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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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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156

작성
20.12.0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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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러브초코 데이 (4)

DUMMY

“앗, 이건···”


에리나는 정답을 아는지 화들짝 놀랐지만, 어딘가 침울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지 모르는 척했다.


‘이프와 관련된 건가?’


에리나의 혼잣말은 진혁만 들었다. 다른 일행은 듣지 못했기에, 진혁은 에리나가 정답을 아는 것 같지만 묻지 않았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억지로 떠올리게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생각해보자. 어떻게 4명이 탈 수 있는 배를 5명이 타고 이동했을까.’


4명만 탈 수 있다는 것은, 5명이 타게 되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가라앉는다는 뜻일 테다. 그렇다면 다른 배를 만드는 게 맞겠지만 수수께끼니까 그러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수수께끼라는 것은 은유를 알아내야 하는 법.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도 그렇지. 인간의 세월을 하루로 은유해서 내는 것이니까.’


그런데 대체 이 수수께끼의 은유가 무엇이 있단 말인가? 진혁은 그 좋은 머리를 아무리 굴려도 정답을 낼 수 없었다.


“정말로 어려운 문제로군요. 4명만 앉을 수 있느냐가 문제가 아닌, 4명 넘게 타면 가라앉을 가능성도 상정해야 하니 말입니다.”


이시즈는 ‘누군가를 죽여서 토막 냈을 가능성’을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가능성을 가라앉을 테니 기각하고 있었는데, 진혁은 이시즈가 미친 것인지 걱정이 되었다.


“섬과 섬 사이가 저승의 강이 아니라면 말이 안 되는데요?”


이카루스는 머리를 짜내고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 리릴이 기운이 빠진 표정을 지었다.


“저, 이거 깔깔 유머집이라는 책에서 봤거든요···”


유머집?


진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설마···’


이 미친 애니멀 호더는 되도 않는 넌센스 퀴즈를, 수수께끼랍시고 냈단 말인가?


“진짜 제발 답이 아니기를 빌면서 말하는데요.”


“좋다, 소녀여. 말해봐라.”


“정답은, 기적으로···입니다.”


리릴은 자기가 말하고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저게 정답이겠어.


진혁은 정답이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에리나의 한숨소리 때문에 정답일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부디 그런 의도로 낸 게 아니기를 빌었다.


그러나···


“푸하하하하하! 정말 웃긴 퀴즈이지 않은가? 소녀여, 자네는 통과해도 좋다!”


애니멀 호더는 진심으로 웃긴지 깔깔 웃고 있었다. 심지어 정답을 맞힌 리릴만 통과해도 좋다고 한다.


“길고양이와 들개를 수집하는 키메라라니, 역시 제정신이 아니야···”


인간은 웃고 있고, 옆에서 고양이 머리와 개 머리는 냥냥 월월 난리 부르스를 치고 있었다. 한 대 쥐어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다음 퀴즈를 내주마.”


“또 빌어먹을 아재 개그를 치면 죽여버릴 줄 알···”


“이 문제의 정답은 2개일세.”


“사과나무에서 떨어진 사과의 개수를 묻겠지, 빌어먹을 자식아!”


진혁 일행은 호수의 문지기인 애니멀 호더가 되도 않는 아재 개그로 퀴즈를 내니, 시작부터 힘이 빠졌다.


하지만 아퀴나스는 물의 정령왕이니 그에 걸맞는 위엄을 보여줄 것이다. 눈물을 얻기 위해서는 어떡해야 좋을지 알 수 없으니 긴장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도착한 호수.


진혁과 이카루스는 호수에 아퀴나스 애플을 떨어트렸다.


이내 푸른색 빛이 터지더니, 물속에서 인간의 형체가 샘솟았다.


온 몸이 물로 이루어져있으나 그 모습은 틀림없이 인간의 형체, 외형이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정령에게는 성별이 없다.


게다가 전해지는 빛이 아름다워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었다. 그저 존재 자체가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에 심취해있는데 아퀴나스가 말했다.


“그래요, 아카데미의 아이들아. 나에게 무엇을 원해서 온 것이지요?”


“위대하신 물의 정령왕, 아퀴나스시여. 당신의 눈물이 필요하여 왔습니다.”


이카루스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표했다. 아퀴나스는 이카루스의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온 몸이 물로 이루어진 나에게 눈물을 달라고 하다니, 그것은 모순이지 않을까요?”


“앗···”


확실히.


아퀴나스의 몸은 전부 물로 이루어져있다. 이미 물인데 또 눈물을 흘려달라니 모순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있지도 않은 게 붕붕 초콜릿의 재료일 리도 없겠지.’


