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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57,695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2.0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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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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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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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준비된 위기

DUMMY

조나단은 플루와 함께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았다.


조나단이 모은 정보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았고, 정보를 종합한 끝에 소실된 신화의 일부를 알아냈다.


그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세상은 혼란에 빠지겠군.”


사람들이 알고 있던 관념 그 자체를 뒤집어버릴 정도였다. 하지만 이 정보를 숨기는 것 또한 옳지 못하다. 밝힐 필요가 있다.


“과연, 확실히 놀라운 정보네.”


조나단의 옆에서 플루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플루가 없었다면 이렇게 정보를 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조나단 자신의 공보다는 플루의 공이 컸다.


“단장님이 아니었다면 모으지 못 했을 것입니다.”


“흐음, 그래?”


플루는 조나단이 밝혀낸 사실을 종이에 요약하여 적는 것을 가만히 봤다. 그리고 요약한 종이를 품속에 넣는 것까지 지켜봤다.


“그럼 이제 세상에 알리는 일만 남았겠네?”


“그렇습니다. 이 세상은 혼란에 빠질 것이고, 틀림없이 황제를 몰아내려는 세력 또한 나타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올바른 일이겠죠. 책임감에 따라 움직일 따름입니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죽어.”


그렇다면 죽어.


조나단은 순간적으로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살기가 이어졌다. 플루의 검이 단숨에 조나단의 심장을 노렸다.


“큭?!”


조나단은 검을 뽑을 틈이 없었다.

황급히 뒤로 몸을 빼 피했다.

그러나 완전히 피하지는 못 했다.

플루의 검이 조나단의 가슴을 베어낸다.


피가 흐른다.


“다, 단장님 어째서!”


“넌 너무 많은 걸 알았어.”


“많은 걸 알다니, 그게 무슨···”


조나단은 플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설사 플루가 황제의 명을 지나치게 잘 지킨다고 할지라도, 여기까지 진실이 밝혀졌다면 황제의 명을 지킬 이유가 없다.


옳지 못한 황제를 따르는 것은 무책임한 짓이다. 책임감을 지는 것이 더 어려우니까 회피하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플루는 회피를 하려는 셈인가?


하지만 많은 것을 알고 있으니 죽어야 한다는 말은, 플루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조나단은 플루에게 묻고 싶은 것이 산더미 같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플루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가?


그 또한 알 수 없다. 만약 플루가 숨겨둔 힘이 있다면 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조나단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하나뿐이었다.


‘도망쳐야 해.’


플루의 눈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몸을 숨긴 뒤, 가장 믿음직한 사람에게 정보를 넘겨줄 필요가 있다.


‘누구지? 누구한테 넘기지?’


조나단은 달리면서 생각했다.

가장 믿음직한 사람은 누구인가.

살면서 만난 사람들이 많이 떠올랐지만, 그 중에서 조나단이 선명하게 떠오른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진혁.’


자신에게 왕의 책임감, 엑스칼리버를 준 남자.


진혁이라면 믿을 수 있다.


진혁에게 이 정보를 맡기겠다는 생각으로 달렸다. 아카데미를 향해 끝없이 달렸다.


전서구를 이용해서 편지를 보내는 방법도 있겠지만, 만약 황제가 이상함을 느꼈다면 전서구를 죽여버릴지도 모른다.


직접 전달하는 것이 최선이다.


조나단이 달아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로스트가 비명을 질렀다.


“황제 황제! 쟤 어떡해? 아리니 마을로 들어가고 있어! 아직 죽으면 안 되는 애지 않아?”


“맞다. 아직 죽으면 안 되지. 조나단의 책임감은 진혁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것으로 끝이니까.”


황제는 아리니 마을로 달려가는 조나단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카데미로 가는 길에 아리니 마을이 있어서인데, 아리니 마을에는 로스트가 이상한 수를 써놨다고 말했었다.


“로스트, 네가 써놓은 수가 뭐지?”


