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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57,681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1.24 19:10
조회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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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오크의 숲, 쿠발란 (3)

DUMMY

심장이 꿰뚫렸다.


분노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고, 언제나 곁에 있는 감정이기에 결코 무너지지 않아야 했다.


당연히 분노의 악마가 되고 700년이 넘었지만 상처 하나 허용해본 적이 없다. 피 한 번 흘린 적 없으며 멍 한 번 들어본 적 없다.


그런데 심장이 꿰뚫렸다.


“큭!”


살면서 한 번도 당해본 적 없는 공격에 레이파는 당황스러웠다.

특히 자신을 공격한 힘이 어떤 것인지 알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최고신의 힘이···’


잔혹한 자의 저주를 막을 수는 없었지만, 저주에 걸린 자는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멸악의 힘.


최고신 메리스의 힘.


그 힘이 리릴이 쏘아낸 화살에 깃들어있었다.


‘위험해.’


심장이 꿰뚫렸다고 해도 바로 죽는 것은 아니다. 레이파만큼 오랜 세월 악마로 살아온 이들은 잔혹한 자의 마력이 많아, 그것이 전부 소모될 때까지는 죽지 않는다.


다만, 심장이 꿰뚫렸으니 마력은 순식간에 빠져나가기 시작할 것이고.


레이파는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했다.


‘후퇴냐, 아니면 함께 죽는 것이냐.’


분노의 악마인 이상 분노하다가 죽는 것은 불쾌하지 않은 죽음이었다. 완성된 죽음이자 명예로운 죽음이었다.


‘그러니 성진혁을 죽인다.’


성진혁을 죽이라는 명령을 들었다. 성진혁은 다른 세상에서 정점이었고, 정점임에도 고독하지 않고 이곳에서 행복하니 레이파는 부러워서 화가 치밀었다.


따라서 성진혁을 죽이라는 명령은 레이파의 분노와 밀접한 것, 선택지를 두고서 레이파가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죽···어.”


심장이 꿰뚫렸음에도 레이파는 주먹을 들어올렸다.


진혁은 레이파에게 짓눌린 채로, 눈은 레이파를 보고 있었지만 정신은 다른 곳에 가있었다.


‘현재를 지켜낼 수 있는 힘···’


리릴이 익스퍼트 심화를 하면서 느낀 감정이, 진혁에게 생생하게 전해져왔다.


진혁 자신이 누군가에게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줬다.


이것은 처음이다.


아니, 과연 처음인가?


‘최지현.’


진혁을 사랑하였고, 진혁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그러지 못해 엇나가버렸던 사람.


최지현을 떠올리니 진혁은 심란해졌다.


‘내가 가시로 벽을 만들지 않았다면, 최지현 또한 리릴과 똑같이 나랑 잘 지냈겠지.’


아직까지도 진혁은 최지현에게 미안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


최지현에게 조금의 잘못도 없다고 하면 잘못된 말이겠지만, 진혁 자신이 최지현을 그렇게 만든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로 인해 진혁은 타인에게 가시를 들이대는 것이 옳은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무의식의 영역 속에서 거대한 가시덤불을 보고 어떻게 사용해야 좋을지 막막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남들에게 가시를 박아도 되는 걸까?’


진혁은 지금까지 가시를 박힌 사람들을 봐왔다.


로카는 아버지에게 박힌 가시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망가졌고, 최지현은 진혁이 박은 가시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망가졌다.


그들을 알기에 진혁은 자신을 가시라고 생각하였지만 망설여졌다. 가시의 힘으로 남을 찔러버리는 게 옳은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 때문에 지금 자신의 소중한 현재를 잃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진혁은 지금 리릴의 살아가는 이유였고, 리릴은 진혁과 함께 계속해서 살아가고 싶어한다.


진혁 또한 마찬가지다. 진혁은 리릴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 그러니 현재를 지킬 힘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지금 확실하게 태도를 정한다.’


