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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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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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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글자수 :
523,721

작성
17.08.1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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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2)

DUMMY

식사를 하던 그녀의 방문이 휙 하고 열리면서 한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단 먹기는 하는 모양이네.”

이소연을 상대로 비꼬는 말을 하며 속을 뒤집어 놓던 정기라는 소년이다. 안 그래도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이 상황에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 등장하자 안 그래도 없던 입맛이 확 사라졌다.

이소연 곁에서 식사를 도와주려하는 해화라는 소녀는 이소연과 다르게 미소로 맞이해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기 기생들과 정기라는 소년은 참 좋은 관계인 듯 하다고 이소연은 생각했다.

“그래, 일단 먹어야 뭘 하겠지. 여길 벗어나든, 복수를 하든, 말든 말이야. 아, 참고로 복수고 간에 일단 여기 방을 벗어나는 건 생각지는 말아줬으면 해. 우리 빌어먹을 노친네께서 네가 어디로 새가지고 괜시리 골치 아프게 만들게 하지 말라더군. 더불어 나 역시 괜히 또 야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빌어먹을 상황에 빠지고 싶지 않으므로 좀 부탁 좀 한다.”

들어오자마자 자기 할 말만 늘어놓는 소년을 이소연이 째려봤다.

“사람이 사람을 째려본다한들 그걸로 인해 죽는다는 건 들어본 적 없지만 비슷한 저주는 들어본 적이 있는데 궁금하다면 궁금하겠지? 물론 가르쳐줄 생각은 빌어먹을 만큼 없지만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겁먹고 심장 멈춰서 그 눈빛 받고 골로 가실 분은 아니니 실컷 째려봐 주세요. 대신 밥은 싹싹 비어 먹으라고. 그거 만드느라 고생하신 분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말이야. 물론 그러든 말든 먹어야 살 테니까 말이야, 인간이라면.”

주저리주저리 자기 말을 늘어놓는 소년에게 한숨 먼저 쉬고는 해화가 물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나리랑 무슨 일 있으셨어요?”

해화의 물음에 정기라는 소년은 뭔가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었는지 머리를 벅벅 긁더니 위를 쳐다보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러곤 해화와 이소연에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욕설로 추정되는 혼잣말을 잠시 내뱉었다.

“저기, 정기님?”

“우리 빌어먹을 노친네께서 노망이라도 나서 실성난 거렁뱅이처럼 정신 놓고는 칼 물고 미친놈 널뛰듯 노나 했더니 그건 아니더군. 아주 빌어먹을 정도로 참 정신이 맑으셔. 쳇! 대신 그놈의 쾌락 탐색으로 인해 머리가 맛이 갔는지 아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정치판 줄타기에 빠져드셨더군. 나 참, 나이 먹어서 살 날 얼마 안 남기더니 뵈는 게 없나봐. 곱게 죽고 싶은 사람은 아니고, 곱게 죽을 사람도 아니여.”

정기의 불평불만에 해화는 쓴웃음만 지으며 작게 이소연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조금 짜증나더라도 이해해 달라는 말이지만 이소연에게는 닿지가 않았다.

이소연에게는 정기의 등장에서부터 이 모든 상황이 그저 짜증만 날 뿐이었다.

“뭣 하러 왔지?”

“오, 이젠 제대로 말을 할 줄 아네? 말더듬이처럼 말을 지루하게 더듬다가 사람을 은근히 속터지게 만들고 있더니 말이야. 일단은 축하의 인사를 전해주도록 하지.”

건성으로 박수를 치는 정기를 상대로 햬화가 꾸짓는 말을 꺼내긴 했지만 정기는 크게 반응치 않았다. 그의 눈은 이소연을 바라보며, 참으로 지루하고 귀찮다는 감정을, 아무리 둔해도 알 수 있을 만큼 내뱉고 있었다.

“도대체 뭘 하러 오신거에요?”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를 짚으며 해화가 물었다.

“화풀이?”

고개를 갸웃 거리는 정기의 얼굴 한복판에 칼을 꽂고 싶은 충동이 끌어오르는 걸 느끼는 이소연이었다. 해화는 어이없어 하며 말했다.

“저기, 그럴 거면 나가 주실래요?”

“그러긴 할 거야. 일단 이 애 상태가 어떤가 하고볼려고 한 것도 있으니까 조금 뒤에.”

그러면서 자신을 주시하는 정기에게 이소연은 퉁명스레 대꾸했다.

“확인했음 나가. 꼴 보기 싫으니까.”

“안 그래도 나갈 꺼긴 하지만 네 녀석의 그 말투는 좀 아닌가 싶네. 본의는 아니어도 일단은 내가 너의 생명의 은인······.”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 정기의 말을 끊은 해화는 그대로 정기를 방밖으로 밀었다.

“정기님, 식사 중입니다. 죄송하지만 나가주셨으면 합니다.”

“나가기야 하긴 할 건데. 그 전에 마지막으로 전할 말이 있긴 하니까.”

“전할 말?”

“또 시비 거시려는 건 아니겠지요?”

노려보는 해화의 시선에 그건 아니라며 정기는 일단 진정부터 시키고 이소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쓸데없는 소리라 여긴 그녀는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들었는지, 아니면 눈치를 챘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귀한 손님이 와있어. 엄청나게 이 나라에서 높으신 양반이지. 때문에 일단 조용히 있으라고 해주고 싶군. 그거야 어차피 여기에 있는 해화나 도화 누님 등이 있다면 문제가 안 되니까 일단 넘어가고. 중요한 건 네 녀석이 칼을 휘두를 가치가 있을지 알 수는 없다는 거야. 손님도, 너도 지금은 얌전히 있는 게 최선이지만 한 번 기대 아닌 기대는 해보도록 하지.”

