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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57,682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1.18 19:10
조회
215
추천
7
글자
12쪽

오크의 숲, 쿠발란 (1)

DUMMY

“오랜만이네요!”


레이라가 헤실헤실 웃으면서 진혁과 리릴에게 손을 흔들었다.

죽을 뻔했다가 살아남았음에도 레이라는 슬픈 기색이 없었다.

특히 네르미아나 마을에서 보여줬던 레이라의 슬픔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슬픔이라는 감정 자체가 틀어막힌 것처럼.


“너, 괜찮냐?”


“뭐가요?”


“아니··· 아니다.”


레이라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는 말투였다. 그런 레이라에게 굳이 안 좋은 기억을 되살려가며 물을 필요는 없었다.


“자, 여러분 오늘 가는 곳은 쿠발란입니다.”


스테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쿠발란은 원래부터 정예 오크가 살던 지역은 아닙니다. 오히려 고대 영웅 이프가 강해지기 위해 수행을 하던 장소였었죠.”


지금의 아카데미와는 다르지만, 이프가 살던 시절에도 아카데미는 있었다.


이프 또한 식칼을 들고 아카데미에 들어갔었으나, 처음부터 두각을 드러냈던 것은 아니기에 고난이 많았다.


그때는 아카데미에 귀족과 권속의 개념이 있었는데, 지금은 평민들도 입학할 수 있지만 그 시절에는 불가능했기에 귀족의 권속이 되어야만 했다.


이프는 귀족의 자제가 아니었기에 누군가의 권속이 되어야만 했고, 그때 주인으로 모셨던 사람이 에리나.


“하지만 에리나는 처음에는 이프에게 쌀쌀 맞았었죠. 강해지는 방법 같은 것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쌀쌀 맞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에리나는 냉정했었다.

그래서 이프는 강해지기 위해서 휴일만 되면 숲속에 틀어박혔다.


그 숲이 쿠발란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쿠발란에 정예 오크들이 살게 되었나? 그 또한 이프의 은총이었습니다.”


이프는 역설적이게도 처음으로 만난 악마가 식탐의 악마였었다. 하지만 식탐의 악마에게 승리는커녕 극심한 부상을 입었고, 허겁지겁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의식을 잃었는데, 그런 이프를 구해준 자들이 정예 오크였다.


“그 당시에는 이종족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이종족이라는 개념을 만든 사람이 이프였으니까요. 그래서 이프를 구해준 오크들은 언제 퇴치 당할지 모르는 자들이었죠.”


본래 오크는 난폭하고 파괴적이기에 인간만 보면 전투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정예 오크라고 불리는 이들은 명예와 긍지를 중요시하기에, 상대가 인간이라고 하여도 부상을 입은 이프를 해치지 않았다.

오히려 치료해서 은혜를 입히는 것이 그들에게는 명예와 긍지였으니까.


“자세한 과정은 신화에서 많이 누락되었지만··· 어찌됐든, 이프는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 언젠가 정예 오크들을 위해 싸우고, 그들이 살 수 있는 영지를 쿠발란으로 삼았습니다.”


이야기가 끝나갈 때쯤, 마차가 멈춰 섰다.


학생들은 모두 마차에서 내렸다.


숲은 오크들이 살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나무들이 거리를 어느 정도 두면서 잎을 뽐냈기에 하늘이 명확하게 보였고, 확실하게 들어오는 햇빛은 푸른색 잎들을 밝게 비추었다.

하늘을 가리는 푸른 잎들이 반짝이는 모습은 절경이었다.


“아카데미 여러분,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내린 학생들을 반겨준 것은 근육이 우락부락한 청년 오크였다.

확실히 다른 오크들과는 차이점이 보였다. 나무보다도 거대한 크기의 오크와는 다르게, 정예 오크들은 인간보다는 커도 거대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저는 쿠발란의 청년 오크장, 라쿠르라고 합니다.”


“저는 아카데미의 교관, 스터디 마스터 스테민입니다.”


라쿠르와 스테민은 악수를 나눴다. 자그마한 스테민과 거대한 라쿠르가 악수를 나누니 기묘한 장면이 펼쳐졌다.


“쿠발란은 고대 영웅 이프님의 역사적 사료가 많이 남은 숲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보존을 해야 하므로, 학생들의 자유행동은 시키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학생들에게 자유행동 시간을 줄 생각은 없으니까요.”


저번 네르미아나 때와 다르게 스케줄에 맞춰 흘러 간다.

우선, 제일 먼저 하는 스케줄은 쿠발란의 족장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족장이신 렉사님께서는 고대 영웅 이프와도 만난 적 있으실 정도로 오래 사셨습니다. 나이 탓인지 기억은 이상하시지만··· 그래도 지혜로우시기에 족장으로서 부족함은 없습니다.”


라쿠르의 말에 진혁은 이상함을 느꼈다.