마력의 힘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가치관이 중요하다.


로카와 최지현 때문에 남에게 가시를 박는 것이 옳으냐는 의문이 생겼고, 그래서 무의식의 영역을 쓸 수 없었지만.


‘모든 이에게 가시를 안 박고, 내 마음에만 가시를 박는다는 것은 모순이야.’


로카는 아버지한테 인정받고 싶었으나, 인정받지 못해 가시가 박혔다.

최지현은 성진혁한테 인정받고 싶었으나, 인정받지 못해 가시가 박혔다.


그들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해 가시가 박힌 것이다.


‘싫어하는 사람에게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박을 가시는 없을지언정, 싫어하는 사람에게 가시를 박는 것은 망설일 필요가 없다.


‘레이파는 나를 죽이려고 해.’


자신을 죽이려는 살인자에게까지 가시를 박지 말아야 하는가?


‘아니, 나는 성인군자가 아니다.’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가시를 박겠다.


태도를 결정한 진혁은 무의식의 영역을 다시 한 번 열었다.


진혁의 마음을 둘러싼, 거대한 가시덤불.


손으로 잡으면 당연히 다치겠지만, 이 가시덤불을 전부 움직일 힘은 없었기 때문에.


진혁은 직접 가시를 하나 붙잡고 뜯어냈다.


“목적은 상처, 수단은 가시.”


─그 가시는 오직, 상처만을 주는 가시였다.


무의식의 영역이 발동되면서 진혁은 자연스레 영창이 흘러나왔다.

이프의 기억을 볼 때도 있었던 현상이기에 놀라지 않았다.

그저 침착하게 레이파에게 공격하겠다는 의지만을 불태울 뿐.


‘내 몸에 먼저 상처를 내고, 그 부위와 똑같은 부위에 상처를 내는 건가.’


타인에게 가시를 박으려는 자, 자신에게도 가시가 박힌다는 것을 각오하라.


진혁은 가시를 손으로 뽑아서 찌르는 무의식에서부터 이미 페널티를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거라면.’


눈에 보이지 않게 레이파가 움직인다고 해도, 공격할 수 있다.


진혁은 오른쪽 어깨를 가시로 꿰뚫었다.

그러자 오른쪽 어깨에 박힌 가시가 길어져 레이파의 오른쪽 어깨에도 박혔다.


힘줄이 끊긴다.


“무의식의 영역을 결국···”


들었던 주먹이 힘없이 떨어진다.


가시가 사라지고, 레이파는 지금의 진혁을 죽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상황이 좋지 않아.’


그래서 도망쳤다.


도망치는 레이파를 추격하고 싶었지만, 속도로는 절대 쫓을 수 없기에 포기했다.


그저 살아남았다는 것에 안도할 뿐이었다.


“오크 마을 쪽이 걱정되는데.”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진혁은 오크 마을이 있는 방향을 보았다.

여전히 불길한 기운이 흐르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이 되지 않는다.


“도우러 갈 수가 없네.”


“그, 그래도 거기는 스테민 교관님이 계시니까 괜찮을 거예요.”


스테민 교관이 있으니까 괜찮다.

정말 괜찮은가?

진혁은 알 수 없었다.


스테민은 진혁보다도 어린 사람이었다. 단지 교관으로서의 능력이 출중하여 교관직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지 않은가.


‘이상할 정도로.’


실전 상황을 겪는 교관은 스테민뿐이었다. 오로리나 스이만이 실전은 훨씬 강력할 것인데, 어째서인지 이런 위기는 스테민 교관과 함께할 때만 발생했다.


‘누가 의도적으로 노리는 것만 같아.’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진혁은 아카데미에만 있는 것이 점점 독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이곳저곳 돌아다녀야 하는데, 아카데미에만 있으면 움직이는 곳이 제한되니까.


