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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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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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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0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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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1)

DUMMY

무천군은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홀로 차와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이 차와 다과는 그가 머무는 이 방이 속한 장락원 측에서 제공한 것이다. 어찌 되었건 무천군은 장락원에겐 손님, 그것도 엄청 높으신 손님인지라 최고의 대접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말에 어울리게 최고급 차와 다과를 그에게 제공한 것이다.

과연 가현 최고의 기방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맛의 차와 다과였다. 무천군은 잠시 현실의 고민을 잊고 조용히 차와 다과를 음미했다. 입 안을 확 장악하는 다과의 단 맛과 차의 씁쓸하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향이 절묘하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그러한 무천군의 시간은 단 하나의 목소리로 깨졌다.

[아버님? 아버님, 들리십니까?]

자신의 평온한 시간이 깨졌음에도 큰 불만을 표하지 않으면서 무천군은 품 속에 있는 부적을 꺼냈다. 부적에선 무천군의 차남인 진의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문하시중이 허염 공의 집에 찾아갔다고 합니다.]

“그러냐.”

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는 무천군의 반응에 진의겸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말을 꺼냈다.

[어찌 할까요?]

“그냥 두거라. 걱정을 사서 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뭔 얘길 나누든 지금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야. 지금 중요한 건 초정회에 대한 거다.”

무천군의 그 발언에 진의겸은 뭐라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뭐라 이야기해야 할지, 그보다 무천군의 발언에 담긴 진의를 이해치 못하기 때문이라고 무천군은 여겼다.

“무언가 문제가 있느냐?”

무천군의 질문에 진의겸은 뭐라 말을 하려는 것 같았으나 진짜 물어봐도 되는지 고민하는 듯 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을 보낸 뒤에야 진의겸의 말이 부적을 통해 무천군에게 전해졌다.

[아버님, 죄송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초정회가 중요하다는 건 저도 압니다. 특히 그 상단의 주인인 남영이 보통 인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가 허염 공이나 문하시중 천신영보다 못한 순서인지에 대해 의문이 갑니다.]

부친인 무천군의 뜻을 충실히 받드는 진의겸이었지만 지금은 이해키 무천군의 진의를 이해키 힘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무천군의 뜻을 받들지 않을 생각은 없는 게 진의겸이었다. 그런 당황스런 마음이 부적을 통해 무천군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아직 미숙하면서도 자신에게 충실한 자신의 아들에 대해 무천군은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사실 진의겸의 생각을 무천군이 이해치 못할 리가 없었다. 무천군 자신도 자신이 내린 명령이 이상하게 받아들여질 것임은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벼슬자리에서 물러나 있다고는 하나 조정에 있었을 때 엄청난 정치감각과 뛰어난 지략으로 명성을 날리고 물러난 뒤에도 그 명성이 사라지지 않은 허염과 충실히 임금의 뜻을 받들면서도 자신의 뜻을 관철해나간 문하시중 천신영은 결코 세간이 봤을 때 무시할 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 비교상대가 아무리 뛰어난 도술로 법보를 쓰는 이들을 제압할 능력은 된다고는 하나 세간에 뭐라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고 일개 상단의 주인이니 더더욱 그럴 것이다.

[게다가 천신영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 뭐라 단정지을 수 없지만 천인예가 걱정이 되어 좀 알아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천인예가 선랑으로서 임무를 충실히 시행하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제 아버지의 의견을 거스를 인물은 아니지 않습니까.]

진의겸의 그 발언에 무천군은 천인예를 떠올렸다.

천인예. 이제 17살인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무천군은 참 아버지를 안 닮은 아이라고 여겼다. 물론 제 아비를 닮은들 무엇하나 싶기도 했지만 너무나도 겁이 많고 소심하며 말까지 더듬는 그녀를 보고 참 볼품없다 여겼다. 비단 무천군만이 아니라 천인예를 처음 본 사람들은 그녀의 그런 모습에 다들 얕잡아 보기 일쑤였다. 특히 그녀의 아버지인 천신영에 비교하자면 정말 어찌 이런 딸이 그런 아버지에게서 태어났는지 의아해할 정도였다. 그런 그녀가 선랑에 들어온 것도 단지 그녀가 법보를 다루는데 능숙하고 문하시중 천신영의 딸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때문에 무천군은 그녀에게 별 기대도, 흥미도 갖지 않았다.

