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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57,694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1.1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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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마음짓기 (1)

DUMMY

휴일임에도 놀이시설이 많은 거리에는 학생이 많지 않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놀이시설은 은화가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었고, 은화는 안전성 평가를 통과 받은 학생만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뭐든 하고 놀 수 있겠지.”


진혁은 거리를 한 번 훑어보다가, 에리나를 보았다.

에리나의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오히려 긴가민가한 표정.


자기 자신과 이렇게 놀고 있는 것이, 스스로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 커보였다.


하지만 그건 진혁 자신도 마찬가지다.

순간적으로 분위기에 휩쓸려 에리나와 함께 나왔지만, 아직까지도 대체 왜 에리나와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것인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금은 그저 나왔으니 일단은 놀려고 하는 것일 뿐.


수풀 속에서 나왔을 때와 달리, 진혁과 에리나는 서로에게 애매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래도 이왕 나왔으니 같이 노는 게 맞겠지.’


진혁은 마땅히 취미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살면서 여유롭게 놀이를 즐겨볼 만한 순간은 잘 없었고, 정점이 된 이후에 해본 것이 게임이었을 뿐이니까.


“넌 평소에 뭐하고 노냐?”


“없어.”


“뭐?”


“안 논다고.”


에리나 같이 시끌시끌한 녀석이 놀지 않는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진혁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에리나가 그렇다고 하니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것저것 다 해보는 수밖에.


“그럼 저건 어때?”


진혁은 ‘쏴, 쏴, 쏴쏴쏴!’ 라고 간판에 적힌 가게를 가리켰다.

활을 쏴서 인형을 획득하는 가게인 것 같았다.

왜 저런 가게가 이 세상에도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것까지 의심하면 끝도 없으니 진혁은 참았다.


가게의 입구에는 ‘활 전공 학생 출입금지’라고 적혀있었다.

아카데미 안에 있는 가게니까 활 전공인지 아닌지는 명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 같다.


“저건 꽤 괜찮은 선택인데? 이 몸이 활 솜씨 좀 보여주지.”


“얼음 활이라··· 모 게임 캐릭터가 떠오르는군.”


“게임 캐릭터? 그게 뭔데?”


“내가 살던 세상에 있던 개념이지.”


“살던 세상···”


에리나는 진혁의 말을 중얼거리듯이 따라하고는, 이내 별 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젓고 가게에 들어갔다.


“활 전공 학생 아니지?”


“네.”


“신분 검증 좀 해보자.”


가게 입구에서 주인인지 직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저씨가 명부를 들고서 진혁과 에리나의 전공을 확인했다.

그 결과 진혁은 소환수고 에리나는 마법 전공 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아저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환사는 어쩌고 소환수가 다른 마법사랑 다녀?”


“그냥··· 어쩌다 보니요.”


“흐음.”


아저씨는 잠깐 고민하다가, 들어가도 좋다고 하였다.


가게에 들어가니 상급생인 것 같은 학생 몇 명이 활을 쏘고 있었고, 동급생 중에서도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덴트, 베르단디?”


진혁이 덴트와 베르단디를 알아보고 말하자, 덴트와 베르단디는 화들짝 놀랐다.


“지, 진혁? 네가 왜 여기 있어?”


“주인을 버리고 놀러 다니는 소환수라니, 바람직하지 못하군.”


“그러네? 리릴은 또 어디 간 거야?”


덴트와 베르단디가 자연스레 함께 물어오자, 진혁은 괴리감이 들어서 혼란스러웠다.


“너희··· 언제 그렇게 친해졌냐?”


“친하기는 누가 친해! 이딴 변태랑!”

“누가 이런 공허 변태 계집년이랑 친하대?”


진혁이 묻자마자 격하게 반응을 해오는 것을 보니, 더할 나위 없이 두 사람은 친한 게 분명했다.


단지 인정하기 싫다는데 더 떠들 필요는 없을 뿐.


“그런데 옆에 있는 남자애는 누구야?”


“뭐? 남자애?!”


덴트의 물음에 에리나는 소리를 빽 지르고는 정강이를 걷어찼다.

덴트는 비명을 내지르면서 정강이를 붙잡았고, 베르단디는 그런 덴트를 보고 푸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머리 긴 남자애가 어디 있어?”


“그, 그렇지만 가슴이 너보다 작은데 남자가 아니면 뭐야?”


“넌 여자의 기준이 가슴이야?”


베르단디는 자신의 가슴을 흘긋 보더니, 어쩐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덴트는 그 표정을 보자마자 허둥지둥 거렸다.


“그, 그런 건 아니고! 너무 작아서 착각한 거야. 키도 완전 어린애처럼 작아서 구분이 잘 안 가잖아. 15살이 아닌 게 아닐까?”


15살이 아닌 게 아닐까?

아닐까?


그래, 아니다.

수천 년은 살았다, 이 꼬맹아.

─라고, 에리나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꾹 참고 애써 웃었다.


