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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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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00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2.0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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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리니 마을

DUMMY

아리니 마을로 향한 수색대.


덜컹거리는 드레이크 버스 안에서 엔비아는 헌터들을 심문했던 결과를 떠올렸다.


‘더럽게 입을 안 여는 이들이었다.’


엔비아는 1천 년을 넘게 살면서 수많은 이들을 고문했다. 인간을 어떻게 삶아먹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럼에도 헌터들은 입이 무거웠다.


‘어떻게 이리도 입이 무거울 수가 있지.’


처음에 엔비아는 헌터들이 교육을 철저히 받았다고 추측했다. 리시아가 아무리 새로 생긴 악마라고 해도, 엄연히 7대악 중 하나인 탐욕이지 않은가.


헌터들을 물러터진 방식으로 가르쳤을 리가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게 엄격한 교육을 하였겠지.


그렇다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가?


엔비아는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집요하게 헌터들을 고문했다. 그러다가 헌터의 몸에 흐르는 이상한 기운을 봤다.


‘이 기운은···’


엔비아는 낯설었지만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기운이어서 곰곰이 기억을 되새겨봤다. 그러다가 진혁이 사용하는 기운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군, 이해했다.’


헌터들은 교육을 철저히 받은 게 아니다.

어떤 고문을 받아도 정보가 누출되지 않게 스킬이 사용되고 있었던 것뿐이다.

헌터들의 힘은 이 세상의 힘과 본질이 다르기에,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힘의 정체는 뭐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니 새로운 의문이 생겨났다.

대체 이 힘은 무엇이기에 혼자서 여러 가지 능력을 구사할 수 있게 해준단 말인가?


‘나태의 악마, 디민의 힘과 비슷해.’


나태의 악마, 디민.


고대에 존재하던 7대 악마 중에 최강이라고 불렸었던 악마다.


다른 이들이 성실하게 강해지고 있을 때, 홀로 나태하게 강해지는 힘을 구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사용되었던 힘은 상태창과 스킬, 그 중에서 스킬의 형태가 리시아와 헌터들에게 주어져있다.


‘만약 리시아가 나태의 악마라면 앞뒤가 맞아떨어지겠지.’


나태의 악마니까 나태의 힘을 쓴다.


하지만 리시아는 탐욕의 악마다. 탐욕의 힘을 써야 맞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리시아는 탐욕의 힘을 쓰지 않고, 나태의 힘을 쓰고 있다.


어째서?


‘이해할 수가 없군.’


특히 디민을 최강으로 만들어준 힘은, 스킬보다도 상태창이었다.

시스템이라는 개념이 주는 퀘스트를 수행하면 포인트를 받고, 그 포인트로 자신의 몸을 강화시킬 수 있으니까.


너무나도 간단하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정작 그 중요한 상태창의 힘은 모든 헌터가 쓰지 못하고 있다. 스킬의 힘만 모두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모든 기억만 가지고 있었어도, 해결됐을지 모르는데.’


엔비아는 혀를 찼다.

에리나든 엔비아든 가지고 있는 기억은, 지금 사람들이 알고 있는 신화와 다를 게 없었다.


몇몇 부분이 텅 비어져있다.


추측을 하려고 해도 무언가에 막힌 듯이 더 이상 알아낼 수가 없다. 자신들보다 고차원적인 존재가 개입하여 막고 있는 것만 같았다.


‘리시아를 비롯한 헌터들이 나태의 힘을 쓸 수 있는 이유를 지금 당장은 알아낼 수 없나.’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을 머지않아 알아낼 수 있었다.


“흐흐흐··· 드디어 리시아님께서 회복이 끝나셨다. 지령이 떨어지셨다!”


헌터 중에 한 명이 발광하듯이 들썩이며 외쳤다. 한 명이 그렇게 외치자 다른 헌터들도 덩달아 요란하게 굴었다.


“회복이 끝나셨으니 너희에게 복수할 것이다!”

“피의 복수극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헌터들을 건드린 대가가 얼마나 무서운지 뼛속까지 깨달을 테지. 하하하!”


리시아가 완전히 회복되었다.


리시아가 회복되었다면 재침공을 할 것이라 모두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리시아의 회복 시기를 알 수 없었는데, 멍청하게도 헌터들이 그 사실을 순순히 불었다는 것이다.


‘물론 헌터들이 멍청한 것은 아니다.’


엔비아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리시아가 강력한 악마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신종 악마 주제에 건방지다고 생각했었으나 사용하는 힘은 고대의 탐욕 그 이상.


애초에 탐욕의 힘은 별 볼 일 없는 것이었기에, 나태의 힘까지 구사하는 리시아가 더 강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헌터들이 자신만만해하는 것도 당연한 결과일 것이고.


‘아카데미의 교관들은 경계태세를 드높이고 있지.’


하지만 리시아는 아카데미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침공에서 리시아가 잃어버린 것은 최지현뿐이다.’


