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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57,705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1.11 19:10
조회
259
추천
9
글자
12쪽

탐욕·인색 (3)

DUMMY

화살이 심장을 꿰뚫고, 최지현은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느꼈다.


섬뜩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억울했다.


이대로, 이대로 죽는다고?


무엇 하나 이뤄내지 못했다.

무엇 하나, 무엇 하나.

무엇을 그토록 이뤄내지 못했지?


그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격렬한 감정으로 이어지고, 이때까지 살아온 인생이 감정과 합쳐져 주마등이 쏟아져 내린다.


살아온 인생들을 살펴보며 최지현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래, 그런 거구나.


무엇 하나 이뤄내지 못한 인생이었다.


우선은 많은 인간들이 받았어야 할 부모님의 사랑과 인정, 그것부터 받지 못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아니다.

부모님이 바쁘셔서? 그것도 아니다.


단지, 부모님에게 최지현은 태어나서는 안 될 아이였다.


최지현의 부모는 아이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 아이를 만들기에는 가진 돈이 너무 없었고, 두 사람이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생계는 벅찼으니까.


그런데, 그날따라.

어미 되는 쪽은 안 된다고 하였지만 아비 되는 쪽이 몰아 붙여 하룻밤을 보내니, 최지현이 만들어져버린 것이다.


낙태시킬 돈도 없어 어떻게든 없애려고 해봤다. 간장도 들이키고, 계단에서 구르기까지도 해봤다.

그럼에도 남는 것은 어미의 아픔뿐, 최지현은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때부터 어미와 아비는 최지현을 독한 년이라고 불렀다.

최지현은 태어나기 전부터 독한 년이었고, 태어난 이후에도 독한 년이었다.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었으나 받지 못한 최지현은 받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했으니까.


어미와 아비는 기본적으로 집안일에 무관심한 자들이라, 최지현은 홀로 집안일을 도맡아 하였고.

어미와 아비는 배움이 부족했던 자들이라, 최지현은 어떻게든 배움을 추구하여 높은 성적을 거두어 냈고.

어미와 아비는 돈 아까운 줄 모르는 이들이라, 최지현은 자신에게 들어오는 돈은 조금이라도 아껴 모아두기로 했다.


그렇게 별 볼 일 없는 부모임에도, 그러한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최지현의 마음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났다.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미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랐듯이 욕구는 끝없이 커져갔다.


그러나 그 욕구가 이루어지는 일은 없었다.


집안일은 아무리 잘 해봤자 어미아비에게 당연히 자식 된 도리로서 해야 하는 일이었고,

배움을 추구하여 높은 성적을 내면 그 또한 당연한 것이라 여기며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 돈이 부족하면 코 묻혀가며 모은 돈을 쏙 빼가 자기들의 즐거움을 위해 사용하고는 했다.


정말이지, 쓰레기 같은 어미아비였고, 그럼에도 최지현은 버텨냈으니 독한 년이었다.


하지만 최지현의 가슴 속에 자리잡은 욕구는 걷잡을 수 없이 거대한 탐욕이 되었다.

부모님에게 인정받지 못한 탐욕은 다른 이에게 인정받고 싶다며 방향을 틀었다.


단지, 무의미한 짓일 뿐이었다.


“쟤 전교 2등이래.”

“와, 만날 이 악물고 공부해서 그런가봐.”

“그런데 만년 2등이지 않냐?”

“1등은 대충 공부해도 1등이던데.”

“그게 재능의 차이인가보지 뭐.”


만년 전교 2등.


학교 안에서는 2등이지만, 전국으로 따져보면 얼마나 무의미한 등수가 될까.


최지현은 만년 2등으로 인정받았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탐욕은 그 정도로 만족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부모님께만 받으면 충분했을 욕구가 탐욕으로 커져, 대체 얼마나 인정받아야 좋을지 알 수 없을 만큼 커져버렸다.


하지만 아무리 큰 탐욕이라도 최지현은 만족할 지점을 찾아냈다.


일단, 서울대.

서울대학교라도 나오면 되지 않을까.

서울대학교에 갔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을 테니,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 일념 하나로 최지현은 서울대학교에 가려고 노력했다.

노력했는데.

성적도 충분했는데.


결과물은 9급 공무원이었다.


“대학 보내줄 돈 없다.”

“대학은 무슨, 공무원이나 해. 요즘 대학 나와서 백수인 놈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아니?”


최지현은 독한 년이었지만 천재는 아니었다.

천재가 아니었기에 서울대학교 장학생으로 들어가지는 못 했고, 공무원이라도 5급, 아니, 7급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천재들만 통과할 수 있다는 공무적성검사의 벽을 넘지 못해 좌절했다.


그토록, 그토록 인정받고 싶어서 독하게 나아갔는데, 결과물은 9급 공무원.


무엇 하나 이뤄내지 못했다.

허무한 인생.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인생.

최지현의 가슴속에 자리 잡은 탐욕은 현실에 부딪쳐 산산조각 나고,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에 이변이 생겼다.