허나 진의겸이 그녀를 칭찬하는 소리를 하기에 조금은 흥미를 갖고 살펴보았다. 그 결과 과연 천신영의 딸이라 할만했다. 비록 아버지인 천신영에 비해 자신감은 부족하긴 하나 상황판단력과 이해력, 그리고 적절할 때 치고 빠지는 능력에 있어선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그녀의 말 더듬고 소심한 성격은 주변을 속이기 위한 위장술이 아닌가 의심이 되긴 했다.

그런 그녀가 천신영의 행보에 따라 무천군에게 방해가 될 수 있음을 진의겸은 걱정하는 것이었다. 이를 무천군이 모를 리 없었다.

“그 애에 대한 건 내 따로 생각해 둔 게 있으니 너무 걱정치 마라.”

그런데 분명한 건 천인예의 최고 상관은 엄연히 무천군 자신이었다. 그렇기에 천인예에 대한 건 무천군 자신의 권한으로 충분히 제어할 수 있었다. 설령 그녀가 그 권한을 따르지 않으려 해도 나머지 선랑들을 상대하기에는 벅찰 것이다.

“물론 그런 걸 고려해서 문하시중이 허염을 찾아간 거겠지.”

[그렇담 진짜 더더욱 걱정해야할 것이 아닌 가요?]

“걱정치 말거라. 제아무리 허염이라 할지라도 이미 손발이 다 잘린 호랑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호랑이는 호랑이 아니가요?]

“허염이 동원할 수 있는 힘은 한계가 있지. 고작 제 아들들과 사위들 정도인데 그 아들들과 사위는 이미 외직으로 나가거나 한직으로 밀려나서 그렇게 힘을 쓸 형편이 되지 못하단다. 천신영도 지금 천신무가 죽은 상황에 무얼 하겠느냐. 그러니 걱정치 말거라. 중요한 건 우리의 전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며, 폐하의 뒤를 이은 태자의 집권 하에서 우리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 무엇을 할 것인지 잠시 생각해보며 무천군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상대는 허염과 천신영입니다.]

“그래, 무시못할 건 아니지. 그러니 적당히 하인 몇 놈 풀어서 대강 감시만 지속해 두거라. 천신영이 아무리 문하시중이라 해도, 허염이 이 장락원을 통해 정보를 수집해 나간다 해도 나에겐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두 놈이 힘을 합친들 너희 선랑들을 이끄는 이 무천군을 당해내긴 힘들게야.”

무천군의 말에 진의겸은 납득을 하였다는 말과 함께 부적에서의 연락이 끊어졌다.

그와 함께 방 안에는 정적이 찾아왔고, 무천군은 다시금의 대접받은 차와 다과를 즐기기 시작했다. 헌데 그 대화 사이에 차가 식었음을 불만스러워하며 밖의 사람을 불렀다.

“부르셨사옵니까, 나으리.”

한 아리따운 기생 하나가 방문을 열고 물었다.

“차 좀 새로 갖다 주게나. 따뜻한 걸로 말이야. 아, 그리고 이제 슬슬 식사 때이니 식사를 준비해주게. 식사의 맛을 살려줄 기생 하나도 불러오고 말이야······, 아니다. 됐다. 그냥 식사나 좀 갖다 줘라. 그리고 내 깊이 생각할 것이 있으니 부르지 않으면 들어오거나 해서 방해치 말고.”

“알겠습니다.”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하는 기생이 물러났다. 무천군은 살짝 기대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이곳 장락원의 음식이 그만큼 맛있기 때문이다. 본래 자신의 목적이 있어 머문 것이지만 이렇게 맛과 멋이 훌륭하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그런 면에선 이 기방과 깊이 관련이 있는 허염이 묘하게 부럽다는 생각이 든 무천군이었다.


