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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57,696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1.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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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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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식탐과 색욕

DUMMY

레이파는 쿠발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고통스러워 신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진혁의 공격을 받은 것은 괜찮았지만, 리릴이 갑작스레 최고신 메리스의 힘을 써서 공격해온 부위가 계속해서 아팠다.


‘심장이···’


분명히 상처는 나았다. 7대 악마 정도가 되면 심장에 직접 공격을 받는다고 해도 죽지는 않는다. 그 탓에 힘은 조금 약해졌지만, 아픔이 지속될 리는 없어야 했다.


“분하지?”


레이파는 소녀의 목소리를 듣고서, 명목 없다는 듯이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죄송합니다, 식탐님.”


“딱딱하게 왜 식탐이라고 불러? 너만큼은 내가 진짜 이름으로 부르는 걸 허락해줬잖아.”


“그렇지만···”


레이파는 식탐의 명령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진혁과 리릴을 한 층 더 강하게 각성만 시켰다. 그렇기에 식탐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흐음···?”


소녀는 미묘한 소리를 내다가, 천천히 레이파의 입에 자신의 입을 겹쳤다.


레이파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식탐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식탐의 타액은 언제나 달콤하였으며, 식탐이기 전에 색욕이기에 고혹적이었다.


혀와 혀가 뒤섞이고 서로의 타액을 교환하는 행위.

더럽다면 더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분노의 악마인 레이파조차도 식탐과 색욕의 키스는 거부할 수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의 침을 나누고 삼킨 끝에, 천천히 소녀가 입술을 뗐다. 침이 걸쭉하게 줄을 만들며 따라 나왔다.


“자꾸 약한 모습 보이면···”


소녀는 야릇한 숨소리를 내며 미소 지었다.


“먹어버릴지도 몰라.”


“···알겠습니다.”


레이파는 식탐의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심장이 아프고, 자신이 무력하다는 생각이 들지언정 그 약함을 식탐에게는 보여줄 수 없다.


레이파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다.


“식탐의 오른팔, 분노의 레이파, 송구스럽게도 임무 실패의 보고를 올립니다.”


“임무가 실패라···? 그건 보고를 다 들어보고 내가 결정하는 거야. 네가 아니라.”


“네, 알겠습니다.”


레이파는 진혁, 리릴과 싸우면서 벌어졌던 일들을 모두 설명했다. 그 보고를 얌전히 듣고 있던 소녀는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진혁은 무의식의 영역을, 리릴은 최고신 메리스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건 임무 실패가 아니야. 오히려 더 맛있는 음식, 더 꼴리는 년들을 먹을 수 있게 된 거잖아?”


식탐은 입맛을 다셨다.


“솔직히 나는 잔혹한 자가 만들어낸 악마라서··· 저급한 그 분들과는 본질이 달라. 그 분들이 뭘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식탐은 레이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누구지?”


“식탐이십니다.”


“그래, 식탐인 내가 언제 맛있는 음식을 놓친 적이 있어?”


“없습니다.”


“바로 그거야. 저급한 그 분들이 느릿느릿 움직이신다면, 내가 그냥 먹어버리면 그만이라고.”


저급한 그 분들.

식탐보다도 높은 존재지만, 그럼에도 스스로를 저급하다 낮추기에 저급한 분이라고 불리는 분들.

그들이 어떤 의도로 움직이는지는 식탐조차도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식탐은 맛있어지는 음식들을 가만히 놔둘 악마는 아니었다.


“물론 아직 익어가는 과정이지만··· 결국 둘 중 한 명이 이프라는 건 확실해.”


“둘 중 한 명이 고대 영웅 이프란 말입니까?”


“그래.”


“근거는 무엇입니까?”


“일단 설마 싶었던 거지만··· 저급한 그 분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이프뿐이거든. 그 분들이 갑자기 성진혁과 리릴에게 관심을 가지더라고.”


저급한 그 분들은 평소에는 잠자코 지낸다. 마음만 먹으면 이 세상을 단숨에 멸망도 시킬 수 있는 존재들이면서,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무료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저급한 그 분들이 관심을 보인자가 있었으니, 그 자가 이프였었다.


얼마나 이프에게 관심이 많았느냐면, 저급한 그 분들은 트리아이나 숲에 이프를 묶어두고 끝없이 고블린의 새끼를 낳게 했다.


왜 그런 악취미적인 행동을 했는지는 식탐도 알 수 없었지만, 그 정도로 그 분들의 이프를 향한 관심은 광기가 어려 있었다.


“틀림없이 그 숲에 있는 이프는 진짜 이프가 아니야. 아니면 죽었거나··· 아무튼 성진혁이나 리릴 둘 중에 하나가 이프의 환생인 거라고.”


“무의식의 영역은 이프의 기억만 읽을 수 있다면 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고신 메리스의 힘은 이프랑 관계가 없지 않습니까?”


“뭐? 하하, 너는 아무 것도 모르는구나.”


