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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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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2.0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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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러브초코 데이 (5)

DUMMY

“소환수를 하나 더 불러내겠다고요?”


소환사는 처음에는 소환수 한 마리로 시작하지만, 강해질수록 소환수를 늘리는 편이다.


오로리 또한 소환수가 셀 수 없이 많고, 그래서 서먼 마스터라고 불리니까.


하지만 아직 리릴은 소환수를 더 늘릴 여유가 없다. 진혁이 자신의 마력으로 싸우는 빈도가 많아진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헌터 스킬에 의존도가 높다.


헌터 스킬은 상당한 양의 마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소환수를 더 만들 여유는 없을 것인데.


“내 마력을 받으면 소환하는 것 정도는 문제가 없겠죠. 하지만 진혁과 동시에 소환해서 싸우는 것은 무리일 겁니다.”


“그래도 해낼 거예요. 더 강해져야만 하니까요.”


무기의 문을 좀 더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도 강해지는 것이지만, 리릴의 본질은 소환사다. 소환사라면 강한 소환수와 계약을 많이 맺는 것이 곧 힘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니, 아퀴나스는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한테 마력을 달라고 하지 말고, 나한테 계약을 맺어달라고 해도 되지 않나요?”


물론 아퀴나스는 계약 같은 것을 맺어줄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누구와도 계약을 할 마음이 없었지만, 오로리의 자연친화력이 대단해서 계약을 특별히 맺어준 것뿐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이러한 질문을 던진 것은, 리릴이 어떤 사람인지 좀 더 알아내고 싶어서였다.


리릴은 아퀴나스의 의도는 몰랐지만, 소신껏 미소 지으며 답했다.


“아직, 세상의 물을 담기에는 제 세상이 좁으니까요.”


자신의 능력을 세상으로 인지하고 있으며,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도 잘 알고 있다. 그 한계를 부수기 위해 노력도 멈추지 않는다.


아퀴나스는 리릴이 어떤 심성의 소유자인지 알게 되어서, 만족하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특별히 아이에게 마력을 빌려드리죠. 훌륭한 소환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퀴나스는 리릴에게 마력을 넘겨주고, 더 이상 할 일은 없다는 듯이 홀연히 사라졌다. 진혁 일행도 더 이상 아퀴나스에게 볼 일은 없었다.


“여기는 정령왕님께서 머무르셔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요. 여기에서 소환 의식을 진행할게요.”


리릴은 소환 의식을 혼자서 집중하고 싶다며, 진혁에게 잠깐 다른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라고 하였다.


진혁은 리릴로부터 벗어나는 게 불안하였다. 혹여나 리릴이 누군가에게 공격이라도 당하면 어쩐단 말인가? 최근 위험한 일을 많이 겪은 탓에 위기의식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곳은 안전통제교관들이 철저히 지키는 곳이다. 특히 물의 정령왕 아퀴나스가 호수 안에 있으니, 외부의 침입이 발생하면 아퀴나스가 바로 응징할 것이다.


어찌 보면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진혁은 집중하고 싶다는 리릴의 말을 들어주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너희는 이제 어떡할래?”


“저는 붕붕 초콜릿 말고, 다른 초콜릿을 만들어서 네베 이프님께 드리려고 해요.”


“난 초콜릿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재료 모아야 해.”


“저는 이만 수행하러 가려고 합니다. 놀 만큼 놀았네요.”


이시즈는 수행하러 간다고 말했지만, 어딘가 기분이 불편해보였다. 리릴이 빠져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시즈는 빠지고, 에리나랑 이카루스랑 같이 재료나 모으자.”


“흐흐, 그렇게 이 몸이랑 같이 놀고 싶어? 그럼 특별히 같이 사냥시켜주지!”


“언제는 같이 사냥하러 가자고 꼬드긴 주제에.”


“그, 그건 축생 네가 아니라 리릴 때문이지!”


에리나는 얼굴을 붉히며 항변했다. 자기도 왜 얼굴이 그렇게 붉어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진혁에 대한 마음은 완전히 정리하였다고 생각했는데, 가슴은 그러지 못한지 의지와 상관없이 뛰었다.


‘진혁은 이프랑 아무런 관련도 없어···’


이프는 아직 살아있다. 죽음보다 더 끔찍하게 살아있는 상태지만, 몇 번이고 트리아이나 숲에 가서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아무리 진혁이 이프와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다고 해도, 진혁은 진혁이고 이프는 이프일 뿐. 진혁에게 마음을 두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은 같이 있지 말자.’


