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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57,689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1.23 19:10
조회
166
추천
7
글자
12쪽

오크의 숲, 쿠발란 (2)

DUMMY

“분노의 악마, 레이파에요.”


인벤토리에서 로스트가 얼굴만 쏙 내밀며 말했다.


“분노의 악마면···”


진혁이 로스트에게 되묻는 순간,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뒤로 날아갔다.


쾅!


나무에 부딪친 진혁은 각혈할 뻔한 것을 참아내며 불릿 타임을 썼다.


로스트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7대 악마 중에 한 명인 분노의 악마 레이파.

언젠가 로스트가 말해주기를 분노의 악마는 식탐의 악마의 오른팔이라고 했었다.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어쩌면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전력으로 가야돼.’


마음 같아서는 로스트에게 약점을 물어보고 싶지만, 불릿 타임을 쓴 동안에는 체감 시간이 느려져서 대화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불릿 타임을 풀어버리면 로스트와 대화를 나눌 여유가 없다. 레이파는 진혁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으니까.


‘하지만 불릿 타임을 쓴 지금이라면.’


지금이라면?


그 생각은 잘못되었다.


불릿 타임 속에서도 레이파는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예전에 로카의 화살이 빠름의 원한을 품었을 때, 불릿 타임 속에서도 평범한 속도를 내고 있었듯이.


아니, 그것을 뛰어넘을 만큼 레이파는 빨랐다.


‘뭐 이리 빨라?’


불릿 타임을 처음으로 익히게 되었을 때, 타락한 빛의 정령이 너무 빨라서 배우고자 하였었다.


빛의 정령은 빛의 속도로 다니지는 못 했으나, 인간의 육안으로는 빛의 속도나 마찬가지로 빨랐기에 잡을 수 없었는데.


그 빛의 정령조차도 불릿 타임 속에서 이렇게 빠르지는 않았었다.


‘그렇지만 특별한 공격은 하지 않아.’


흉흉한 핏빛 마력을 터트리고는 있지만, 사용하는 것은 오로지 몸뿐이다. 무기도 마법도 쓰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도 무공으로 간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시스템 창이 나타나며 체기가 흩어지기 전까지는.


-


스킬 사용이 취소됩니다.


-


“뭐?”


그 메시지와 함께 불릿 타임까지 해제되고, 다시 한 번 복부에 충격을 받은 진혁은 반대편 나무로 날아가 부딪쳤다.


“큭!”


정신이 아찔해지는 통증이었지만, 정신을 놓아서는 안 된다.


레이파가 이어서 공격을 해올 테니까.


불릿 타임이 해제되었다지만 다시 한 번 사용하면 그만.


진혁은 다시 태세를 갖추기 위해서 불릿 타임을 쓰려고 했다.


그런데,


-


시스템이 상대를 인식합니다.

분노의 악마 레이파.

시스템 2급 대상자.


스킬 사용이 제한됩니다.


-


‘이게 무슨···!’


진혁은 경악했다.

하지만 경악은 오래 가지 못했다.


콰앙!


다시 한 번 배를 때려오는 레이파.

나무와 밀착된 상태에서 배를 맞으니 내장이 터지고 척추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

참을 수 없는 통증.

결국 진혁은 참지 못하고 피를 토했다.


“진혁님!”


리릴이 걱정하듯 비명을 질렀으나, 진혁은 고통 때문에 찾아온 이명에 그 어떤 것도 들리지 않았다.


단지 아팠다.

계속해서 공격을 당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은 얼마만인가.


‘처음이다.’


타락한 빛의 정령조차 빠르기만 했지, 이 정도로 힘이 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분노의 악마는 빠르면서 힘까지 강력해 저항할 수가 없었다.


‘대체 왜 스킬이 안 써지는 거냐.’


스킬이 언젠가 배신할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스킬을 사용하는, 탐욕의 악마 리시아한테만 해당하는 이야기일 줄 알았다.


‘그런데 리시아한테는 적어도 스킬이 취소되지는 않았었는데.’


들어본 적도 없는 최상위 스킬을 사용하는 리시아.

스킬 발동 자체를 취소해버리는 레이파.


‘설마, 헌터의 스킬이라는 건.’


악마의 권능 중 하나인 것일까.

아니면 잔혹한 자의 힘 중 하나인 것일까.


‘그럴 가능성이 높아.’


그게 아니라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마력으로 상대를···’


마력으로 가시를 만들어서 레이파를 공격한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상대를 무슨 수로 공격한단 말인가.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아니, 가능해.’


평범하게 마력을 쓰면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무의식의 영역을 쓴다면 가능하다.


그저 무의식의 영역 안에서 채소를 잘랐을 뿐인데 나무가 잘렸지 않은가.


