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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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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686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1.2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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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이프의 기억, 쿠발란 (4)

DUMMY

“아, 아아···”


눈이 보이지 않으면 마법을 맞힐 수 없다. 스칼렛이 악령이라서 예상 못 한 일을 하지 않는 이상, 일반적이라면 더 이상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진혁은 이프가 왜 스칼렛을 안 죽였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프는 그렇게 스칼렛을 바로 죽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무의식의 영역 속에서 당근으로 변했던 스칼렛이 기쁜 듯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까.


-왜 웃고 있었던 거지? 죽고 싶었던 사람인 것처럼···


일단은 무장을 해제시킨 것이나 다름없지만, 결국 악령이니 죽여야 한다.


이프는 스칼렛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진혁은 그 의지를 따라 스칼렛에게 다가갔다.


스칼렛은 발걸음을 듣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언니? 언니야?”


악령이 되었을 때는 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었는데, 지금의 스칼렛은 유창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정신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일까.


“언니, 나, 잘한 걸까?”


스칼렛이 묻는 것과 동시에 체기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스칼렛이 원래 가지고 있던 불의 체기, 그리고 잔혹한 자에게 받았던 악령의 체기.

모든 체기가 빠져나가면서 이프에게 스며들어왔다.


‘이건···’


스칼렛이 가진 힘이 전부 이프에게 들어오는 느낌.

진혁이 동병상련으로 로카의 가시를 마음속에 품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언니, 나는 강해지고 싶었어. 하지만 그건 언니처럼 되고 싶다는 뜻이었지, 무작정 강해지고 싶다는 건 아니었어···”


체기가 들어오면서 스칼렛의 기억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래서 정신 오염 이야기를 한 건가?’


진혁은 스칼렛의 기억 때문에 자기 정신까지 오염되는 것은 피해야 하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기억을 받아들였다.


“어느 순간, 잊고 있었는데··· 잔혹한 자의 제안을 듣고 내 진짜 목적이 떠올랐었어.”


스칼렛은 부모님에게 있어서 필요 없는 자식이었다.


첫째로 언니인 루비아를 낳은 부모님은, 둘째는 아들을 가지고 싶었었다. 루비아를 낳을 당시에는 아들을 원하지 않았지만, 이왕이면 딸 하나 아들 하나를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둘째인 스칼렛조차 딸로 태어나버리니, 부모님은 딸로 태어난 스칼렛을 좋아할 수 없었다.


루비아보다 실력이 뛰어났다면 모를까, 루비아보다 한참 실력까지 뒤떨어지니 좋아해줄 이유가 없었던 것인데.


『언니처럼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면 부모님도 나를 좋아해주겠지?』


어렸던 스칼렛은 마냥 언니처럼 마법만 쓸 수 있으면 부모님이 좋아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력했다.


언니처럼 강인하고 밝은 태양은 될 수 없겠지만, 그에 못지 않은 불을 만들어내고 싶어서.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그 끝에 불 마법을 쓸 수 있게 되고, 스칼렛은 기쁜 마음에 냉큼 부모님께 달려가 자신의 마법을 보여줬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그 정도는 당연히 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니?」


그때 스칼렛은 귀족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귀족이 되지도 못 할 만큼 약해빠진 자식에게 사랑 같은 것은 줄 필요가 없었다.


그 때문에 스칼렛은 좌절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에게 버림 받았으니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스칼렛을 루비아는 끌어안아줬다.


부모님은 네가 더 강해졌으면 해서 그렇게 말한 것뿐이지, 사실은 둘 다 사랑한다고.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고.


스칼렛은 루비아가 자신을 위로해주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스칼렛이 무엇을 하려고 하면 부모님은 다 반대하고, 무엇을 해내와도 시큰둥한데, 루비아가 하고자 하는 것은 뭐든 찬성하고, 조그마한 것도 과하게 칭찬해주는데.


자신이 사랑 받고 있다는 말을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하지만 스칼렛은 언니인 루비아를 사랑했다. 루비아는 스칼렛에게 있어서 언제나 태양과 같은 존재였다.


닿고 싶은 존재.

되고 싶은 존재.

그러나 닿을 수도 될 수도 없는 존재.


그런 루비아가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루비아의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강해져야 했다.


“강해지고 싶어서··· 내가 약하니까 강한 권속들을 데리고 있었어.”


권속들이 강하다고 해서 자신이 강한 게 아닌데, 강한 권속을 두면 자신이 강한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에리나는, 강하니까. 그런 에리나를 멋대로 라이벌로 두면 뭐라도 되어보인다고 생각했어.”


강한 상대를 라이벌로 삼으면, 괜히 자신조차 뭐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일단은 그거라도 해보고 싶어서.


“현실은 아무 것도 없는데.”


권속보다 약해서 권속을 지킬 힘 하나 없어 지키지 못 했고.