같이 있고 싶지만, 같이 있으면 차가움이 녹아버릴 것만 같아서 멀어져야했다.


차가움이 녹으면 목표를 이룰 수가 없으니까.


“축생 주제에 나대니까 같이 있기 싫어졌어. 둘이서 노시지!”


“그건 대체 뭔···”


진혁은 당황스러웠지만, 에리나가 칼 같이 몸을 돌려서 떠나버렸기에 붙잡지 못했다.


그렇게 에리나가 떠나버리니 진혁은 마음이 허전했다. 이프의 기억을 본 탓에 정신이 물든 것일까? 알 수 없었지만 가시 하나가 뽑혀서 마음에 구멍이 생긴 것만 같았다.


‘에리나에게 이런 감정이 들다니.’


미쳐도 제대로 미쳤구나.


진혁은 그런 생각을 하며 이카루스를 보았다.


“무슨 초콜릿을 만들려고?”


“아, 그건···”


초콜릿의 효과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다. 이카루스는 그 사실을 마음에 새겨서 더 이상 초콜릿의 종류에는 관심을 두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초콜릿의 모양을 좀 다르게 해볼까 싶어요.”


“생각해둔 게 있어?”


“네, 자석 모양이요.”


자석 모양 초콜릿이라니, 대체 그게 무슨 소리인가. 진혁이 이해할 수 없어하자 이카루스가 설명했다.


“저는 끌어당기는 인력을 쓰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네베 이프님은 현상을 거부하는 힘이잖아요? 일종의 밀어내는 거죠.”


“그렇···겠지?”


“그러니까 당기는 힘과 밀어내는 힘을 모두 가진 게 자석이잖아요. 자석 모양 초콜릿을 만들려고 해요.”


초콜릿을 녹여서 모양만 바꾸면 된다. 더 이상 초콜릿 사냥터에 용무는 없다.


그래서 진혁과 이카루스는 초콜릿 사냥터를 나가기 위해 움직였다. 발걸음을 걷는 동안, 두 사람은 자연스레 대화를 나눌 만큼 친하지는 않아서 조용했다.


하지만 조용함 속에서도 진혁은 이카루스가 걱정되었다. 하필이면 네베에게 초콜릿을 주겠다니, 정말 괜찮은 것일까?


그 우려를 결국 입 밖으로 꺼냈다.


“이카루스, 네베는 너한테 있어서 단순히 좋아하는 사람이냐?”


“아닙니다.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존경하기까지 합니다.”


“신 같은 존재겠네?”


“그렇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신화에 이카로스라는 사람이 나와.”


“처음 들어보는 신화네요.”


“이카로스라는 사람은 날개를 만들어서 하늘을 날 수 있었지만,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서 날개가 녹아버리고 죽어버려.”


진혁의 말에 순간적으로 이카루스는 섬뜩했다.


“네가 이름이 우연히 일치하는데··· 그래서 불안하단 말이지. 괜히 네베한테 다가가려다가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네베는 강하고 아름답기에 태양처럼 빛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누구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벽을 쌓는다.


평범한 세상이었다면 네베한테 거절당한다고 해도, 그냥 가슴 아파하면 끝이다. 가슴 아픈 것이 보통 일은 아니지만 견뎌내면 더 좋은 사랑이 오거나, 잊는 법이니까.


하지만 이 세상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네베한테 거절당한 아픔으로 마음의 균열이 생기고, 악령이나 악마가 되어버린다면?


‘러브초코 데이는 역시 이해가 안 돼.’


초콜릿을 만들고, 사랑을 통해 더 행복하고 강해지며 정신적인 치유를 얻는다는 취지는 좋다.


그런데 사랑의 이면에는 실연이 있다. 실연의 아픔만큼 가슴을 찢어발기는 것은 없다. 모두가 사랑에 성공하지는 못 하는 법인데 어째서 이런 이벤트가 존재한단 말인가.


‘아카데미의 이벤트는 누가 구상하는 거지? 교장인 리칼이 하는 걸까?’


그 자가 누구일지는 알 수 없지만, 틀림없이 악령이나 악마를 만들려는 속셈이 있을 것이다. 틀림없이 아카데미의 관계자 중에 배신자가 있다.


그 배신자가 있는 이상 아카데미에서 악령이나 악마가 나오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찾아내서 제거하는 게 맞겠지.’


자신이 제거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나는 네가 네베한테 안 가는 게 좋겠어.”


