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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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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721

작성
17.10.1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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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6)

DUMMY

그렇게 풀썩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은 진의전을 두고 천인예는 소란이 벌어지는 초정회 쪽으로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여러 법보들이 사용되어 벌어지는 양측의 싸움은 당연 소란스런 소리를 발생시키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이를 듣고 오는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이 청란도를 순찰하는 병사마저 단 한 명도 이 근처로 오지 않는 중이었다.

다들 겁을 먹어서? 그렇다고 보기는 너무 힘들지만 그렇다 해서 이를 깊게 신경 쓰지 않는 천인예였다. 분명 어떤 법보나 도술로 이 소란이 다른 이들에게 들리지 않게 하는 게 분명했다. 그렇다 해도 그 범위가 꽤나 넓다. 그 범위가 설마 청란도 전체로 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만일 그렇다면 초정회는 생각 이상으로 엄청난 힘을, 이 나라와도 맞설만한 힘을 지닌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들과 협력 중이거나 친분이 있는 최화련은 어떤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인지 그건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천인예였다. 애당초 이 초정회라는 집단이 단순 상단으로서의 힘을 넘어섰다고 해서 그게 나라에 위협이 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이 강력한 힘을 가졌다 할지라도 그저 평범히 상업에 종사하거나 나라를 위해 봉사할 의향이 있다면 그냥 둬도 상관없는 일이다.

하긴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지만 말이다.

천인예에게 지금 중요한 건 그녀의 벗인 최화련과 그녀가 초정회에 전달한 편지에 대한 반응이었다. 소중한 벗인 최화련을 도술로 조종하여 스스로의 목적에 이용한 점에 대해선 죄책감이 드는 천인예였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 중요한 편지를 자신이 직접 전해주기에는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 그 시선을 피해 전달하기란 무리였고, 차라리 초정회와 친분이 있는 최화련을 이용하는 것이 초정회 측의 의심을 덜 받으면서 수월하게 편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자신을 감시하는 눈들을 속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바로 그렇게 수월히 편지는 전달되었고 감시하고 있던 인물을 찾아 제압하기까지 했다. 습격자들이 있다는 건 계산 외였으나 그녀가 처음 계획한 일이 어그러지지 않게 초정회의 예상외의 강력한 전력이 도움이 되는 중이었다.

“미, 안······.”

중요한 일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강제로 조종하여 다뤘다는 점에서 최화련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가득한 눈으로 천인예는 소란의 한복판인 초정회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함이라는 감정과 함께 편지에 담긴 내용이 무사히 저들의 우두머리에게 전해지고 긍정적인 답변이 나왔으면 하는 감정도 천인예에겐 담겨 있었다. 그래야 그 미안함을 안고 일으킨 이번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심정적으로 변명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아무런 소득 없이 끝이 나게 된다면 정말 최화련을 앞으로 어떻게 봐야 할지, 그리고 자신에게 이 편지를 맡긴 아버지를 어찌 봐야 할지 그녀는 알 수가 없었다.

걱정스런 마음이 가득한 그녀의 시선 밖에서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진의전이 비틀대며 천천히 일어섰다. 방금 상대하던 인물이 일어서고 있다는 것에 천인예는 바라는 봤지만 별로 경계하거나 하는 건 없었다.

“아······.”

“···쓰, 쓸데 어···없느, 는 마, 말 하지 마···말고, 진의겸에, 게···아지, 직···아무···런 일 없다, 다고 저···전해···.”

“그러죠, 누님.”

순순히 대답을 한 진의전은 품속에 위치한 부적을 꺼내들었다.

“지, 지금···마, 말고···.”

“예이.”

너무나도 순순히 천인예의 말을 듣는 진의전이었으나 천인예는 이를 이상히 여기지 않았다. 왜냐면 이는 천인예가 의도한 일이기 때문이다.

천인예가 다른 선랑이나 지인들에게 숨기고, 단 하나 자신의 아버지에게만 알린 특기가 있다. 그건 바로 ‘세뇌’라고 부를 수 있는 힘이었다. 타인의 정신을 조종하여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종하는 것이 바로 그녀가 자랑하는 힘이었다. 도술이면서도 법보를 이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 이 힘은 최화련에게 편지를 전달하게 쓰인 힘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진의전을 조종하여 정보가 함부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하는데 쓰이는 것이기도 했다.

얌전히 서있는 진의전을 앉아있으라고 한 천인예는 묵묵히 소란이 발생하는 초정회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초정회에 속한 인물들에 의해 습격자들이 일방적으로 패배를 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한편 천인예에 의해 조종되어 편지를 전달한 최화련은 남영의 방에 놓인 의자에 앉아 차를 한모금 마시면서 남영을 지켜보았다. 소은의 간섭을 반쯤 무시하면서 편지를 바라보는 남영의 얼굴에는 흥미롭다는 감정이 가득해 보였다. 그런 남영과 반대로 최화련은 씁쓸한 분한 감정이 가득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이 편지를 전한 자신이 어째서 편지를 전했는가에 대한 것 때문이었다.

