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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57,683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1.10 19:10
조회
281
추천
9
글자
12쪽

탐욕·인색 (2)

DUMMY

“그 손, 놔.”


리릴의 목이 붙잡히자마자 진혁이 살벌하게 기세를 쏘아냈다.

하지만 최지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만에 하나 진혁이 덤벼들면 리릴의 목을 꺾어버리면 그만이니까.


“왜 그렇게 반응이 싸해? 사이코패스 성진혁이 그런 반응도 보일 수 있었나?”


“아까부터 누가 사이코패스라는 거야!”


진혁은 이가 갈렸다.

지구인들이야말로 사이코패스 아닌가?

아무런 힘도 없을 때는 멸시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나 몰라라 했던 자식들이.

힘을 얻은 순간부터 온갖 관심을 보이고, 질투하고 부러워하고, 칭송하고 찬양하고, 무엇이든 얻어내려고 집적거리고.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인간들.


그 인간들이야말로 사이코패스다.


그리고 그저 몬스터 좀 빼앗겼다고 덤벼들었던 최지현이야말로, 진혁의 눈에는 사이코패스였다.


“오히려, 지금 너야말로 사이코패스잖아.”


“뭐라고?”


“몬스터 좀 빼앗겼기로서니, 그게 열 받아서 덤벼들고··· 다시는 덤비지 말라는 의미로 손대중 해놨더니, 이제는 다른 세상까지 따라와서 내 소중한 사람을 위협하고 있어.”


그게 사이코패스가 아니면 뭐냐.


진혁은 당장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주먹을 꾹 누르며 물었다.

지금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리릴이 죽을 수도 있으니까.


“몬스터 좀 빼앗겨? 그게 좀 빼앗긴 수준이야? 다른 헌터들을 하찮은 시선으로 봐놓은 주제에···!”


꽈아악···

리릴의 목을 붙잡은 손아귀에 힘을 더 줬다.

리릴은 괴로운지 호흡을 거칠게 토해냈고, 진혁은 그 모습을 보자 이성이 나갈 것만 같았다.


“그만둬···”


“얘가 네 소중한 사람이야? 그런데 너랑 마력이라는 게 연결된 것 같은데.”


이 계집년만 죽이면 원래의 너로 돌아오는 거 아니야?


“그만 두라고 했지!”


결국 진혁은 못 참고 뛰쳐나갔다.

위급하니 리릴의 마력은 고려하지 않고 전력으로 달려들었다.

그럼에도 마력의 한계 때문에 전성기 때의 힘은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 상황이 최지현은 불만스러웠다.


“정말이지···”


리릴을 바닥에 내동댕이친 후, 달려드는 성진혁에게 사이코키네시스를 건다.


코앞에서 멈추는 성진혁.


1초만 멈춰도 충분하다. 최지현은 손날을 세워 중력을 강화시키고 성진혁의 정수리를 내리찍었다.


쿵!


정수리를 손날로 내려찍는 정도로는 절대 나지 않는 소리.


목뼈가 부러질 것만 같은 것을 겨우 체기로 막아내고, 진혁은 최지현의 손목을 붙잡았다.


“독.”


최지현은 성진혁의 속셈을 눈치채고, 재빠르게 사이코키네시스를 자기 손목에 쏘아붙여 뜯어냈다.


도마뱀 꼬리 자르고 도망치듯, 손목을 버리고 도망친 최지현.

손목을 버려서 뭐 어쩌려는 것인지 진혁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탐욕의 권능, 몸값.”


잔혹한 자의 마력이 나타나면서 최지현의 손목을 재생시켰다.


진혁은 경악했다.


“탐욕···이라고?”


“그래, 헌터 길드 마스터, 리시아님의 권능이다. 부마스터인 나한테만 사용이 허락된 힘이지.”


탐욕·인색의 권능.

돈으로 취급될 수 있는 것은 끝없이 탐욕하고 인색하게 아낄 수도 있는 권능이다.