숙련되지 않은 채로 쓴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진혁은 해볼 만한 게 그것밖에 없었기에 해봐야만 했다.


‘우선은 마음속에 있는 가시를 떠올리고···’


그것만으로도 마력은 가시의 이미지를 띠면서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레이파는 다시 한 번 진혁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두르려다가, 무의식의 영역이 시작된 것을 보고 다리를 멈췄다.


“어떻게 네가··· 무의식의 영역을 쓰는 거지?”


당황스러워하며 레이파는 물었지만, 진혁은 대답해줄 겨를도 없었고 이유도 없었다.


‘가시를 휘두르는 주체는 나.’


이때까지 진혁은 가시가 직접 나타나서 공격을 하는 모습만 떠올렸지만, 이제는 직접 가시를 움직여서 공격해야 했다.


그것이 무의식의 영역이니까.


‘그런데···’


어딜 잡아야 하지?


진혁은 무의식 속에 있는 거대한 가시덤불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가시덤불 속에는 상처 입은 진혁의 마음이 있었고, 마음을 둘러싼 가시덤불은 너무나도 거대하고 날카로워 어디서부터 잡아야할지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진혁은 알게 됐다.


‘지금의 깨달음으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어.’


식칼은 적어도 자기 혼자 움직여서 베기라도 했다. 그 때문에 이프는 손가락을 잃었었지만, 적어도 무의식의 영역 속에서 움직이는 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거대한 가시덤불은 무의식 속에서 움직이는 것조차 못 하고 있었다.


남에게 가시를 향할 것이라면, 차라리 자기가 힘들고 말겠다며, 철저하게 가시는 진혁의 마음속에 꽂혀서 빠져나오지를 못 했다.


주체가 누구냐를 떠나서 아예 가시를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 목적과 수단을 분명하게 정할 수가 없다.


무의식의 영역이 취소된다.


‘이대로 진다고?’


진혁은 자신이 패배하는 미래 따위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패배는 곧 죽음이다.

어떻게든 패배하지 않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했다.


‘스킬도 취소,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가시를 쓰는 것도 불가능, 무의식의 영역도 미완성···’


로카의 화살조차도 저렇게 빠른 상대한테는 사용할 수 없다. 로카의 화살은 어디까지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 목표가 흐릿해지면 힘을 잃고 사라지게 되니까.


‘남은 수단은···’


없다.


콰앙!


레이파의 공격을 맞고 결국 진혁은 쓰러졌다. 일어설 힘이 없었다.


“잘 죽지도 않는군. 짜증나게.”


레이파는 진혁을 발로 짓눌렀다.


리릴은 그 모습을 보면서 멍해졌다.


‘진혁님이 죽어.’


무력하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었다. 리릴은 탐욕의 악마 리시아에게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했다.


리시아가 진혁의 몸을 하나씩 부러트려 가는데도 넋 놓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무력감이 다시 한 번 리릴을 덮쳐왔다.

심지어 지금은 그때와 다르게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다.


‘안전 통제해줄 교관님도 없고, 유일하게 계시는 교관님도 지금 안 돌아오시고···’


이렇게 되면 결말은, 진혁이 죽는다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


‘싫어.’


그게 싫어서 오로리에게 수행 받았다. 소환수를 강화시키는 것과 스스로 싸울 수 있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진혁을 아무리 강화시켜도 레이파에게는 닿을 수 없었다. 일전에 싸웠던 리시아보다 레이파의 전투력이 훨씬 높았으니까.


‘난, 왜 이렇게도 약한 거야.’


리릴은 입에서 쓴맛이 느껴졌다. 리시아 때와 다르게 레이파는 단숨에 진혁을 죽이려고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대로 있으면 진혁은 죽는다.


뭐라도 해야 한다.


‘약하지만, 뭐라도.’


리릴은 마력을 터트리며 오로리에게 배웠던 ‘무기의 문’을 열었다.


하나밖에 열 수 없고, 그 힘은 결코 특별한 것도 아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해봐야만 했다.


파앗!


무기의 문에서 튀어나온 화살이 레이파에게 날아갔다.


레이파는 갑작스레 화살이 날아오자 뒤를 돌아봤지만, 화살은 레이파에게 그 어떤 피해도 입히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리릴의 눈이 절망으로 물들어간다.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되는 거야?’


살아갈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죽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살아갈 이유를 만들었다. 잔혹한 자에게 복수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만을 위해 살아갔다.

그러다 진혁을 만났고, 진혁과 함께 하는 시간 1분1초가 즐거웠다.


그때부터 진혁이 곧 살아갈 이유가 되었다. 잔혹한 자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껍데기뿐인 목표는 사그라들고, 진혁과 행복한 시간만을 보내고 싶어졌다.


