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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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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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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글자수 :
523,721

작성
17.12.31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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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6)

DUMMY

“그나저나 그대가 이런 일에 흥미를 보이는 건 처음이군. 뭔가 그대의 흥미를 자극할 일이 있었던 겐가? 아니면 그대가 운영하는 상단에 큰 이익이 따르기 때문인가?”

“일단 두 가지 전부가 속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말이야. 그래도 그 중에서 뭐가 더 앞이냐고 한다면 역시 전자(前者)이지.”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을 집어 들며 남영이 말했다. 참고로 찻잔에는 무천군이 직접 따라준 차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 차를 한 모금 마시는 남영을 보며 무천군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몇백년을 산다는 건 지루할 수 있다는 건가?”

“흥미있나? 불노장생에?”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젓는 무천군의 얼굴에는 명확하게 부정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지나치게 과한 욕심을 부릴 생각은 없거든.”

“지금도 충분히 과한 욕심을 부린다고 본다만.”

남영의 지적에 무천군은 뭐라 답을 하지 않았다. 말없이 차를 마시는 행동으로 넘기는 무천군이었다.

“뭐, 어느 정도 나에게 이익이 있느냐 한다면 있다고 할 수도 있지. 다만 그 이익이라는 것이 그대가 이해할 수 있는 이익인가는 별개의 일이지만 말이야. 지금 그건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 말이야.”

찻잔을 내려놓는 남영의 뒷말에 의미심장한 분위기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꺼낼 말에서 오늘 이렇게 찾아온 이유가 있다는 것을 무천군은 모르지 않았다. 무천군은 남영의 빈 찻잔에 차를 따르며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실은 어젯밤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거든.”

“손님이?”

“그래, 좀 소란스럽게 와서 말이야. 그걸 아마도 그대는 알 거라고 생각은 들지만 말이지.”

느긋하게 남영이 날린 말에 무천군의 안색이 달라졌다. 금세 본래의 얼굴로 되돌리긴 했지만 남영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다만 그것이 무엇과 연결되어 일어난 일인지 모를 뿐이었다.

무천군의 안색이 달라진 데에는 그러한 일을 듣지 못했단 것 때문이었다. 분명 무천군은 아들이자 선랑인 진의전을 보내어 몰래 초정회를 감시하고 매일 무슨 일이 있었는가 보고를 받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도 진의겸을 통해 진의전의 보고를 들었으나 그러한 일에 대해 듣지 못했다. 그렇다면 두 아들 중 누군가가 숨겼거나 빼먹었을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누군가 간섭하여 의도적으로 진의전이 이를 보고하지 못하게 방해했을 수 있었다.

그런 생각에 무천군은 어떠한 적이 존재한다고 여기며 위험함을 느끼는 중이었다.

잠시 무천군이 그렇게 걱정과 생각을 하는 시간을 주며 얼굴을 살피던 남영은 “흠흠.”하고 소리를 냈다. 남영이 낸 소리에 무천군은 놀라서 남영을 쳐다보았다. 남영은 이제 말을 해도 되냐는 투로 그를 본 다음에 말을 꺼냈다.

“그 손님들과 우리 초정회와의 실랑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도록 하지. 헌데 그 손님이라는 녀석이 말이야, 상당히 재미있는 주제와 소식을 들고 와서 말이지. 게다가 나에게 재미있는 제안까지 들고 왔어.”

“무엇인가?”

무천군의 물음에 남영은 말을 멈추고 소매에 손을 집어넣었다. 이윽고 그는 어떤 종이를 꺼내보였다. 누가 봐도 편지라 추정할 수 있는 그것이었다.

“내 나름 배려를 해서 원본을 들고 올까 했지만 그건 편지를 보낸 측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해서 말이야. 그래서 사본을 가져왔으니 양해를 부탁바라네. 아, 그래도 최대한 원본과 똑같은 재질의 종이와 글씨체, 그리고 종이상태까지 비슷하게 했지.”

당당하게 남영이 건넨 편지를 받아 든 무천군은 편지를 펴보았다. 그리고 편지의 내용을 읽어 나가는 와중 무천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재미있지? 아, 나는 이만 물러가도록 하지.”

무천군의 반응을 살펴보던 남영이 일어서려 하자 무천군이 말했다.

“왜 이걸 나에게 넘기는 건가. 이는 자네가 나와 협력하겠다는 것으로 봐도 되나?”

“그건 그대가 어떻게 생각하든 자유지. 다만 나는 말했다시피 재미있다면 좋은 거라 여기는 유쾌범이야. 그런 내가 이걸 넘긴 이유가 무엇인지는 충분히 답이 나올 거라 판단되는군.”

편지에 시선을 박고 있는 무천군에게 여유로이 말을 한 남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쓰고온 탈을 다시 쓰고는 그대로 방문을 열고 나가려던 찰나에 남영은 문뜩 뭔가 떠올랐다는 얼굴로 말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그 편지를 전해준 이가 망아라고 하더군. 분명 이번 장경에서의 연쇄살인사건을 일으킨 일당의 두목인 녀석이었지, 아마? 그럼 잘 계시게나.”

