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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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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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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2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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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5)

DUMMY

허나 아무리 머리를 굴린들 그녀 혼자로선 어쩔 수는 없다. 부디 동료들이 그녀의 위치를 눈치채어 와줬으면 하나 이는 상당히 힘든 일이다. 이를 모를 리 없음에도 이소연은 동료들이 와주기를 빌었다. 물론 스스로 어떻게 움직일지도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소연의 간절한 바람과는 별개로, 일당은 청란도의 초정회를 주목하고 있었다.

이유라 하면 차고 넘쳤다. 우선 그들이 금오위를 전멸시킬 수 있는 시점에서 방해를 하여 결국 동료 몇을 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직접 죽인 건 아니지만 직접 죽일 수 있는 인물들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지체케 만든 건 사실이다. 그리고 비록 이쪽에서 습격한 것이라곤 하지만 여유로이 가지고 놀며 부상까지 입혔다.

그들을 상대로 실력으로 우위에 서있다는 것만도 놀라운데 고작 상인이라는 것은 더더욱 놀라웠다. 진짜 상인이라는 게 믿기질 않았다.

그래서 초정회를 관찰하고자 몇몇을 보내었으나 딱히 드러난 건 없었다.

대규모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상단이고, 해외와 교역을 하며 돈을 벌어들인다는 것, 일부 신료들이나 명문가와 거래를 하는 것 정도로, 다른 일반 상단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특히 그 남영이라고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상인에 대해선 알아낸 것이 전무했다.

그럼에도 망아는 초정회를 경계했다. 아니, 이는 망아만이 아니라 남영을 습격했다가 패퇴한 비도를 비롯하여 삼 등 여러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자세히 밝혀진 바는 사실상 없었다.

그렇다고 습격해 들어가기도 뭐한 상황에서 초정회를 감시하던 삼은 상단 내로 몰래 침입할 계획을 생각했다.

“위험한 것 아니냐?”

망아는 그 계획을 듣자 심히 걱정스러워 했다. 이는 삼과 함께 초정회를 감시한 효삼과 이비도 마찬가지였다. 참고로 한 번 크게 대인 일이 있는 비도는 적극 찬성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복수를 하고픈 듯 했다.

“위험하지. 얼핏 봐도 상당히 침입에 대한 대비가 철저해 보였다. 일개 상단이라는 걸 의심할 정도로 말이야.”

“그 점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효삼의 걱정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삼이 말했다.

“고작 일개 상단의 상인이 우리를 가지고 놀 정도의 실력을 지녔고.”

“방심했을 뿐이라고.”

비도가 끼어들어 짜증을 냈지만 삼은 이를 무시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거기에 일개 상단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철저한 방비태세가 되어 있어. 만일 침입자가 있다면 단박에 제압될 정도야.”

“그 정도야?”

“그건 사실이지.”

망아의 질문에 효삼이 답을 했다.

“상단 건물 주변에 부적을 비롯해서 온갖 도술의 흔적들이 보였어. 잘은 몰라도 상단에 허락없이 침입하면 어떠한 함정이나 신호가 울리는 결계가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효삼의 말대로 초정회의 건물과 이를 구분하는 벽에는 부적과 도술을 위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야말로 철통결계가 따로 없었다.

“그렇기에 위험하다. 잘못했다간 또 우리만 손해를 입어. 안 그래도 우리가 있는 장소를 금오위에서 눈치 채려는 것 같은데 지금 적을 늘리자고?”

망아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삼이 말했다.

“협력을 요청할 생각이다.”

“협력?”

“그래. 저들이 우리를 방해한 건 사실이지만 우리의 적이라고도 볼 수는 없지. 적이었다면 우린 그냥 죽은 목숨이었을 거야. 허나 그는 우리의 목숨을 빼앗지 않고 보내줬어. 그렇다면 적어도 대화를 나눠 볼 수 있을 거야.”

“무슨 대화를 할 생각이야?”

망아, 효삼을 비롯해서 일당 전원이 궁금증을 갖고 삼을 쳐다보았다.

“말 그대로 협력이야. 우리를 외국으로 도주하게 만들어줄 협력. 저들은 외국과도 교역을 하니까 이를 이용하면 될 거야. 하지만 순순히 협력을 해준다고도 볼 수 없고, 정문으로 들어가려다가 청란도에 있는 관군이나 선랑에게 들킬 수도 있으니 몰래 침입하는 방식으로 들어가서 물어볼 생각이다.”

담담히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삼. 그 삼의 말에 방 안의 일당 전원은 눈을 크게 뜨고 깜짝 놀라 있었다.

“지금 우린 이소연이 없어.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우리의 복수는 물론이고, 모습을 숨기기도 힘들어. 다행히 정보원을 통해서 일단 이 도성을 빠져나갈 방도는 있지만 말이야. 그렇지만 도성을 빠져나간들 이 나라에서 우리가 있을 곳은 더 이상 없어. 차라리 외국이라면 몰라도 말이지.”

“그럼 도망치는 거야?”

이비가 조심스레 묻자 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이미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 상황에선 이 나라 어디로 도망을 치든 마찬가지겠지. 외국으로 도망을 치면 좋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지. 그것도 해외와 교역을 하는 데라면 더더욱 말이야.”

“도망이라니! 우리의 숙원을 놔두고 도망치잔 말이냐!”

“맞아. 게다가 소연이를 두고 갈 참이야? 그 애도 우리 동료야.”

“거기다가 우리를 방해한 놈들의 도움을 받자고!”