“나, 나는 에리나라고 해. 너희랑 동급생이고 15살이니까 무시하지 말아줄래···?”


“아, 미안···”


덴트는 머리를 긁적이며 사과했다. 에리나는 진작 그랬어야지라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그런데 활 쏘는 거 되게 어렵더라. 상품 하나 못 얻고 있어.”


덴트는 투덜거리면서 타겟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타겟은 덴트가 투덜거릴 만했다.


활 전공 학생들도 맞히기 어려울 정도로 풍선의 크기는 작았고, 그 작은 풍선들이 모여서 계단을 만들었다.

인형은 그 계단의 위에 있었고, 계단을 이룬 풍선을 다 터트려야 획득할 수 있었다.


덴트와 베르단디는 이미 실패했다는 것 같다.


“우리 블린이 부르면 충분히 할 수 있겠지만, 고작 이거에 부르기는 멋이 없어서.”


헌터들을 상대하면서 어느 정도 경험치가 쌓인 것인지, 블린이는 니알라토텝의 축복을 일부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어디에나 존재하는 명중’

니알라토텝이 어디에나 있다는 특징을 이용한, 필중에 가까운 명중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뭐, 상대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만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실전성은 뛰어나지 않다.

하지만 풍선 터트리는 것은 간단하다.

단지 이런 일에 부르기에는 멋이 없을 뿐.


“좋아, 그럼 내가 한 번 해볼게. 무슨 인형 갖고 싶어?”


진혁이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활을 붙잡았다.

그런 진혁을, 에리나는 멍하니 봤다.


-에리나, 내가 식칼 던지기 좀 하거든? 주 무기가 식칼이니까. 갖고 싶은 인형 뭐 없어?


분명히, 이프도 이랬었는데.


“그럼··· 저걸로.”


이프가 떠오르자마자, 에리나는 지금의 가면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진짜 그때로 돌아온 것 같은 착각에 휩싸여 조심스레 인형을 가리켰다.

어쩐지 멍청하게 웃고 있는 고양이 인형이었다.


“좋아, 내가 바로 얻어주지.”


진혁은 자신만만하게 활시위를 당겼다.


파악!


“······”


풍선이 터지는 소리인, 팡!이나 펑!이 아니라.

파악!

그래, 진혁이 쏜 화살은 벽에 꽂혔다.


“그··· 스킬이 안 써지네.”


리릴이 곁에 없어서인지 스킬이 써지지 않았다.

리시아의 부하들인 헌터는 누구한테 소환된 것도 아닌데, 시스템한테 힘을 빌려서 잘만 쓰던데.

정작 진혁은 리릴의 마력이 없으면 시스템의 힘을 사용하지 못한다.


이해할 수 없었다.


‘시스템은 대체··· 뭐지?’


그런데 지금 당장은, 시스템에 대한 의문보다는 당장의 부끄러움이 더 컸다.


“뭐야 진혁, 여자애 앞에서 자신만만해하더니 실패했어.”


“야, 야, 넌 다른 애 앞에서 허세 부리지 말고 리릴이나 잘 챙겨야겠다.”


“허세 부리려고 한 적 없어 새끼야.”


덴트와 베르단디의 놀림 속에서 진혁은 부끄러움을 이겨내야 했고,


그 상황에서 에리나는 기대감이 파악 떨어져있었다.


‘이프였으면···’


이프는 그렇게 말하고, 정말 식칼을 던져서 풍선들을 다 터트렸었다.

진혁은 이프와 확실히 다른 것일까.


‘그래, 이프는 이프니까.’


진혁은 이프의 환생 같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프를 너무 그리워한 탓에, 진혁에게서 억지로라도 이프랑 비슷한 부분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저 고블린 고기라는 공통점이 하나 있을 뿐인데도.


“아, 영 안 되겠다. 멋 좀 떨어져도 블린이를 부르면···”


“그건 좀 그래.”


“왜?”


“에리나가 고블린을 많이 싫어하거든.”


진혁은 에리나가 고블린을 보고 치를 떨던 모습을 떠올렸다.

왜 그렇게 혐오하는지는 몰라도 에리나는 고블린만 보면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분노한다.

덴트의 블린이라고 해서 다를 것 같지는 않았다.


“흠··· 고블린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덴트는 자신이 고블린 소환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움 받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인지했다.


“공허 계집이 싫다 했으면 바로 부르는 건데. 모르는 사람이니 뭐, 별 수 없지.”


“뭐? 이 변태가!”


덴트와 베르단디는 다시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예전에 정말 서로 이해 못 해서 싸우던 때와는 느낌 자체가 다른 모습.

참 사이가 좋아 보였다.


“아니다, 덴트. 넌 블린이 불러서 마저 놀아. 난 에리나 데리고 다른 곳 갈 테니까.”


“응? 같이 놀면 재미있고 좋은데 왜?”


“그냥··· 그러고 싶어서.”


