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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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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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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7,156

작성
20.12.0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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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라이미 소환

DUMMY

마력을 불어넣자 책이 빛을 터트렸다.


따로 펼치려고 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갈라지는 책.


그와 동시에 책에서 튀어나온 것은 물컹물컹한 액체였다.


“슬라임?”


진혁이 알기로 이건 슬라임이라는 괴물이다. 물컹물컹한 액체로 이루어진 구체, 몸속에 있는 코어가 뇌 역할을 하여 움직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봤자 결국 지능이 낮아, 인간의 수준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큐, 큐큐!’밖에 없는 정도.


특히 전투력으로 따져보자면,


“초보 헌터들이 눈 감고도 죽일 수 있었던 잡몹 중에 잡몹이었지.”


“큐?!”


슬라임은 소환되자마자 약골 취급 받아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리고는 진혁에게 항변하는 것인지 몸을 보글보글 끓었다.


“큐! 큐큐큐! 큐큐!”


“음··· 진혁님한테 무시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요?”


“해석이 돼?”


“제가 소환사라서 그런지 대충 알 것 같아요.”


책에서 대체 왜 슬라임이 나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더 이상 책에 마력을 불어넣어도 변화는 없었다.


지금 수준에서는 슬라임이 최선인 것일까? 아니면 오직 슬라임을 소환하기 위해 존재하는 책인 것일까.


진실은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리릴의 새로운 소환수가 슬라임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네가 뭐를 할 수 있는데?”


“큐~ 큐큐! 큐큐큐!”


“기억을 잃어서 자기도 모르겠다는데요?”


“그런데 뭘 무시하지 말라는 거냐.”


소환을 당한 반작용인지, 아니면 애초에 이 슬라임에게는 기억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알아낼 방법은 없었지만, 활용법을 모르면 난감하다. 기껏 소환했는데 마력만 잡아먹는 꼴이지 않은가.


“마력은 어느 정도로 잡아먹어?”


“음··· 마력을 소모한다는 느낌이 없어요. 그런데 진혁님도 소환한 것만으로는 그런 느낌이 없으니까, 싸워봐야 알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싸워봐야지.”


오늘은 러브초코 데이 당일이다. 초콜릿 몬스터 사냥터는 전날에만 열기 때문에, 오늘은 사용할 수 없다.


몬스터 사냥권도 다 썼기 때문에 일반 사냥터를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 그래서 진혁은 모의전투 훈련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거라면 제한 없이 싸울 수 있지.’


배치고사 때 등급을 책정하려고 했었던 모의전투, 비록 아무런 보상도 없는 훈련이지만 전투력을 확인하기에는 제격이다.


훈련장으로 향해서 F급 고블린을 소환시켜놓은 뒤, 진혁의 개입 없이 오직 슬라임만을 이용해서 전투해보면 된다.


“그런데 너는 이름이 뭐니?”

“큐! 큐큐!”

“모르겠으니까 지어달라고?”

“큐큐큐!”

“그럼 라임은 어때?”

“큐큐···”

“너무 성의 없어 보인다고?”

“큐큐큐!”

“적어도 3글자는 해달라고? 그럼 라이미는 어때?”

“큐큐!”


“마음에 드는구나! 그럼 넌 라이미야!”


“대체 라임이랑 라이미랑 뭐가 다른 거냐고.”


진혁은 이해할 수 없어했지만, 라이미는 마음에 드는지 폴짝폴짝 뛰었다. 그리고 라이미는 꼬물꼬물 기어가 리릴의 어깨 위에 안착했다.


“진혁님, 얘 되게 귀여운 것 같지 않아요?”


“귀엽긴 한데··· 무슨 능력이 있는지를 알아내야 쓸모가 생기겠지.”


귀엽다라는 것은 잘못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


라이미가 귀여워서 만약 정이 들어버리면, 긴급한 상황에 라이미를 지키기 위해 행동해버릴 수도 있다.

그로 인해 패배로 이어질 수도 있는 법.

라이미가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은 필수다.


“그러니까 F급 고블린을 상대로 싸워보라고, 라이미.”


진혁의 말에 라이미는 의욕 넘치게 어깨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눈앞의 고블린을 도발하듯이 폴짝폴짝 뛰었다.


“키에엑!”


고블린은 라이미의 도발에 넘어가서 바로 몽둥이를 휘둘렀다. 생각해보니 슬라임에게는 물리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진혁은 그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고블린 정도는 쉽게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큐루루?!”


라이미가 몽둥이를 얻어맞고 저 멀리 날아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슬라임은 물리타격 면역일 텐데?”


“그런가요?”


“그래, 뜨거운 거에는 약해도 평범한 몽둥이는 통하지 않아.”


슬라임은 초보 헌터한테도 잡힐 정도로 약한 잡몹이다. 하지만 그것은 헌터들이 초보라고 해도 무기를 달구는 것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F급 고블린은 마력도 쓸 줄 모른다. 그저 무식하게 몽둥이를 휘두를 뿐이다.


그걸 맞고 나가떨어지다니, 제정신인 것인가?