아카데미에서 붕붕 초콜릿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오로리가 교관직을 수행하면서, 아퀴나스를 이벤트에 활용할 수 있게 된 순간부터 시작되었으니까.


그렇다는 말은 붕붕 초콜릿을 만든 3명은,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몰라도 아퀴나스의 눈물을 얻어냈다는 뜻.


‘···어쩌면.’


아퀴나스의 눈물에는 고밀도의 마력이 깃들어있다고 하였다.


지금 진혁이 보기에는 아퀴나스의 몸 자체에 거대한 마력이 깃들어있다.

그렇다는 것은 꼭 눈물이 아니어도 된다는 뜻.


하지만 아퀴나스의 몸으로부터 물방울 채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물이 아니라 마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실체가 없어 물건에 담을 수가 없다.


‘재료로 쓰이는 것은 틀림없이 실체가 있는 눈물.’


진혁은 자신의 추론이 맞을 것이라 생각하며 아퀴나스에게 다가갔다.


“정령왕.”


“말이 짧군요.”


“내 왕도 아닌데 말을 높일 필요는 없겠지.”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가 그래도 되는 건가요?”


“모든 생물을 이루는 물, 그 물이 고작 아이 한 명의 태도에 불만을 품을 리는 없겠지.”


“그 또한 옳은 말이네요.”


아퀴나스는 진혁에게 흥미가 생겼는지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만 내가 눈물을 흘리는 건 불가능해요. 딱 봐도 알잖아요?”


“맞아. 절대 안 되지. 눈물을 흘려야 하는 건 우리야.”


“네?”


옆에 있던 이카루스가 얼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진혁은 막힘없이 말을 이어갔다.


“우리의 몸은 전부 물로 이루어져있어. 아퀴나스의 마력은 물과 물로 연결이 되니까, 우리 몸 안에 있는 물에 마력을 실어주는 게 가능하지. 안 그래?”


“맞는 말입니다.”


“아퀴나스의 마력을 받은 우리가 눈물을 흘리면··· 그게 곧 아퀴나스의 눈물이 되는 거지.”


“올바른 추론이네요.”


아퀴나스는 후후, 웃음 소리를 흘렸다.


“그런데 그 추론을 이때까지 아이들이 못 해서, 아퀴나스의 눈물을 못 얻었을까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내가 아이들에게 마력을 나눠주고, 일시적으로 강화시켜주는 것은 간단한 일이에요. 하지만 그것을 눈물이라는 형태로 뽑아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지요.”


그냥 눈물을 흘리면 아퀴나스의 마력은 반응하지 않는다.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그 마음이 어떠한 감정이었든 간에, 그 간절함과 연결된 눈물만이 아퀴나스의 마력이 깃들어서 흘러내린다.


하지만 대부분이 붕붕 초콜릿을 원하는 이유가 간단하게 강해지기 위해서다. 그런 마음이 있어서는 아퀴나스의 눈물을 흘릴 수가 없다.


“그리고··· 그렇게 흘리지도 못 할 아이들에게, 내가 마력을 나눠줄 이유도 없겠지요.”


맞는 말이었다.


“그러니 묻겠습니다. 너희들은 무엇을 위해 눈물을 필요로 하는가요?”


거짓으로 그럴 듯한 말을 해도 소용없다. 마력을 나눠받았다고 해도 거짓이라면 간절한 눈물을 흘리는 게 불가능할 테니까.


“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카루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한쪽 손을 가슴에 얹었다.


“저에게 살아갈 이유를 준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보답을 해주고 싶어서 붕붕 초콜릿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서는 눈물이 필요하고, 이렇게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


“흐음, 그렇군요··· 그런데 왜 하필 그 사람에게 붕붕 초콜릿을 주려고 합니까? 마음을 보답하는 것은 굳이 초콜릿이 아니어도 되고, 꼭 초콜릿을 줘야겠다면 아무 초콜릿이나 직접 만들어서 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이카루스는 물러서지 않고 답했다.


“붕붕 초콜릿이 초콜릿 중에 제일 만들기 어려운 것이어서, 제 마음을 표현하려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가요···”


아퀴나스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마력을 줄 수 없겠군요.”


“네···?”


이카루스는 당황스러웠다. 옆에 있던 진혁 또한 당황하였다.


방금까지 흐른 분위기만 보면 당장이라도 마력을 줄 것 같지 않았는가? 이카루스의 논리 또한 잘못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퀴나스는 마력을 주지 않겠다고 하였다.