진혁은 덴트와 베르단디가 협공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그런데 그 둘의 협공이 막강하다는 소문은 이미 돌고 있지 않은가.

그 둘의 즐거운 시간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인형은 내가 나중에 활 연습해서 줄게.”


“하하! 이 몸이 인형 같은 거에 연연할 것 같애? 리릴만 있어도 충분하거든? 멍청한 소환수야!”


“그럼 리릴한테 돌아갈···”


“노래방이나 가자! 이 몸이 노래 한 곡 들려주도록 하지.”


“노래방?”


이 세상에도 노래방이 있단 말인가.


진혁은 믿을 수 없어하며 에리나를 따라갔다.


그곳에는 진짜 노래방이 있었다.


다만, 원리는 과학 기술이라기보다는 특수한 마법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고대부터 내려온 기술일 뿐이라서 기술자들도 더 발전은 못 시킨다고.


“기분이 참 좋으니까 활기찬 노래부터 한 곡 시작해보지!”


에리나가 기계에 숫자를 입력하고, 활기찬 음색이 가득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너와 다시 만나서 기뻐’


오늘은 기분이 좋은 날이야.

너를 다시 만난 것 같은 이 기분.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네가 내 앞에 있는 거야.

그 기분 너는 알까?

세상 모든 것을 준다고 해도 필요 없는 거야.

난 너만 있으면 돼······


“······”


사실은 기분이 좋지 않다.

너를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이 아닌, 네가 저 멀리 떠나버렸는데 억지로 붙잡으려는 기분이다.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네가 내 앞에 있는데도 있지가 않은, 그런 기분이다.


이프에게 에리나만 있으면 되었듯, 에리나에게도 이프만 있으면 되는데.


그런 간단한 소원조차 세상은 들어주지 않는 것일까.


‘이게 다 고블린 때문이다.’


모든 것이 고블린 때문이다.


다시 이프를 떠올리게 되고, 이프를 한없이 그리워하게 되고, 진혁에게서 이프의 모습을 찾으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다르면 우울해하고,


결국 자신이 찾던 이프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아가게 되는 것은.


‘고블린 고기를 먹은 순간부터.’


고블린이 밉다.

이프가 보고 싶다.

진혁이 이프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고블린은 미워도 계속해서 나타나고.

이프는 볼 수 없고.

진혁은 이프가 아니라서.


그 슬픔을 이겨내지 못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 일부러 활기찬 노래를 더욱 열심히 크게 소리 지르며 부른다.


‘오늘 확실하게 해야 해.’


진혁을 볼 때마다 허튼 생각을 하게 되어서, 마음에 깃든 차가움이 자꾸만 사라져간다.

차가움은 에리나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것.

그래서 녹으면 안 되는데 녹아가고 있으니, 지금 확실하게 결정해야 한다.


‘진혁이 나에게 있어서 어떤 사람인지.’


진혁을 결정한 뒤에는, 리릴을···


“···난 정말 기뻐.”


그리고 노래는 끝이 났다.

에리나는 마이크를 진혁에게 건네줬다.


진혁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난, 이 세상 노래 중에 아는 게 없는데.”


작가의말

문화찐따 성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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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러브초코 데이 (5) +4 20.12.02 134 6 12쪽
71 러브초코 데이 (4) +2 20.12.01 132 6 11쪽
70 러브초코 데이 (3) +4 20.11.30 136 5 12쪽
69 러브초코 데이 (2) 20.11.29 143 5 12쪽
68 러브초코 데이 (1) +4 20.11.28 176 6 12쪽
67 식탐과 색욕 20.11.27 165 6 12쪽
66 오크의 숲, 쿠발란 (5) +4 20.11.26 158 6 12쪽
65 오크의 숲, 쿠발란 (4) 20.11.25 153 6 12쪽
64 오크의 숲, 쿠발란 (3) +2 20.11.24 159 6 12쪽
63 오크의 숲, 쿠발란 (2) 20.11.23 167 7 12쪽
62 이프의 기억, 쿠발란 (4) 20.11.22 173 6 12쪽
61 이프의 기억, 쿠발란 (3) 20.11.21 172 7 12쪽
60 이프의 기억, 쿠발란 (2) 20.11.20 182 6 12쪽
59 이프의 기억, 쿠발란 (1) +4 20.11.19 190 6 13쪽
58 오크의 숲, 쿠발란 (1) +4 20.11.18 216 7 12쪽
57 이프의 신화 20.11.17 226 8 12쪽
56 마음짓기 (2) +4 20.11.16 224 8 12쪽
» 마음짓기 (1) +4 20.11.15 238 8 12쪽
54 에리나 +2 20.11.14 252 8 13쪽
53 슬픔과 불신 20.11.13 261 8 13쪽
52 탐욕·인색 (4) +2 20.11.12 261 7 13쪽
51 탐욕·인색 (3) 20.11.11 259 9 12쪽
50 탐욕·인색 (2) +2 20.11.10 28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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