그런데 그것을 어째서 방해하는가.


잔혹한 자에게 복수할 마음이 없어졌는데, 어째서 7대 악마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자꾸만 일상을 방해하는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게 하는가.


‘엄마아빠에 이어서 진혁님까지 빼앗아가겠다고?’


잔혹한 자는 대체 어디까지 빼앗을 셈인가.


‘우리가 사이가 좋다고? 그래서 화가 난다고? 죽이고 싶다고?’


레이파가 그리 말했다.

사이가 좋으니 화가 나서 죽이고 싶다고.

그런 건 화가 날 이유도, 죽이고 싶은 이유도 되어서는 안 될 것인데.


‘왜··· 우리가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 걸 자꾸만 방해하는 거야. 대체 왜!’


빠드득···


리릴은 자기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이를 가는 소리를 들으며 오로리의 가르침을 떠올린다.


-소환사는 세상과 어우러지는 것이 최상의 경지입니다. 원하는 바가 있다면 세상에게 부탁하고, 세상이 원하는 바가 있다면 소환사도 들어주려고 하지요.


오로리 또한 완벽하게 그것을 해내지는 못 하지만, 그것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소환의 길이다. 소환사는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까.


-무기의 문조차도 결국 세상 어딘가에 있는 무기를 소환해서 공격하는 것뿐이니까요. 세상과 함께 살아간다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세상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잘 모르겠다.

책 속에만 파묻혀서 살던 리릴에게 그 말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함께 살아가고 싶은 사람은 있었다.


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지금을 방해받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진짜 세상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내 세상은 진혁님과 함께 하는 순간들이야!’


그 순간, 리릴의 세상은 한 층 더 견고해지고.


진혁을 알고 싶다는, 진혁의 과거만 적힌 성진혁개론이 한 층 더 나아가,


성진혁과의 현재를 지킬 수 있는 힘이 리릴에게 주어진다.


“익스퍼트 심화.”


─무기의 문, 진(眞).


리릴 본인도 이해할 수 없는 힘이었지만, 무기의 문이 무지갯빛을 터트리면서 나타났다.


쏘아낸 것은 똑같은 화살이었다.

레이파에게는 피할 이유가 없었다.

아까도 화살은 허무하게 튕겨져 나갔으니까.


그래서 화살을 막거나 피할 생각 없이, 오로지 진혁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주먹을 높이 들어올렸다.


그 순간, 화살이 레이파의 등에 닿았고.


파악!


레이파의 심장이 꿰뚫렸다.


작가의말

심장을 때리다 하트 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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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슬픔의 악마 20.12.10 121 5 12쪽
78 아리니 마을 20.12.09 108 6 12쪽
77 페널티 20.12.08 11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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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수색대 +2 20.12.05 128 5 12쪽
74 라이미 소환 +2 20.12.04 126 5 12쪽
73 러브초코 데이 (6) +6 20.12.03 136 5 12쪽
72 러브초코 데이 (5) +4 20.12.02 134 6 12쪽
71 러브초코 데이 (4) +2 20.12.01 132 6 11쪽
70 러브초코 데이 (3) +4 20.11.30 135 5 12쪽
69 러브초코 데이 (2) 20.11.29 143 5 12쪽
68 러브초코 데이 (1) +4 20.11.28 175 6 12쪽
67 식탐과 색욕 20.11.27 165 6 12쪽
66 오크의 숲, 쿠발란 (5) +4 20.11.26 158 6 12쪽
65 오크의 숲, 쿠발란 (4) 20.11.25 153 6 12쪽
64 오크의 숲, 쿠발란 (3) +2 20.11.24 159 6 12쪽
» 오크의 숲, 쿠발란 (2) 20.11.23 167 7 12쪽
62 이프의 기억, 쿠발란 (4) 20.11.22 173 6 12쪽
61 이프의 기억, 쿠발란 (3) 20.11.21 172 7 12쪽
60 이프의 기억, 쿠발란 (2) 20.11.20 182 6 12쪽
59 이프의 기억, 쿠발란 (1) +4 20.11.19 190 6 13쪽
58 오크의 숲, 쿠발란 (1) +4 20.11.18 216 7 12쪽
57 이프의 신화 20.11.17 226 8 12쪽
56 마음짓기 (2) +4 20.11.16 224 8 12쪽
55 마음짓기 (1) +4 20.11.15 237 8 12쪽
54 에리나 +2 20.11.14 252 8 13쪽
53 슬픔과 불신 20.11.13 261 8 13쪽
52 탐욕·인색 (4) +2 20.11.12 261 7 13쪽
51 탐욕·인색 (3) 20.11.11 259 9 12쪽
50 탐욕·인색 (2) +2 20.11.10 28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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