에리나는커녕 에리나의 권속이고 마법조차 제대로 못 쓰는 이프한테 졌는데.


“아무런, 의미도···”


없다.


진즉에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이 약해져, 언제 무너질지 몰라서, 언제 잔혹한 자의 타겟이 될지 몰라서.


그게 두려워 언니에게 물었었다.


『언니, 만약 나나 언니가 악령이 되면 어떡해? 나는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죽는 게 싫어···』


태양은 답했다.


『만약 내가 악령이 되면 도망치렴. 도망쳐서 더 강한 사람을 불러와 꼭 죽여줘. 그리고 스칼렛 네가 악령이 되면···』


악령이 되어서 폭주하여, 무고한 이를 죽이기는 싫어하는 불꽃에게.


『내가 책임지고 죽여줄게. 나쁜 짓을 저지르기 전에.』


스칼렛은 빛을 잃은 눈으로 눈물을 흘렸다.


“난 언니처럼 되고 싶었으니까, 언니가 힘들어서 잠시 쉴 때, 대신 비춰줄 수 있는 불꽃이 되고 싶었으니까. 잔혹한 자의 힘 같은 건 받으면 안 돼. 그래서 싫다고 했어, 싫다고 했더니···”


스칼렛의 말에 이프는 충격을 받았다.


진혁은 당연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는데, 이프는 몰랐다.


잔혹한 자의 제안을 거절해야 되는 것이 악령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내 엄마도 잔혹한 자의 제안을 거절해서 악령이 된 건가···


“그래도, 언니가 약속대로 날 죽여줘서 다행이야.”


스칼렛의 체기가 거의 남지 않았다.


“이렇게나 다정한 체기는··· 언니인 게 틀림없으니까. 언니, 거기 있으면, 평소처럼 머리를 쓰다듬어줘.”


이프는 스칼렛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더 이상 진혁은 이프의 몸을 컨트롤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언니.”


스칼렛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그 말을 끝으로 스칼렛의 체기는 사라졌다. 모든 것이 이프의 몸 속에 들어왔다. 진혁은 그것을 느꼈지만 이프는 못 느꼈다.


“나야말로 미안해. 네 최후를 언니가 아니라 내가 봐서.”


이프는 스칼렛이 루비아에게 죽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랬어야 스칼렛의 최후가 그나마 조금이라도 괜찮았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프에게 죽음으로써 스칼렛의 죽음은 불완전했다. 아무런 의미도 찾아볼 수 없다. 이프가 봤을 때 스칼렛의 죽음은 개죽음이었다.


“내가 죽여서, 정말, 미안해.”


이프는 인생이라는 게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고 슬퍼했다. 그리고 스칼렛의 아픔을 마음속에 담아두며 무언가를 결심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진혁에게서 이프는 점점 멀어져갔다. 기억의 끝이 다가온 것이다. 이프가 무엇을 결심했는지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진혁이 느낄 여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프는 악령이 된 스칼렛의 체기를 전부 흡수하여서 죽였어.’


흡수?

아니다.

흡수라고 표현하면 안 맞을 수도 있다.


‘이건, 품어줬다고 해야 맞나.’


그런데 이게 진혁의 동병상련과 비슷한 것 아닌가. 이프는 무의식중에 해낸 것이고 진혁은 의도했다는 점이 차이가 있지만.


‘주인 아가씨와 똑같이 생긴 이프, 동병상련과 비슷한 능력, 아무리 생각해도···’


리릴과 이프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이 있다.


‘가령 주인 아가씨가 이프의 환생이라거나.’


그렇다면, 에리나가 그 에리나와 동일인물이라고 가정했을 때 왜 리릴을 좋아하는지도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리릴이 이프의 환생이라면, 동병상련은 진혁의 능력이 아니라 리릴의 능력이었어야 맞다.


그런데 리릴에게는 그런 능력이 일절 없다.


‘지금의 정보로는 판단하기가 어렵나.’


이프의 불분명한 생사와 리릴과의 관계.

잔혹한 자는 어떻게 되었는지.

어째서 악령이 되는 과정이 지금과는 다른 것인지.


의문만 생겨나는 와중에 이프의 분신체가 다시 나타났다.


“이걸로 쿠발란의 기억은 끝. 다음 기억은 아리나 마을로 이어진다.”


“너, 혹시 나랑 대화할 수 있냐?”


대화할 수 있냐는 물음에 도망치듯 사라져버린 이프의 분신체.


그와 동시에 풍경이 일그러지면서 사라져간다.


···눈을 떴다.


“지, 진혁님! 괜찮으세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아···”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리릴이었다. 주변에 느껴지는 마력의 파장이 불길한 것이, 무슨 상황인지는 몰라도 위험한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리고 이 마력들은 뭐야.”


“그게···”


리릴은 진혁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리릴도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마을 쪽에 굉음이 터져서 다들 그쪽으로 달려갔다고.


“그럼 우리만 여기에 있는 이유는.”