마지막까지 엄청난 정보가 담긴 말을 던지고 나가버린 남영의 뒤를 바라보던 무천군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무천군을 두고 방밖으로 나온 남영을 맞이하는 건 다수의 병사와 선랑이었다. 남영이 가지고 놀며 농락한 금오위 병사들과 선랑이 무기를 쥔 채 노려보는 중이었다. 다만 남영이 무천군의 손님이라는 명목으로 방을 들어갔다 나온 셈이라 어떤 행위를 하지 못하고 경계만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왠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 남영은 미소로 얼버무리려 했지만 이내 무리란 걸 깨달았다. 그래도 특별히 적대행위를 하며 공격치 않기에 그냥 무시하고 가기로 했다. 병사들은 괜히 무천군의 손님에게 해를 입혔다가 자신들이 겪을 위험을 인지하고 있기에 노려는 보면서 길을 비켜주었다. 다만 선랑인 이민성만이 자신이 당한 굴욕을 곱씹으며 일부로 그 앞을 막아서며 노려보는 중이었다.

곁에 있던 병사들의 만류를 받으며 이를 빠득 가는 이민성의 행동을 남영은 귀엽게 느끼고 있었다. 남영에게 있어서 그들의 행동은 그 무엇도 위협이 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괜히 붙었다간 괜히 이야기가 복잡하게 흘러갈 수 있기에 남영은 그냥 넘어가고자 했다.

일부러 방해하던 이민성도 길을 비켜주어 지나갈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남영은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모두가 보는 와중에 한 기생이 머뭇거리며 남영에게 오고 있었다. 의문과 함께 납득을 하며 남영은 그 기생에게 다가갔다.

“날 찾나?”

“아, 예. 오, 오시라고······.”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남영은 멋대로 발걸음을 돌렸다. 남영이 향한 곳은 이 장락원의 주인이자 기생들의 전체적인 관리를 맡고 있는 이가 머무는 방이었다. 어차피 그쪽으로 가야 하는 것이기에 남영에게 말을 건 기생은 당황은 하면서도 고분고분히 남영을 따라갔다.

그렇게 떠나가는 두 사람을 보며 이민성과 금오위 병사들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감을 잡을 도리가 없었다. 그저 넋 놓고 바라보다가 제자리로 돌아갈 뿐이었다.


장락원이 그렇게 소란스럽게 돌아가던 시기에 정기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거리를 걷고 있었다. 터덜터덜 걷는 그의 발걸음에는 기운이 다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 원인이라 할 소녀는 신이 나서 주변을 돌아보며 정기에게 떠들어대는 중이었다.

“야, 저거저거 봐! 와, 저런 게 있었구나. 와! 저 떡 진짜 맛있겠다. 하나 사 가자. 아니, 아예 우리 식구들 다 먹을 분으로 사갈까? 아, 그러면 너무 돈이 많이 들려나? 오, 저건 또 뭐래? 이야, 집들 참 신기하구나. 아, 저런 집도 있네. 마치 나 어린 시절 집처럼 생겼네. 아하하하, 그러고 보니 내 부모님은 잘 지내려나? 하기야 생각해봐야 소용없는 일이겠네. 그나저나 그 영감님 집은 도대체 어디야? 얼마나 걸려? 얼마나 남았어? 응? 응? 응?”

“그, 그만······좀 조용히 해······.”

화령의 신이 난 태도에 기력이 빨리는 느낌을 겼으며 정기가 일단은 말려봤다. 주변에서는 그저 시끄러운 좀 잘 사는 집 소녀로 여기며 킥킥 대거나 미소 좀 지어주고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같이 있는 정기는 시끄러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애초에 홀로 거리를 걸어 다니며 머리 좀 식히는 한편, 상황이 어떤가 알아보고자 한 정기로써는 불편하기 이를 데 없는 혹이 붙은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떼어놓자니 여기, 이 거리에서 당연하게 길을 잃고 사고를 치거나 겪을 게 뻔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 하니, 정기가 그 소동을 마치고 몰래 빠져나오려 했으나 이미 차려입고 준비까지 마친 화령이 강제로 따라온 것이었다. 그녀를 말리고자 여러 기생들과 해화 등이 매달렸으나 소용이 없었다. 결국 반쯤 포기해 버린 그녀들이 입을 다무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정기에게 떠넘겨 버렸다.

덕분에 정기와 함께 허염의 저택으로 향하는 화령은 신이 난 얼굴로 거리구경에 매진해 있었다. 하기야 평소 기방 밖으론 출입이 불가능하고, 애초에 장락원에 온 이후에 기방 밖으로 나갈 일이 사실상 없는 기생의 입장에선 바깥 구경은 특별한 일이긴 했다. 바로 그 특별한 일을 경험하는 화령의 모습은 과연 소녀는 소녀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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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9) 18.01.28 148 1 9쪽
54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8) 18.01.14 174 1 10쪽
53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7) 18.01.07 191 1 9쪽
»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6) 17.12.31 171 1 9쪽
51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5) 17.12.24 188 1 9쪽
50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4) 17.12.16 182 2 9쪽
49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3) 17.12.02 250 1 9쪽
48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2) 17.11.25 212 0 10쪽
4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 17.11.18 234 1 9쪽
46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0) 17.11.11 171 1 9쪽
45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9) 17.11.03 203 1 9쪽
44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8) 17.10.27 187 2 9쪽
43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7) 17.10.21 222 1 10쪽
42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6) 17.10.14 270 3 9쪽
41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5) 17.10.07 246 2 10쪽
40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4) 17.10.01 221 2 9쪽
39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3) 17.09.25 305 2 9쪽
38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2) 17.09.16 23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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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4) 17.08.19 339 3 10쪽
33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3) 17.08.13 281 2 9쪽
32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2) 17.08.11 314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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