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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57,704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1.1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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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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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3쪽

탐욕·인색 (4)

DUMMY

최지현은 리시아가 악마가 아니라고 했지만.


로스트는 리시아를 악마라고 말했다.


똑같은 악마인 로스트가 말했으니, 리시아는 악마라고 보는 것이 맞겠지.


최지현이 리시아로부터 빌려온 탐욕의 권능 또한 잔혹한 자의 힘이 느껴졌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왜 악마가 헌터의 체기를 사용하고 있느냐는 점이었다.


“너, 정체가 뭐냐···?”


“초이지현을 죽인 너한테, 알려줄 정체 같은 건 없어.”


진혁이 한 번 눈을 깜빡였다.

리시아의 모습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찾아오는 통증, 진혁은 리시아의 공격을 머리에 얻어맞고 바닥에 처박혔다.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


방금 보인 리시아의 움직임은, 환수신공의 기린일보(騏驎一步)와 같았다.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기린의 한 걸음.

하지만 기린일보보다 높은 수준의 움직임이었다.


진혁 자신이 원래 힘을 되찾고 기린일보를 쓴다고 해도, 방금 리시아가 움직인 속도는 낼 수 없다.


불릿 타임으로 움직임을 읽을 수는 있을까?


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 게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놀랐나보네? 네가 아는 환수신공의 기린일보보다도 빠르니까.”


진혁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말하는 리시아.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방금 내가 쓴 것은 이동 스킬 중 최상위에 있는, ‘축지(縮地)’니까.”


“축지···? 축지법이라도 말하고 싶은 거냐?”


“정답이다, 애송이.”


도술로 지맥을 좁혀 단숨에 먼 거리를 이동하는 축지법.

그런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상의 기술 아닌가.

그런 스킬을 쓸 수 있는 헌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리고 초이지현은 중력 강화를 기껏해야 자기 몸에다가 거는 정도였겠지만.”


리시아의 말과 동시에 진혁은 몸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일어날 수가 없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리릴도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 꿇었다.


“진정한 중력 강화는 일정 공간의 중력을 높일 수 있지.”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높아진 중력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진혁.

그런 진혁의 손가락을 붙잡고, 리시아는 하나씩 부러트렸다.


빠득, 빠득, 빠득···


손가락이 부러질 때마다 진혁은 처절하게 비명을 내질렀다.

어느 부위든 부러지면 똑같이 아프기에, 손가락이 부러질 때마다 고통이 찾아와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아파?”


리시아는 물었다.


“아프냐고.”


괴로워하는 진혁에게 물었다.


“초이지현도 아팠는데. 그 아픔을 무시하고, 너는 그냥 죽였어.”


목소리는 차가웠다.

분노를 식히듯이.


“그러니까 넌 죽을 때까지 아파하다가, 그대로 죽을 예정이야.”


손가락을 다 부러트리면, 그 다음에는 손목을.

손목을 다 부러트리면, 그 다음에는 팔꿈치를.

팔꿈치를 다 부러트리면, 그 다음에는 어깨를······


“내 탐욕의 권능은, 아무한테나 빌려주는 게 아니야. 오로지 초이지현한테만 빌려줬어. 그 아이의 탐욕이 너무나도 아파서, 도와주고 싶고 응원하고 싶었으니까.”


빠득,


“그런데 더 이상 도와줄 수 없어, 응원할 수 없어.”


빠득,


“초이지현의 마음을 왜 진작 몰라준 거야?”


빠드득,


“알았으면 좀, 죽어주지 그랬어. 소원 좀 들어주지 그랬어. 응?”


빠드득···


진혁의 비명 소리와 뼈가 부러지는 소리, 그리고 죄를 묻는 소리.


그 끔찍한 소리 앞에서 리릴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무력감을 느끼는 것 말고는.



* * *



“저 녀석, 또 허공 보고 있어.”


에리나가 네베를 뚱한 표정으로 봤다.


