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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57,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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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1.2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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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러브초코 데이 (1)

DUMMY

아카데미로 돌아가는 길.


많은 이들이 진이 빠져서 곯아떨어졌다.


그 중에서 깨어난 이는 극소수, 레이라는 스테민을 가만히 바라봤다.


스테민이 교관이니까 강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어쩌면 레이라 자신이 아는 교관들 중에 가장 강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정도로 강하다면 레이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스테민 교관님.”


레이라의 부름에 스테민은 고개를 돌렸다. 다시 무거운 옷을 착용했기 때문에 마력이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교관님은 그토록 강하신데, 왜 악마를 잡으러 돌아다니시지 않아요?”


그토록 위압감을 풍기던 킹 오크 쿠라단조차도, 힘을 개방한 스테민 앞에서는 한없이 작은 존재였다.


스테민이 마음만 먹으면 악마들을 모두 죽이고도 남지 않을까. 레이라는 그 의문을 떨치지 못하고 결국 물었다.


“왜 악마를 안 잡냐니···”


스테민은 쓴웃음을 지었다.


“저는 스터디 마스터지만, 주입식 교육 자체는 마스터하지 못했으니까요.”


덜컹, 덜컹, 드레이크 버스가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스테민은 말을 이어갔다.


“마스터가 아닌데도 마스터를 초월하는 힘을 가진 경우가 있습니다. 그 힘은 그만큼 위험을 끌어안고 있다는 뜻이죠.”


“그만큼 위험한 심상에서 오는 힘이라는 건가요?”


“정답입니다. 제가 억누르는 힘은 강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악령이 될지도 모르죠.”


스테민이 힘을 개방하면, 부모님께 강제로 훈련을 받으며 억지로 강해져가던 시절이 떠오른다.

스테민에게 그 시절은 지옥이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지옥.


그러니 스테민은 그 힘을 사용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 왜 아까는 그 위험을 무릅쓰고 힘을 개방하신 거죠?”


“···레이라 학생을 위해서입니다.”


스테민은 솔직하게 심정을 털어놨다.


“레이라 학생은 아까 그 상황에서 잘못하면 슬픔의 악마로 타락할 수 있었죠.”


스테민의 지적에 레이라는 어깨를 움찔 떨었다. 동족상잔의 비극과 쿠라단의 슬픔이 겹쳐지면서, 슬픔의 봉인을 풀어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제가 악령이 될 가능성보다, 레이라 학생이 슬픔의 악마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판단 하에 행동했을 뿐이죠.”


“그런데 그 말은 이상해요.”


레이라는 자신에게 깃든 슬픔의 힘이 어느 정도로 강한지 알고 있다.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해질 수 있는 힘이다.


하지만 그 힘으로 강해진다고 해도 스테민을 이길 자신은 없다. 스테민이 보여준 힘은 그 정도로 강력했다.

더 강해질 방법을 몰라서 힘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 허세가 아닌 수준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제가 슬픔의 악마가 되면 스테민 교관님께서 죽여주시면 되잖아요? 왜 제가 악마가 되는 걸 막으려는 거예요?”


“레이라 학생은 제가 아끼는 학생입니다. 제가 제 손으로, 어떻게 죽이겠습니까.”


“스테민 교관님은 다정하지만 냉정하실 땐 냉정하게 행동하시잖아요. 아무리 아끼는 학생이라고 해도 악마가 되면 과감히 죽이실 수 있으신 분이에요. 말이 맞지 않다고요.”


레이라의 말에 스테민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과연 그럴까?


레이라가 아니라, 다른 학생이 악령이나 악마가 된다면 과감하게 죽일 수 있을까?


스테민은 잠시 자기 자신을 되돌아봤다.


가장 최근의 일만 봐도 그렇다.


진혁이 상처투성이로 쓰러져있는데도, 응급처치보다는 식탐을 추적하는 것을 더 신경 썼었다.


진혁은 그저 소환수일 뿐이니까 신경을 안 쓰나? 아니면 리릴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리릴 또한 소중한 학생이다. 그런 리릴의 소환수인 성진혁이 죽을 만큼 다쳤다면, 당연히 그 몸을 먼저 돌봐주는 게 맞다.


식탐은 언젠가 기회가 올 가능성도 있지만, 성진혁은 죽어버리면 절대 못 살리기 때문이다.


‘이프의 신화에도 나오지. 부활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를 찾아 돌아다녔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고.’


죽은 이를 되살릴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그것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식탐의 추적을 우선하다니, 다른 교관들이었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지나치게 이성적인 스테민 자신만이 할 만한 짓.


그게 스테민이 돌아본 스테민 자신이었다.


“그래, 레이라 학생 말이 맞아. 난 그런 걸 걱정할 사람이 아닌데···”


스테민이 아는 스테민 자신이었다면, 레이라가 슬픔의 악마가 될 경우 죽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지금도 스테민은 레이라가 슬픔의 악마가 되어버릴 경우를 상상하면, 두렵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마음이 떨려온다.


왜지? 뭐 때문이지?


스테민은 자신의 마음을 자기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나. 스테민은 한숨을 내쉬면서 레이라를 일갈했다.