무천군과 달리 지금 이 훌륭한 대접이 불편함을 넘어서 증오스럽기까지 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이소연이었다. 본래 동지들과 함께 복수라는 목적을 안고 이 장경까지 와서 원수들을 척결하던 그녀였으나 현재는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이렇게 방 안에서 호화롭게 대접이나 받는 입장이었다.

“······.”

“입맛에 맞지 않나요?”

옆에 앉아서 음식을 대접해주는 소녀가 걱정스레 물었다. 나이는 자신과 비슷해 보이는 이 소녀의 이름은 ‘해화’라고 했다. 정말 천상 선녀라는 말이 어울리는 이 소녀를 빛내는 건 그녀의 화려한 옷차림이었는데, 이곳이 기방임을 고려해 본다면 기생다운 복장이라 하겠다.

해화가 현재 대접해주는 음식들은 이소연에게 있어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호사스런 음식들이었다. 먹어본 적도, 본 적도, 심지어 들어보지 못 한 산해진미가 지금 이소연의 앞에 차려져 있었다. 이것도 그녀가 환자임을 고려하여 소박하게 차린 거라 하는데, 도대체 그녀들이 말하는 소박치 않은 음식상은 어떤 것인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바로 이러한 모든 것들, 해화를 비롯한 여자들이 입고 있는 옷차림과 먹는 음식들은 이소연으로 하여금 분노를 치밀게 하고 있었다. 비록 시골 촌구석에 살아서 정치니 도의(道義)니 하는 건 잘 모르지만, 아니 그런 촌구석에 살았던 그녀이기에 더더욱 분노가 치밀었다. 힘들게 살아가며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는 사람들이 넘치는 판국에 이런 호사스런 음식을 아무렇지 않게 먹고, 저런 화려한 옷을 일상처럼 입는 여기 사람들이 증오스러웠다.

다만 그 증오를 표출한들 이소연으로선 어떤 방도도 없었고, 지금은 회복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잡혀있기에 일단은 대접받은 음식을 먹었다. 그러면서도 이 음식에 길들여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그녀에게 들었다.

“맛있네.”

그 한 마디에 다행이라는 얼굴을 하는 해화를 두고 그녀는 천천히 음식들을 먹었다. 딱히 맛을 음미할 생각은 없었지만 한 입 먹을 때마다 자연스레 그 맛이 입 안을 맴돌면서 감탄을 절로 일으키는 중이었다.

간신히 표정 관리하여 식사를 하는 이소연에 곁에 머물며 어딘가 불편한 점이 없냐는 해화였다. 해화 자체가 불편하긴 했지만 이것이 자신에 대한 감시라 여긴 이소연은 굳이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괜히 감시자들을 내치려거나 맞섰다가 회복은커녕 더 큰 위험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회복을 하여 동지들에게 돌아가는 게 그녀의 최우선 목표였다.

그러고 보니 지금쯤 동지들은 어쩌고 있을지 이소연은 걱정이 들었다. 자신에 대해 걱정하고 있을지, 아니면 자신을 잊고 복수를 진행하고 있을지, 혹여 자신의 법보의 도움을 받지 않고 복수를 진행하려다 실패하거나 걸려서 큰 피해를 입지나 않을지 걱정이 들었다. 곁에 앉아 있는 해화는 잘은 모르지만 걱정이 가득한 이소연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혹여 음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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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4) 17.12.16 182 2 9쪽
49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3) 17.12.02 251 1 9쪽
48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2) 17.11.25 212 0 10쪽
4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 17.11.18 234 1 9쪽
46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0) 17.11.11 172 1 9쪽
45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9) 17.11.03 203 1 9쪽
44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8) 17.10.27 187 2 9쪽
43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7) 17.10.21 222 1 10쪽
42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6) 17.10.14 270 3 9쪽
41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5) 17.10.07 246 2 10쪽
40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4) 17.10.01 221 2 9쪽
39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3) 17.09.25 305 2 9쪽
38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2) 17.09.16 23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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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3) 17.08.13 28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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