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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57,690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2.0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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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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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수색대

DUMMY

진혁은 엔비아를 가만히 보았다.


분명히 교관인데도 별 접점은 없었다.


잔혹한 자의 흔적을 쫓는 교양의 교관이기에, 그 교양을 하게 되면 접점이 생길 예정이었는데.


무슨 일로 진혁 일행 모두를 호출한 것일까.


알 수 없었지만 교관의 부름이니 따라야 했다.

따라간 곳에는 레이라, 네베, 덴트와 베르단디도 있었다.


“모두 모였으니 아카데미의 보안 시설로 이동하겠다.”


아카데미의 보안 시설.


외부로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를 나눌 때 사용하는 공간이다.


특수한 고대 마법이 걸려있기 때문에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바깥에서는 알 수 없다.


상대가 설사 최고신 메리스라고 할지라도.


“좋아, 그럼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지.”


에리나는 지금부터 엔비아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알고 있었다. 융통성 없이 자기까지 데려온 것이 불만이었지만, 자연스러움을 위해서라면 데려오는 것이 맞으니 별 수 없었다.


“탐욕의 악마 리시아, 식탐의 악마 킹 벨제붑, 이들이 아카데미에 일으킨 물의는 그냥 넘길 것이 아니다. 심지어 이번에 이카루스 살해 사건도 그들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 중이지.”


그렇기에 이번에는 아카데미에서 그들을 찾아내고 정보를 모아, 공격을 할 생각이다.


“하지만 황제에게 이 이야기를 보고해버리면, 틀림없이 위험성을 언급하며 기각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수색대로 활동하는 것은 기밀사항이다.”


엔비아는 잔혹한 자의 흔적을 쫓는 교양이라는 명목 하에, 우리가 나가서 정보를 모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내일부터 잔혹한 자의 흔적을 쫓는 교양을 시작한다. 목적지는 우선 아카데미에서 제일 가까운 아리니 마을로.”


아리니 마을.


그 말에 진혁은 눈을 크게 떴다.


이프의 기억이 다음으로 이어지는 곳이 아리니 마을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아리니 마을의 기억을 읽는다고 해서 더 강해질지는 알 수 없었으나, 현재 상황과는 많이 다른 고대의 상황을 보는 것은 잔혹한 자에게 다가가는 길이 될 것이다.


탐욕의 악마 리시아가 헌터 스킬을 사용하는 이상, 잔혹한 자를 외면할 수는 없다. 진혁은 아리니 마을로 가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빼주세요.”


그때 네베가 슬쩍 손을 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네베에게 향했다.


“빼달라고? 어째서지?”


엔비아가 묻자, 네베는 눈앞에 나타난 선택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


알지?

선택지 안 고르면 어떻게 되는지.

이상한 짓 하지 말고.

너는.

너의 본분을 다해.


1. 빠진다.

2. 빠진다.

3. 빠진다.


※선택지를 고르지 않을시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


“엔비아 교관님께서 아시는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황제와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제가 하는 행동을 황제가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비록 제가 그 교양을 신청한 것은 맞으나, 수색대 역할을 해야 한다면 빠지겠습니다.”


황제에게 비밀로 해야 하는 수색 및 정보 수집.


네베는 자신이 기밀을 유지할 자신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엔비아는 어찌해야 좋을지 알 수 없어서 에리나에게 시선을 보냈다.


에리나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렇다면 네베 이프 학생은 빠지도록 해라.”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베는 고개 숙여 인사한 다음 비밀 시설을 나갔다. 네베가 나가버리니 이시즈가 아쉬움을 표했다.


“네베 이프는 굉장히 강한 학생인데, 빠지니 아쉽네요.”


“맞아, 사실 잔혹한 자랑 맞닥트려도 네베가 이길 것 같거든.”


“네베 이프가 참여한다면 황제 폐하도 위험성 언급을 안 할지도 몰라. 도박이라서 안 하는 게 낫겠지만.”


이시즈의 말에 덴트와 베르단디도 동조했다.


하지만 진혁은 다르게 생각했다.


“어차피 네베는 누군가랑 호흡을 맞추지 못해. 빠지는 게 맞을지도 모르지.”


특히.


되도 않는 의심일 뿐이지만.


진짜 네베가 이카루스를 죽인 범인이라면 위험 요소다. 위험 요소를 수색대에 넣을 수는 없다.


“나머지 학생들은 괜찮나?”


엔비아의 물음에 모두 긍정을 표했다. 목숨이 달린 일이지만, 목숨이 달렸다고 해서 빠질 만큼 나약한 이는 없었다.


“그렇다면 내일 아리니 마을로 갈 수 있게 준비해라. 아리니 마을 주변에 있는 숲은 넓기 때문에, 수색을 꼼꼼히 하려면 2일은 걸릴 것이다. 짐을 챙기도록 해.”


엔비아의 설명이 끝나고 모두 해산했다. 비밀 시설에는 엔비아와 에리나만 남아있었다.


“역시, 네베 녀석 무언가가 있군.”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에리나가 네베를 리스트에 넣었던 것은, 단순히 강해서가 아니다.


