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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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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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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0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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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

DUMMY

어느덧 해는 지고 밤이 찾아왔다.

어둠은 장경만이 아니라 청란도에도 찾아왔다.

수많은 상인들은 자리를 접고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가고, 거대한 상단은 자신들의 거점에 돌아가 문을 잠그고 하루의 뒷풀이를 하거나 잠을 청하였다. 장경에서의 일이기는 하지만 워낙 시절이 하수선하니 밤거리를 나다니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가끔 이 청란도를 순찰도는 병사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들도 소수였으며, 그 소수도 겁이 나서 그런지 아니면 위에서 시켜서 그런지 별로 순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당연 상인들은 이런 거리를 걸어 다니지 않고, 일반인들도 오지 않는다. 애당초 상인들에 의한 상업행위가 존재이유는 이 도시에서 상업이 이뤄지지 않는 밤에 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하는 게 정답일 것이다.

그런 청란도의 밤거리를 급히 걸어 나가는 사람이 존재한다.

하나는 소녀. 이름은 최화련. 이 나라의 명문가 중 하나인 명강 최씨일가의 장녀로, 비록 15살이기는 하나 여신동이라 불리며 주변의 기대를 받는 소녀다. 현재 그녀는 커다란 장옷(과거 부녀자들이 외출할 때 내외용으로 머리부터 내리쓴 옷)을 입어 얼굴까지 가리고 있는 상태였다. 바로 그러한 그녀의 뒤를 남자 하인 하나가 불안한 얼굴로 따르고 있었다.

명문가 여식이 이런 밤중에 청란도를, 그것도 이렇게 불안한 시국에 나다닌다는 건 상당한 문제였다. 만일 들키기라도 했다가는 가문에 상당한 먹칠을 할 수 있으며, 만일 이 불안한 시국을 조성한 범인들에게 해라도 당했다간 정말 가문은 물론 나라가 들고 일어날 일이었다.

때문에 하인은 정말 불안해 미칠 상태로, 연신 주변을 돌아보고, 종종 뒤까지 돌아보면서 경계에 경계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매우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최화련에게 뒤처지지 않게 발을 움직였다.

“아씨······.”

“시끄럽습니다.”

불안해하는 하인의 말을 막으면서 최화련은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사실 그녀는 이 야밤에 밖으로 나돌아다닐 생각은 없었다. 애당초 어수선한 시국이라고 밖으로 나다니지 못하게 하는 건 불만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허락도 없이 나다닐 마음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결국 이러한 선택을 했다. 자신의 선택이 무슨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녀는 이 선택을 택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급한 마음에 제대로 상기되지 않았다.

허나 분명한 건 자신이 가족처럼 여기는 존재가 단순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위험해 질수도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신동이라 불리면서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자만심과 그저 어린애이기에 아무도 제대로 주목치 않을 거라는 방심이 문제를 부른 것이다.

물론 고작 명문가 여식인 그녀가 얼마나 영향을 주겠나 싶겠으나 현재의 상황에 그들이 말려들게 되는 원인은 그녀가 제공하기도 한 셈이다.

급히 발걸음을 옮기는 최화련과 그 하인의 앞에 몇몇의 병사들이 나타났다. 순찰 중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이 병사들은 예상치 못한 사람들의 등장에 당황하여 창을 겨누었다.

“누, 누구냐!”

딱 봐도 수상해보일 두 사람에게 병사들이 창을 겨누어 천천히 다가갔다. 하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당황하여 자신이 모시는 아씨에게 손을 뻗었다.

“미안하군. 내가 지금 좀 매우 바빠서 말이지.”

그러한 말과 함께 최화련은 손을 활짝 펴서 병사들을 향해 내밀었다. 그녀의 갑작스런 행동에 병사들은 놀라서 그들을 체포코자 했으나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어서 천천히 손을 폈다 접었다 하는 최화련의 행동에 병사들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최화련이 행동을 멈추고 손을 내리자 병사들은 멍한 얼굴로 발걸음을 돌려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병사들이 사라지자 하인은 안심이 가득한 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최화련에게 시선을 돌리며 불안함이 가득한 어투로 말하였다.

“아씨, 이만 돌아가죠. 편지야 소인이 전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그러나 최화련은 하인의 말을 무시하면서 급히 발걸음만 옮길 뿐이었다. 하인은 그런 최화련을 걱정과 원망스레 바라봤지만 결국 그 뒤를 따랐다.

“아씨.”

따르면서도 자신을 부르는 하인의 말에 최화련이 뒤를 돌아 한 번 노려본 뒤 다시금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건 편지를 전하고 뭐의 일이 아니야. 잠자코 따르기나 해.”

고집불통의 최화련의 답과 태도 앞에 어찌 할 수 없는 하인은 울상인 얼굴로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포기치 않고 돌아가기를 재촉했으나 최화련은 무시로 일관했다.

