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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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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글자수 :
523,721

작성
17.10.0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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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4)

DUMMY

뜨거운 불길이 하나둘 동료를 집어삼키는 통에 효삼은 이초를 상대로 변변한 공격을 해내기 힘들었다. 작은 체구의 꼽추가 상대이지만 그 겉모습과 달리 뛰어난 실력에 효삼은 쓴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정말 우린 불이란 상성이 나쁜 모양이군.”

툴툴 대는 효삼의 곁에서 한 동료가 자신의 검을 뽑아서 휘둘렀다.

“갈기갈기 찢어져 버려!”

살의가 가득한 외침과 함께 휘두른 검은 거센 돌풍을 일으켰다. 사람을 순식간에 산산조각을 낼 날선 바람이 이초를 향해 몰아닥쳤다.

“방(防).”

이초가 어느샌가 꺼낸 부적을 튕기며 중얼거리자 보이지 않는 방패가 바람을 막아섰다. 그래도 완전히 막는 건 무리였는지 일부 바람이 이초의 옷과 피부를 살짝 찢으며 지나갔다.

변변치 않은 상처이기에 이초는 신경 쓰지 않고 바람을 날린 이를 향해 등(燈)을 흔들었다. 등(燈)의 불빛에 흘러나온 불길이 재빠르게 몰아쳤다.

“쳇!”

아슬아슬하게 피한 남자는 자신의 검을 다시금 이초에게 휘둘렀으나 다시금 생겨난 보이지 않는 방패와 등(燈)에서 나온 불길이 막아섰다. 오히려 그 불길이 남자를 향해 질주했고, 남자는 검을 휘둘러 막아낼 수밖에 없었다.

“무사하냐, 개추야!”

“무사하오, 형님.”

동료의 무사함을 확인한 효삼은 끝이 뭉툭한 나무방망이로 땅을 내리쳤다. 내리친 곳에서부터 땅이 흔들리며 효삼 일행과 이초가 서있는 바닥을 뒤흔들었다. 예상치 못한 진동에 이초의 몸이 흔들렸고 이틈을 노려 한 동료가 주먹만 한 옥구슬을 내던졌다. 옥구슬은 바람을 가르며 무서운 속도로 이초를 향해 날아갔다.

“이, 이런···방(防)······.”

무너진 자세에서 부적 하나를 내던지며 간신히 막고자 했다. 그러나 옥구슬은 부적이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방패쯤은 간단히 깨뜨리고 이초의 복부를 강타했다.

얻어맞아 데굴데굴 굴러간 이초에게 개추가 검을 휘둘렀다. 거센 바람이 몰아쳐 이초를 산산조각내고자 질주했다. 이초의 손에 들린 등(燈)이 제 주인을 지키려는 것인지 불길을 뱉어내어 바람과 맞부딪쳐 폭발을 일으켰다.

“진작에 좀 쓰지 그랬소, 형님.”

폭발을 바라보며 개추가 말하자 효삼은 자신의 법보인 나무방망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거 힘을 조절하기 너무 어려워. 괜히 잘못했다간 너희도 휘말리고 큰 소란만 일으킬 수 있거든. 그리고 힘을 조절한다고 한들 괜한 때에 휘두르면 우리만 휘말려서 패할 수 있어. 그래서 적당한 때를 보고 있었을 뿐이야.”

“그런 거 재다가 동지가 몇이 갔는지 아슈?”

투덜대는 개추를 두고 효삼은 불길과 바람으로 여전히 환하게 타오르는 쪽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그곳에 있을 작은 체구의 꼽추를 생각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협력의 여지는 없어지려나. 어찌 되었건 법보까지 쓰는 중요한 부하를 날려버렸으니 말이야. 저쪽 주인이라는 양반이 우릴 좋게 볼지가 걱정이군.”

걱정스러워하는 효삼에게 옥구슬의 주인인 남자가 되돌아온 구슬을 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죠. 우리에게 싸움을 걸고 동료까지 해쳤으니.”