인간의 몸 또한 돈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니 재생 가능한 것이 당연한 이치.


“탐욕의 악마에게 빌붙은 주제에, 지금 나한테 사이코패스라고···”


“리시아님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악마가 아니셔. 함부로 입 놀리지 마···”


“웃기는 소리하지 마시죠! 리시아는 탐욕의 악마가 맞으니깐요.”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로스트.

로스트가 튀어나온 곳은 인벤토리였다.

진혁은 언제부터 로스트가 인벤토리에 있었는지 알 수 없어서 깜짝 놀랐다.


“네가 왜 인벤토리에서 나와?”


“먹을 게 많더라고요.”


“그런 문제가 아니라···”


“넌 뭔데 함부로 입을 놀리는 거야, 꼬맹이.”


“색욕의 악마, 로스트인데요.”


“······사이코패스 새끼가 심지어 페도필리아이기도 한 건가? 이건 정말 실망이네.”


“무슨 오해를 하는 거야?!”


어이가 없었지만, 로스트 때문에 잠시나마 최지현의 경계가 풀렸다.

지금이라도 리릴을 챙겨야 한다.

당장은 최지현을 이길 방도가 없으니 달아날 것이다.


그래서 진혁은 리릴에게 달려갔지만, 최지현은 경계심이 풀렸다고 해도 진혁을 놓치지 않았다.


“어디를 가려고.”


단거리 텔레포트로 순식간에 진혁의 앞을 막고, 중력 강화 손날치기로 다시 한 번 정수리를 내려찍었다.


콰앙!


멈추지 않고 중력 강화를 시켜 무게를 높이고, 발로 진혁의 머리를 짓눌렀다.

그리고 손으로는 리릴의 머리채를 붙잡고 끌어당겼다.

리릴이 짧게 비명을 내지르며 끌려오고, 최지현은 죽일 듯이 노려보며 물었다.


“너, 똑바로 대답해.”


“네···?”


“너 때문에 성진혁이 약해진 거지?”


“네···”


“그럼 널 죽이면 다시 성진혁이 강해지겠네?”


“그건···”


장담할 수 없다.


성진혁이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이곳에서 원래 힘을 되찾을지.


리릴도 장담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최지현은 리릴이 대답을 망설이자 바닥에 다시 한 번 내동댕이쳤다.


“그래, 그건 모른다는 거네? 그래도 상관없어. 결국 너 때문에 성진혁이 약해진 거야. 대가를 치루는 게 맞겠지. 안 그래?”


그리 말하는 최지현을 성진혁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토록 자신이 원망스럽고, 복수하고 싶었다면 약해진 순간이 오히려 기회 아닌가.

지금이야말로 복수하기 제일 좋은 상황일 텐데 왜 저렇게 화를 낸단 말인가.


당장의 진혁이 할 수 있는 것은 말하는 것뿐이라 억지로 입을 움직였다. 바닥과 맞닿은 입안에 흙이 섞여 들어온다. 쓰다.


“내가 약해졌으면 그냥 죽이면 되는데··· 왜 그러는 거야.”


“그야 넌 성진혁이 아니니까.”


“뭐?”


“내가 죽이고 싶었던 성진혁이라는 헌터는 이렇게 약해빠진 새끼가 아니니까.”


언제부터였을까.

최지현 자신도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성진혁에게 왜 그토록 분노하는지, 왜 그토록 복수하고 싶은지.


성진혁에게 당한 헌터는 많았다.

사이코패스라고 욕하던 헌터도 많았다.

하지만 최지현만큼 복수하겠다며 이를 갈고,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힘을 기른 헌터는 없었다.


최지현 자신도 언제부터 이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성진혁이 미웠고, 싫었고, 죽여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 성진혁은 자신을 압도적으로 이겼던 그 성진혁이지, 이렇게 약해빠진 성진혁이 아니었다.