‘지혜로운 족장이, 나이 때문에 기억이 이상하다고?’


그럴 리가 없다.


고대 영웅 이프와 정예 오크의 이야기는 잊으려 해도 잊을 수가 없는 일이지 않은가.

지혜는 오랜 경험으로 쌓인 기억이 만들어내는 능력이니, 기억이 애매한 자가 지혜로울 수도 없는 법이다.


무언가가 있다.


‘신화의 누락부터가 이상해.’


누군가가 이프의 이야기를 신화로서 사람들 머리에 주입시키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곤란한 자가 방해 공작을 펼쳤고, 많은 이야기가 누락되었다.


이렇게 가설을 세우면, 결국 이프의 이야기를 공개하기 꺼려하는 자가 족장의 기억에도 손을 대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누가? 잔혹한 자인가?’


어디까지나 진혁이 혼자 추측한 것이지만, 결코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진혁은 그 가설을 사실이라 생각하며 모든 것을 보기로 하였다.


“흐음··· 위대한 이프의 후예들이 이곳에 모여 있구나.”


확실히 세월을 숨길 수는 없는 듯, 근육을 모두 잃고 허리가 굽은 정예 오크가 걸어 나왔다.

그 정예 오크가 족장인 렉사인지, 다른 정예 오크들이 모두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표했다.


“렉사님, 오늘은 강녕하신지요.”


“홀홀, 나야 자네들 덕에 잘 지내고 있지 무얼. 오늘은 꿈자리가 사납기는 했다만은···”


렉사는 인자하게 웃다가, 흠칫 놀라면서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이, 이프의 기운이 느껴지는구먼. 도대체 어째서···”


“이프의 기운이요? 대체 누구한테?”


“아아, 천기누설, 천기누설은 안 되는 게로다, 천지신명이시여 위대하신 최고신 메리스시여 부디 제 죄를 사해주시옵소서···”


렉사는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갑자기 눈이 뒤집히면서 무릎을 꿇고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렉사가 왜 저러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족장이 괴로워하니 다른 정예 오크들도 덩달아 앓는 소리를 흘리며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라쿠르는 그런 렉사에게 다가가서 몸을 일으켜세웠다.


“족장님, 천기누설은 아직 하지 않으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 그래, 흉한 모습을 보였구먼.”


렉사는 다리를 후들후들 떨며 일어서더니,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하듯이 말했다.


“아카데미의 교관이여,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이리 와보도록 하겠나?”


“네, 무슨 말씀이시든지요.”


스테민이 렉사에게 다가가자, 렉사는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지도를 꺼냈다.


“이곳으로 가면, 이프가 수행하던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네. 그곳으로 부디 가줄 수 있겠나?”


스테민은 지도를 받아들고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여행 학습 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계획은 렉사가 짠 것이었으니까.


렉사가 건네준 계획에 이프의 수행장소로 가는 것은 없었었다.


‘하지만.’


방금 보인 반응은 틀림없이 이상한 것이었다. 이프의 기운과 천기누설,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렉사가 괜히 가라고 하는 것은 아닐 테다.


“알겠습니다. 그리 하도록 하지요.”


스테민은 학생들을 데리고 이프의 수행 장소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이프는 홀로 ‘무의식의 영역’을 깨우치기 위해 노력했다고 알려져 있다.


끝내 무의식의 영역을 깨우쳐서 나무를 베어나가기 시작했을 땐, 베어버린 나무는 영원히 자라나지 않았다. 베인 순간 죽어버렸다.


그 흔적으로 베인 나무들이 누워있었고,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이끼가 피부처럼 뒤덮여있었다.


마치 원래 그 나무는 초록색 나무였다는 것처럼.


“여기는 이프가 수행한 장소입니다. 교관도 와보는 건 처음이지만요.”


스테민은 흥분을 힘겹게 감추려는 듯이 속을 꾹꾹 억누르며, 이프가 베어냈던 나무들을 쓰다듬었다.


학생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학생들은 이런 곳에 와봤자 뭐하냐며 하품을 했고, 어떤 학생들은 오기 힘든 곳을 와본 것이라며 들떠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반응을 보이는 자들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이 들뜨거나 심심해하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었는데.


레이라는 그들 사이에 섞여서 슬픔을 느끼고 있었다.


‘어째서.’


헬가르 교관에게 슬픔의 힘은 봉인시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슬픔을 느끼는 감각 자체가 봉인당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한들, 이프가 수행한 장소일 뿐인데 어째서 이곳에 슬픔이 존재하는가?


이프가 홀로 고독하게 수행한 것이 그토록 슬픈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이 슬픔은 레이라가 지독하게 느꼈던, 누군가가 죽었을 때 슬퍼하는 그 슬픔이었다.


‘여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레이라가 의문을 품을 때, 누군가가 풀썩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리릴의 짤막한 비명 소리가 들린다.


“지, 진혁님?! 갑자기 왜 그러세요, 눈 좀 떠보세요!”