도대체 뭔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말에 이소연은 정기를 쳐다보았다.

“그럼 죄송하지만 이제 그만 나가주셨합니다, 정기님. 손님이 식사 중이셔서요.”

“일단 저게 손님이라는 것에 대해 진지한 반론을 피고 싶지만 그랬다간 너에게 그보다 길고 지루한 잔소리 행렬을 겪을 것 같아서 물러나도록 하지. 그리고 식사라 하지만 손도 제대로 안 대는 것 같군. 그래도 먹기 시작했으니 떠나도록은 하지. 어차피 할 말은 다 했고,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든다고 하니까.”

정기가 자기 할 말은 끝났다며 어깨 한 번 으쓱 하며 그리 말하자 해화가 방밖으로 밀려고 했다. 해화에게 밀쳐지면서 감정 하나 담기지 않는 손을 흔들며, 정기는 그대로 방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정기가 나가자 해화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정기가 나간 방문을 쳐다보는 이소연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원래 저런 분이 아니신데 요즘 좀 민감하셔서 그만······.”

말끝을 흐리며 해화는 이소연에게 사과를 했다. 이소연은 민감하다고 사람이 저렇게 남의 속을 긁어대지는 않는다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저기, 일단은 식기 전에 드세요. 밥은 따뜻할 때가 제 맛이니까요. 그리고 정기님의 말은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자신을 다독이는 해화에게 무관심한 시선을 던지며 이소연은 물었다.

“손님이라고 있다고 하던데.”

“아, 여기는 기방이잖아요. 종종 머무는 손님이야 있는 마련이거든요. 근데 요즘 좀 오래 머물겠다는 분이 계시거든요. 근데 그것도 종종 있는 일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당신도 우리들의 손님입니다. 손님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게 우리는 철칙이에요. 지금은 푹 쉬고 몸 낫는 데에 집중하도록 하세요.”

그러며 다시금 식사를 권하며 친절히 말을 거는 해화를 반쯤 무시하는 이소연이었다. 일단 식사가 중요하고, 몸을 추스르는 게 중요하다는 건 인정하는 바이기에 우선 그러기로 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밥을 한 숟갈 퍼서 입 안에 쑤셔 넣었다. 식사를 시작한 그녀를 바라보는 해화는 안심하는 눈치였다.

식사에 집중하는 모습이기는 했지만 이소연의 머릿속은 생각에 집중하고 있었다. 방금 전 정기라는 소년의 비아냥이 담긴 말에 분노키는 했지만 그래도 전에 한 번 들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좀 시간이 가면서 정신적인 여유가 생긴 덕인지 금방 머리가 식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가 한 말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가 생긴 것이다.

사실 별로 중요한 내용은 없긴 하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전한 말에 등장한 손님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이소연도 기방에 손님들이, 그것도 고위층 손님들이 찾아와서 머물기도 한다는 것 정도는 안다. 복수를 위해 오긴 했어도 대략 한 달을 이 도성에서 보내면서 알기 싫어도 알게 되는 일 중 하나다.

다만 이 시기에 기방에 장기적으로 머문다는 손님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도대체 누구인가. 도대체 누구이기에 이러한 시국에 기방에 머무는 것인가.

그러한 의문을 품은 이소연은 밥을 꾸역꾸역 입 안에 넣었다. 옆에 앉은 해화는 목 메일까봐 걱정하면서 여러 반찬을 권하는 중이었다. 억지로 해화가 권하는 반찬도 입 안에 쑤셔넣으며 이소연은 식사에 열중했다.

그렇게 한 소녀가 식사에 열중하는 방 밖에서 정기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오늘도 맑은 날이지만 지금의 시국과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한 맑음이었다.

그 옆에서 화령과 미령이 흥미진진하게 정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시선은 하늘로 고정시키면서 정기가 자신에게 시선을 던지는 두 소녀에게 물었다.

“그냥.”

“요즘 왠지 많이 까칠해졌네.”

심드렁한 화령의 대답과 은근히 걱정을 해주는 미령의 말이 날아오자 정기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한숨 쉬면 복 달아난데.”

“그럼 참도록 해야지. 이 이상 달아나면 어찌 될지 겁이 나 미치겠다.”

가벼이 한탄하는 말을 내뱉는 정기에게 두 소녀는 킥킥 대며 웃었다.

“그나저나 왜 그런 거야?”

킥킥 웃음을 흘리면서 화령이 물었다.

“뭐가?”

“뭐긴 뭐야. 뭣 땜시 저 애한테 시비거느냐, 이거지.”

“아아.”

알았다며 다시금 한숨을 내뱉는 정기의 얼굴에는 쓴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작가의말

오랜만에 올립니다. 일단 요즘 일이 있어서 거의 매일 단위로 올리긴 힘들지만 한 주 단위로 한 편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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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3) 17.12.02 250 1 9쪽
48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2) 17.11.25 212 0 10쪽
4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 17.11.18 234 1 9쪽
46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0) 17.11.11 171 1 9쪽
45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9) 17.11.03 203 1 9쪽
44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8) 17.10.27 187 2 9쪽
43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7) 17.10.21 221 1 10쪽
42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6) 17.10.14 269 3 9쪽
41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5) 17.10.07 246 2 10쪽
40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4) 17.10.01 220 2 9쪽
39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3) 17.09.25 304 2 9쪽
38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2) 17.09.16 23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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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3) 17.08.13 281 2 9쪽
»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2) 17.08.11 314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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