“아, 그거? 별 거 아닌데. 그런데 저 녀석이 가면 조금 위험할지도.”


“조나단이 지금 위험해지면 네가 죽을 수도 있다. 저급한 그 분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마.”


“그건 알 수 없지. 칭찬 받을지도 모르잖아?”


칭찬을 어떻게 받는단 말인가.


황제가 어이없어하며 보는 사이, 조나단은 아리니 마을에 도착했다.


아리니 마을은 주변 숲에 슬라임들이 많이 살 뿐이라, 비교적 안전한 마을이다.


그런데 조나단이 도착한 아리니 마을은 혼란한 상황이었다.


“이건 대체···”


새카만데 거대한 슬라임.


그 슬라임이 사람들을 계속해서 집어삼키고 있었다.


슬라임은 별로 위험한 괴물이 아닌데, 저 슬라임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슬라임 한 마리가 마을을 괴멸시켰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봤다.


그 슬라임을 가리키며 로스트는 뿌듯해했다.


“저게 바로 나의 야심작, 식탐의 슬라임!”


“저건 슬라임이 아니잖냐, 미친 식탐아.”


탐(貪)이라고 불리던 고대 괴물이 있었다. 저것은 그 탐이다.


“아닌데? 슬라임 맞는데? 슬라임한테 식탐의 권능을 줬더니 저렇게 됐는데?”


“탐까지 만들어 내다니, 제정신이냐.”


“저는 제정신입니다.”


진혁 일행이 아리니 마을로 갈 것을 알면서 저런 걸 만들다니, 제정신이라면 할 짓이 아니다.


“진혁 일행이 괴멸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럼 나야 좋은 거 아닌가?”


“저급한 그 분들께 네가 죽을 수도 있겠지.”


“흐음, 뭐 괜찮아. 이프를 먹은 이후라면 죽어도 되니까.”


로스트는 이프를 먹고 싶다.


진혁과 리릴 둘 중에 한 명이 이프의 환생이라면, 둘 다 먹어버리면 그만이다.


그 후에 죽는다면 얼마든지 죽어도 좋다.


“오, 탐 쟤 좀 쩌는데.”


조나단은 탐에 맞서 싸웠지만, 식탐의 권능을 있는 대로 받아낸 탐을 이겨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죽음을 코앞에 뒀음에도 조나단의 표정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니, 두려워했다.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두려워했다.


황제는 조나단의 그러한 감정을 읽어내고 주먹을 꽉 쥐었다.


“끝까지··· 책임감을 내려놓지 않는단 말인가.”


탐에게 잡아먹히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의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그러한 조나단을 보며 황제는 짜증이 치밀었다.


“젠장.”


“아니, 조나단 말고 쟤 좀 보라고. 우리 귀여운 식탐의 슬라임을!”


“언제부터 식탐의 슬라임이 우리 거였나, 네 거지.”


황제가 투덜거리며 탐을 가만히 봤다. 탐은 조나단을 삼킨 이후로 모습을 바꾸더니, 조나단과 똑같이 생긴 모습이 되었다.


“뭐···?”


황제가 얼빠진 소리를 내고, 로스트가 웃었다.


“저것 봐 저것 봐! 저기에 이제 진혁, 리릴, 레이라가 가는 거라고!”


레이라가 탐에게 먹힌 조나단을 본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슬픔의 악마로 각성하지 않겠어?”


“과연, 그렇군.”


황제는 정말 로스트가 칭찬 받게 생겼으니 할 말을 잃었다. 레이라가 슬픔의 악마가 되어버리면, 틀림없이 진혁과 리릴은 괴로워할 것이다.


진혁과 리릴이 괴로워하면 덩달아 에리나도 침울해진다.


이때까지 황제가 저급한 그 분들을 지켜본 결과, 진혁, 리릴, 에리나가 괴로워하면 괴로워할수록 즐거워했다.