네베한테 의심스러운 점이 있어서 넣었던 것이다.


“나태···와 관련됐을까?”


“나태의 악마 디민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 녀석도 틈만 나면 허공을 멍하니 봐댔잖아. 지금 진혁이 쓰는 헌터 스킬 비슷한 걸 써대면서 말이야.”


나태의 악마, 디민.


고대에 이프가 활동하던 시절에 있었던 악마다.

나태의 힘을 사용하여, 상태창으로 강해지고 스킬창으로 스킬을 얻어 손쉽게 막강한 힘을 구사했었다.

물론 상태창과 스킬창의 포인트를 얻기 위해서는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고, 그 퀘스트는 선택지의 형태로 나타났다.


네베가 허공을 보는 행위는 디민이 하던 것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에리나님, 디민은 이프님께 죽었었습니다.”


“그것도 맞지. 이프가 못 죽였던 악마는 식탐의 악마뿐이니까.”


식탐의 악마를 제외한, 모든 악마를 이프는 죽였다. 새로운 나태의 악마가 어떤 녀석일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디민은 남에게 자신의 힘을 빌려주지는 못 했다.


“네베가 나태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단정 짓기에는 악마의 힘을 쓰지 않아.”


에리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을 괴롭히는 누군가에 의해 많은 기억들이 없어졌다. 그 때문에 자료를 모으고 있지만 쉽게 밝혀지지를 않는다.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니 미치겠네.”


“맞습니다. 어째서 식탐의 악마가 킹 벨제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지도 모르겠군요.”


“맞아··· 식탐은 최유정 그 년뿐인데.”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색대다. 어떻게든 진실을 알아내서 이프를 구하고 복수할 것이다.


“결산은 여기까지 하고, 정보를 좀 더 모아보자.”


“네, 알겠습니다.”


대화를 끝마치고, 에리나는 트리아이나 숲으로 이동했다.


여전히 이프는 고블린들한테 둘러싸여있었다. 살아있음에도 죽은 것보다 끔찍한 모습에, 에리나는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울면 마음이 약해지기 때문에 울지 않았다. 눈에서 흐르려는 눈물을 훔치고, 초콜릿을 꺼내 바닥에 놓았다.


어차피 이프는 초콜릿을 먹지 못한다. 지금 상황에서 이프가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은 모순에 가까우니까.


그럼에도 에리나는 과거를 회상하며, 매 년 러브초코 데이마다 초콜릿을 가져다줬다.


이프는 초콜릿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했으니까.


“이프, 미안해. 올해는 하나밖에 없어.”


에리나는 바닥에 초콜릿을 내려놨다.


많이 만들려고 했지만, 이카루스 때문에 시간을 많이 빼앗겨서 얼마 만들지 못했다.


진혁 하나, 리릴 하나, 그리고 이프에게 두 개를 주려고 했지만, 이카루스가 죽어서 하나를 줬다.


그래서 하나밖에 안 남았다.


“이카루스는 불쌍하니까 그렇다고 쳐도, 진혁이랑 리릴한테 하나를 줘버렸어. 그러느라 너한테는 하나밖에 못 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프의 눈은 공허하게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공허한 눈을 마주하자 에리나는 가슴이 떨렸다.


“이러면 안 되는 거겠지? 네가 그렇게 힘들어하는데, 너랑 아무런 관련도 없는 진혁과 리릴에게, 너를 비추어보면서, 자꾸만 괴로운 현실에서 눈을 돌리려고 해. 이러면 안 되는 건데. 나 참 한심하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마음을 얼어붙이려고 했다.


자신을 괴롭히는 그 존재를 이기기 위해 얼음이 필요하니, 마음을 극한으로 얼어 붙이려고 했고, 진혁과 리릴 때문에 녹으려고 할 때마다 차가워져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마음은 계속해서 녹아들었고, 점차 심상도 얼음이 아닌 물로 변해갔다.


물로는 절대 그 존재를 이길 수 없는데.


이렇게 되면 복수고 자유고, 이프의 구원이고.


아무 것도 해낼 수 없다.


“그런데 행복해. 너를 놔두고 자꾸만 행복해지려고 하고 있어.”


리릴이든 진혁이든, 그들과 함께 하면 즐겁다. 이프를 새까맣게 잊고 놀 정도로 즐거워진다.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었는데.


“더 이상 질질 끌면 안 되겠어. 빠르게, 빌어먹을 녀석들을 제거하는 수밖에.”


이 얼음이 다 녹기 전에 끝낸다.

에리나의 결심이었다.



* * *



“우후후~ 빅 뉴스~ 빅 뉴스~”


로스트가 황제를 찾아와서 시끄럽게 노래를 불렀다.


“무엇이 말이지.”


“아니, 글쎄. 아카데미에서 수색대를 꾸려서 정보를 모을 거라는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아리니 마을로 간대, 아리니 마을!”


로스트는 신이 난 듯이 방방 뛰었다.


“아리니 마을은 굉장히 내가 추억이 깃든 마을이거든.”


“어떤 추억이지?”


“여자아이들을 맛있게 잡아먹었던 곳이지!”


