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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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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3,721

작성
17.12.02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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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3)

DUMMY

뭐라 말을 해도 먹히기는커녕 오히려 자신만 당할 뿐인 현실에 이소연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렇다고 한 방 후려치기도 그런 게 몸이 많이 회복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움직이기 위해서는 부족했다. 게다가 함부로 날뛰었다간 이 기방에 눌러 앉은 선랑과 병사들이 몰려올 수도 있었다.

그래도 이 기방 측에서 더 이상 기생들이 휴식 및 취침을 하는 장소인 이 뒤쪽으로는 오지 못하게 했으니 안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도 저들이 어느 정도 용인한 선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날뛰었다가 이 기방에게 버림받고 저들의 공격을 용인하게 된다면 이소연은 그저 죽는 것외에는 선택할 방도가 없다. 그렇기에 그저 이렇게 화만 내는 수밖에 없었다.

“적당히 하세요.”

방문이 열리며 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얌전해 보이는 소녀의 이름은 해화로, 이 기방에서 이소연이 그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대였다. 적어도 그녀의 성질을 박박 긁는 행동은 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말리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다.

“미안.”

아까까지 이소연 곁에서 속을 박박 긁던 정기가 대표로 사과를 했다. 말이 사과지, 실제로는 장난스럽게 넘어가는 것에 불가했다. 미령과 화령은 아예 사과 비슷한 말도 꺼내지도 않았다.

해화는 한숨을 내쉬며 가지고 온 상을 내려놓았다. 그러고 보니 슬슬 배가 고파질 시간이기는 했다. 상에는 전과 여러 나물 무침과 함께 따뜻한 흰 쌀밥이 가득 담긴 그릇들이 나열해 있었다. 진수성찬까지는 아니어도 일반 백성들이라면 생각도 못해볼 음식들이었다.

불쾌해 보이는 이소연의 표정에 해화는 잠시 머뭇거렸다. 해화 대신 화령이 말을 꺼냈다.

“지금 백성들은 어쩌고 하지 말고 먹기나 해. 애초에 여기는 그런 곳이라 이런 음식이 주를 이루고, 그 외에는 없다고 생각하셔. 애당초 너 지금까지 계속 이런 음식 먹는 중이잖아. 오히려 밖에서는 못 먹을 음식이니 지금이라도 실컷 즐기라고.”

곱게 먹기는커녕 화를 내도 문제되지 않는 투의 말이었다. 해화는 화령을 한 번 째려보고는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지금은 편찮으신 몸을 추스릴 때이니 드시도록 하세요. 일단 잘 먹고, 잘 쉬어야 무슨 일을 하더라도 하실 줄 있잖아요?”

“평범히 살아가는 백성들은 몸이 아파도 이런 음식은 꿈도 못 꿔.”

퉁명스레 말을 하기는 했지만 이소연은 상 위의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아무리 불만을 가진들 해화의 말대로 지금은 몸을 회복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뭣보다 배도 고팠던 그녀이기에 젓가락을 들어 나물을 한 뭉큼 집어서 입에 넣었다. 나물과 기름의 향이 어우러진, 정말 맛있다는 표현 외에는 떠오르지 못할 맛이었다.

“어떠세요?”

“괜찮아.”

조심스런 해화의 질문에 짤막하게 답하고는 이소연은 식사에 집중했다. 정기와 미령이 뭐라 말을 꺼내려 했지만 이를 미리 눈치챈 해화가 눈짓으로 주의를 줬다.

“우리 껀?”

“밖에 있어요.”

이소연의 식사 장면을 바라보던 화령의 질문에 해화가 답했다. 다들 배도 고픈 참이기에 식사하자는 생각에 일어서기 시작했다. 일어서지 못하는 미령은 정기가 들어서 안아줬다. 해화 역시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말했다.

“뭔가 문제 있으시거나 식사 다 하시면 불러주세요.”

부르면 꼭 오겠다는 해화의 말에 이소연은 대꾸 하나 없이 식사에 몰두했다. 해화는 이것만으로도 만족하고는 정기, 미령, 화령을 따라서 방밖으로 나갔다.

다들 나가면서 조용해진 방 안에서 이소연은 말없이 식사를 할 뿐이었다.

한편, 방 밖으로 나간 세 사람은 대청마루에 놓인 몇 개의 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4개의 상이 누구의 것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먼저 자리하여 식사를 하는 유화 등의 기생들이 반기고 있는 중이었다.

“와~, 밥이다!”

이소연에게 대접된 식사와 비슷한 종류와 양의 식사가 놓여있는 걸 본 미령이 감탄의 말을 던졌다. 그 귀여운 모습에 몇몇 기생들이 큭큭 웃었다. 평소의 식사하는 것과 크게 다름이 없기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정기는 미령을 자리에 내려놓고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화령과 뒤따라온 해화도 자신들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역시 훌륭하다는 생각이 드는 식사를 하며 정기가 말을 꺼냈다.

“다른 사람들은?”

그 다른 사람들이라는 것이 이 자리의 기생들이 아닌 선랑과 병사들이라는 것을 눈치챈 화령이 답했다.

“다른 사람들 몫도 갔어요.”

“나참, 멋대로 눌러앉는 공짜 손님들을 우리가 대접해야 하나.”

“일단은 높.으.신. 분들이니 대접은 해야 하는 거겠지.”

“어이구, 정말 대단한 분들이야, 정말.”