탐욕은 자신의 소유물을 잃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식탐에 비하여 무엇이든 손에 넣겠다는 마음가짐은 부족할지언정, 자신이 사용하는 것이라도 잃어버린다는 생각이 들면 견디지 못한다.


그런 탐욕이 아끼는 부하를 잃었다. 그렇다면 그 부하를 없애버린 자에게 복수하지, 다른 이에게 복수하지는 않는다.


‘최지현을 죽인 사람은 성진혁이고.’


리시아가 공격할 대상 또한 성진혁뿐이다.


‘멀지 않은 날에 리시아가 공격할 거야.’


그 점을 감안하면 아카데미 내부에 있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강력한 교관들과 함께 싸우면 이길 가능성이 높으니까.


일례로 오로리, 스이만, 스테민, 세 명이서 만든 트리니티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맞고 리시아는 빈사상태가 되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안전성만 고려한 이야기.’


리시아는 등신이 아니다.


교관들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뼈저리게 느꼈다. 고작 성진혁 한 명을 죽이기 위해 교관들과 충돌하는 것은 손해다.


그렇다면 당연히 교관들의 눈을 피해 성진혁을 죽이려 할 것이다.


‘즉, 리시아를 유인해서 없애기 위해서는 아카데미를 나올 필요가 있다.’


리시아는 그래도 자신이 탐욕의 악마니까 강하다는 자부심이 있다. 자부심이 없는 자라면 헌터들을 모두 모아서 세력을 만들었을 리도 없다.


자부심이 있으니 이 파티 구성 정도는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내가 교관이기는 해도, 1명 정도는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


그 정도는 되어야 7대 악마라고 할 수 있다. 7대 악마는 절대 어설픈 자들이 아니니까.


‘그렇게 해서 리시아를 유인하고, 내가 죽여버리면.’


진혁과 리릴을 괴롭히는 악마 중 한 명이 사라진다. 그러면 에리나는 아닌 척하겠지만 기뻐하겠지. 기뻐하는 에리나를 떠올리니 엔비아는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미소의 뒷맛은 질투였다.


‘왜 에리나님은 이프랑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이들에게 이렇게까지.’


오래 전부터 에리나를 모셨던 권속으로서, 에리나의 명령을 거절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에리나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기쁨이었다.


‘단지, 에리나님의 관심이 흩어진다는 게 불쾌해.’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스스로의 마음을 분석하는 것만큼은 불가능했다. 스스로를 고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잡념은 떨치자. 결국 리시아를 죽이는 것만을 목표로 할 뿐.’


엔비아가 생각을 마치는 순간, 굉음이 터졌다.


쾅!


‘벌써 습격인가?’


엔비아는 당황했다. 벌써부터 리시아가 공격해올 것이라고는 예상 못 했기 때문이었다.


‘침착하자.’


당황하기만 해서는 변하는 게 없다. 공격을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으니까.


‘우선 적이 리시아가 맞는지부터.’


엔비아는 적을 확인하기 위해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그 순간, 황금색 빛이 번쩍이더니 한 번 더 굉음이 터졌다.


드레이크 버스가 폭발하면서 모두가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갔다.


엔비아 또한 날아간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 힘은 리시아가 아니다!’


날아가면서 엔비아는 공격 받은 지점을 놓치지 않고 봤다.


그곳에는 성인 남성이 한 명 서있었다.


하지만 인간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온 몸이 새카맣게 물들어있었다. 피부가 검은색이라고 부르기에는 도가 지나친 수준이었다.


‘역시 아니군.’


어쩌면 리시아가 다른 이를 데리고 동시에 공격했을지도 모른다. 엔비아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려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했다.


‘진혁에게 따라붙는다.’


이러나저러나 리시아는 결국 진혁에게 갈 것이다. 진혁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간다면 리시아를 마주할 수 있다.


‘절대 리시아가 진혁을 만나지 못 하게 하겠어.’


만나기 전에 죽인다.

그것이 에리나의 명령이다.

엔비아는 그저 에리나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하는 도구일 뿐.


다른 생각은 모두 차단한다.


그저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진혁을 찾아 달려갈 뿐이었다.



* * *



“조나단···님?”


다른 이들이 모두 날아가 흩어졌을 때, 공격당한 지점에는 레이라만이 남아있었다.


처음 황금색 일격이 날아왔을 때, 레이라는 순간적으로 조나단의 힘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하지만 조나단은 습격할 사람이 아니다. 책임감이 넘치고 묵묵하게 갈 길을 가는 멋진 검사다.

조력을 해주면 조력을 해줬지, 절대 공격할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사람은 누가 봐도 조나단이다.

손에 들고 있는 황금색 검 또한 진혁이 선물로 줬던 엑스칼리버가 맞다.

피부가 인간 같지 않고 검은색이었을 뿐.


“당신··· 조나단님이 아니군요.”


“근거는 무엇이오?”