비도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삼의 말에 반발했다.

“겁쟁이 자식. 고작 도망만을 생각하다니. 네놈이 그러고도······.”

“그럼, 무슨 수가 있나? 이래선 다 개죽음이야.”

“개죽음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이루고픈 신념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거야! 그게 바로 인간이야. 사람이라고! 그리고 아직 우리가 남아 있어!”

“그런 헛수고를 해봐야 무슨 소용인데. 게다가 남아 있다 한들 태반이 부상자고, 남은 인원으로는 복수는 꿈도 못 꿔! 신념을 지켜야 인간이고, 사람이라고? 신념 운운하며 불가능한 짓을 해봐야 그저 고깃덩이일 뿐이야.”

“네놈은 그저 도망칠 뿐이야.”

“물러나서 후일 도모해야 하는 게 옳아.”

씩씩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선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후일? 그게 무슨 후일인데!”

“살아있어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외국으로 나갔다간 결국 이 복수의 길은 끝이 난다고! 말이 후일을 도모하는 거지, 결국은 도망쳐서 모든 걸 잊고 살아가겠단 거 아냐! 지금까지 우리가 한 건 도대체 뭔데!”

비도의 울분어린 외침에 많은 이들이 동의의 뜻을 표했다.

“현실을 봐라! 더 이상 무얼 할 수 있는데! 많은 동료들이 죽었어. 우리의 거사에 중요한 소연이도 없어. 이 상황에서 도대체 할 수 있는 게 뭐지? 죽는 것 뿐이야. 우린 충분히 했어. 이제는 우리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봐야할 때라고.”

이에 맞선 삼의 말에 몇몇이 고개를 끄덕이며 찬동했다. 그들도 더 이상 복수가 불가능하고, 더 이상 행동을 하는 데에 지친 것이다.

“현실, 현실, 시끄러워! 그냥 네놈이 겁쟁이일 뿐이잖아!”

“그래서 네놈은 쓸데없이 나서서 부상자만 늘렸나.”

비도의 분노에 일갈을 하며 삼이 맞섰다. 비도와 삼은 서로를 노려보았고 다들 두 사람의 눈치를 보며 긴장했다. 비도의 말에 찬성하는 이들도, 내심 삼의 말의 찬성하는 이들도 끼어들지 못하고 말없이 두 사람을 지켜봤다.

양 쪽의 싸움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던 망아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둘 다 그만.”

짧지만 그만큼 강력한 말이었다.

“둘 다 잘 알다시피 이런 상황에서 서로 싸워봐야 무슨 소용이냐.”

망아의 중재에도 삼과 비도는 여전히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둘 다 앉아. 아니면 여기서 나가던가.”

묵직한 망아의 말에 삼과 비도는 서로를 노려보며 자리에 앉았다. 아무리 실력으로 뛰어나다는 소리를 듣는 두 사람이지만 역시 일당 수장인 망아의 말 앞에선 싸울 마음이 없었다.

그래도 여전히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을 묵묵히 지켜보던 효삼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는 자리에 앉는 망아에게 물었다.

“정보원으로부터는 무슨 말 없었어?”

망아는 씁쓸히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없었다. 그저 자리를 지키라는 말 밖에는.”

다른 이들 못지않게 답답한 심정을 한숨을 내쉬는 걸로 표현한 망아였다.

“그렇지만 이렇게 있을 수만은 없지. 어디든 자리를 옮겨야겠지만 마땅한 자리도 없고 말이야. 게다가 지금 복수를 진행하기에는 부상자도 많아.”

그리고 자신들과 함께한, 그들의 복수에 큰 도움을 준 소녀가 망아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소연이도 걱정이고 말이야.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지.”

무거워지는 분위기 속에서 일당 전원은 모두 찹찹한 마음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소연이만 있다면······.”

정확히는 이소연이 가지고 있는 법보, 그 법보의 힘만 있다면 이들이 이렇게 피해를 입거나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 허나 지금 현재 이소연은 물론이고, 그녀의 법보도 행방불명인 상황에서 복수를 진행하는 건 삼의 말대로 개죽음이었다.

“제기랄.”

비도 역시 그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다들 그렇게 침울해 있을 때, 망아가 고개를 들어 삼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삼의 말대로 초정회로 가자.”

그 말에 다들 망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 겁쟁이 말대로 하는 거야!”

현실적으로 삼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건 알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비도가 외쳤다.

“꼭 그런 건 아냐. 그렇지만 알아볼 필요는 있지.”

“알아볼 일?”

이비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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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2) 18.02.19 17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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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1) 18.02.04 16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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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9) 18.01.28 14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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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4) 17.12.16 181 2 9쪽
49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3) 17.12.02 250 1 9쪽
48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2) 17.11.25 212 0 10쪽
47 제8장 : 바람이 동쪽으로 분다고 춤도 동쪽으로 향하진 않나니(1) 17.11.18 234 1 9쪽
46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0) 17.11.11 171 1 9쪽
45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9) 17.11.03 203 1 9쪽
44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8) 17.10.27 187 2 9쪽
43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7) 17.10.21 221 1 10쪽
42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6) 17.10.14 269 3 9쪽
41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5) 17.10.07 246 2 10쪽
40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4) 17.10.01 220 2 9쪽
39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3) 17.09.25 304 2 9쪽
38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2) 17.09.16 23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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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5) 17.08.25 258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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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3) 17.08.13 281 2 9쪽
32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2) 17.08.11 313 3 10쪽
31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1) 17.08.04 28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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