‘제정신이 아니군···’


하지만 라이미가 저 정도로 약해빠졌다면 이상한 일이다. 분명히 리릴의 마력은 진혁을 소환할 때보다 강해진 상태고, 심상 또한 현재를 이어나갈 힘을 원했다.


그런데 약한 잡몹이 소환될 리가 없다. 오히려 여타 슬라임과 특성이 다른 것을 보면 특이한 능력이 있을 것이다.


‘라이미가 나온 책은 마력을 부여해야 반응을 했었지.’


어쩌면 라이미는 리릴이 마력을 부여해줘야 능력을 발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큐큐!”


라이미가 날아간 것이 분한지 부글부글 거리며 돌아왔다. 진혁은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서 말했다.


“주인 아가씨, 라이미한테 마력을 부여해봐.”


리릴은 진혁이 시킨 대로 라이미에게 마력을 부여했다. 그러자 라이미는 힘이 넘치는지 높이높이 폴짝 뛰면서 고블린에게 달려들었다.


“큐우우!!”


라이미의 몸이 변형을 이루더니 방패가 되었다. 그 상태로 고블린의 머리에 부딪쳤고, 말캉, 거리는 소리와 함께 라이미는 공중으로 튕겨졌다.


“···알 것 같다.”


진혁은 한숨을 내쉬면서 고블린을 죽였다. 모의전투 훈련이 끝나고, 원래 세상으로 돌아옴과 동시에 라이미가 바닥에 떨어졌다.


출렁출렁, 라이미는 다시 구체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 녀석 공격 수단이 아니야.”


“방어용인가요?”


“그래, 어디까지 방어가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아가씨가 마력을 넣으면 자동으로 방어를 해줄 것 같은데.”


리릴에게는 무기의 문이라는 공격 수단이 있다. 라이미를 이용해서 방어를 하고, 무기의 문으로 공격을 하면 혼자서 공방을 다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현재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에서, 지킨다가 크게 반응하여 소환된 것 같네.”


“그런데, 그렇다면 왜 책 안에 들어있었던 걸까요?”


그 부분은 해결할 방법이 없다. 만약 책이 라이미 하나만을 데리고 있으려고 존재했다면, 라이미를 소환한 순간에 쓸모가 없어지니 사라져야 맞다.


하지만 책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언젠가 알아낼 수 있겠지. 결국 아가씨의 능력이니까.”


“네!”


라이미의 능력도 알아냈겠다, 시간도 점심식사를 해야 할 때여서 돌아가면 된다.


그런데 아카데미로 돌아가니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학생이 죽었대.

-누가 죽인 걸까?

-혹시 아카데미 안에 악마라도 있다면···


진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냥 죽은 것도 아니고 타살이라면, 아카데미 안에 범인이 있다는 뜻이다.


누가 범인인지는 알 수 없어도 아카데미가 안전한 상태는 아니다.


침입자인가, 아니면 내부의 숨어들어있던 자인가.


최지현 또한 아카데미의 학생인 척하면서 잠입했었으니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진혁이 신경을 곤두세우며 경계태세를 잡는데, 학생들의 수군거림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런데 누가 죽은 거래?

-걔 있잖아. 인력 쓰는데 F급인 애.

-아, 이카루스?


그 말에 진혁은 머리가 멍해졌다.


‘이카루스가 죽었다고?’


비록 함께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감정을 나눴다. 특히 안 될 것을 알면서도 네베에게 초콜릿을 주겠다는 모습은 인상 깊기도 했다.


그런데 죽었다.


‘악령이나 악마가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었는데, 그냥 죽어버렸다고···?’


교관들은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카루스가 죽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죽은 이카루스의 시체 또한, 이카루스와 전혀 접점이 없던 조교가 발견한 것이었다. 그 조교는 자기가 모시는 교관과 계속 같이 있었기 때문에 알리바이도 있었다.


해결이 되지 않아 미궁으로 빠져버린 이카루스 살인 사건, 진혁은 전혀 예상 못 한 죽음이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끝내 범인을 참지 못하고 이카루스의 장례가 간소하게 진행되었다. 장례식에서 리릴과 진혁은 에리나, 이시즈와 함께 있었다.


“녀석, 멋대로 죽어버리다니···”


에리나는 만들어놓은 초콜릿 중 하나를 영정사진 앞에 뒀다.


“너 때문에 시간 좀 빼앗겨서 많이 못 만들었단 말이야. 고마운 줄 알아.”


원래 에리나는 이카루스에게 줄 초콜릿 같은 것은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카루스가 원하는 것 하나 못 이루고 죽은 것이 딱하여 초콜릿을 놔뒀다.


“기뻐해야 할 러브초코 데이인데, 이렇게 침울하고 위급한 분위기라니··· 힘들군요.”


이카루스를 죽인 범인이 어디에선가 또 다른 학생을 노릴지도 모른다. 러브초코 데이인데도 모두 사랑을 나누며 행복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시즈는 애석하다며 혀를 찼다.


“······”


진혁은 에리나가 선물해준 초콜릿을 붙잡고 멍하니 있었다. 에리나는 진혁과 리릴에게도 하트 모양 초콜릿을 나눠줬다.