네베가 SS급이어서 다른 팀이 알아서 피해가는 상황인데,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네베는 태평하게 허공만 계속 보고 있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않을까? 네베는 에리나 너보다 수천 배는 강하니까.”


“흥, 상성 문제거든? 쟤보다 내가 마력 더 크고 강하거든?”


이시즈가 네베의 편을 들어주자, 에리나는 으르렁거리며 쏘아붙였다.


“그리고 쟤가 강하면 뭐해? 쟤 때문에 지금 다른 팀들이 코빼기도 안 보이잖아! 그럼 자기가 책임지고 나서서 팀을 잡아와야 하는 거 아니야?”


“너무 그러지 말자.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잖아.”


“벌써 반나절이 지났어, 시간이 많기는 염병할!”


“반나절밖에 안 지난 거지.”


“너, 사실 그냥 내 말에 다 태클 걸고 싶은 거지?”


“정답이야.”


“안 되겠다, 한 판 뜨자!”


에리나가 마력을 끌어올리며 소리 지르고, 이시즈가 여유롭게 받아치려고 마력을 뽑으려는 순간.


“조용.”


네베의 말을 듣고 마력은 다시 들어갔다.


“저기, 한 팀 온다.”


활을 든 3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활 전공이라면 네베가 현상의 거부로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였다.

단지 네베 팀이 가지고 있는 것은 에리나였으니, 저들이 이프를 가지고 있기를 바랄 뿐.


“오호라, 덤벼라 먹잇감들!”


이쪽에 네베 팀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걸어오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싸울 의도가 다분할 것이다.

그래서 에리나는 인기척을 숨기지 않고 활 팀에게 덤벼들었다.


“마음 깊숙한 곳부터 시작되는 태초의 얼음이여, 남과 북, 세상의 끝에만 존재하는 섬뜩한 냉···”


에리나가 영창을 하며 마법을 쏘려는데, 활 전공자들이 마력조차 꺼내지 않고 불 화살을 쏴댔다.


“뭐, 뭐야! 반칙이잖아!”


캐스팅이 취소되고 에리나는 불 화살을 피하기 급급했다.


“마력도 안 쓰고, 기술 영창도 없이 파이어 에로우를 쏜다고? 그 정도 활쟁이는 마스터밖에 없는데? 아니지아니지, 마스터도 마력은 써야지. 너희 뭐야 씨밸!”


에리나가 분을 못 이기고 빼애액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네베가 에리나의 앞에 섰다.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는데.”


네베의 손에 무형무색의 마력이 일렁거렸다.


“너희, 아카데미 학생이 아니구나.”


네베의 마력이 단숨에 활 팀원들을 덮쳤고, 학생인 척하고 있는 이들의 본 모습이 드러났다.


하나 같이 나이가 많아 학생으로 보이지는 않는 이들이었다.


“그래···”


네베는 허공을 봤다.

아니, 허공이 아니라,


-


선택지


1. 죽인다

2. 죽인다

3. 죽인다


※선택지를 고르지 않을 시,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


선택지를, 보고 있었다.

허공이 아니라 선택지를.


“왜 자꾸 죽이라고 선택지가 뜨는지 몰랐는데, 너희가 학생이 아니라면 말이 되지.”


네베는 마력을 멈추지 않고, 숲 전체에 자신의 마력을 퍼트렸다.

숲에 걸려있던 모든 인색의 권능, 재물은닉이 풀려간다.


“빌어먹을 게임은 끝이다. 백지화라고. 교관들도 생각이 있으면 개입하겠지.”


네베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마력을 터트렸고, 에리나가 영창하면서 흘렸던 차가운 마력을 반사시켜 헌터들에게 날렸다.


쩌적, 쩌저적··· 헌터들은 저항 하나 못 하고 얼어붙었다.


“뭐, 뭐야?! 내가 흘린 마력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한 거야? 그리고 이 녀석들은 대체 뭐하는 아저씨들이야? 너는 왜 이 아저씨들을 죽인 건데?”