리릴이 다급한 목소리로 부르며 흔들어봐도, 진혁은 눈을 뜨지 않았다.


스테민이 서둘러 다가와 상태를 확인했다.


“기절했습니다.”


“기절이요? 그렇게 건강하신 분인데?”


“기절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그러니 원인은 저 또한 알 수 없죠.”


기절은 스테민 또한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리릴의 마력이 불안정한 것도 아닌데, 소환수인 진혁이 기절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일단은 마을로 옮겨서···”


상태를 지켜보자.


그렇게 말하려고 하는 순간─


────콰콰쾅!


마을 쪽에서 거대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무, 무슨 일이지?”


느낌이 좋지 않다. 상태가 안 좋은 진혁을 데리고 마을에 가는 것은 보류해야 했다.


“리릴 학생은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으세요. 나머지는 교관을 따라 마을로 이동하겠습니다!”


스테민의 명을 따라 리릴은 진혁을 데리고 수행 공간에 남고, 나머지 학생들은 모두 마을로 이동했다.


마을에는 잔혹한 자의 기운을 흘리는 오크들이 흉흉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건··· 킹 오크?”


식탐의 악마, 킹 벨제붑에게 힘을 받은 오크.

킹 오크.

킹 오크가 자신의 군세를 이끌고 쿠발란에 침공해온 것이었다.


“어쩐지 꿈자리가 사납다 싶었더니.”


렉사는 서글픈 표정으로 킹 오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놈이 나타나는구나, 쿠라단.”



* * *



황제는 개인적인 휴식 공간에 앉아 차를 기울이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차뿐만 아니라 함께 먹을 수 있는 다과들도 놓여있었다.


주변에 신하 한 명 두지 않고, 호위기사도 없는 상태로 홀로 보내는 시간.


애초에 황제에게는 호위기사가 필요 없다. 황제를 해치울 만큼 강한 자는 그렇게 많지 않고, 황성에는 황족으로 인정받은 이들이 상시 대기 중인 상태였으니까.


그리고 그러한 황제는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타인에게는 허공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황제에게는 다른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쿠라단, 오크의 명예와 긍지를 버리고 기어코 악마의 힘을 얻었느냐.

-명예? 긍지? 그런 것은 이 힘을 얻은 순간에 덧없어지더군, 족장.


황제는 자신의 명대로 킹 오크가 쿠발란에 도착한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어서 화면에는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


킹 오크 군단이 쿠발란에 도착하였습니다.

다음 명령을 선택해주십시오.


1. 족장인 렉사부터 죽인다.

2. 아카데미의 학생들부터 죽인다.

3. 일단은 대화를 나눈다.


※ 선택지를 고르지 않을시,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


작가의말

황제 넌 또 왜 선택지를 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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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슬픔의 악마 20.12.10 121 5 12쪽
78 아리니 마을 20.12.09 10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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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수색대 +2 20.12.05 128 5 12쪽
74 라이미 소환 +2 20.12.04 126 5 12쪽
73 러브초코 데이 (6) +6 20.12.03 135 5 12쪽
72 러브초코 데이 (5) +4 20.12.02 133 6 12쪽
71 러브초코 데이 (4) +2 20.12.01 132 6 11쪽
70 러브초코 데이 (3) +4 20.11.30 135 5 12쪽
69 러브초코 데이 (2) 20.11.29 143 5 12쪽
68 러브초코 데이 (1) +4 20.11.28 175 6 12쪽
67 식탐과 색욕 20.11.27 165 6 12쪽
66 오크의 숲, 쿠발란 (5) +4 20.11.26 158 6 12쪽
65 오크의 숲, 쿠발란 (4) 20.11.25 152 6 12쪽
64 오크의 숲, 쿠발란 (3) +2 20.11.24 159 6 12쪽
63 오크의 숲, 쿠발란 (2) 20.11.23 166 7 12쪽
62 이프의 기억, 쿠발란 (4) 20.11.22 172 6 12쪽
61 이프의 기억, 쿠발란 (3) 20.11.21 172 7 12쪽
60 이프의 기억, 쿠발란 (2) 20.11.20 182 6 12쪽
59 이프의 기억, 쿠발란 (1) +4 20.11.19 190 6 13쪽
» 오크의 숲, 쿠발란 (1) +4 20.11.18 216 7 12쪽
57 이프의 신화 20.11.17 226 8 12쪽
56 마음짓기 (2) +4 20.11.16 224 8 12쪽
55 마음짓기 (1) +4 20.11.15 237 8 12쪽
54 에리나 +2 20.11.14 251 8 13쪽
53 슬픔과 불신 20.11.13 261 8 13쪽
52 탐욕·인색 (4) +2 20.11.12 261 7 13쪽
51 탐욕·인색 (3) 20.11.11 259 9 12쪽
50 탐욕·인색 (2) +2 20.11.10 281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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