“알겠어? 약한 성진혁은 성진혁이 아니라고···!”


“그래, 그러니까 네 말은···”


약한 성진혁은 성진혁이 아니다.

그러니 리릴을 죽이겠다.

성진혁을 성진혁이 아니게끔 만든 리릴을 용서할 수 없으니까.


이 논리는 진혁에게 오래 전부터 자리 잡고 있었던 가시를 건드렸다.


“결국 네가 죽이고 싶었던 건, 성진혁이 아니라 정점이라는 거네.”


넌 진짜 복수하고 싶었던 게 아니야.

네가 정점이라는 자리에 서고 싶었을 뿐이지.


“이 욕망 덩어리야···!”


어차피 패배하면 죽는다.

패배해도 괜찮은 싸움이 아닌, 패배가 곧 죽음을 의미하는 싸움이다.

그러니 패배해서는 안 된다.

또한 가시를 건드렸으니 도망칠 생각도 없다.


“너한테는 딱, 한 가지 스킬만 사용하고, 그 이후는 마력으로만 상대해주겠어.”


그리 말하고 진혁은 최지현의 발목을 붙잡았다.


“스틸!”


‘스킬: 스틸’


상대방 인벤토리에 있는 아이템을 훔칠 수 있는 스킬이다.

진혁은 아까부터 구경만 하는, 가짜 레이라와 호테이돈을 보면서 의문을 품었었다.

진짜 레이라와 호테이돈이 당했다면은, 이 주도면밀한 녀석이 시체를 어디에 뒀을까.


그 고민 끝에 인벤토리에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아니나 다를까, 진혁의 스틸 때문에 인벤토리에 들어있던 시체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레이라가 살아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다.


오로지 마력만을 끌어올릴 뿐이었다.


“잘 봐라, 최지현. 이게 정점이 아닌, 성진혁이다···!”


정점이 사용하던 스킬은 더 사용하지 않는다.

성진혁이 사용하는 가시만을 사용한다.

이때까지 가시만 써서 싸워본 적은 없기에 해본 적은 없었지만, 성진혁은 자신의 머리를 믿고 상상했다.


최지현의 손목을 끊어버릴, 날카로운 가시채찍을.


상대에게 해를 입히기 위한 가시채찍인 만큼, 진혁은 트라우마가 정신을 괴롭혀왔다.

그럼에도 이것이 성진혁이라는 생각 하나로 이 악물고 버텼다.

최지현은 벗어나고 싶었지만, 진혁이 발목을 붙잡고 있는 이상 텔레포트도 쓸 수 없어 속수무책이었다.


차아악!


마력으로 만들어진 가시채찍이 휘둘려지고, 최지현의 손목은 바로 잘려나갔다.

손목이 잘리면서 리릴은 자유를 되찾아 벗어났고, 리릴이 없으니 이제 다음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상상한 것은 거대한 가시덤불이다.

최지현이 붙잡혀서 벗어날 수 없는 가시덤불.

그 심상에 맞춰 가시덤불이 생겨나 최지현을 옭아맸다.


가시덤불에 얽매여서 움직일수록 몸에 상처만 늘어간다.


하지만 최지현은 이런 공격으로는 죽지 않는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네. 나한테 재생 능력이 있다는 건 새까맣게 잊은 거야?”


가시덤불로 묶어둔 것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

아프기는 해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정도.


“정점이었던 네가 아니면 나를 죽일 수 없어, 성진혁. 꿈 깨라고. 빨리 힘이나 되찾···”


그리 말하는 최지현에게 진혁은 로카의 화살을 발사했다.

느려터진 화살.

최지현은 헛웃음을 흘리며 사이코키네시스로 화살을 멈췄다.


“이렇게 느려터진 화살로 나를 죽이는 건 못 한다니까? 몇 번을 말해야 해?”


하지만 최지현은 화살을 직접 묶어두고 있어보니, 얼마나 위험한 기술인지는 알 것 같았다.