상황을 전혀 못 따라가는 에리나에게, 네베는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다.


-


선택지


1. 침묵한다

2. 거짓말한다

3. 에리나를 죽인다


※선택지를 고르지 않을 시,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


침묵이 제일 좋은 선택지였으니까.



* * *



“인색의 권능을 눈치채고 풀 수 있는 자가 있었다니.”


리시아는 재물은닉이 풀렸음을 깨닫고 혀를 찼다.


“하지만 초이지현의 복수는 끝내야겠지. 그러지 않으면 수지가 안 맞아.”


진혁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숨만 붙어있었을 뿐이지,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자신도 죽고, 리릴도 죽고, 레이라도 죽는다면.


이대로 끝인가?


잔혹한 자는커녕, 7대 악마 중 하나에게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엔딩인가.


지구에서는 게이트의 왕까지 무찔렀었는데?


‘안 돼, 지구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


과거를 떠올린다는 것은 주마등을 본다는 의미.

미래를 잃을까 두려워한다는 것은 현재에 죽는다는 의미.


아무런 생각도 해서는 안 된다.

진혁은 입술을 깨물어, 억지로라도 정신을 바짝 차렸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그때였다.


“고생했습니다.”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로리, 교관···?”


“네, 오로리 교관입니다.”


말투는 딱딱하게 예의를 갖춰도, 목소리는 듣기만 해도 부드럽고 따스해 녹아버릴 것 같은 그 사람.

오로리가 지금 여기에 나타났고,


“뭐야? 그 자신만만하던 녀석이 왜 걸레짝이 돼있어?”


듣기만 해도 오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스이만이 나타났고,


“늦어서 미안합니다. 탐욕의 악마에게 이런 권능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몰랐거든요.”


차분하고 이성적인 목소리의 스테민이 나타났다.


“아니, 탐욕의 악마라며? 그런데 왜 탐하는 게 아니라 숨기는 권능 같은 게 있는 거야?”


“탐욕만 있으면 하찮은 식탐 놈과 다를 바가 없지. 자고로 진정한 탐욕이란 아낄 줄도 알아야 하는 법. 그러니 탐욕·인색의 악마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는데.”


리시아는 어색하게 웃었다.

아까처럼 여유를 부리지는 못 했다.

마스터의 수준에 도달한 3명의 교관과 싸워 이길 자신은 없었으니까.


“초이지현의 복수를 끝내고 싶었지만··· 질질 끌다가 기회를 놓쳐버렸네.”


─목숨 또한 값이니, 인색하게 굴 필요가 있겠지.


“복수는 다음 기회에.”


리시아의 뒤에 게이트가 열렸다.

도망치려는 것임을 깨닫고,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3명의 교관은 마력을 터트렸다.


“스테민, 규칙을 켜!”


스이만의 외침에 스테민은 재빠르게 학습의 규칙을 적용시켰다.

학습을 포기한 자는 아무런 힘도 쓸 수 없게 되는 규칙.

그럼에도 게이트는 사라지지 않았다.


“어떡해야 더 탐욕할까, 더 인색할까. 학습을 포기했을 리가 없잖아? 멍청하긴.”


오로리나 스이만의 규칙을 사용해도 붙잡을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되면 방법은 하나뿐.


‘폭발적인 공격으로 없애버린다.’


오로리는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를 불러내서 불을 터트리고,

스이만은 이프리트가 터트리는 불을 흡수하여 거대한 불의 운석을 만든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이 타오르는 불의 운석에, 스테민은 마력의 구조를 분석하여 속도와 출력을 강화시킨다.


그렇게 3명의 교관이 함께 만들어낸 거대한 화력.


스이만이 최종 영창을 함으로써 쏘아낸다.


“트리니티 메테오 스트라이크!”


세 가지 마력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섞이며, 빠르고 강력한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날아간다.

목표는 리시아.

리시아는 재빠르게 게이트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메테오 스트라이크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리시아의 비명과 동시에 큰 연기가 피어올랐다.