“어쨌든 그 상황이 안 좋은 상황인 것은 분명하지 않습니까. 이유를 따지지 마십시오.”


“흠···”


악마가 되는 것은 좋지 않다. 악마가 된 이후에도 레이라 자신이 레이라가 맞을지 장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슬픔이 너무 많다. 레이라가 아무리 외면하고, 눈 돌리려고 해도 이 세상에는 어디에든 슬픔이 깔려있다.


그 슬픔을 모두 느끼는 이상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 거대한 운명을 레이라는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스테민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단지 스테민은 그 운명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래도.’


존경하는 교관님이 그토록 부탁하는데, 무턱대고 봉인을 풀어 악마가 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레이라는 스테민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알겠어요, 최대한 노력할게요. 자신은 없지만.”


스테민은 손을 내려다봤다. 레이라가 손을 붙잡아서 온기가 전해진다. 그러나 그 온기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쩐지 슬픈 온기였기 때문이었다.


“······”


스테민은 뭔가를 더 말하고 싶었지만, 이내 그만두고 입을 닫았다. 그저 멍하니, 자기 손을 잡은 레이라의 손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 * *



“얏호~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알아?”


쿠발란에서의 사건이 발생하고 3일이 지났다. 리릴과 진혁이 무력감 속에서 강해지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나날이었는데, 에리나가 요란하게 떠들어댔다.


“내일이 무슨 날인데?”


“그··· 내일은.”


진혁이 묻자, 리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달력을 봤다. 달력에는 ‘농민의 날’이라고 적혀있었다.


“농민의 날이네요. 농민들을 위한 여러 가지 행사가 열릴 거예요.”


“아니, 농민의 날이 왜 나와?! 지금 리릴 너 다 알면서 그러는 거지!”


에리나가 찡찡거리자, 진혁은 듣기 싫다는 듯이 귀를 틀어막았다.

이프 기억 속에 있는 에리나는 까칠하기는 했어도 찡찡이는 아니었는데, 여기 에리나는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는데?”


“이 바보, 내일은 말이야!”


“내일은 러브초코 데이지.”


“아! 이시즈 내 말 자르지 마!”


에리나가 말을 하려는데, 이시즈가 냅다 자르면서 내일이 무슨 날인지 말해줬다.


러브초코 데이.


“그게 뭐하는 날인데?”


진혁은 대충 감은 잡혔다. 러브와 초코라는 단어 때문인데, 발렌타인 데이와 비슷한 개념일 것이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물어봤다.


“그건 바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만들어서 주는 날이지! 우정 초콜릿이라든가~ 사랑 초콜릿이라든가~”


“에리나 너는 주기만 하겠네?”


“무, 무슨 소리야! 리릴이 나한테 초콜릿 줄 거거든?”


“그··· 러브초코 데이라는 거 난 오늘 처음 들었는데?”


맞다. 리릴은 처음 들었는데 대체 무슨 수로 에리나에게 초콜릿을 준비해서 준단 말인가? 진혁은 에리나가 헛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 정말! 러브초코 데이 때문에 오늘은 수업이 없는 거라고.”


“그래? 난 또 쿠발란 사태 때문인 줄 알았는데.”


“쿠발란 사태는 진혁 네가 엮인 거지, 우리가 엮인 게 아니잖아! 우리까지 휴강을 왜 하겠어?”


“그건 그러네.”


지금은 다들 아침부터 휴강이다 보니, 식당가로 이동해서 피자를 먹고 있었다.

피자를 먹는 멤버는 진혁, 리릴, 이시즈, 에리나.

덴트와 베르단디는 아침부터 바쁘다며 거절했었고, 레이라 또한 할 일이 있다고 거절했었다.


“아카데미에서는 사랑을 적극 권장해.”


“사랑을 했다가 실패하면 마음의 빈틈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더 강해질지도 모르고!”


“게다가 사랑은 위대하기 때문에 마음이 더 강해질 수도 있거든?”


“그래서 아카데미는 러브초코 데이 전날에 다양한 이벤트를 열지!”


“예를 들자면···”


에리나는 황홀해하면서 말을 이었다.


“몬스터 사냥터에 초콜릿 재료 몬스터가 생겨난다든가~”


“그건 대체 뭐야.”


“후후, 이래서 이세계 촌놈은 안 된다니까. 우리 세상에는 다양한 초콜릿이 있다고!”


에리나는 안주머니에서 책을 하나 꺼냈다. 책 제목은 ‘마법의 초콜릿 재료’였다.


“예를 들어, 먹으면 서로 사랑을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초콜릿이라든가, 이미 사랑하고 있는 커플을 찢어버릴 수 있는 초콜릿이라든가!”


“후자는 심각하게 썩어버렸잖아 미친년아.”


심지어 사랑하는 커플을 찢어버리는 초콜릿에는, 재료 중에 ‘만드라고라의 비명소리’ 같은 것이 있었다.


‘대체 이딴 걸 초콜릿에 왜 넣는 거고, 어떻게 넣는 건데?’