괴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 괴물들을 잡는 헌터가 생겨났다.


헌터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불행하게 살아와서 선택 받았노라고.


그 말을 듣고 최지현은 어이가 없었다.

균열이 생긴 탐욕이 다시 한 번 붙어 속이 불타올랐다.


나는, 나는 안 불행한가?

거지 같은 집안 환경에서 이 악물고 살아왔는데, 그 결과물이 고작 9급 공무원인데.

9급 공무원이 나름 잘 살 수 있는 직업이니까, 과정은 생각 안 하고 고작 그 결과물로만 판단하여, 불쌍하지 않다고 판단되어서 능력이 없단 말인가?


그 생각이 최고로 절정에 다다랐을 때는, 최지현이 괴물을 맞닥트려 죽을 뻔하였을 때였다.


탐욕은 더 이상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본질을 잊었고, 그저 괴물을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싶다는 1차원적인 모습만이 남았다.


그랬는데.


“괜찮나?”


성진혁이 구해줬다.

정점이라고 불리는 헌터, 성진혁이.


무심하게 괜찮냐고 묻고, 괜찮으면 됐다고 말하며 저 멀리 가버린 성진혁은.

자신에게 무심했으면서도 무능한 어미아비와 다르게, 유능하였기에.

어느새 탐욕은 원래의 모습을 되찾고, 성진혁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방향이 생겨났다.


폭주하듯이 나아가는 기관차가 목적지를 성진혁으로 다시 설정하였을 때,


시스템은 최지현에게 힘을 줬다.


별 볼 일 없는 힘이었다.


아무도 원하지 않아서 버려진, 최하급 에스퍼의 힘이었다.


그럼에도 괜찮다.

자신은 독한 년이니까 할 수 있다.

태어나기 전부터 독했으니까 못 할 것 없다.


이번이 마지막 질주다.


그렇게 생각하였었던 것 같다.


“그래, 그러니까···”


몬스터를 빼앗았다, 성진혁이 오만하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성진혁과 엮이고 싶어서 내뱉은 핑계일 뿐이었고,


-그래요, 좋아한단 말이에요.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저는 당신을 좋아하고 있단 말이에요.

-틀렸다. 네가 좋아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헌터의 정점인 성진혁이겠지.

-그런,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이···

-네 진짜 마음을 숨기고 나한테 접근하려고 하지 마. 나는 네 속셈을 다 아니까.


사이코패스···

사이코패스라는 욕은, 자신의 마음을, 비록 탐욕에서 시작되었다 할지언정,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었던 그 마음을 짓밟아서 내뱉은 슬픔일 뿐이었다.


“나는, 너를 싫어했던 게 아니구나. 오히려 너를 좋아했는데, 이뤄지지 못하니 탐욕에 삼켜져 너를 죽이고 싶어 했던 거구나.”


최지현의 주마등을 함께 느낀 진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적막한 숲속에서 최지현의 말만이 이어져갔다.


“무엇 하나 이뤄내지 못하는 삶, 죽는 그 순간까지도 그러하네. 난 그토록 인정받고 싶어서 노력했는데 이뤄내지 못하고, 그런데 저 년은 너한테 간단하게 인정을 받다니···”


더 살고 싶다.

조금이라도 더 살아서 성진혁에게 자신도 인정해달라 소리치고 싶다.

하지만 최지현에게 마력은 없다.

마력이 있었다면 잔혹한 자의 유혹이 들려왔겠지만, 균열을 너머 마음이 깨져버렸음에도 그러한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죽는다.

이제 죽는다.

죽음이 코앞이다.


죽음을 코앞에 두고 남은 감정은,


“부럽다, 씨, 발···”


질투였다.


무엇 하나 이뤄내지 못해 생겨난 탐욕은 질투에 도착하여 죽었다.

인정받고 싶었던 탐욕의 목적지는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끝내 인정받지 못해 생겨난 질투로 막을 내렸다.


그런 최지현을 진혁은 멍하니 바라봤다.


“가시덤불은··· 사실 내가 만들고 있었던 걸까.”


세상이라는 가시덤불이 자신을 얽매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정작 그 가시덤불 때문에 다가오려고 했으나, 다가오지 못한 이가 있었다.

물론 최지현도, 진혁이 정점이 아니었다면 아무런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나치게 상대를 배척한 것 또한 진혁이 자초한 일이었다.


‘내 가시가 너무 아프다고, 남한테 가시를 박아대는 편안함만을 추구했어.’


미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죄스러웠다.

세상이라는 가시에 피해를 입은 같은 피해자에게도 가시를 박아댔으니, 죄를 저지른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눈을 뜬 채로 죽어버린 최지현의 눈을 감겨줬다.

무언가를 말해주고 싶었지만, 말해줄 자격은 없었다.

만약 그때 동병상련의 깨달음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알 수 없지만,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기에.


진혁은 최지현을 마음속에 묻어두고, 당장은 현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부마님 죽음?”