“기술 자체에 엄청난 의지가 담겨있네··· 만약 닿으면 재생 불가능한 상처를 입겠어. 맹목적인 파괴의 의지를 몸값 탐욕이 이기지는 못 할 테니까.”


만약 진혁이 이 화살을 하나 더 만들어서 쏠 수 있으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런데 진혁은 지금 가만히 서있는 것도 힘들어보일 만큼 호흡이 거칠다.


마력을 사용한다는 것이 그렇다.


사람마다 덜하고 심하고의 차이일 뿐, 마력의 심상을 꺼내기 위해서는 트라우마를 자극시킬 수밖에 없고.

그 트라우마를 쓰다 보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쌓여서 무너지기 마련이다.


특히 진혁의 심상은 가시.

마력을 쓸 때마다 온 몸이 가시덤불에 얽매인 것 같이 아프지 않은가.

게다가 로카의 마력을 쓰려면 가시덤불 속에서 로카의 화살을 뽑아 써야 한다.

아픔은 평범하게 마력을 쓰는 것의 두 배.


한 번 더 쏠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래, 최지현. 요점은 그거지. 지금 그 화살의 의지를 막는 것만으로도, 네 사이코키네시스는 한계라는 것.”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화살 하나 더 만들 체력도 없는 주제에··· 정점이 아닌 성진혁은 나를 이길 수 없다고.”


“틀렸어.”


“뭐?”


“화살을 굳이 하나 더 만들 필요 없다는 이야기다.”


그 순간, 최지현은 심장에 격통을 느꼈다.

믿을 수 없어하며 시선을 내리자, 심장을 꿰뚫은 화살이 하나 보였다.


“정점이 아니어도, 속도가 느려도, 목표에만 도달하면 그만이야.”


아까 네가 피해놓고 느리다 무시했던 그 화살.


그 화살에 너는 죽는 거다.


작가의말

로카 하드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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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수색대 +2 20.12.05 128 5 12쪽
74 라이미 소환 +2 20.12.04 126 5 12쪽
73 러브초코 데이 (6) +6 20.12.03 135 5 12쪽
72 러브초코 데이 (5) +4 20.12.02 133 6 12쪽
71 러브초코 데이 (4) +2 20.12.01 132 6 11쪽
70 러브초코 데이 (3) +4 20.11.30 135 5 12쪽
69 러브초코 데이 (2) 20.11.29 143 5 12쪽
68 러브초코 데이 (1) +4 20.11.28 175 6 12쪽
67 식탐과 색욕 20.11.27 165 6 12쪽
66 오크의 숲, 쿠발란 (5) +4 20.11.26 158 6 12쪽
65 오크의 숲, 쿠발란 (4) 20.11.25 152 6 12쪽
64 오크의 숲, 쿠발란 (3) +2 20.11.24 159 6 12쪽
63 오크의 숲, 쿠발란 (2) 20.11.23 166 7 12쪽
62 이프의 기억, 쿠발란 (4) 20.11.22 172 6 12쪽
61 이프의 기억, 쿠발란 (3) 20.11.21 172 7 12쪽
60 이프의 기억, 쿠발란 (2) 20.11.20 182 6 12쪽
59 이프의 기억, 쿠발란 (1) +4 20.11.19 190 6 13쪽
58 오크의 숲, 쿠발란 (1) +4 20.11.18 216 7 12쪽
57 이프의 신화 20.11.17 226 8 12쪽
56 마음짓기 (2) +4 20.11.16 224 8 12쪽
55 마음짓기 (1) +4 20.11.15 237 8 12쪽
54 에리나 +2 20.11.14 251 8 13쪽
53 슬픔과 불신 20.11.13 261 8 13쪽
52 탐욕·인색 (4) +2 20.11.12 261 7 13쪽
51 탐욕·인색 (3) 20.11.11 259 9 12쪽
» 탐욕·인색 (2) +2 20.11.10 28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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