“우선은 피부색을 들 수 있겠죠.”


“후배여, 피부색으로 인간을 판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네.”


“그런 피부색을 가진 인간은 없어요.”


레이라는 단호했다.

멀쩡하게 대화도 나눌 수 있고, 심지어 말투 또한 소름 끼칠 정도로 조나단과 똑같았지만.

조나단으로부터 전해져오는 거대한 슬픔의 파동이 레이라를 자극시키고 있었다.


“한 사람의 인간이 이토록 많은 슬픔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해요.”


조나단에게서 흘러나오는 슬픔을 느끼면서, 레이라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봉인된 슬픔의 악마가 당장이라도 뛰쳐나와 정신을 지배할 것만 같았다.


“마을 사람들을 모두 집어삼킨 거군요. 그 과정에서 조나단님까지 삼킨 거예요.”


“후배여, 무슨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는가? 참으로 마음이 아프구나.”


“그만, 더 이상 말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겠어요.”


레이라는 검을 뽑아들고 조나단을 겨눴다.


“조나단님은 비록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저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길을 밝혀준 분이에요.”


각자 알맞은 검술이 존재하는 법이다.

조나단은 그것을 알려줬고, 레이라는 자신만의 검술을 찾으려고 노력했었다.

만약 조나단의 말이 아니었다면 익스퍼트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스테민뿐만 아니라 조나단 또한 레이라의 스승이었다.


그런 스승의 모습을 하였음에도, 마을 사람들의 슬픔을 모두 흘리는 괴물이라니.


존재해서는 안 되는 생물이 틀림없었다.


“그러니, 어떻게 될지 몰라도.”


레이라는 헬가르 교관이 걸어둔 봉인을 해제했다.

불길한 기운이 레이라로부터 새어나왔다.


“슬픔의 악마가 되겠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불안했다.

슬픔의 악마가 된 자신이, 더 이상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지금 자신의 기억을 잃고 다른 인격이 된다면, 그건 사실 죽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나.

그런 생각 또한 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불안감보다는 눈앞의 괴물로부터 슬픔을 없애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괴물에게 잡아먹힌 이들의 슬픔을 베어내고 싶었다.


그래서 레이라는 두려웠음에도 슬픔의 기운을 해방시켰다.


불길한 기운이 마침내 레이라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그 순간, 레이라의 머릿속은 오직 슬픔만으로 가득 차버렸다.


“아···”


레이라는 눈물을 흘리며 검을 휘둘렀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직 슬프다는 감정만이 레이라의 머리를 지배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검에, 조나단의 엑스칼리버가 반 토막 났다.


작가의말

엑스칼리버가 부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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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슬픔의 악마 20.12.10 121 5 12쪽
» 아리니 마을 20.12.09 109 6 12쪽
77 페널티 20.12.08 118 5 12쪽
76 준비된 위기 +2 20.12.07 127 5 13쪽
75 수색대 +2 20.12.05 129 5 12쪽
74 라이미 소환 +2 20.12.04 126 5 12쪽
73 러브초코 데이 (6) +6 20.12.03 136 5 12쪽
72 러브초코 데이 (5) +4 20.12.02 134 6 12쪽
71 러브초코 데이 (4) +2 20.12.01 132 6 11쪽
70 러브초코 데이 (3) +4 20.11.30 136 5 12쪽
69 러브초코 데이 (2) 20.11.29 143 5 12쪽
68 러브초코 데이 (1) +4 20.11.28 176 6 12쪽
67 식탐과 색욕 20.11.27 166 6 12쪽
66 오크의 숲, 쿠발란 (5) +4 20.11.26 158 6 12쪽
65 오크의 숲, 쿠발란 (4) 20.11.25 153 6 12쪽
64 오크의 숲, 쿠발란 (3) +2 20.11.24 159 6 12쪽
63 오크의 숲, 쿠발란 (2) 20.11.23 167 7 12쪽
62 이프의 기억, 쿠발란 (4) 20.11.22 173 6 12쪽
61 이프의 기억, 쿠발란 (3) 20.11.21 172 7 12쪽
60 이프의 기억, 쿠발란 (2) 20.11.20 182 6 12쪽
59 이프의 기억, 쿠발란 (1) +4 20.11.19 191 6 13쪽
58 오크의 숲, 쿠발란 (1) +4 20.11.18 216 7 12쪽
57 이프의 신화 20.11.17 226 8 12쪽
56 마음짓기 (2) +4 20.11.16 224 8 12쪽
55 마음짓기 (1) +4 20.11.15 238 8 12쪽
54 에리나 +2 20.11.14 252 8 13쪽
53 슬픔과 불신 20.11.13 262 8 13쪽
52 탐욕·인색 (4) +2 20.11.12 261 7 13쪽
51 탐욕·인색 (3) 20.11.11 259 9 12쪽
50 탐욕·인색 (2) +2 20.11.10 28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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