“좆됐다 튀자.”


레이라와 호테이돈의 모습으로 바꾼 헌터들은 달아났다.

최지현과 성진혁의 싸움을 보고, 자기들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저들을 도망치게 놔두면 소란이 커질 것 같았지만, 저들을 쫓아가기 전에 더 급한 일이 있어 진혁은 쫓지 않았다.


그 대신 레이라에게 달려갔다.


“레이라!”


최지현에게 스틸을 사용해서 뽑아낸 시체들.

그 중에는 레이라와 호테이돈도 있었다.

안색이 새하얀 그들을 보니 심장이 떨려왔다.


“제발.”


죽었으면 안 돼.


진혁은 떨리는 손으로 레이라의 맥을 짚었다.

통···통···

맥이 느껴졌다.

미약하게나마 맥이 느껴졌다.


“살아있어.”


호테이돈도 마찬가지였다.

살아있었다.


하지만 진혁에게 타인을 치료해주는 힘은 없었다.

지구에서 가져온 엘릭서 포션이 있었지만, 그 또한 의식이 있을 때 사용해야 회복이 되기에 레이라와 호테이돈에게 사용할 수는 없었다.


교관들, 교관들이 와야 한다.


그러다 이상함을 느꼈다.


“이 난리가 났는데도 교관들이 오지 않는다고?”


등골이 서늘했다.

설마 교관들도 모두 당했다면?

교관들이 최지현에게 당할 수준은 절대 아니지만, 최지현이 모시던 탐욕·인색의 악마 리시아라면 모른다.


자그마치 7대 악마 중 한 명이니까, 교관들이 전부 당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상황은 최악, 아카데미의 전멸로 이어지는 길이 될 것이다.


“젠장!”


레이라와 호테이돈은 이대로 놔두면 죽는다.

인벤토리에서 나온 다른 학생들은 이미 죽은 상태였는데, 레이라와 호테이돈이 운 좋게 살아있는 것뿐이다.


하다못해 출혈이라도 막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초이지현이 죽었구나.”


상황은 더욱 최악으로 흘러간다.


“와앗, 탐욕의 악마 리시아!”


인벤토리에서 고개만 빼꼼 내민 로스트가 소리 질렀다.

허공에 게이트가 열리더니 황금빛이 반짝이는 여자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저 녀석이··· 탐욕의 악마 리시아라고?”


리릴도 상황이 안 좋은 것을 느끼고 재빠르게 진혁 근처로 달려가 전투 채비를 마쳤다.


그런데 리릴과 진혁은 둘 다 이상함을 느꼈다.


“그렇지만, 마력이 느껴지지 않아요.”


“왜··· 왜 저 녀석한테···”


오히려 리시아에게 느껴지는 것은 마력이 아니라,


“체기가 느껴지는 거지···?”


헌터들이 사용하던 체기였다.


작가의말

부마스터 죽었다고 바로 튀어버리는 충성심.


부마스터 죽었다고 바로 복수하러 오는 마스터의 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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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수색대 +2 20.12.05 129 5 12쪽
74 라이미 소환 +2 20.12.04 126 5 12쪽
73 러브초코 데이 (6) +6 20.12.03 136 5 12쪽
72 러브초코 데이 (5) +4 20.12.02 134 6 12쪽
71 러브초코 데이 (4) +2 20.12.01 132 6 11쪽
70 러브초코 데이 (3) +4 20.11.30 136 5 12쪽
69 러브초코 데이 (2) 20.11.29 143 5 12쪽
68 러브초코 데이 (1) +4 20.11.28 176 6 12쪽
67 식탐과 색욕 20.11.27 166 6 12쪽
66 오크의 숲, 쿠발란 (5) +4 20.11.26 158 6 12쪽
65 오크의 숲, 쿠발란 (4) 20.11.25 153 6 12쪽
64 오크의 숲, 쿠발란 (3) +2 20.11.24 159 6 12쪽
63 오크의 숲, 쿠발란 (2) 20.11.23 167 7 12쪽
62 이프의 기억, 쿠발란 (4) 20.11.22 173 6 12쪽
61 이프의 기억, 쿠발란 (3) 20.11.21 173 7 12쪽
60 이프의 기억, 쿠발란 (2) 20.11.20 182 6 12쪽
59 이프의 기억, 쿠발란 (1) +4 20.11.19 191 6 13쪽
58 오크의 숲, 쿠발란 (1) +4 20.11.18 216 7 12쪽
57 이프의 신화 20.11.17 227 8 12쪽
56 마음짓기 (2) +4 20.11.16 224 8 12쪽
55 마음짓기 (1) +4 20.11.15 238 8 12쪽
54 에리나 +2 20.11.14 252 8 13쪽
53 슬픔과 불신 20.11.13 262 8 13쪽
52 탐욕·인색 (4) +2 20.11.12 262 7 13쪽
» 탐욕·인색 (3) 20.11.11 260 9 12쪽
50 탐욕·인색 (2) +2 20.11.10 28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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