“맞소. 오히려 우리 힘을 보여줘서 저들을 겁먹게 해서 순순히 따르게 만들 수 있잖수.”

“그게 말처럼 될까.”

개추의 맞장구까지 들으며 효삼이 중얼거렸다. 비도가 나름 실력 있는 동료를 둘이나 끌고 같이 공격했음에도 이기지 못한 이를 휘하에 두고 있는 인물이다. 또한 지금 간신히 이긴 저 꼽추도 상당한 실력자다. 이 초정회라는 상단에 대해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이와 같은 실력자가 더 있어도 이상치 않다고 효삼은 생각했다. 아울러 이러한 실력자를 이끄는 주인이라는 작자도 상당한 강자이거나 이들을 뛰어넘을 강자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다면 조금 신중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런 효삼과 달리 개추는 당당한 얼굴로 주변을 돌아봤다. 동료가 꽤 희생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자신을 포함해서 7명 정도 남아 있었다.

“좋아. 들어가자. 형님, 들어가죠.”

모두의 시선이 개추에게 향하였다. 당당히 발걸음을 내딛는 개추에게 동료 하나가 걱정스레 물었다.

“저 안에 더 위험한 녀석들이 넘치는 거 아니야?”

“너무 걱정치 마. 망아도 있고, 비도에, 삼도 있어. 다들 여러 방면으로 들어가고 있을 거야. 게다가 목적은 얘기 좀 해서 거래 좀 하겠다는 거잖아. 그니까 문제없어.”

자신만만하게 그리 말한 개추였지만 그의 얼굴에도 살짝 긴장감이 어려 있기는 했다.

“자, 다들 가자고. 이 초정회의 주인이란 놈 낯짝 좀 보고 싶은데 말이야.”

“그렇겐 아니되지요, 네.”

폭발로 활활타던 곳에서 팔 형태의 불길이 솟구치더니 그대로 개추가 있던 장소를 내리찍어버렸다. 간발의 차로 피한 개추와 이에 깜짝 놀란 효삼 등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래 어쩌구 하셨는데 말이죠, 저희도 무조건 돈 된다고 다 손을 내미는 건 아닙니다, 네.”

복부를 감싸며 비틀대는 이초를 보호하듯이 거대한 불길이 휘감고 있었다. 그 불길은 마치 거인을 연상케하는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그보다 제가 너무 여러분을 얕봤군요, 네. 그치만 그것도 잠시임을 알려드리지요.”

옥구슬을 맞아 토해낸 피로 인해 새빨갛게 된 입술을 할짝 햝으며 이초는 웃고 있었다. 정확히는 눈은 웃지 않고 입가에 미소만 지어진 소름끼치는 얼굴이었다. 그 얼굴과 그를 감싸듯 형태를 이루는 불길에 효삼 등의 일행은 할 말을 잃고 바라봤다.

“자, 여러분 무엇을 하시나요? 아직 싸움은 안 끝났습니다.”

“제기랄!”

개추가 자신은 법보인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효삼을 비롯한 여러 일행들도 각자의 법보나 무기를 꺼내어 이초를 향해 휘두르거나 던졌다. 이를 불꽃의 팔로 막아내며 이초는 말했다.

“오늘 초정회는 영업이 끝이 났으니 이만 사라져 주시기 바랍니다. 이 세상에서 말이죠, 네.”

그 말을 시작으로 불꽃의 거인은 주먹을 꽉 쥐어 효삼 일행에게 휘둘렀다.


이초에 의해 형성된 불길을 멀찍이 바라보며 주호는 느긋한 얼굴로 담장 위에 서있었다. 그 아래에는 그 담장을 넘으려다 실패한 이들을 숨을 헥헥 내쉬며 쓰러져 있었다. 개중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이들도 있었다. 주호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으며 중얼거렸다.

“저거 죽었군, 그래.”

그리곤 고개를 돌려 쓰러진 이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희도 말이지.”

