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57,699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1.19 19:10
조회
190
추천
6
글자
13쪽

이프의 기억, 쿠발란 (1)

DUMMY

* * *



진혁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하늘이었다.


지나치게 푸른 하늘,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푸른 잎들, 하늘을 보는 것이 아니라 물의 흐름을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주인은 힘들게 수업을 받고 왔는데, 권속이 태평하게 잠이나 자고 있다니.”


목소리가 들려서 진혁은 몸을 일으켰다. 살며시 눈을 돌리니 에리나와 똑같이 생긴 소녀가 보였다.


차이점이라면 머리카락 색깔, 에리나는 백발인데 소녀는 금발이었다. 황금보다 더 눈부신 금발이라서 그 에리나보다 훨씬 귀티가 나보였다.


“너는··· 누구지?”


진혁은 스스로 말하고 깜짝 놀랐다.

목소리가 자기 목소리가 아니라 소녀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아직 잠이 덜 깼나보군. 주인도 못 알아보고.”


“주인?”


진혁에게 주인이라고 하면 리릴뿐이었다. 에리나와 똑같이 생겼는데, 금발이라 더 귀티가 나는 소녀를 주인으로 모신 적은 없다.


‘하지만···’


목소리가 다르다.


목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 후에, 몸을 살펴보니 아예 다른 사람이었다.


우선은 성별부터가.


‘나한테 가슴이 있다고?’


작기는 하지만 가슴이 튀어나와있었다. 대충 살펴보니 10대 초중반의 몸인 것 같았다.


‘이건 설마···’


진혁은 자신의 손에 무언가가 쥐어져있음을 깨닫고 들어올렸다.


식칼이었다.


식칼의 날에 얼굴이 비춰서 보인다.


‘주인 아가씨?’


리릴과 똑같이 생긴 얼굴.


차이점이라면 머리카락이 백발이고, 눈동자가 붉은색이라는 점이었다.


‘식칼을 든 소녀와 에리나라고 하면.’


설마, 지금 자신이 이프가 되었단 말인가.


‘지금 상황에서 추측해볼만한 건 그것밖에 없어.’


하지만 어째서 에리나의 모습과 이프의 모습이 에리나와 리릴의 것과 똑같은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었는데,


‘첫째는 내가 고대 에리나와 이프의 모습을 모르니까 이렇게 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진짜 실제로 모습이 똑같다는 것.


‘그럼 뭔가 이상하잖아.’


에리나가 그 에리나와 똑같이 생긴 것은 그럴 수도 있다. 왜냐하면 에리나가 고대의 에리나와 동일한 인물이라고 가설을 세웠었으니까.


그런데 어째서 이프가 리릴과 똑같이 생겼단 말인가?

만약 얼굴을 몰라서 반영한 것이라면, 리릴 말고도 다른 여자가 많은데 왜 굳이 리릴이 된 것인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이프가 된 것은 확실하니, 의심 받지 않으려면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해.’


진혁은 일단 눈앞의 소녀가 에리나라고 판단하며 입을 열었다.


“에리나.”


“뭐.”


“으음···”


하지만 진혁은 이프가 아니다.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해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때, 진혁의 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


선택지


1. 무의식의 영역을 네가 가르쳐주면 좋잖아.

2. 에리나, 지금 우리 둘뿐이야.

3. 주인님··· 몸이 이상해요···


-


누가 봐도 멀쩡한 선택지는 1번밖에 없었다. 진혁은 2번이나 3번을 누르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지만, 호기심 때문에 위험한 짓을 하는 성격은 아니라 1번을 골랐다.


“무의식의 영역을 네가 가르쳐주면 좋잖아.”


“그런 건 혼자 해내라고. 그것조차 못 해서 내 권속을 자처할 수 있겠어?”


에리나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면서 고개를 돌렸다.

귀티는 났지만, 이프와 감정이 하나가 되어서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알던 에리나보다 더 얄미워보였다.