“진혁님께서 갑자기 기절하셔서, 저는 안 갔어요.”


“내가 기절하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얼마 안 지났어요. 3분 정도···”


이프의 기억 속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3분밖에 지나지 않은 것일까.


‘무의식의 영역.’


진혁은 이프의 기억 속에서 본 것을 떠올렸다. 무의식의 영역을 지금 자신이 사용한다면,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굳이 써야 할 이유는 느껴지지 않아.’


특별한 힘인 것은 맞다.


하지만 헌터로서의 스킬도 리시아와 싸우는 게 아니라면 유용하고, 가시의 마력을 지금처럼 활용해도 충분히 강하기 때문이다.


‘지금 위기 상황에서 쓰기엔 불안정하니까 안 쓰는 것으로 하고.’


진혁은 불길한 마력이 느껴지는 곳을 보며 말했다.


“우리도 가자.”


“네!”


그리고 그 상황을 황성에서 황제는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그와 함께 떠있는 시스템 메시지.


-


쿠발란 마을에 도착한 킹 오크 군세.

당신은 일단 쿠발란의 족장과 대화를 나누는 방향으로 골랐습니다.

하지만 동떨어져있던 리릴과 진혁이 쿠발란 마을로 돌아오려고 합니다.

진혁은 이프의 첫 번째 기억을 읽었으므로 무의식의 영역을 사용할지도 모릅니다.


첫 번째 기억을 읽었기에 두 번째 기억을 어디서 보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계속 이프의 기억을 알게 되면, 당신이 그토록 은폐하려고 했던 진실이 드러날지도 모릅니다.


그 진실, 드러나도 됩니까?


그것을 전제로 하여 선택지를 고르십시오.


1. 쿠발란에 가게 둔다.

2. 킹 오크 군세 중 일부를 진혁이 있는 곳으로 보낸다.

3. 킹 오크 군세와 함께 있는 분노의 악마를 보낸다.


※선택지를 고르지 않을시,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


황제는 망설이지 않고 3번을 골랐다.


그 순간,


콰아아앙!


진혁과 리릴 앞에 굉음이 터지며 웬 여자가 나타났다.


검붉은 단발에 날카로운 눈매.

날카로운 눈매 속에서 검붉은 눈동자가 핏빛을 흉흉하게 흘리고 있었다.


검붉은 머리의 여성은 핏빛 마력을 터트리며 말했다.


“너희는 사이가 좋아 보이는군. 그래서 화가 난다. 죽어라.”


작가의말

제목을 바꿀까 고민 중입니다.


헌터였는데 소환수가 되었다 라든가···


더 좋은 생각 있으시면 댓글에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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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슬픔의 악마 20.12.10 121 5 12쪽
78 아리니 마을 20.12.09 108 6 12쪽
77 페널티 20.12.08 118 5 12쪽
76 준비된 위기 +2 20.12.07 126 5 13쪽
75 수색대 +2 20.12.05 128 5 12쪽
74 라이미 소환 +2 20.12.04 126 5 12쪽
73 러브초코 데이 (6) +6 20.12.03 136 5 12쪽
72 러브초코 데이 (5) +4 20.12.02 133 6 12쪽
71 러브초코 데이 (4) +2 20.12.01 132 6 11쪽
70 러브초코 데이 (3) +4 20.11.30 135 5 12쪽
69 러브초코 데이 (2) 20.11.29 143 5 12쪽
68 러브초코 데이 (1) +4 20.11.28 175 6 12쪽
67 식탐과 색욕 20.11.27 165 6 12쪽
66 오크의 숲, 쿠발란 (5) +4 20.11.26 158 6 12쪽
65 오크의 숲, 쿠발란 (4) 20.11.25 153 6 12쪽
64 오크의 숲, 쿠발란 (3) +2 20.11.24 159 6 12쪽
63 오크의 숲, 쿠발란 (2) 20.11.23 166 7 12쪽
» 이프의 기억, 쿠발란 (4) 20.11.22 173 6 12쪽
61 이프의 기억, 쿠발란 (3) 20.11.21 172 7 12쪽
60 이프의 기억, 쿠발란 (2) 20.11.20 182 6 12쪽
59 이프의 기억, 쿠발란 (1) +4 20.11.19 190 6 13쪽
58 오크의 숲, 쿠발란 (1) +4 20.11.18 216 7 12쪽
57 이프의 신화 20.11.17 226 8 12쪽
56 마음짓기 (2) +4 20.11.16 224 8 12쪽
55 마음짓기 (1) +4 20.11.15 237 8 12쪽
54 에리나 +2 20.11.14 251 8 13쪽
53 슬픔과 불신 20.11.13 261 8 13쪽
52 탐욕·인색 (4) +2 20.11.12 261 7 13쪽
51 탐욕·인색 (3) 20.11.11 259 9 12쪽
50 탐욕·인색 (2) +2 20.11.10 28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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