짐작도 가지 않아서 진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진혁이 기억하는 발렌타인 데이는 기껏해야 친구끼리 초콜릿 좀 주고 받고, 사랑하는 사람한테 초콜릿 건네주고, 그 정도일 뿐인데.


‘물론 난 친구가 없어서 받아본 적은 없지.’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러니까 우리도 초콜릿 재료 사냥하러 가자!”


대놓고 누가 누구한테 초콜릿을 줄 거라고 선전포고하고, 함께 재료를 구하러 사냥하러 가는 것이 발렌타인 데이 느낌이 아니라는 것을.


“아··· 그래서 덴트랑 베르단디가 아침부터 바쁘다고···”


진혁이 질색하는 사이, 리릴이 깨달음을 얻었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덴트랑 베르단디라면 하스터의 힘을 쓰는 그 두 명 맞지? 두 사람 서로 티격태격 하면서도 진하게 사랑하던데, 질투가 날 정도로.”


이시즈의 말에 진혁은 순간적으로 그 둘의 힘을 떠올렸다.


리시아 침입 사건 때, 덴트와 베르단디는 처음으로 힘을 합하여 싸우는데 성공했었다.


그때 보여준 힘은 하스터의 힘이었다.


하스터, 크툴루 신화에 나오는 크툴루의 라이벌, 황색의 왕이자 바람의 힘을 쓴다고 알려진 괴물.


덴트의 블린이가 니알라토텝과 관련이 되어있고, 베르단디가 바람의 정령술사다 보니 합쳐지면서 하스터의 힘을 일부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완전한 하스터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위력.


“뭐. 질투가 나도, 크툴루를 죽여버렸던 네베에 비하면 별 거 아니겠지만.”


이시즈가 네베 이야기를 하자, 리릴과 진혁이 이야기했다.


“네베 씨는 내일이 러브초코 데이라는 걸 알았던 것 같아요.”


“맞아, 그 녀석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은 방 밖에 안 나가겠다면서 이불을 둘러싸더라고.”


갑자기 이야기의 흐름이 네베로 넘어가자, 에리나는 그래서는 안 된다며 발작하듯 어그로를 끌었다.


“그런 재미없는 녀석 말고! 같이 초콜릿 재료 사냥이나 하러 가자고!”


진혁은 귀찮았다.

애초에 그런 기념일은 챙겨본 적 없었기에, 챙겨야 하는 이유 자체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창 감수성이 풍부할 리릴에게는 이야기가 달랐나보다.


“그건 좋은 의견인 것 같아. 나도 진혁님한테 초콜릿 만들어서 주고 싶으니까···”


“응? 저 축생한테만 말고, 나한테도 줘 나한테도!”


“으, 응···”


에리나한테 시달리면서도 진혁 자신을 바라봐오는 리릴을, 진혁 또한 마주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가씨가 만들어준다면, 나도 만들어줘야겠지.’


작가의말

갑자기 힐링 에피소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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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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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슬픔의 악마 20.12.10 121 5 12쪽
78 아리니 마을 20.12.09 108 6 12쪽
77 페널티 20.12.08 118 5 12쪽
76 준비된 위기 +2 20.12.07 126 5 13쪽
75 수색대 +2 20.12.05 129 5 12쪽
74 라이미 소환 +2 20.12.04 126 5 12쪽
73 러브초코 데이 (6) +6 20.12.03 136 5 12쪽
72 러브초코 데이 (5) +4 20.12.02 134 6 12쪽
71 러브초코 데이 (4) +2 20.12.01 132 6 11쪽
70 러브초코 데이 (3) +4 20.11.30 136 5 12쪽
69 러브초코 데이 (2) 20.11.29 143 5 12쪽
» 러브초코 데이 (1) +4 20.11.28 176 6 12쪽
67 식탐과 색욕 20.11.27 165 6 12쪽
66 오크의 숲, 쿠발란 (5) +4 20.11.26 158 6 12쪽
65 오크의 숲, 쿠발란 (4) 20.11.25 153 6 12쪽
64 오크의 숲, 쿠발란 (3) +2 20.11.24 159 6 12쪽
63 오크의 숲, 쿠발란 (2) 20.11.23 167 7 12쪽
62 이프의 기억, 쿠발란 (4) 20.11.22 173 6 12쪽
61 이프의 기억, 쿠발란 (3) 20.11.21 172 7 12쪽
60 이프의 기억, 쿠발란 (2) 20.11.20 182 6 12쪽
59 이프의 기억, 쿠발란 (1) +4 20.11.19 190 6 13쪽
58 오크의 숲, 쿠발란 (1) +4 20.11.18 216 7 12쪽
57 이프의 신화 20.11.17 226 8 12쪽
56 마음짓기 (2) +4 20.11.16 224 8 12쪽
55 마음짓기 (1) +4 20.11.15 237 8 12쪽
54 에리나 +2 20.11.14 252 8 13쪽
53 슬픔과 불신 20.11.13 261 8 13쪽
52 탐욕·인색 (4) +2 20.11.12 261 7 13쪽
51 탐욕·인색 (3) 20.11.11 259 9 12쪽
50 탐욕·인색 (2) +2 20.11.10 28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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