결국 두 사람은 출발하기 전에 정했던 목적지로 함께 갈 수밖에 없었다. 최화련이 끌어들였지만 그래도 무사하기를 원하는, 최화련이 자신의 가족처럼 여기는 상단, 초정회로 말이다.

‘그런데 편지는?’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와중에 최화련은 자신의 품속에 있던 편지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편지는 무사히 있었다. 편지를 싸고 있던 무명천의 끝자락 하나에도 흠이 나있지 않았다.

편지의 상태가 무사함에 미소가 지어졌던 그녀였지만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 편지는 언제 쓴 거지? 아니, 내가 쓴 거가 맞나?’

뭔가 기억 상 오류가 난 것 같았다. 편지를 초정회의 남영에게 전해야 한다는 건 확실한데, 왜 전해야 하는지가 떠오르지가 않는 것이었다. 아니, 그보다도 이 편지를 언제, 어디서, 그리고 누가 썼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연히 편지의 내용은 기억에 없다.

‘어째서.’

정말 어째서 이런 건지 의문이 드는 그녀였지만 그녀의 몸에는 주저가 없었다. 곧장 초정회로 향하는 그녀의 다리에는 주저가 없었다. 도대체 왜인지 이해가 되지 않은 그녀였지만 이내 그런 생각을 떨치게 되었다.

아니, 사라지게 되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뭐가 뭔지 잘 알 수 없다는 사실에 약간의 두통이 느껴졌다. 얼굴을 찡그리며 자신의 머리를 붙잡은 그녀를 하인이 걱정해 줬으나 최화련은 괜찮다는 말만 하고 초정회로 향했다.


“저 애 정말 대단하네요. 아무리 그래도 저 짧은 시간에 도술이 피다니 말이죠.”

최화련이 가는 길에서부터 거리가 있는 건물지붕 위에서 진의전이 감탄을 표했다. 그 급한 상황에서 아무리 일반 병사라고는 하나 다수에게 단방에 도술을 부려 물러나게 했다는 건 보통의 재능이 아니긴 했다.

“······.”

“명강가문의 여신동이라는 말이 허투는 아닌가 봅니다.”

“······.”

“저 정도 실력이라면 진짜 선랑으로 뽑혀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실력 아닌가요? 저기에 법보까지 갖추면 정말 날아다니겠네요. 진짜로 여자의 몸으로 대장군이니 하는 자리 노려볼 만 한 거 아닙니까?”

진의전은 최화련의 재능에 감탄을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진의전을 말없이 바라보며 창끝을 겨누고 있는 이가 있었다.

“어째서 참지정사께서 저 애를 꽁꽁 숨겨두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

자신의 뒤통수에 창끝이 겨눠져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진의전은 아랑곳 않고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허나 그 표정에는 동시에 자신에게 창끝을 겨누는 상대에 대한 가벼운 도발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누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그보다 저 아리따운 소녀가 나랑 한 살 차이일 뿐이라니. 이런 거에 크게 흥미는 없긴 했지만 당장 아버님께 얘기해서 혼사라도 준비해 볼까나?”

“다, 닥, 쳐.”

이를 뿌득 가는 소리와 함께 창에서 날카로운 살의가 흘러나왔다. 어두운 달빛을 통해 드러난 천인예의 눈은 마치 적을 맞닥뜨린 뱀의 그것이었다.

“이제서야 말을 하시네요. 그보다 이 창 좀 치워주실래요? 뒤통수가 가려워서 말이죠.”

가벼이 청하는 진의전의 말을 무시하며 천인예는 창끝을 진의전에게 더 가까이 들이대었다.

“나 참, 치워달리니까. 일단 같은 선랑이고, 같은 편이잖아요.”

오히려 더 거리가 가까워진 창끝의 존재에 진의전은 투덜거렸다. 투덜거리는 진의전의 태도에는 가벼움이 느껴지고 있었지만 빈틈이 생긴다면 언제든 반격할 준비를 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천인예의 눈이 닿지 않는 사각에서 진의전은 몰래 부적과 작은 두루마기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 그러, 런거 해바, 봐야 소용어, 없, 어.”

평상시처럼 말을 더듬는 천인예였지만 그 말 속에 적의와 살의가 담겨 있음을 느끼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이 구도에서는 말이다.

어둠속 대치 속에서 진의전은 몰래 입술을 깨물며 현상황에 대한 짜증이 몰아침을 느끼고 있었다. 동시에 기쁨도 느끼고 있었다. 일개 상단에 불가한 것을 감시만 하는 것에 대한 지루함과 불만을 느끼던 중 드디어 움직여 맞서볼 만한 상대가 나타난 것이다. 허나 동시에 이 상대와의 싸움은 자신을 믿어주는 작은 형 진의겸과 아버지 무천군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이 될 수도 있었다.

때문에 진의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기회만 엿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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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 17.11.18 234 1 9쪽
46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0) 17.11.11 171 1 9쪽
45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9) 17.11.03 203 1 9쪽
44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8) 17.10.27 18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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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3) 17.09.25 305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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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 17.09.09 263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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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3) 17.08.13 28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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