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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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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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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글자수 :
523,721

작성
17.10.07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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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5)

DUMMY

“제길!”

“여긴 또 어디야!”

“큭!”

초정회의 동쪽에서 침입을 시도한 삼 일행은 현재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는 중이었다.

분명 그들이 담을 넘어 내부로 들어왔을 때만해도 평범한 건물들이 즐비하던 곳이 갑자기 공간이 살짝 일그러지더니 전혀 보지도 못한, 뜻밖의 장소로 변하였다. 팔각모향의 석탑들이 곳곳에 서있으며, 기이한 형태의 등(燈)과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기와가 놓인 거대한 건물들이 사방에 즐비해 있었다. 거기에 야릇한 음악이 은은하게 깔리면서 달콤한 향기가 가득히 퍼지고 있었다. 하늘에는 분명히 있어야할 달과 별이 사라져 있으며 형형색색의 은하수가 대신 자리하고 있었다.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광경에 삼을 비롯한 일행은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물론 주변에 대한 경계를 하고는 있었지만 도대체 어딜 어떻게 방어를 해야하는가 알 수가 없었다.

“그야 당연한 일일 테지.”

그러한 그들을 비웃는 이수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들의 그 알량한 지식과 실력으론 이 힘의 모든 걸 알 수가 없을 것이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일행 중 하나가 품속에서 천을 꺼내어 펼쳤다. 그와 함께 생성된 구슬형태의 빛들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법보인가. 훌륭한 법보로군.”

허나 그 빛은 허공으로 사라졌을 뿐이었고 이수문의 목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삼 일행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고자 두리번 거렸지만 헛수고였다.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음을 안 삼이 이를 뿌득갈면서 말했다.

“우리는 그저 이야기를 하고자 온 것이다. 그저 거래를 하고플 뿐이야.”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들이, 거래를 하겠다는 것들이 문이 멀쩡히 있는데 담을 넘어 들어오나? 예의가 없군.”

“문으로 당당히 들어오려 해도 댁들이 받아주기는커녕 제대로 얘기 하나 들어주지 않고 쫓아낼 거니까 그렇지!”

일행 중 하나가 소리치자 돌아온 건 역시 비웃음이었다.

“당연하지. 네놈들을 뭘 믿고 상대해야 하나. 장사란 본래 신뢰가 기본이거늘, 네놈들과 무슨 신뢰를 갖고 거래를 한다는 거지?”

그 말대로 삼을 비롯한 일당은 모두 현재 이 나라를 뒤흔드는 악명 높은 범죄자 집단이다. 게다가 최근 나라로부터 꼬리가 잡히게 된 마당의 그들과 거래하겠다는 상단이 있다면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을 넘어 정신이 나간 것이다.

“네놈 같은 범죄자가 얼마나 값을 제시한다고 한들 잠깐의 이득이지 장기적인 이득이 아니야. 그걸 무시하고 대뜸 손잡는 놈이 있다면 그놈은 상인이라 칭할 자격이 없는 놈이다.”

“큭.”

딱 잘라 일컫는 거부의 반응 앞에 삼은 부들거릴 뿐이었다.

“뭐, 됐다. 어차피 여기서 다 사라질 것들이니 말이야.”

“우릴 여기서 해치우면 이 나라에서 뭐라하지 않겠나? 꽤나 귀찮아질 텐데.”

부들거리면서도 도발적인 어조로 말을 내뱉는 삼에게 이수문의 비웃음만 날아올 뿐이었다.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군. 이 나라에서 분명 경계를 받기는 하겠지만 명분상 침입자를 없앤거고, 그 침입자가 네놈들이라는 건 오히려 상을 받을 일이다. 헛된 소리나 늘어놓지 말고 사라져라.”

차갑기 그지없는 그 말과 함께 사방에 세워져 있던 탑들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시작한다는 것을 안 그들이었지만 어떤 대처를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삼과 그 일행은 그저 주변을 돌아보며 이를 뿌득 갈면서 자신들의 불행을 탓할 뿐이었다.