남영 덕에 머리가 맑아진 최화련은 자신이 이 편지를 그토록 전하고 싶어했던 이유가 누군가에 의해 조종되었기 때문임은 쉽게 짐작했다. 그리고 그 일을 일으킨 인물이 누구인지 역시 짐작이 갔다.

‘천인예······.’

최화련이 알고, 최근 접촉한 인물들 중 이렇게 강제로 그녀를 조종시킬 필요가 있고, 그러한 실력을 갖추었다 판단되는 인물은 현재 선랑으로 활동 중인 천인예외에는 없었다. 말도 더듬거리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잘 아는 사이였다는 점에 방심했던 스스로가 한심했다. 물론 자신을 조종한 천인예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도 있었지만 말이다.

‘도대체 왜······, 문하시중의 뜻인가.’

아무리 그녀를 조종한 당사자가 천인예라고는 하지만 천인예는 이런 일을 직접 일으킬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선랑을 이끄는 무천군이나 그 차남이 진의겸의 강제에 어쩔 수 없이 시행할 인물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 면에서는 올곧고 단호한 면이 있는 천인예였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런 편지를 전한다고 한다면 무천군 측은 최화련을 조종한다는 방식을 쓰질 않을 것이다. 다른 목적이 있다면 몰라도.

‘천인예, 고것이 순순히 따르는 사람이 있다면 문하시중이겠지. 그런데 하필 날 조종해?’

분한 마음에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그녀에게 소은이 미소를 띠며 얼굴을 가까이 했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에요.”

퉁명스레 대답하는 최화련에게 소은은 실실 웃으며 말을 건넸다.

“분해?”

“예?”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해서 말이야.”

최화련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소은이 말을 이었다.

“편지를 보니 보낸 사람이 문하시중 천신영이던데, 천신영이라면 네 오랜 벗인 천인예의 아버지 아냐? 그렇담 뻔하지.”

실실 웃으며 장난스런 말투로 말하는 소은의 말에 불쾌한 감정이 든 최화련이었으나 내색치 않았다.

“나름 사정이 있었나 보죠.”

“그렇다 해도 결코 좋은 감정이 있진 않은 모양이네.”

“신경 쓰지 마시죠.”

“에헤헤, 이거 천하의 여신동이 장난감 신세가 돼서 심기가 엄청 불편해 지셨구만.”

“신경 쓰지 마시죠.”

“에헤헤, 이거 엄청 재밌는 상황이 됐어. 안 그래? 이히히히.”

재미있다는 듯 옆에서 깐죽대는 소은의 태도가 불쾌한 최화련은 반쯤 무시하고자 햇지만 계속 소은은 깐죽대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한 대 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기에 최화련은 짜증을 삼키며 자신을 조종한 천인예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를 채우려고 했다.

“그나저나 그 애도 대단한 걸. 자신의 벗을 이용해 편지를 전하려 하다니 말이야. 도대체 문하시중과 그 애는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려나. 것보다 그러면 자기가 직접 올 것이지, 어째서 널 조종한다는 멋진 선택까지 하셨으려나? 응?”

옆에서 깐죽대는 소은의 말이지만 그 말에 대해선 최화련도 동의하는 바였다. 천인예 나름의 의도가 있었을 이 일에 도대체 무슨 배경이 있었는가에 대해 그녀도 궁금하던 차였다.

“그나저나 밖이 좀 시끄러운 거 같네요.”

그래도 소은과 괜히 말을 섞기 불편한 최화련이기에 말을 돌리고자 했다.

“걱정마라, 저건 너랑은 관계가 없는 일이다. 세상 물정 제대로 모르는 어떤 얼간이들이 일으킨 일이거든. 뭐, 네가 돌아갈 때 쯤이면 정리될 터이니 신경 쓰지 말거라.”

편지에 눈 하나 떼지 않으며 남영이 말했다.

“그보다 이거 아주 귀찮게 됐군.”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아 보이는 표정의 남영이었다. 소은은 흥미를 가지고, 최화련은 죄책감을 가지고 남영을 바라보았다. 남영은 편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우리 보고 그 빌어먹을 정치판에 관여 좀 하라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문하시중.”

“어, 그런 이야기였어?”

“그래. 도대체 뭐가 있다고 이런 상단에 그리 관심을 가지는 건지. 하기야 짚히는 건 없다고 할 수 없는 게 우리 상단이지만 말이야.”

씁쓸히 미소를 지으며 책상에 내려놓은 편지를 바라보는 남영이었다. 소은과 최화련도 호기심이 생겨 편지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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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10) 17.11.11 171 1 9쪽
45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9) 17.11.03 203 1 9쪽
44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8) 17.10.27 187 2 9쪽
43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7) 17.10.21 222 1 10쪽
»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6) 17.10.14 270 3 9쪽
41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5) 17.10.07 246 2 10쪽
40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4) 17.10.01 221 2 9쪽
39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3) 17.09.25 304 2 9쪽
38 제7장 : 산초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방향이란 없네(2) 17.09.16 23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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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5) 17.08.25 258 3 10쪽
34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4) 17.08.19 339 3 10쪽
33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3) 17.08.13 281 2 9쪽
32 제6장 : 풍파는 배우가 준비되었다고 부는 게 아니니(2) 17.08.11 314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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