시간이 지나 연기가 사라지고,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교관들은 혀를 찼다.


“놓쳤네요.”

“피해는 꽤 줬는데, 아깝다.”

“놓친 적을 신경 쓰고 있을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리시아는 큰 부상을 입었으니 한동안 활동을 하지 못할 것이다.

숲에 잠입한 헌터들은 다른 교관들이 나서서 직접 처리하고 있다.

그러니 3명의 교관이 해야 할 일은, 진혁을 비롯한 부상자들을 응급처치 하고 후송하는 것이었다.


“이 녀석들, 살아있는 게 기적이야···”

“생명이 끈질겨서 다행입니다.”

“레이라 학생, 늦게 와서 미안해요.”


그렇게 탐욕·인색의 악마 리시아 때문에 전공교류주간은 중단되었다.

이번 사건은 아카데미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고, 매너리즘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경계를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죽은 이들의 장례식으로 아카데미는 잠시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져갔다.


숙연한 분위기에서 치료술을 받은 진혁은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걱정되었는지 곁을 지키다가 잠에 든 리릴이었다.

그런 리릴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한 자신이 한심했다.


‘그래, 나는 더 이상 정점이 아니야.’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최지현도 말했듯이, 그 시절의 성진혁이 아니다.

언젠가 그 힘을 되찾을 수도 있겠지만, 리시아 같이 그 힘을 웃도는 적 또한 있다.


‘지구에서는 정점이었어도, 여기에서는 아니니까.’


이대로 있으면 계속해서 한심한 성진혁일 뿐이다.


‘강해져야 해. 원래 힘을 되찾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힘 또한 강화시켜야 해.’


무슨 수를 써서든.


작가의말

역시 7대 악마는 달라···


로스트 얘는 왜 약점 같은 거 말 안 해준대?


한숨.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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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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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슬픔의 악마 20.12.10 122 5 12쪽
78 아리니 마을 20.12.09 109 6 12쪽
77 페널티 20.12.08 118 5 12쪽
76 준비된 위기 +2 20.12.07 127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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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라이미 소환 +2 20.12.04 126 5 12쪽
73 러브초코 데이 (6) +6 20.12.03 136 5 12쪽
72 러브초코 데이 (5) +4 20.12.02 134 6 12쪽
71 러브초코 데이 (4) +2 20.12.01 132 6 11쪽
70 러브초코 데이 (3) +4 20.11.30 136 5 12쪽
69 러브초코 데이 (2) 20.11.29 143 5 12쪽
68 러브초코 데이 (1) +4 20.11.28 176 6 12쪽
67 식탐과 색욕 20.11.27 166 6 12쪽
66 오크의 숲, 쿠발란 (5) +4 20.11.26 158 6 12쪽
65 오크의 숲, 쿠발란 (4) 20.11.25 153 6 12쪽
64 오크의 숲, 쿠발란 (3) +2 20.11.24 159 6 12쪽
63 오크의 숲, 쿠발란 (2) 20.11.23 167 7 12쪽
62 이프의 기억, 쿠발란 (4) 20.11.22 173 6 12쪽
61 이프의 기억, 쿠발란 (3) 20.11.21 173 7 12쪽
60 이프의 기억, 쿠발란 (2) 20.11.20 182 6 12쪽
59 이프의 기억, 쿠발란 (1) +4 20.11.19 191 6 13쪽
58 오크의 숲, 쿠발란 (1) +4 20.11.18 216 7 12쪽
57 이프의 신화 20.11.17 227 8 12쪽
56 마음짓기 (2) +4 20.11.16 224 8 12쪽
55 마음짓기 (1) +4 20.11.15 238 8 12쪽
54 에리나 +2 20.11.14 252 8 13쪽
53 슬픔과 불신 20.11.13 262 8 13쪽
» 탐욕·인색 (4) +2 20.11.12 262 7 13쪽
51 탐욕·인색 (3) 20.11.11 259 9 12쪽
50 탐욕·인색 (2) +2 20.11.10 28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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