“염병할 추억이군.”


“그리고 이프를 처음으로 만났던 곳이고~”


로스트는 그때 그 순간을 떠올리면서 짜릿한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황제는 그런 로스트를 노려봤다. 왜 여기까지 와서 지랄인지 알 수가 없었다.


“황제, 넌 뭐 그렇게 여유로운 거야? 지금 수색대를 이끄는 게 누군지는 알아?”


“누군데.”


“에리나라고 에리나.”


“에리나라고 해봤자, 저급한 그 분들께 아무런 저항도 못 하지. 기억까지 잃은 채로 살고 있지 않나.”


“아, 맞아맞아. 그 분들도 참 대단하다니까? 하필이면 그 기억들을 날려버렸으니! 제멋대로야 그냥.”


로스트는 에리나가 잃어버린 기억들을 떠올리며 음흉하게 웃었다.


“그런 에리나 앞에 내가 본모습으로 나타나면 어떨까? 참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그런 짓 하지 마라. 또 저급한 그 분들께 잘못했다고 빌 셈인가.”


“노노! 당연히 농담이지~ 그런데 에리나 녀석 정보수집 능력은 옛날부터 알아줬거든? 황제 네 정체가 밝혀지는 것도 시간문제야.”


“내 정체라···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황제는 헛웃음을 흘렸다.


“퇴물이 덤벼오면 쓰러트릴 뿐이다.”


“과연! 황제다운 자신만만한 선언이로군! 자기도 퇴물이면서.”


“난 아직 현역이다.”


로스트는 황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황제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한숨만 내쉬었다.


“넌 요즘 너무 눈에 띄게 행동하고 있다. 그러다가 눈 밖에 나버릴 수도 있지. 내 알 바는 아니다만.”


“괜찮아, 괜찮아~ 눈 밖에 나도 괜찮아. 그래서 내가 아리니 마을에 재미있는 짓도 해놓은 거고~”


“인생을 오늘만 사는 녀석이로군.”


“원래 그런 거 아니야? 저 조나단이라는 녀석처럼 말이지.”


로스트는 황제가 보는 화면을 함께 보면서 키득거렸다. 화면에는 조나단이 이프의 흔적을 탐구하면서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녀석 쿠발란 기억 읽은 이후부터, 자료 모으는 속도가 장난 아니라고. 조만간 모든 진실을 알 것 같은데?”


“아직 역할이 남았기에 죽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진실을 알 때가 되면 역할도 다할 것이고.”


황제는 조나단을 가만히 바라봤다.

책임감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조나단.

그런 조나단을 보면서 황제는 스스로를 되돌아봤다.


“······”


···책임감이란.


“죽음 앞에서 무의미해지는 법이지. 조나단 너 또한 그럴 것이다.”


그 순간을 기대하도록 하지.


작가의말

조나단 괴롭히지 마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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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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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슬픔의 악마 20.12.10 121 5 12쪽
78 아리니 마을 20.12.09 108 6 12쪽
77 페널티 20.12.08 118 5 12쪽
76 준비된 위기 +2 20.12.07 126 5 13쪽
» 수색대 +2 20.12.05 129 5 12쪽
74 라이미 소환 +2 20.12.04 126 5 12쪽
73 러브초코 데이 (6) +6 20.12.03 136 5 12쪽
72 러브초코 데이 (5) +4 20.12.02 134 6 12쪽
71 러브초코 데이 (4) +2 20.12.01 132 6 11쪽
70 러브초코 데이 (3) +4 20.11.30 135 5 12쪽
69 러브초코 데이 (2) 20.11.29 143 5 12쪽
68 러브초코 데이 (1) +4 20.11.28 175 6 12쪽
67 식탐과 색욕 20.11.27 165 6 12쪽
66 오크의 숲, 쿠발란 (5) +4 20.11.26 158 6 12쪽
65 오크의 숲, 쿠발란 (4) 20.11.25 153 6 12쪽
64 오크의 숲, 쿠발란 (3) +2 20.11.24 159 6 12쪽
63 오크의 숲, 쿠발란 (2) 20.11.23 167 7 12쪽
62 이프의 기억, 쿠발란 (4) 20.11.22 173 6 12쪽
61 이프의 기억, 쿠발란 (3) 20.11.21 172 7 12쪽
60 이프의 기억, 쿠발란 (2) 20.11.20 182 6 12쪽
59 이프의 기억, 쿠발란 (1) +4 20.11.19 190 6 13쪽
58 오크의 숲, 쿠발란 (1) +4 20.11.18 216 7 12쪽
57 이프의 신화 20.11.17 226 8 12쪽
56 마음짓기 (2) +4 20.11.16 224 8 12쪽
55 마음짓기 (1) +4 20.11.15 237 8 12쪽
54 에리나 +2 20.11.14 252 8 13쪽
53 슬픔과 불신 20.11.13 261 8 13쪽
52 탐욕·인색 (4) +2 20.11.12 261 7 13쪽
51 탐욕·인색 (3) 20.11.11 259 9 12쪽
50 탐욕·인색 (2) +2 20.11.10 28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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