“고맙군. 덕분에 보유하게 될 법보의 수가 늘어났다.”

감사라 여겨지지 않는 이수문의 말과 함께 일렁이던 풍경의 물결이 그대로 삼과 그 일행을 덮쳤다.


그러한 장면들을 멀찍이서 보던 진의전은 감탄을 내뱉으면서 한편으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분명 일개 상단에 불과한 집단이 한 나라를 뒤흔든 범죄자 일당을 상대로 어린 아이 다루듯 박살을 내고 있었다. 그것도 현직 선랑 중 하나인 진의전이 경악할 실력으로 말이다.

분명 전체적인 전력을 친다면 당연히 이 나라의 힘이 더 강한 건 자명한 이치고, 당연히 그래야할 이치였다. 그러나 만일 초정회라 불리는 저 상단과 이 나라의 전력이 부딪힐 경우 이긴다할지라도 이 나라는 상당한 전력을 잃을 게 분명했다. 나름 어린 나이에 실력을 인정받은 진의전이라 할지라도 저 초정회의 전력 중 하나라도 싸워 쓰러뜨릴 수 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들 정도였다.

“뭐, 물론 저의 경우는 말이지요. 누님이나 제 형님들, 그리고 여타 선랑이나 무장들의 힘이라면 이길 수 있지 않겠나요? 애당초 수적으로도 우세하지만 말이죠.”

진의전은 고개를 돌려 뒤에서 여전히 진의전의 뒤통수에 창끝을 겨누고 있는 천인예에게 말을 걸었다. 천인예 역시 진의전에게 겨눈 창끝을 바로잡으면서도 초정회와 그 침입자들 간의 전투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특별히 감정이란 게 드러나 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천인예 역시 초정회의 예상외의 실력에 감탄과 경악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이거 엄청난 일이군요. 제 아버님과 작은 형님은 웬만해선 간섭치 말라 했지만 이래서야 가만히 있어서 되겠습니까?”

천인예의 눈치를 살피며 진의전이 말했다. 그러면서 진의전은 몰래 품속에서 꺼낸 부적 몇 장을 꽉 쥐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

“누님, 이대로 저놈들 전멸케 하면 나중에 금오위는 헛개비나 찾는 꼴이 될 것이고, 우리는 공로를 뺏겨서 일개 상단보다 못한 놈들이 된다고요. 설령 저 녀석들 실력을 윗분들이 알게 된다고 해도 우리 선랑과 금오위의 위신은 떨어질 터이고, 누님이 그리도 아끼는 명강 가문의 여식과 저 상단은 위기에 처하게 될 걸요?”

나름 생각을 하여 꺼낸 진의전의 말 중 ‘명강 가문’이라는 단어에 천인예가 반응한 걸 진의전은 놓치지 않았다. 천인예가 명강 가문의 장녀인 최화련과 친분이 있음은 진의전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친분이 매우 깊다는 것도 말이다. 때문에 진의전은 일부러 최화련을 들먹이면서 나름의 협조라도 얻어내고자 하는 것이며, 설령 아니 되더라도(협력 못 받을 가능성이 더 크기에) 천인예를 심적으로 잠시 동요시켜서 역습을 할 기회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누님, 우리 이러지 말고 우리가 나서서 이 일을 수습합시다. 그러면 내가 오늘 있었던 일들 전부를 아버지와 내 형님께 함구하겠소.”

물론 이는 진의전의 거짓말이다.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고자 꺼낸 의미 없는 말에 불과했다.

“···웃, 기지, 마. 네, 속세, 셈, 모르, 를 거 같, 아?”

더듬거리며 나오는 천인예의 말에는 진의전에 대한 신뢰가 요만큼도 담겨 있지 않았다.

