운데 정기는 그대로 마룻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냥 좀 짜증나.”

그것보다는 좀 불안했다. 허염이 보는 이 시대의 움직임이 어떻게 움직일지,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게 어떻게 닥칠지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지금 바라보는 이 소녀들이 어떻게 휘말릴지 걱정이 되었다.

그가 이러한 정치적인 움직임에 몇 번 끼어들기는 했다. 정확히는 이 기방의 ‘어머님’과 허염의 명령에 의한 것이다. 명령에 따라 그는 누군가를 관찰하고, 감시하고, 습격하거나 어떠한 물건을 찾아오거나 등의 일들을 해왔다. 그러한 일들을 해옴에 있어서 나이가 아직 어리다는 것도 있어서 그런지, 잘 모른다는 것도 있어서 그런지 불안함따위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지금 정기에게 불안감이 밀려오고 있다. 나이가 과거랑 달리 들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게 되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지금 방 안에 있는 소녀 때문인지도 모른다. 과거와 달리 너무나도 위험한 사건의 중심인물이다. 그렇다고 내칠 수도 없는 게 정기의 입장이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이 안 잡히는 와중에 정기는 입맛만 다시며 하늘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미령도, 투덜대던 화령도, 화령과 싸웠던 감정을 추스르는 해화도 걱정스레 정기를 보았다. 이런저런 일에 휘말려 고생하면서 느긋이 지내온 정기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 그녀들도 걱정이 아니될 수 없었다.

불안하면서 불편한 정적이 흘러가는 와중에 소란스런 말소리가 들림에 네 명은 고개를 돌렸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은 이곳 기방에서 기녀들이 머무는 이 숙소로 들어오는 문 쪽이었다.

“뭐지?”

해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명은 서로를 바라보며 의문을 표했다.

소란스러운 것이야 여기가 기방이니 당연히 일어나는 일이나 지금은 낮이고, 여기는 기녀들이 머무는 숙소다. 소란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먼 시간이고 장소이다. 그런데 그렇다는 것에 의아함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자세히 듣고 있자니 그 소란에는 다름 아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이 기방의 기녀들, 미령 등 어린 기생들의 선배들의 목소리였다. 그 상대의 목소리는 남자였다. 현재 이 기방에서 이런 소란을 일으킬 남자라고 하면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거야 원, 같은 기방인데 왜 이렇게 다니기 힘든 길이 있는 거야?”

가벼이 웃으며 머리를 쓸어 올리는 한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별다른 특징이 있어 보이는 소년은 아니나 검은 도포를 입고 있다는 점에서 정기는 강한 경계심을 품었다.

“어라라, 저 남자애는 누구이길래 이 금남의 구역에 있는 건가.”

“금남의 구역임을 아신다면 어여 물러나 주시죠.”

도화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나섰다. 그녀의 뒤에는 기녀들과 여전히 실랑이를 벌이며 이 장소로 들어오는 군사들도 있었다.

“그 금남의 구역에 저 남자애가 있는 건 무슨 일이오? 꽤나 친해 보이는데?”

실실 웃으며 정기를 가리키는 소년, 아니 선랑이었다. 정기는 물론이고 해화, 화령, 미령, 전원 다 선랑에게 경계심을 품었다. 다만 해화는 이소연이 머무는 방이 맘에 걸리는지 불안한 듯 그 방에 살짝살짝 시선을 주었다.

“저 애는 만일 이 기방에 있을 문제를 막기 위하여 이 숙소를 지키는 호위역이며, 어린 기생들과 이 숙소에 머무는 기생들의 시중을 돕는 아이입니다. 궁금증을 푸셨으면 떠나주시죠. 엄연히 귀한 집 자제분께서 이 기방에 와서, 그것도 금남의 구역인 여인네들의 숙소에 와서 소란을 피는 건 보기 좋지 않습니다.”

“그건 내가 판단할 일이지. 어딜 감히 기생년이 함부로 날 가르치려 드느냐.”

거만하게 도화를 대하는 선랑은 자신이 들고 있던 작은 막대기로 도화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 행동에 뒤에 있던 몇몇 기생들은 물론, 자리에 앉아 있던 미령, 화령, 해화도 선랑을 노려보며 적의를 품었다. 정기만이 적의를 참는 와중에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입꼬리만 살짝 올리며 정기에게 시선을 주었다.

마루에서 내려온 정기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올렸다. 올리고 싶은 마음 따윈 없으나 이렇게라도 하는 게 일단은 충돌을 피할 수 있다 여겼기 때문이다. 괜히 부딪쳐 봐야 좋은 일이 없고, 뭣보다 안 그래도 답답한 와중에 괜한 충돌을 피하고 싶었다.

게다가 지금 그 소녀가 머무는 방이 들키지 않아야 하므로 좋게 달래서 보내고 싶었다. 만일 그 소녀가 발견된다면, 그 소녀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그 후폭풍은 장난 아니게 될 것이다.

“기본적인 예의는 있나 보군.”

고개 숙인 정기를 거만히 보던 선랑이 말했다.

“요즘 도성 내에 위험한 적당패가 날뛰는 와중이니 내 만일 위해 이 기방을 샅샅이 조사해보고자 하니 조용히 받아들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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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 17.11.18 233 1 9쪽
46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0) 17.11.11 171 1 9쪽
45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9) 17.11.03 203 1 9쪽
44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8) 17.10.27 18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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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3) 17.09.25 304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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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3) 17.08.13 281 2 9쪽
32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2) 17.08.11 313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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