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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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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78
추천수 :
232
글자수 :
523,721

작성
17.09.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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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3)

DUMMY

사람들의 비명소리, 묘한 소란한 금속음 같은 것이 미세하게 최화련의 귀에 당도했다. 너무나도 뜻밖의 소리에 그녀는 자신이 하고자 한 일에 대해 잊어버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도대체 지금 발생하는 소리의 근원지가 어디 인가하는 그녀의 시선을 이수문이 가로막았다.

“신경 쓰지 말거라.”

딱 잘라 말하는 이수문에게 납득치 않지만 살짝 고개를 끄덕여 다시금 고개를 돌리는 최화련이었다. 최화련의 하인은 수문의 그런 태도가 맘에 안 드는 듯 눈살을 찌푸렸지만 대놓고 티를 내지는 않았다.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이 있지 않겠느냐.”

마치 모든 걸 아는 듯한 말을 꺼내며 이수문이 한 마디 덧붙였다.

“···라고 남영이 말하라 하더구나.”

희영이 소매로 입을 가리고 소리죽여 웃었다. 그런 희영을 한 번 흘겨보더니 이수문은 최화련에게 어여 가라는 손짓을 했다.

희영은 태연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최화련과 그 하인을 남영이 있는 곳으로 안내를 시작했다. 이수문은 그렇게 걸어 나가는 세 명을 말 없이 지켜보다가 그대로 발걸음을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중간에 발걸음을 멈추고 불만스런 얼굴로 서있는 주호의 앞에서 멈쳤다.

“주호.”

무슨 말이 나올 것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주호의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따로 복잡하게 얘기치 않으마.”

“쳇, 알고 있습니다.”

빈정대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말투로 말하며 주호는 목을 우둑 소리가 나게 움직이더니 기지개를 폈다. 주호의 곁에 서있던 소녀와 소년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이수문을 올려다보았다.

“대문 쪽의 일은 상관치 말고, 넌 그저 서쪽방향으로 가라. 그리고 거기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잘 알 것이다. 아니면 굳이 얘기가 필요한가?”

“필요없수.”

툴툴대며 주호는 칼날이 없는 칼자루를 한 손에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초정회의 서쪽방향으로 향했다. 이수문은 이어서 자신을 올려다보던 소년소녀에게 말을 꺼냈다.

“너희는 창고로 가거라. 창고로 가서 오늘밤 침입할 수 있는 만일의 도둑놈을 붙잡도록 하거라. 알았지?”

소년과 소녀는 서로 잠시 마주보더니 이내 이수문에게 인사를 올리고는 창고 쪽으로 발을 옮겼다. 주호와 소년소녀가 각자의 자리로 가자 이수문은 숨을 한 번 고르더니 발을 땅바닥에 한 번 거세게 찼다.

이어서 또 한 번, 또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그렇게 몇 번을 땅을 발로 찼다. 누가 본다면 이상하다고 여길 그런 행동을 몇 번 반복한 이수문은 눈 깜짝할 새에 모습을 감추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청란도의 밤거리와 같은 정적이 찾아왔다.


희영을 따라 남영이 머무는 방으로 향하는 최화련은 걱정이 되었다. 잘은 몰라도 지금 밖에서 들리는 희미한 소음은 왠지 그녀와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나친 생각일수도 있지만 급하게 이곳으로 발걸음을 한 그녀의 입장에선 깊이 생각이 잘 돌아가지 않았다. 여신동이라는 명성이 스스로 우습게 느껴질 정도였다.

너무도 걱정이 들어 도중 몇 번 고개를 뒤로 돌리긴 했지만 가야할 곳이 있기에 이내 되돌아보고 걸어갔다. 너무도 걱정이 들어 괜찮냐고 묻고자 했지만 그때마다 희영이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으며 걱정치 말라는 말을 건네주었기에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최화련의 하인은 그런 최화련을 걱정스레 바라볼 뿐이었다.

어느덧 그들의 발걸음은 한 건물 앞에서 멈춰섰다. 밝게 빛이 새어나오는 이 건물에서의 방에는 누군가 잠을 청하지 않고 최화련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누군가가 누구임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최화련은 잘 알고 있었다.

“주인어른, 명강 가문 아씨께서 왔습니다.”

자연스런 격식을 차린 희영의 말에 생각보다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방에서 흘러나왔다.

“드디어 왔군. 들어오라 해라.”

“예.”

“생각 이상으로 늦은 셈인가? 안 그래? 히히히”

뭔가 경박하게 웃는 소녀의 목소리도 흘러나왔지만 희영은 신경 하나 쓰지 않고 정중하게 최화련을 방으로 안내했다. 하인도 따라 들어가려 했지만 희영이 미소를 띤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어서 거부한 관계로 밖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희영의 도움은 필요 없다며 자신이 직접 앞서 나간 최화련은 방문을 앞에 두고 먼저 들어가겠다는 말을 전했다.

“스승님, 저 화련입니다.”

“오, 그래그래.”

기다렸다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최화련은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은은하게 방안을 비추는 촛불이 방 안에 있는 남자와 백발의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방 안에 들어선 최화련에게 백발의 소녀는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드며 환영을 해주었고, 상석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는 여유로이 차를 한 잔 마시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왔느냐.”