오직 괴롭히는 것만이 그들의 목적인 것처럼.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인벤토리에서 라이브로 볼 생각하니 짜릿한 걸?”


“흐음,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군.”


황제는 다른 화면을 봤다. 그 화면에는 탐욕의 악마 리시아가 회복을 끝내고, 자기 몸을 점검하는 중이었다.


“리시아가 진혁을 공격하려고 한다.”


“언제?”


“2일 후.”


“이야, 그건 또 그거대로 재미있겠는 걸!”


리시아는 진혁이 아리니 마을로 간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아끼는 부하인 최지현을 진혁이 죽였으니, 복수해야 했다.


시스템이 퀘스트를 준 것은 아니었다. 이때까지 리시아는 시스템의 퀘스트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지만, 이번에는 퀘스트가 오지 않으니 독단적으로 행동할 뿐이다.


물론 퀘스트가 아예 없는 상태는 아니다. 아카데미를 괴멸시키라는 퀘스트는 여전히 온 상태다.


‘그 날 이후로 복수의 칼날을 갈아왔다.’


아카데미를 괴멸시키고 진혁을 죽이기 위해, 끝없이 부하들을 움직여 퀘스트를 수행하게 했다.


저번 침입 사건 때와는 부하들의 강함이 차원을 달리 한다.


1:1로는 아카데미의 교관을 이길 수 없겠지만, 쪽수로 밀어붙이면 아카데미의 교관들 또한 쓰러트릴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쓰러트리지 못해도 괜찮다. 핵심을 무너트리면 되는 것이니까.


“헌터들이여. 초이지현은 나에게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자주 말해줬다.”


리시아는 직접 스타크래프트를 해본 적이 없었지만, 최지현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을 들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제일 가성비가 좋은 전략은, 일꾼들을 죽이는 것이다. 일꾼들을 죽이면 자원을 모으지 못하니까 큰 타격을 입는 것이지.”


그 점을 아카데미에 적용시킨다면, 무엇을 하면 되는 것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최대한 교관들을 피하고, 학생들을 죽여라. 학생들을 모조리 죽이고 빠져나와라. 학생을 잃은 아카데미는 신뢰를 잃고 무너질 터이니.”


리시아가 헌터들에게 내리는 명령은 그것이었다.


“그리고 자네들이 그렇게 아카데미를 무너트리는 동안, 나는 초이지현의 복수를 하겠다.”


진혁을 죽이는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 충분하다.


특히 진혁이 아카데미를 빠져나와있을 때야말로 기회다.


“나는 아리니 마을로 간다.”


그것이 리시아 헌터 길드의 계획이었다.


“저급한 그 분들께서 별 다른 반응이 없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잘 흘러가는 것 같다.”


황제는 계획이 많이 틀어져서 저급한 그 분들이 싫어할 것 같았다. 하지만 싫은 티를 내지 않는다. 어쩌면 틀어짐으로써 더 마음에 들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정확한 결과는 2일 후가 되어봐야 알겠지.”


그렇게 여러 위기가 아카데미와 진혁 일행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 * *



“···슬라임.”


리릴의 어깨에 올라탄 라이미를 네베가 가리켰다. 라이미는 네베가 가리키자 존재를 과시하듯이 몸을 꿈틀꿈틀 거렸다.


“큐큐!”


“얘는 라이미라고 해요.”


라이미라는 말에 네베가 흠칫 놀랐다.


“슬라임을 왜 데리고 있지.”


“제 새로운 소환수거든요!”


리릴은 라이미가 튀어나온 책을 보여주며, 있었던 일을 설명해줬다. 네베는 이야기를 가만히 들었다. 하지만 냉정함이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이름은 왜 라이미지.”


“이름을 지어주려는데, 라임은 성의 없어 보인대서 라이미로 했어요!”