‘다음 이프의 기억은 아리나 마을에 있다는데, 아리나 마을에 갈지 안 갈지 알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지만 리릴이 오로리에게 수련 받고 있기 때문에 아카데미를 나가기도 애매하다. 무엇보다 리릴이 진혁과 함께 하고 싶어 하는데 떨어진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지랄 맞네.’


그렇게 고민하는 진혁을 황제는 특수한 힘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무의식의 영역을 쓰게 되었다라···”


황제는 침음을 흘렸다.


“난감하군.”


황제의 앞에는 시스템 창이 떠있었다.


-


분노의 악마 레이파는 결국 성진혁을 무찌르지 못했습니다.


당신은 황제면서 올바르지 못한 선택지를 고른 것입니다.


어째서 분노의 악마라는 히든카드를 벌써 꺼내든 것인가요?


성진혁이 오크 마을에 도착한 후, 분노의 악마가 등장했다면 혼란을 줘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당신의 잘못된 선택지가 오히려 성진혁과 리릴을 성장시키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제 성진혁은 무의식의 영역을 쓸 수 있게 되었고, 리릴은 최고신 메리스의 힘을 일부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무의식의 영역을 쓴다는 것, 그것은 황제만이 가능한 경지여야 하는, ‘엠페러’의 경지에 들어설 수 있다는 뜻이죠.


하늘 아래 태양이 두 개 존재한다?


그걸 허용한 기존의 태양은 그렇다면 쓰레기입니다.


당신은 쓰레기 황제입니다.


쓰레기 같이 무능한 새끼 같으니.


-


“쓰레기라.”


황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나 같이 쓰레기 같은 인간이 어디에 있겠나. 나 살겠다고 이런 되도 않는 연극을 이어가고 있으니까.”


황제는 다른 곳에 있는 화면을 보았다.

화면에는 킹 오크, 쿠라단과 정예오크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그 화면에는 선택지가 떠있었고,


페널티가 부여된다는 글 밑에 문장이 더 적혀있었다.


-


당신의 페널티는, ‘선택지를 고르지 않을시 사망’입니다.


-



* * *



“쿠라단··· 기어코 우리를 죽이러 온 게냐?”


정예오크 마을의 족장, 렉사는 킹 오크 쿠라단을 마주보았다.


쿠라단, 한때는 정예오크로서 명예롭게 전투하고 강함을 추구하던 젊은이.


하지만 끝없이 강함을 갈망한 끝에 식탐의 힘을 빌리게 되었다.


“그래, 족장. 얼굴조차 본 적 없는 고대 영웅 이프를 버리니, 막강한 힘이 내게 주어지더군.”


“네 이놈, 정예오크의 명예를 버려가면서까지 그러고 싶더냐!”


렉사 옆에서 라쿠르가 소리를 질렀다. 쿠라단은 라쿠르의 외침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명예가 밥 먹여주지는 않지. 강력함을 주지도 않아. 명예라는 것은 개죽음을 그럴싸한 죽음으로 포장하기 위한 단어일 뿐이다.”


─지금부터 너희가 겪을 죽음을 말이지.


쿠라단의 손짓에 따라 킹 오크 군단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킹 오크 군단에는 쿠라단을 따라 나온 정예오크들도 있었고, 평범한 오크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오크들도 모두 쿠라단을 통해 식탐의 힘을 나눠받았다.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들은 아니다.


“갑자기 왜 나타나서 우리를 죽이려는 게냐. 이유가 무엇이야!”


달려오는 킹 오크 군단을 보고, 렉사가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 쿠라단은 코웃음을 쳤다.


“이유? 그딴 건 없다. 단지 위대하신 킹 벨제붑님께서 시키니까 할 뿐.”


스테민은 렉사와 쿠라단의 대화를 들으면서 이상함을 느꼈다.


‘식탐의 악마가 쿠라단에게 정예오크 마을을 공격하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정예오크를 몰살시키는 게 목적이라면, 굳이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나온 지금 노릴 필요가 없어.’