식탐은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웃음을 터트렸다.


“무의식의 영역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정확하게는 이프 죽음 이후의 사람들은 말이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게 말이야···”


식탐은 분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잔잔하게 가라앉아 있다가 단숨에 분노를 터트리는 분노는, 식탐의 앞이어서 잔잔하고 싶었으나 잔잔해지지 못했다.


“그게, 그게 진짜입니까? 그래서 제가 더 강해지지 못하고···”


“쉿, 천기누설이야. 아무튼 지금 세상에서는 이프가 아닌 이상 무의식의 영역은 쓸 수 없어.”


식탐은 키득키득 웃었다.


“그리고 최고신 메리스의 힘은 말이야. 이프가 처음 메리스와 계약을 맺었을 때 한동안 사용했었어. 뒤늦게 어떤 깨달음을 얻고 사용을 멈췄지만 말이야.”


이프는 최고신 메리스의 힘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최고신 메리스의 힘을 사용하는 리릴도 이프의 환생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이프의 영혼이 두 개로 쪼개져서 각각 환생했나? 그럴 수도 있겠네~”


“그것 또한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야기입니다.”


진혁에게서도 이프의 흔적이, 리릴에게서도 이프의 흔적이 느껴진다면, 이프의 영혼이 갈라져서 환생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런 사례를 들어본 적은 없었지만.


“아무튼~ 내가 결국 먹지 못했던 이프를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넌 임무 실패가 아니라 임무 성공이라고.”


“······”


“심장의 통증은 유감이야. 최고신 메리스는 멸악의 힘을 가지고 있거든. 악조차 품어버리던 이프와는 정반대의 힘이지. 그래서 네 심장은 평생 아플 거야.”


그리고 식탐은, 오늘 처음으로 분노에게 건넸던 말을 다시 한 번 꺼냈다.


“분하지?”


분노, 레이파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식탐은 마음에 든다는 듯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분하면 더 힘을 내서 요리해보라고. 그 녀석들을 자극시키란 말이야. 알겠어? 넌 최강의 격투가인 것도 모자라, 내 힘까지 받은, 최초의 킹 데빌이잖아. 자신감을 가지라고.”


악마, 다른 말로 데빌.


식탐에게 힘을 받은 자는 킹이라는 이름이 붙기에, 악마 중에서 그렇게 강한 편도 아닌데 킹 데빌이 되었다.


그로 인해 레이파는 자신을 절대 킹 데빌이라고 칭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은 분노일 뿐이니까.


그리고,


‘당신의 힘이 아니야. 내가 모시고자 했던 건 당신이 아니라고.’


식탐의 힘을 원했기는 했었다.

하지만 자신을 선택해준 것은 눈앞의 식탐이 아니다.


‘킹 벨제붑이시여···’


레이파는 자신을 선택해주고, 자신에게 힘을 과감하게 줬었던, 자신의 진정한 주인인 킹 벨제붑을 떠올리며 주먹을 쥐었다.


“네, 자신감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식탐이시여.”


“정말이지. 내 진짜 이름으로 불러도 된다니까?”


식탐, 아니, 로스트는,


“내 진짜 이름 혹시 잊어버린 거야?”


“최유정···”


“그래, 그게 내 진짜 이름이라고.”


아니, 식탐과 색욕의 악마 최유정은 레이파를 다정하게 어루만졌다.


그 다정함이 역겨워서 레이파는 밀쳐내고, ‘차라리 지금 당장 나를 잡아먹어라, 더러운 계집년.’ 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그저 친근해 보이지 않기 위해 선을 그으며.


“···식탐이시여.”


라고, 말할 뿐이었다.



* * *



황제는 눈앞에 나타난 소녀를 보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차를 마실 기분이 아니게 되었다.


“···최유정.”


“쉿! 그 이름을 네가 담으면 안 되지. 큰일 난다니까? 나는 로스트라고 로스트!”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거지?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었는데.”


황제는 로스트의 요청대로 많은 힘을 써줬다. 최초로 기록된 신화에는 로스트의 진명인 최유정으로 적혀있었으나, 로스트가 그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식탐으로 바꿔버렸다.


“그게 보통 일도 아니고···”


“어허, 혹시 모른다니까? 어떤 변태 같은 녀석이 최초로 기록된 신화를 발견해버릴지도 모르잖아.”


“있는 대로 전부 폐기시켰다. 남은 게 있을 리가 없어.”


“그건 모르는 일이지~”


로스트는 폴짝폴짝 요란하게 뛰어가, 황제의 맞은편에 앉았다.


“것보다! 지금 중요한 이야기를 할 게 있어서 왔어.”


“무엇이지.”


“저급한 그 분들의 의도 말이야. 참 궁금하지 않아?”


로스트는 빙글거리면서 둘째손가락도 관자놀이 곁에 대고 빙글빙글 돌렸다.


“완전 사이코라니까? 그 분들 말이야.”


“가장 사이코는 너다.”


“그건 그래.”