“어서와.”

“아, 소은 언니도 있으셨군요. 그동안 무탈히 지내셨나요?”

최화련은 본래 이 방의 주인인 남자와 같이 그녀를 반겨주는 백발의 소녀에게 인사를 했다.

“응, 응. 어서 와.”

“저, 근데······.”

최화련은 인사를 마치고 머뭇거리며 돌아보았다. 자신을 맞이하는 두 사람의 태도가 너무나도 여유로웠다. 물론 그녀에 대해 경계할 필요는 없지만 이런 시국에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들이닥친 그녀를 두고 이 방의 주인이자 초정회의 주인인 남영과 그 측근인 백발의 소녀 소은의 태도는 너무나도 여유로워 보였다. 마치 이러한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제가 올 거 란 거······, 누가 미리 연통을 넣었었나요?”

혹시 자신이 모르는 새에 하인들이 연락치 않았나 하는 심정에 질문을 던진 최화련이었다. 그 질문에 남영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알고 있었다기 보다는 그럴 거 같았다는 것이 내 입장이라 할 수 있지. 지금 너의 방문은 내게 있어서 갑작스러우면서도 전혀 놀랄 일은 아니랄까,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 안에 있었다고 해주지.”

“뭔가 현자 흉내 내는 거 같아서 안 어울려.”

히히 웃으며 소은이 말했다.

“네가 방문한 건 뜻밖이긴 하지만 누군가 올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짐작한 바거든.”

최화련은 이해가 된 듯 하면서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얼굴로 대충 웃어 보였다. 분명한 건 그들은 누군가 와서 이 편지를 전할 가능성을 눈치 채고 있었다는 것이다.

‘편지?’

순간 최화련은 자신의 품속에 위치한 편지에 대한 위화감을 떠올렸다. 계속 급한 마음에 한구석으로 미뤄두고 있던 편지의 출처에 대한 궁금증이 떠오른 것이다.

도대체 언제, 아니 그보다 누가 이 편지를 쓴 것인지, 그리고 왜 자신이 그렇게 급하게 이 편지를 남영에게 전하고자 한 것인지 의문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그 편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입장의 남영과 소은을 보고 더더욱이나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보다 자신이 이런 행동을 하게 된 원인이 기억나지 않았다. 도대체 언제가 자신이 마지막으로 맨 정신이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혼란에 빠져 멍청히 서있기만 한 그녀의 코앞에 소은이 얼굴을 휙 들이밀었다. 깜짝 놀라 얼굴을 뒤로 빼며 뒷걸음질친 그녀의 앞에서 소은은 방 안이 울릴 정도로 큰 소리의 박수를 세게 쳤다.

짝!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혼란스러웠던 최화련은 자신의 머리가 맑아짐을 느꼈다.

“괜찮아?”

밝은 표정과 밝은 어투, 소은은 싱글거리며 최화련에게 안부를 물었다. 뭔가 안개가 낀 듯 답답하던 머릿속이 맑아짐에 신기함을 느끼며 최화련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거니, 아니면 물건이 있었던 거니? 뭐든 줘 보거라.”

당당히 손을 내민 남영을 보고 최화련은 품속의 편지를 전해야 하는가 고민이 되었다. 머리가 맑아짐에 따라 편지를 전해야 한다는 집착이 사라진 그녀의 입장에서는 이 편지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해진 것이다. 괜히 잘못되는 게 아닌가 싶어 머뭇거리던 그녀는 그래도 이 둘이라면 괜찮을 거라 여기며 조심스레 편지를 품속에서 꺼냈다.

최화련이 품속에서 꺼낸 편지를 소은이 가로채고는 잠시 냄새를 맡더니 걱정 없다는 표정으로 남영에게 넘겼다. 남영은 넘겨받은 편지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편지라······. 도대체 누구일지 기대가 되는군.”

“엄청 복잡해지는 거 아냐?”

소은의 질문에 긍정의 빛을 내보이며 남영이 말했다.

“엄청 귀찮아질지도 모르지. 그만큼 재미가 있을지 장담은 못하지만 말이야. 이왕 뛰어든 시점에서 각오는 한 일 아니야? 그보다 수문이랑 주호가 엄청 불평을 토하겠군, 그래.”

장난끼 넘치는 웃음을 내보이더니 남영은 조심스레 편지를 펼쳤다. 소은과 최화련은 각자 흥미진진한 얼굴과 걱정 가득한 얼굴로 이를 바라보았다.


작가의말

요즘 워낙 일이 바쁘다보니 늦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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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2) 18.02.19 17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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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 17.11.18 234 1 9쪽
46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0) 17.11.11 171 1 9쪽
45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9) 17.11.03 203 1 9쪽
44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8) 17.10.27 187 2 9쪽
43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7) 17.10.21 222 1 10쪽
42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6) 17.10.14 270 3 9쪽
41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5) 17.10.07 246 2 10쪽
40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4) 17.10.01 221 2 9쪽
»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3) 17.09.25 305 2 9쪽
38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2) 17.09.16 23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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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4) 17.08.19 339 3 10쪽
33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3) 17.08.13 281 2 9쪽
32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2) 17.08.11 314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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