마음 같아서는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그러면서도 에리나를 향한 호감이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기묘한 감정이었다.


“에리나, 안 가르쳐줄 거면 이프를 나한테 넘겨.”


그때였다.

멀지 않은 거리에서 붉은 머리의 여성이 다가오고 있었다.

머리만큼이나 붉은 눈동자가 부드럽게 타오르고 있었으나, 그 시선의 강렬함이 에리나를 집어삼킬 듯이 거대했다.


“졸업했으면 꺼지시지.”


“너야말로 아직 졸업도 안 하고 뭐하는 건데?”


에리나는 붉은 머리 소녀를 보자마자 싸늘하게 말했고, 소녀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


“너 정도면 이미 졸업하고도 남았을 수준이잖아. 왜 아직도 그러고 있는데?”


“너한테 알려줄 건 없어.”


“그래? 그럼 굳이 알아내려고 애쓰지는 않을게.”


소녀는 진혁이 있는 곳까지 걸어오더니, 그대로 진혁을 끌어안았다.


“그 대신 이프는 내가 가르쳐줄 거야. 내 권속으로 삼고 싶으니까.”


“너는 왜 그렇게 이프한테 집착하는 건데.”


“이프의 체기는 다정하니까.”


진혁은 방금 그 말을 듣고 잠깐 사고가 멈추었다.


‘체기···?’


방금 그 말은 진혁의 상식대로라면 마력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어야 맞다.

이프의 마력은 다정하니까 마음에 들고, 가르쳐주고 싶다고 해야 말이 된다.


그런데 왜 체기라는 단어가 쓰였단 말인가?

체기는 헌터와 시스템을 연결하는 힘을 의미하는 단어이지 않은가?


‘이때는 마력을 체기라는 단어로 표현했나?’


그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만 생각하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왜 하필 체기란 말인가, 다른 단어도 아니고.


‘시스템의 정체도 의심스러운 판국인데···’


지금 보는 이프의 기억만 가지고도 알아낼 수 있을까?

알 수는 없지만, 진혁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머리에 담아두려고 집중했다.


“흥, 그렇게 좋으면 알아서 해. 어차피 내 권속이니까 강해져도 내가 이득이야.”


“그러다가 내 권속 되면 어쩌려고?”


“배신자는 처단, 가차 없죠.”


덧붙여서 에리나는 ‘처신 잘하라고.’와 같은 말을 붙이고 갔다.


“됐다. 그럼 이제 나한테 체기 사용법을 배우면 될 것 같아. 그치?”


“그···”


선택지는 안 나오나?


의문을 품고 있을 때, 짜잔, 하고 나타났다.


-


선택지


1. 넌 누구냐?

2. 너 참 예쁘게 생겼구나.

3. 루비아, 너의 루비 같이 아름다운 눈동자에 키스 오브 파이어를 치얼스.


-


‘······?’


아까와 다르게 선택지는 개판이 되었다. 그나마 멀쩡하게 보이는 것이 1번인데, 그렇다면 이 소녀와 이프는 지금 처음 만났다는 것인가?


‘아니, 그럴 리가. 지금 분위기만 보면 이미 면식이 있는 상태야.’


그렇다는 것은 선택지가 항상 정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일단 선택지로 추측해봤을 때, 소녀의 이름은 루비아인 것 같으니 그것을 이용하여 대화를 한다.


“루비아, 나한테 왜 잘해주는 거지?”


일단 이프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이 당혹감이었기에, 그것을 바탕으로 질문을 하였다.


다행히 질문은 정답이었다.


“넌 특별하니까.”


“특별해? 내가?”


“응, 너처럼 체기가 다정한 사람은 처음 봤어. 분명히 그 다정함으로 잔혹한 자조차 이길 수 있겠지.”


“잔혹한 자를 이길 수 있다고?”


“응, 내 생각일 뿐이지만···”


루비아는 말끝을 흐리다가, 잠시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말했다.