로스트는 순순히 수긍한 다음에 씩 웃었다.


“그런데 말이야. 저급한 그 분께서 보내는 선택지 있지? 그 선택지를 마음만 먹으면 그 분께서 3개를 통일시킬 수도 있어. 원하는 스토리가 있다면 그렇게 해버리면 그만이잖아?”


─어차피 황제 너한테 걸린 건 일종의 저주니까.


황제가 선택지를 보는 것은 결국 저주다. 셋 중에 하나를 고르지 않으면 자신이 죽어버리는 저주일 뿐이다.


그러니 원하는 스토리가 있고, 그것대로 흐르게 하고 싶다면 선택지를 통일시켜버리면 그만이다. 그런 전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어쩌면 그 분들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게 아닐까? 그냥 뭐가 됐든 즐거운 걸지도 몰라!”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나 황제에게는 로스트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다. 저급한 그 분들이나 로스트나 황제에게는 똑같은 괴물일 뿐이니까.


“그래서 말인데~ 어차피 어떻게 되든 그 분들이 즐겁다면, 내가 조금은 마음대로 해버려도 괜찮은 거 아닐까?”


“예를 들면, 어떤?”


“지금 당장 성진혁과 리릴을 찾아가서 먹어버린다든가? 덜 익힌 고기를 먹는 것도 하나의 묘미거······”


캉!


“······든.”


갑작스레 황제가 검을 휘둘러서 로스트 또한 빠르게 검을 소환해 받아쳤다.


아니, 받아치려고 했다.


하지만 황제의 검이 한 수 더 빨랐기에, 로스트가 받아친 것은 이미 심장을 찌른 상태인 칼날이었다. 로스트는 울컥 피를 토했다.


“그, 저급한, 나태님? 나야, 나태님이 아끼는 식탐··· 안 나댈 테니까 살려줘. 이대로 계속 찔려있으면 나 죽어.”


실시간으로 마력이 빠져나가는 로스트.

그런 로스트의 심장에 칼을 계속 박아넣은 상태인 황제.

황제의 눈은 누군가에게 조종 받듯이 공허한 상태였다.


“이런 빈껍데기 황제 새끼, 빨리 칼 뽑아 씨발.”


“나태님 제발 봐주세요.”


“지금은 안 먹을게. 더 익을 때까지 기다릴게. 어때요 콜?”


로스트가 계속 시끄럽게 부탁해오니, 황제는 심장으로부터 검을 뽑았다.

황제의 눈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피가 요란하게 터져 나왔지만 이내 마력이 뒤덮어 회복되었다.


“휴, 또 죽을 뻔했네. 죽는 건 한 번이면 족하다고.”


로스트는 자기 뜻대로 이야기를 이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방금 실감했다. 그러니 이야기의 흐름이라도 알아보고 싶어서 입을 열었다.


“다음 선택지는 어때? 아리나 마을로 이어지는 거야?”


“아니, 나한테는 선택지가 오지 않았다.”


“뭐? 그렇다면···”


로스트가 말끝을 흐리면서 묻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음 플레이어는 네베다.”


작가의말

세상에 믿을 놈이 하나도 없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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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라이미 소환 +2 20.12.04 126 5 12쪽
73 러브초코 데이 (6) +6 20.12.03 136 5 12쪽
72 러브초코 데이 (5) +4 20.12.02 134 6 12쪽
71 러브초코 데이 (4) +2 20.12.01 132 6 11쪽
70 러브초코 데이 (3) +4 20.11.30 136 5 12쪽
69 러브초코 데이 (2) 20.11.29 143 5 12쪽
68 러브초코 데이 (1) +4 20.11.28 176 6 12쪽
» 식탐과 색욕 20.11.27 166 6 12쪽
66 오크의 숲, 쿠발란 (5) +4 20.11.26 158 6 12쪽
65 오크의 숲, 쿠발란 (4) 20.11.25 153 6 12쪽
64 오크의 숲, 쿠발란 (3) +2 20.11.24 159 6 12쪽
63 오크의 숲, 쿠발란 (2) 20.11.23 167 7 12쪽
62 이프의 기억, 쿠발란 (4) 20.11.22 173 6 12쪽
61 이프의 기억, 쿠발란 (3) 20.11.21 172 7 12쪽
60 이프의 기억, 쿠발란 (2) 20.11.20 182 6 12쪽
59 이프의 기억, 쿠발란 (1) +4 20.11.19 190 6 13쪽
58 오크의 숲, 쿠발란 (1) +4 20.11.18 216 7 12쪽
57 이프의 신화 20.11.17 226 8 12쪽
56 마음짓기 (2) +4 20.11.16 224 8 12쪽
55 마음짓기 (1) +4 20.11.15 238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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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탐욕·인색 (4) +2 20.11.12 261 7 13쪽
51 탐욕·인색 (3) 20.11.11 259 9 12쪽
50 탐욕·인색 (2) +2 20.11.10 28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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