여러 기생들이 식사를 하면서 다들 한 마디씩 불평을 내뱉고 있었다. 다들 양은 달라도 불만이 넘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최근 이 장락원에 자리한 선랑과 금오위의 병사 일부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유는 현재 이 기방에 머물고 있는 무천군의 호위라는 것이었는데, 어느 쪽이건 간에 장락원의 기생들에게는 불만덩어리에 불가했다.

무천군이야 꼬박꼬박 돈도 내고 있고, 얌전히 자신에게 내어진 방에 틀어박혀 있는 지라 크게 불만을 가지는 기생들은 없었다. 그저 겁먹고 여자나 밝히는 한량인 거 아니냐며 흉을 볼 정도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의 호위라고 온 이들은 아니었다.

전에 여기 기생들의 휴식공간에 와서 소란을 핀 건도 그렇고, 특별히 돈을 내지 않으면서 기방의 음식이나 축내는 이들을 좋게 볼 리가 만무했다. 게다가 조사란 명목으로 기생들에게 추근댁 대거나 폭력을 행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항의하고자 해도 무천군이 뒤를 봐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덕분에 기생들은 물론이고, 여기서 일하는 하인들까지도 불만이 터져서 이 기방의 주인인 ‘어머니’에게 항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좋은 답이 나오진 않았지만.

“정말이지, 저것들 언제 사라지는 거야.”

“그러게 말이야. 정말이지, 짜증 그 자체라니까.”

“그래도 여기로 기어 들어와서 우리들 휴식을 방해하는 짓은 없게 되었다는 점은 다행이라 해야지.”

유화의 탄식에 다들 한숨만 내쉬며 밥을 먹을 뿐이었다. 무거운 분위기가 식사에 전염되는 기분을 느끼던 정기에게 미령이 쿡쿡 옆구리를 찔러댔다.

“왜?”

정기가 작은 목소리로 묻자 역시 작은 목소리로 미령이 말했다.

“그 영감님에게 말해보면 어때?”

“그래본들 소용없어. 상대는 임금의 아우이자 조정의 거물인 무천군인데, 영감님은 예전에는 몰라도 지금은 벼슬에서 물러나있는 퇴물이라고. 말해본들 소용없을걸?”

“그래도 조금은 얘기해줘봐. 나야 그녀석들 볼 일은 없다고 해도 이렇게 무거운 분위기는 싫단 말이야.”

“나도 간절히 빈다.”

곁에 자리해 있던 화령도 작은 목소리로 부탁했다.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손님을 직접 상대치는 못하지만 종종 돕기위해 나서는 화령도 그 선랑과 병사들에게 학을 뗀 모양이었다.

“뭐야? 셋이서 소곤소곤 뭐하고 있어?”

“무슨 작당이라도 벌이는 건 아니겠지?”

“설마 사랑이야기? 우후후~.♥”

서로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던 세 명에게 다른 기생들이 관심을 보이며 장난스런 말들을 던졌다. 다들 이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정기 등 세 명을 제물삼은 것 같았다. 다만 정기 등이 뭔가 좋지 않은 일이라도 꾸미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는 유화 등은 걱정과 주의의 의미의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너희, 뭔가 이상한 일을 벌일 생각은 하지 마렴. 지금 시국이 어수선한 마당에 말이야.”

“그럴 생각 없으니 걱정하지마.”

“어쩌려나? 워낙 말갈량이들이라 말이지.”

반쯤 장난 담긴 말들에 정기는 뭐라 대꾸치 않으며 식사를 하려 했다. 평소 이들에게 잔소리를 퍼붓는데 합류했을 해화를 잠시 보니 그녀도 뭐라 주의를 주는 시선이었다. 다만 입 안에 든 음식물로 인해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것뿐이었다.

다행히 풀어진 분위기 속에서 식사가 끝났다. 식사가 끝나자 하인들이 슬금슬금 몰려와서 식사가 끝난 상들을 하나둘 치우기 시작했다. 유화와 해화는 이소연이 있는 방으로 가서 그녀가 식사를 마쳤는지를 확인하고 그녀의 상을 들고 나와서 하인들에게 넘겼다. 식사를 마친 기생들은 하인들과 잡담을 나누기도 하거나 저희들끼리 떠들었다. 또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취침을 청하거나 오늘 저녁에 있을 일을 위해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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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2) 18.02.19 17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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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1) 18.02.04 166 1 10쪽
56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0) 18.01.28 165 1 10쪽
55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9) 18.01.28 148 1 9쪽
54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8) 18.01.14 174 1 10쪽
53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7) 18.01.07 191 1 9쪽
52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6) 17.12.31 171 1 9쪽
51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5) 17.12.24 189 1 9쪽
50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4) 17.12.16 182 2 9쪽
»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3) 17.12.02 251 1 9쪽
48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2) 17.11.25 212 0 10쪽
4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 17.11.18 234 1 9쪽
46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0) 17.11.11 172 1 9쪽
45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9) 17.11.03 203 1 9쪽
44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8) 17.10.27 187 2 9쪽
43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7) 17.10.21 222 1 10쪽
42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6) 17.10.14 270 3 9쪽
41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5) 17.10.07 246 2 10쪽
40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4) 17.10.01 221 2 9쪽
39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3) 17.09.25 305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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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3) 17.08.13 281 2 9쪽
32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2) 17.08.11 314 3 10쪽
31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1) 17.08.04 28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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