“이프, 네가 확고하다는 건 알고 있어. 에리나를 확실히 주인으로 모시고 있지. 하지만 넌 에리나한테 속고 있는 거야.”


“속고 있다고? 뭐를?”


“에리나는 잔혹한 자에 대한 정보를 아카데미에서 얻을 수 있다고 말했지?”


진혁은 직접 들은 적은 없었지만, 이프의 감정이 동의를 표하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거짓말이라는 거야. 아카데미의 학생 신분이면 이동에 제약이 있으니 오히려 정보를 얻기 어려워. 반면에 내 권속이 되면 자유롭게 다닐 수 있으니까 정보를 얻기 쉽겠지.”


진혁은 루비아의 말이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화에 따르면 이프는 계속해서 에리나와 함께 다닌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루비아의 제안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이프가 생각이 없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남아야 하는 이유 같은 게 있을 수도 있어.’


그래서 진혁은 이프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그 확고한 의지를 본 루비아는 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어쩔 수 없네. 하지만 언제든 마음이 바뀌면 내 권속이 되어줘. 알겠지?”


“그래.”


“그럼 수행이나 하자. 무의식의 영역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야.”


진혁은 이상함을 느꼈다.


‘무의식의 영역을 다른 사람에게 배운다고?’


쿠발란에서 이프는 무의식의 영역을 독학했다고 신화에 적혀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 무의식의 영역을 루비아라는 인물에게 배운단 말인가?


‘신화가 조작된 것인가, 지금 보는 기억이 조작된 것인가.’


진혁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무의식의 영역은 진혁이 꼭 알고 싶던 정보이기도 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의문을 품기보다는, 최대한 이곳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어갈 필요가 있었다.


“자, 무의식의 영역이라는 건 말이야. 네가 가진 마음의 문을 열어보는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1차적인 심상을 떠올릴 필요가 있지.”


심상을 떠올려라.


그 말에 진혁은 가시를 떠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지금의 진혁은 진혁이 아니라 이프였기 때문에 가시의 마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


“너는 식칼을 사용하니까 식칼을 한 번 떠올려볼래?”


“식칼···”


진혁은 지금 이프가 된 상태였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식칼의 이미지를 떠올린 다음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식칼만 떠올려서는 안 돼! 단순히 떠올리기만 하면 결국 그 주체는 네가 아니라, 그 식칼일 뿐이니까.”


그러니까 그 식칼을 잡으려고 해봐.


그게 어려울 게 뭐 있다고, 진혁은 그리 생각하여 식칼을 잡는 이미지를 떠올리려고 했다.


그런데 잘 되지 않았다. 벽이 있고, 그것에 막혀서 식칼이 있는 곳으로 손을 뻗을 수가 없었다.


“잘 안 되지? 아직 식칼의 영역에 네가 들어갈 수 없어서야. 그러니까 특훈을 할 필요가 있겠지.”


루비아는 진혁의 손을 잡으면서 물었다.


“식칼을 사용한다는 것, 그것은 무엇을 하겠다는 의미일까? 일반적으로 말이야.”


“요리할 때 쓰지 않을까.”


“바로 그거야! 식칼은 식재료를 자를 때 쓰는 거잖아? 식재료가 잘려나가는 것부터 떠올려봐!”


루비아의 말을 듣고, 식칼로 오이를 자르는 모습을 계속 떠올렸다.

하지만 식칼을 자신의 손으로 붙잡지는 못 했다. 식칼은 스스로 움직여서 오이를 잘라낼 뿐이었으니까.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마력이 날카로운 기운을 품는다는 게 느껴졌다.


“오, 잘하고 있네? 지금 그게 무의식의 영역 직전의 경지야.”


무의식의 영역.


그것은 자신의 무의식과 세상을 하나로 합쳐서 보게 되는 경지.


가령 현실의 철근을 베고 싶을 때, 무의식의 영역을 펼쳐서 식칼을 붙잡고 오이와 철근을 겹쳐 보이게 한다.