하지만 이카루스가 죽었다는 것이 충격적이라 초콜릿을 받았음에도 멍하기만 했다.


리릴은 이카루스가 죽은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진혁이 이 정도로 충격에 빠진 이유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감정만큼은 또렷하게 전해지고 있었다.

아카데미 안에 위협이 존재한다면, 이카루스 말고 주변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음을 걱정했고.

왜 하필 죽은 사람이 이카루스인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었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


네베에게 이카루스가 죽임을 당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인데 진혁은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네베가 아무리 타인과의 교류를 싫어한다지만, 자기 좋다고 초콜릿을 준 사람을 죽여버릴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귀찮으니까 그러지 좀 말라고 설명해줄 성격이지 않은가. 되도 않는 의심은 해서는 안 된다.


진혁이 그렇게 쓸데없는 의심을 집어넣으려고 할 때, 인벤토리에서 로스트가 기지개를 켜며 나왔다.


“으읏, 잘 잤다. 분위기가 왜 이래요?”


로스트는 다 알면서 일부러 모르는 척 물었다. 진혁은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고, 리릴이 자상한 목소리로, 하지만 울적한 목소리로 로스트에게 설명해줬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참 안타깝네요.”


로스트는 빙글거리면서 진실을 말해줄까 말까, 고민을 하였다.


네베가 이카루스를 죽였다. 이 사실을 밝히면 상황이 재미있게 흘러갈 것 같았다.


‘네베는 저급한 그 분들의 선택지를 받아서 행동하지.’


저급한 그 분들이 하는 행동을, 로스트는 착실하게 도와주고는 있다.


하지만 저급한 그 분들을 좋아해서라기보다는, 거스를 수 없어서 따르고 있을 뿐.


오히려 그들을 몰래 방해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즐겨줄 수 있다.


‘아카데미 안에 저급한 그 분들과 연결된 녀석은 네베밖에 없고··· 네베는 지금 여기에 없으니까, 진실을 말해줘 버릴까?’


네베가 이카루스를 죽였음을 알았을 때, 진혁의 반응은 어떨까. 리릴의 반응은 또 어떨까.


로스트는 상상만 해도 즐겁다는 듯이 키득키득 웃으며 입을 열려고 했다.


그 순간, 섬뜩한 감각이 로스트의 등을 쓸었다. 그 감각은 섬뜩하면서도 뜨거워 로스트는 식은땀이 흘렀다.


‘설마··· 아카데미 안에 저급한 그 분이 있단 건가? 연결된 네베는 여기에 없는데 어찌 이리도 강력한 영향력을···’


로스트는 진실을 말하는 것을 포기했다. 굳이 지금 말하지 않아도 진혁과 리릴은 알아서 맛있어질 것이다.


그제야 섬뜩한 감각은 사라졌다.


‘휴우.’


로스트가 가슴을 쓸어내리고, 침울한 분위기는 괴롭다며 다시 인벤토리에 들어갔다.


그러는데 엔비아 교관이 진혁 일행에게 다가왔다.


“때마침 여기에 모여 있었구나. 너희한테 할 말이 있다. 잠깐 따라오도록.”


작가의말

큐? 큐큐! 큐큐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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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수색대 +2 20.12.05 128 5 12쪽
» 라이미 소환 +2 20.12.04 126 5 12쪽
73 러브초코 데이 (6) +6 20.12.03 135 5 12쪽
72 러브초코 데이 (5) +4 20.12.02 133 6 12쪽
71 러브초코 데이 (4) +2 20.12.01 132 6 11쪽
70 러브초코 데이 (3) +4 20.11.30 135 5 12쪽
69 러브초코 데이 (2) 20.11.29 143 5 12쪽
68 러브초코 데이 (1) +4 20.11.28 175 6 12쪽
67 식탐과 색욕 20.11.27 165 6 12쪽
66 오크의 숲, 쿠발란 (5) +4 20.11.26 157 6 12쪽
65 오크의 숲, 쿠발란 (4) 20.11.25 152 6 12쪽
64 오크의 숲, 쿠발란 (3) +2 20.11.24 158 6 12쪽
63 오크의 숲, 쿠발란 (2) 20.11.23 166 7 12쪽
62 이프의 기억, 쿠발란 (4) 20.11.22 172 6 12쪽
61 이프의 기억, 쿠발란 (3) 20.11.21 172 7 12쪽
60 이프의 기억, 쿠발란 (2) 20.11.20 182 6 12쪽
59 이프의 기억, 쿠발란 (1) +4 20.11.19 190 6 13쪽
58 오크의 숲, 쿠발란 (1) +4 20.11.18 215 7 12쪽
57 이프의 신화 20.11.17 226 8 12쪽
56 마음짓기 (2) +4 20.11.16 224 8 12쪽
55 마음짓기 (1) +4 20.11.15 237 8 12쪽
54 에리나 +2 20.11.14 251 8 13쪽
53 슬픔과 불신 20.11.13 261 8 13쪽
52 탐욕·인색 (4) +2 20.11.12 261 7 13쪽
51 탐욕·인색 (3) 20.11.11 259 9 12쪽
50 탐욕·인색 (2) +2 20.11.10 281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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