“진짜라니까요, 누님. 진짜 우리 선랑과 금오위의 위신이 걸린 일이야.”

“서, 설령 그, 그, 러, 렇다 해, 도, 너, 너의 마, 말을 어떻게 미, 믿, 어.”

더듬거려서 어리석어 보이나 그 말에 담긴 차가움에 진짜 곤란한 상황에 놓였음을 진의전은 잘 자각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건 사실이다. 때문에 진의전은 다시 한 번 천인예를 동요시킬 그 말을 입에 담았다.

“누님, 지금 소란은 그냥 소란이 아니에요. 뭔가 도술이라도 부렸는지 사람들이 깨거나 놀라서 오지를 않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일 거라고요. 그 전에 우리가 나서면 나름 수습하여 저 초정회라는 상단은 물론 누님의 벗인 저 명강 가문의 최화련이라는 여자도, 웃!”

두 번째 담은 그 이름에 동요와 함께 분노를 표출한 천인예에게 진의전은 재빠르게 부적을 던졌다. 던져진 부적은 재빠르게 천인예를 향해 날아갔다.

날아간 부적이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지 기대치는 않으나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 지원을 부르는 게 진의전의 목적이었다. 잠깐이라도 천인예가 날아온 부적을 쳐내는 동안 진인전은 자신의 아버지인 무천군이나 작은 형 진의겸에게 연락을 취할 시간은 벌 것이다. 적어도 이 자리를 이탈할 시간은 생길 것이다. 뭣보다 진의전은 높은 건물 지붕 끝에 위치해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지원을 불러 천인예를 구속하고 저 초정회라는 상단에 대한 정보를 넘겨야 했다.

그래야 했다.

그러나 시간을 벌기 위해 던져진 부적은 천인예에게 닿거나 막히지도 않았음에도 힘 없이 떨어졌다. 그리고 급히 움직인 진의전의 뒤통수를 천인예 창이 거세게 후려쳐 버렸다.

“크으······.”

아픈 뒤통수를 붙잡고 쓰러져 노려보는 진의전에게 천인예가 말했다.

“어, 어리, 서, 석어. 그 정도, 도는 이미 예, 예상하고 있었, 더, 던 이, 일, 이야.”

더듬거리면서도 여유로운 천인예에게서 분함과 함께 두려움을 느끼는 진의전이었다. 너무나도 무력하게 졌다는 사실에 진의전은 자신과 천인예의 실력차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미, 미안.”

정말 미안하기라도 한 건지 묻고 싶은 천인예의 말과 함께, 그녀가 그녀의 품속에서 부적 한 장과 방울 하나를 꺼내는 장면을 진의전은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분명 어떠한 술법을 위한 도구가 분명하거늘 이를 데처할 방도가 그에겐 없었다. 그저 무력하게 자신의 패배를 곱씹으며, 자신의 아버지와 형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속으로 내뱉으며 진의전은 천인예의 행동을 하나하나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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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5) 17.12.24 187 1 9쪽
50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4) 17.12.16 181 2 9쪽
49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3) 17.12.02 250 1 9쪽
48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2) 17.11.25 212 0 10쪽
4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 17.11.18 234 1 9쪽
46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0) 17.11.11 171 1 9쪽
45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9) 17.11.03 203 1 9쪽
44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8) 17.10.27 187 2 9쪽
43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7) 17.10.21 221 1 10쪽
42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6) 17.10.14 269 3 9쪽
»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5) 17.10.07 246 2 10쪽
40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4) 17.10.01 220 2 9쪽
39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3) 17.09.25 304 2 9쪽
38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2) 17.09.16 239 3 11쪽
37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 17.09.09 262 3 10쪽
36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6) 17.09.01 216 3 8쪽
35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5) 17.08.25 257 3 10쪽
34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4) 17.08.19 339 3 10쪽
33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3) 17.08.13 281 2 9쪽
32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2) 17.08.11 313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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