그 다음에 오이를 무의식의 영역에서 자르면, 놀랍게도 체기가 기적의 힘을 발휘해 오이 자르듯이 철근을 잘라버린다.


“지금은 무의식의 영역이 대상을 한정하는 게 불안정할 거야. 사용하게 되면 네가 오히려 다쳐버리지.”


“안 그러려면 어떡해야 하는데?”


“현실에서 식칼로 식재료를 많이 자르다 보면 되지 않을까?”


“흠···”


진혁 자신에게 빗댄다면, 실제로 가시에 찔리거나 찌르기를 해봐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본질이 다르니까 어쩌면 방법이 다를 수도 있다.


‘질문을 루비아한테 할 수는 있을까?’


궁금해서 질문을 하려고 했지만,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는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별 수 없지, 스스로 알아낼 수밖에.’


일단은 이프의 기억에서 벗어나는 게 목적이니, 가시의 마력은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 무의식의 영역이라는 거··· 마스터의 경지랑 비슷한 것 아닌가.’


직접 마스터가 되어본 적이 없으니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일정 공간에 자신의 심상을 적용시키는 게 마스터라고 했으니 비슷하다.


‘어디가 다른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마스터가 되는 것은 어렵겠지만, 무의식의 영역을 익히는 것은 쉬울 것이다.

고대에만 해도 기본기에 가까운 기술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무의식의 영역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손가락이 잘려나갔다.


“아아악! 존나 아프잖아!”


“그러니까 오이를 잘라야지, 왜 손가락을 자르고 그래?”


그렇게 진혁은 무의식의 영역을 익히기 위해서 몇 번이고 보건실을 들락날락 거렸다···


작가의말

진혁아 꼭 신기술 익혀서 돌아와야 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9 슬픔의 악마 20.12.10 121 5 12쪽
78 아리니 마을 20.12.09 108 6 12쪽
77 페널티 20.12.08 118 5 12쪽
76 준비된 위기 +2 20.12.07 127 5 13쪽
75 수색대 +2 20.12.05 129 5 12쪽
74 라이미 소환 +2 20.12.04 126 5 12쪽
73 러브초코 데이 (6) +6 20.12.03 136 5 12쪽
72 러브초코 데이 (5) +4 20.12.02 134 6 12쪽
71 러브초코 데이 (4) +2 20.12.01 132 6 11쪽
70 러브초코 데이 (3) +4 20.11.30 136 5 12쪽
69 러브초코 데이 (2) 20.11.29 143 5 12쪽
68 러브초코 데이 (1) +4 20.11.28 176 6 12쪽
67 식탐과 색욕 20.11.27 166 6 12쪽
66 오크의 숲, 쿠발란 (5) +4 20.11.26 158 6 12쪽
65 오크의 숲, 쿠발란 (4) 20.11.25 153 6 12쪽
64 오크의 숲, 쿠발란 (3) +2 20.11.24 159 6 12쪽
63 오크의 숲, 쿠발란 (2) 20.11.23 167 7 12쪽
62 이프의 기억, 쿠발란 (4) 20.11.22 173 6 12쪽
61 이프의 기억, 쿠발란 (3) 20.11.21 172 7 12쪽
60 이프의 기억, 쿠발란 (2) 20.11.20 182 6 12쪽
» 이프의 기억, 쿠발란 (1) +4 20.11.19 191 6 13쪽
58 오크의 숲, 쿠발란 (1) +4 20.11.18 216 7 12쪽
57 이프의 신화 20.11.17 226 8 12쪽
56 마음짓기 (2) +4 20.11.16 224 8 12쪽
55 마음짓기 (1) +4 20.11.15 238 8 12쪽
54 에리나 +2 20.11.14 252 8 13쪽
53 슬픔과 불신 20.11.13 262 8 13쪽
52 탐욕·인색 (4) +2 20.11.12 261 7 13쪽
51 탐욕·인색 (3) 20.11.11 259 9 12쪽
50 탐욕·인색 (2) +2 20.11.10 282 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