“흠···”


네베는 앓는 소리를 희미하게 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고대 영웅 이프도 슬라임과 함께 싸웠었다. 그 슬라임은 이 슬라임과 다르게 인간형이었지만··· 이름이 라이미였지.”


“와! 우연히 똑같이 지었네요.”


“글쎄, 우연일지 아닐지.”


“네?”


“아무 것도 아니다.”


그리고 네베는 옆에서 가만히 서있던 진혁에게 눈을 돌렸다.


“내일, 아리니 마을로 가지.”


“그런데?”


“거기에서 꼭 강해져라.”


“강해지면 좋기야 하겠지만, 왜 네가 강해져라 마라 말하는 거냐?”


“거기에서 강해지지 않으면···”


내가 너를 죽이게 될지도 모른다.


네베는 뒷말을 삼키면서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너를 좋아한다. 그것만··· 알아둬라.”


네베는 그렇게 말하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어썼다. 난데없는 사랑 고백에 진혁은 황당했다.


“고백으로 혼내주는 건가?”


“고백으로 혼내주는 게 뭐예요?”


“음,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러브초코 데이 때 고백해온 수많은 남자들을 거절하고, 별 타격 없었던 리릴에게 설명하려니 애매했다.


“어, 어쨌든 고백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란 거지.”


“아하? 그럼 저는 진혁님을 사랑해요!”


“큐큐!”


“라이미도 사랑한대요!”


“갑자기 이야기가 왜 그렇게 되는 건데?!”


리릴이 라이미와 함께 진혁을 와락, 끌어안았다.


진혁은 리릴의 따스한 체온을 느끼면서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래, 이 따스함을 지켜야겠지.’


리릴이 지키려고 애쓰고 있다. 진혁이 더 강하니까 더 애써야 한다.


진혁은 네베가 왜 강해지라고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떻게든 강해지겠다고 생각하며 리릴을 함께 끌어안았다.


“나도 좋아해, 아가씨.”


작가의말

최종국면이 다가오는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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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수색대 +2 20.12.05 129 5 12쪽
74 라이미 소환 +2 20.12.04 126 5 12쪽
73 러브초코 데이 (6) +6 20.12.03 136 5 12쪽
72 러브초코 데이 (5) +4 20.12.02 134 6 12쪽
71 러브초코 데이 (4) +2 20.12.01 132 6 11쪽
70 러브초코 데이 (3) +4 20.11.30 136 5 12쪽
69 러브초코 데이 (2) 20.11.29 143 5 12쪽
68 러브초코 데이 (1) +4 20.11.28 176 6 12쪽
67 식탐과 색욕 20.11.27 165 6 12쪽
66 오크의 숲, 쿠발란 (5) +4 20.11.26 158 6 12쪽
65 오크의 숲, 쿠발란 (4) 20.11.25 153 6 12쪽
64 오크의 숲, 쿠발란 (3) +2 20.11.24 159 6 12쪽
63 오크의 숲, 쿠발란 (2) 20.11.23 167 7 12쪽
62 이프의 기억, 쿠발란 (4) 20.11.22 173 6 12쪽
61 이프의 기억, 쿠발란 (3) 20.11.21 172 7 12쪽
60 이프의 기억, 쿠발란 (2) 20.11.20 182 6 12쪽
59 이프의 기억, 쿠발란 (1) +4 20.11.19 190 6 13쪽
58 오크의 숲, 쿠발란 (1) +4 20.11.18 216 7 12쪽
57 이프의 신화 20.11.17 226 8 12쪽
56 마음짓기 (2) +4 20.11.16 224 8 12쪽
55 마음짓기 (1) +4 20.11.15 238 8 12쪽
54 에리나 +2 20.11.14 252 8 13쪽
53 슬픔과 불신 20.11.13 261 8 13쪽
52 탐욕·인색 (4) +2 20.11.12 261 7 13쪽
51 탐욕·인색 (3) 20.11.11 259 9 12쪽
50 탐욕·인색 (2) +2 20.11.10 28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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