“그리······쉽진 않을 것이야······.”

지친 목소리로 말을 꺼내는 비도는 주호를 사납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래? 무지 쉬운데?”

주호는 별다른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칼날이라곤 하나도 없는 칼자루를 휙 휘둘렀다. 그와 함께 땅바닥에 칼자국이 새겨지고 지쳐서 잠시 숨을 고르던 한 명의 몸에서 칼자국과 함께 피가 솟구쳤다.

“크아악!”

“정아! 제기랄!”

이를 뿌득 갈며 노려보는 비도를 주호는 비웃고 있었다.

“너네가 뭔 수작으로 여기를 갸웃거리고 발을 디딜려고 하는지는 몰라도 예의는 지키고, 절차를 따라야지, 자식들아. 상단에 거래를 하고 싶으면 마땅히 고개 팍 숙이고 와서 굽신거려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도 시원찮을 마당에 잘도 꽥꽥되네, 빌어먹을 자식들.”

침을 탁 내뱉는 주호에게 비도는 으르렁 거리며 말했다.

“예의? 절차? 그딴 건 어무이 배속에다 고이 모셔놨는데 찾을 틈 없이 어무이가 떠나셔서 말이야.”

“아, 젠장. 이러니까 끼어들지 말라고 했는데 말이야. 괜히 재밌겠다고 끼어들었다가 이런 빌어먹을 놈들하고 엮인 거 아니야. 쳇!”

혀까지 차면서 불평을 늘어놓는 주호는 칼자루를 꽉 쥐고 비도를 비롯한 일당들을 노려보았다. 살의(殺意)까진 없지만 그래도 짜증이 난다는 감정을 비도 등 일행들은 알아볼 수 있었다.

“어쨌든 일이다, 일. 이 빌어먹을 놈들 얼른 해치우고 좀 쉬어야겠어.”

“지금 당장 쉬게 해주지.”

언월도 형태의 법보를 꽉 쥐면서 몸을 일으킨 비도는 이를 빠득 갈면서 주호를 향해 내달렸다. 이를 신호로 하여 다른 일행들도 각자의 법보와 무기를 사용하여 주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쳇, 그러면 급료를 못 받거든!”

재빠르게 자리를 이탈하여 공격을 피하면서 칼자루를 휘둘렀다. 보이지 않는 참격이 비도 일행을 하나하나 덮쳐서 깊은 상처를 입히기 시작했다. 갑주까지 착용한 신장이 안개 속에서 튀어나와 주호를 덮쳤으나 이 역시 주호는 가볍게 피하면서 칼자루를 내질렀다. 보이지 않는 칼날이 그대로 날아가 신장을 불러낸 이의 오른쪽 어깨죽지를 찢어버렸다. 그리고 뒤이어 주호는 비도가 내려친 언월도를 보이지 않는 그 칼날로 막아내며 그의 복부를 걷어차 버렸다.

“큭!”

“좀 기운 좀 내라! 그래야 추가 급료를 신청할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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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2) 18.02.19 17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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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1) 18.02.04 166 1 10쪽
56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0) 18.01.28 16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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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4) 17.12.16 181 2 9쪽
49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3) 17.12.02 250 1 9쪽
48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2) 17.11.25 212 0 10쪽
4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 17.11.18 234 1 9쪽
46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0) 17.11.11 171 1 9쪽
45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9) 17.11.03 203 1 9쪽
44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8) 17.10.27 187 2 9쪽
43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7) 17.10.21 221 1 10쪽
42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6) 17.10.14 269 3 9쪽
41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5) 17.10.07 246 2 10쪽
»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4) 17.10.01 221 2 9쪽
39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3) 17.09.25 304 2 9쪽
38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2) 17.09.16 23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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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4) 17.08.19 339 3 10쪽
33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3) 17.08.13 281 2 9쪽
32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2) 17.08.11 314 3 10쪽
31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1) 17.08.04 28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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