‘왜?’


진혁 일행이 이해하지 못하는데, 아퀴나스가 차분한 미소를 지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더욱 더 줄 수 없겠지요.”


“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제 마음은 진심입니다!”


“진심인 것도 다 알아요. 그러니까 안 됩니다.”


아퀴나스의 말에, 리릴은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카루스 씨, 붕붕 초콜릿을 만드는 건 포기하세요.”


“네? 리릴 이프님까지··· 왜 그러시는 건가요! 이유라도 말해주세요!”


“당신의 그 순수한 마음이 고작 붕붕 초콜릿이라는 속물적인 물건으로 표현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이카루스는 진심으로 네베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진심이 붕붕 초콜릿이라는 한계 안에 갇혀버리면, 결국 이카루스의 감사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게 된다.


“아···”


아퀴나스의 의도를 명확하게 알았다. 이카루스는 더 이상 아퀴나스에게 마력을 달라고 부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되면···’


진혁은 자신 또한 붕붕 초콜릿을 만들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노력으로 강해지면 되는 것인데, 굳이 붕붕 초콜릿이라는 쉬운 수단으로 강해지려 한 것이지 않나.


‘끝났구만.’


잠깐이지만 러브초코 데이 이벤트에서 이득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상황은 당연한 결과였다.


리릴이 천천히 강해지자고 했지 않나. 조급하게 마음먹어도 소용없지 않은가. 조급했던 로카의 화살은 결국 방향을 잃고 파멸했지 않았나.


지름길 같은 것을 걸으려 하면 안 된다.


진혁은 그리 체념하여서 포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하지만 정령왕님, 저에게는 마력을 주셔야겠어요.”


리릴이 아퀴나스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흐음? 어째서 줘야 하나요?”


아퀴나스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이도 붕붕 초콜릿을 만들고 싶은가요?”


“붕붕 초콜릿에는 관심이 없어요. 아퀴나스의 눈물을 흘리는 것도 못 해요. 저는 지금 제가 강해지는 것만이 목표니까요.”


“그런데 왜···?”


“조급하게 강해지려고 하면 안 되겠지만, 서둘러야 하는 때도 있는 법이니까요. 제가 지금 빠르게 강해지지 않으면 소중한 순간들을 지킬 수가 없게 돼요.”


“그렇다면 마력을 얻어서 무엇을 할 생각이죠?”


무기의 문은 마력이 많아진다고 해서 능숙하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좀 더 수월해지기는 하겠지만, 붕붕 초콜릿도 아니고 고작 아퀴나스의 마력만으로 큰 효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 점을 지적했지만, 리릴은 이미 마음을 굳혔는지 흔들림 하나 없이 말했다.


“저는, 소환수를 하나 더 불러낼 생각입니다.”


작가의말

오늘, 리릴이 바람을 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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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러브초코 데이 (5) +4 20.12.02 133 6 12쪽
» 러브초코 데이 (4) +2 20.12.01 132 6 11쪽
70 러브초코 데이 (3) +4 20.11.30 135 5 12쪽
69 러브초코 데이 (2) 20.11.29 143 5 12쪽
68 러브초코 데이 (1) +4 20.11.28 175 6 12쪽
67 식탐과 색욕 20.11.27 165 6 12쪽
66 오크의 숲, 쿠발란 (5) +4 20.11.26 157 6 12쪽
65 오크의 숲, 쿠발란 (4) 20.11.25 152 6 12쪽
64 오크의 숲, 쿠발란 (3) +2 20.11.24 158 6 12쪽
63 오크의 숲, 쿠발란 (2) 20.11.23 166 7 12쪽
62 이프의 기억, 쿠발란 (4) 20.11.22 172 6 12쪽
61 이프의 기억, 쿠발란 (3) 20.11.21 172 7 12쪽
60 이프의 기억, 쿠발란 (2) 20.11.20 182 6 12쪽
59 이프의 기억, 쿠발란 (1) +4 20.11.19 190 6 13쪽
58 오크의 숲, 쿠발란 (1) +4 20.11.18 215 7 12쪽
57 이프의 신화 20.11.17 226 8 12쪽
56 마음짓기 (2) +4 20.11.16 224 8 12쪽
55 마음짓기 (1) +4 20.11.15 237 8 12쪽
54 에리나 +2 20.11.14 251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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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탐욕·인색 (4) +2 20.11.12 261 7 13쪽
51 탐욕·인색 (3) 20.11.11 259 9 12쪽
50 탐욕·인색 (2) +2 20.11.10 281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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