식탐의 악마가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나온다는 사실을 모를 리도 없었다.


‘오히려 알고 했다는 뜻이야.’


그렇다면 목적은 정예오크들이 아니다.


‘아카데미 학생들이 목적이다.’


교관이라고는 기껏 해봐야 스테민 한 명뿐인 상황, 식탐의 악마가 아카데미 학생들을 괴멸시키려고 한다면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다.


그런데 갑자기 왜?


스테민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때까지 식탐의 악마는 끝없이 군세를 늘리기만 했지, 아카데미 학생을 죽이려고 한 적은 없었다.


식탐은 다 먹지도 못할 거면서 끝없이 양식을 탐내듯, 이 세상의 모든 곳에 자기 군세를 두려고 할 뿐이었는데.


‘뭐 때문이냐, 식탐.’


스테민은 의문을 품다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아찔하여 기운이 흐르는 곳을 봤더니, 레이라가 있었다.


킹 오크 군단과 정예오크들의 충돌을 보고 있는 레이라.

그녀에게서 슬픔이 전해져 온다.


슬픈 표정, 슬픔의 악마.


‘아.’


식탐의 목표는 레이라였다.


작가의말

레이라 좀 그만 괴롭혀요 ㅜ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19 천성량
    작성일
    20.11.24 21:15
    No. 1

    이 소설에서는 진혁, 레이라, 리릴은 동네북이다... ㅠㅠ (그래도 맞을수록 성장은 하지만 마음이 아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백자성
    작성일
    20.11.24 21:38
    No. 2

    ㅜㅜ 성장에는 언제나 아픔이 뒤따른다 생각하기에 저도 괴롭지만 쓰고 있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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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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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슬픔의 악마 20.12.10 121 5 12쪽
78 아리니 마을 20.12.09 108 6 12쪽
77 페널티 20.12.08 118 5 12쪽
76 준비된 위기 +2 20.12.07 126 5 13쪽
75 수색대 +2 20.12.05 128 5 12쪽
74 라이미 소환 +2 20.12.04 126 5 12쪽
73 러브초코 데이 (6) +6 20.12.03 135 5 12쪽
72 러브초코 데이 (5) +4 20.12.02 133 6 12쪽
71 러브초코 데이 (4) +2 20.12.01 132 6 11쪽
70 러브초코 데이 (3) +4 20.11.30 135 5 12쪽
69 러브초코 데이 (2) 20.11.29 143 5 12쪽
68 러브초코 데이 (1) +4 20.11.28 175 6 12쪽
67 식탐과 색욕 20.11.27 165 6 12쪽
66 오크의 숲, 쿠발란 (5) +4 20.11.26 158 6 12쪽
65 오크의 숲, 쿠발란 (4) 20.11.25 152 6 12쪽
» 오크의 숲, 쿠발란 (3) +2 20.11.24 159 6 12쪽
63 오크의 숲, 쿠발란 (2) 20.11.23 166 7 12쪽
62 이프의 기억, 쿠발란 (4) 20.11.22 172 6 12쪽
61 이프의 기억, 쿠발란 (3) 20.11.21 172 7 12쪽
60 이프의 기억, 쿠발란 (2) 20.11.20 182 6 12쪽
59 이프의 기억, 쿠발란 (1) +4 20.11.19 190 6 13쪽
58 오크의 숲, 쿠발란 (1) +4 20.11.18 215 7 12쪽
57 이프의 신화 20.11.17 226 8 12쪽
56 마음짓기 (2) +4 20.11.16 224 8 12쪽
55 마음짓기 (1) +4 20.11.15 237 8 12쪽
54 에리나 +2 20.11.14 251 8 13쪽
53 슬픔과 불신 20.11.13 261 8 13쪽
52 탐욕·인색 (4) +2 20.11.12 261 7 13쪽
51 탐욕·인색 (3) 20.11.11 259 9 12쪽
50 탐욕·인색 (2) +2 20.11.10 281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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