“······”


진혁의 말에 이카루스는 잠깐 고민이 되었다. 진혁의 말대로 네베에게 거절당한 것이 괴로워 악령이나 악마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래서 이카루스는 한 번 따져봤다.


네베에게 거절당해도 악령이나 악마가 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말그대로 잠깐의 고민이었다.

길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걱정해주신 건 고마워요. 하지만 걱정해주지 않으셔도 돼요.”


“네베에게 거절당해도 괜찮다는 거냐?”


“물론 괴롭기는 하겠죠. 하지만 네베 이프님께서는 애초에 현상의 거부를 능력으로 쓰실 정도에요. 이 세상 모든 것을 밀어내고 계실지도 모르죠.”


이카루스의 말에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베는 타인과의 교류 자체를 귀찮아하며 혼자 있는 것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거부한다는 심상은 대체 어떤 것일까. 네베는 어떻게 살아왔기에 그런 능력을 얻은 것일까.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저는 끌어당기는 힘이잖아요. F급이라 강하지도 않고 약해빠졌지만, 계속 끌어당기다보면 거부만 하는 네베 이프님도 마음을 열어주실 거라 믿어요.”


“칠전팔기인가.”


일곱 번 넘어지면 여덟 번 일어서면 된다. 100번의 실패가 101번의 실패를 증명하지는 못 한다.


그러니 힘들더라도 이카루스는 네베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사랑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이카루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만 해도 된다.


오직 그것만을 위해 이카루스는 끝없이 노력할 것이다.


“네가 그렇다면야.”


악령이나 악마가 되지 않는다면, 이카루스가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오히려 도와줄 자신도 있다.


하지만 진혁의 도움은 필요하지 않았다. 이카루스는 몬스터 사냥을 더 하지도 않았고, 그저 초콜릿을 사서 자석 모양으로 굳히기만 하려고 했으니까.


혼자 만들면 심심해서 말동무라도 해주려 했지만, 진혁과 이카루스는 친하지 않았기에 그러지도 못 했다.


결국 진혁과 이카루스는 흩어졌다. 진혁은 리릴을 위해 초콜릿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사냥터로 향했고, 이카루스는 네베를 위한 자석 모양 초콜릿을 만들려고 나아갔다.


흩어지면서 이카루스는 진혁의 응원을 받았다. 네베가 누군가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한 번쯤 봐보고 싶다고 말했다. 빈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 빈 말이 이카루스에게는 힘이 되어 의욕을 불태웠다.


그래서 이카루스는 자석 모양 초콜릿을 완성했다. 처음 만들어본 것이라 5번 정도 실패했지만, 6번째에 성공해서 그럴싸한 모양새가 되었다.


초콜릿을 만드는 것도 처음부터 잘하지는 못 하듯이, 네베한테 마음을 전하는 것도 마찬가지겠지.


하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카루스는 자석 모양 초콜릿을 정성들여 포장하고, 네베를 찾아갔다. 네베는 절대 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방에 틀어박혀 있으려고 했지만, 밥은 먹고 살아야 하니 바깥에 나왔다.


바깥에 나오는 순간을 이카루스는 놓치지 않고 네베에게 다가갔다.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처음 시도하는 마음의 전달, 당연히 실패하겠지만 설렘은 막을 수 없었다.


마침내 네베 앞에 도달하여 이카루스는 부담스럽지 않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이카루스라고 합니다. 같은 전공 클래스니까 한 번쯤 보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리 가. 내 곁에 다가오지 마라.”


이카루스의 얼굴을 확인하기도 전에, 네베의 앞에는 선택지가 나타났다.


-


1. 죽인다

2. 죽인다

3. 죽인다


※선택지를 고르지 않을시,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


“제발, 내 곁에 오지 마라.”


작가의말

이카루스 도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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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수색대 +2 20.12.05 128 5 12쪽
74 라이미 소환 +2 20.12.04 126 5 12쪽
73 러브초코 데이 (6) +6 20.12.03 136 5 12쪽
» 러브초코 데이 (5) +4 20.12.02 134 6 12쪽
71 러브초코 데이 (4) +2 20.12.01 132 6 11쪽
70 러브초코 데이 (3) +4 20.11.30 135 5 12쪽
69 러브초코 데이 (2) 20.11.29 143 5 12쪽
68 러브초코 데이 (1) +4 20.11.28 175 6 12쪽
67 식탐과 색욕 20.11.27 165 6 12쪽
66 오크의 숲, 쿠발란 (5) +4 20.11.26 158 6 12쪽
65 오크의 숲, 쿠발란 (4) 20.11.25 153 6 12쪽
64 오크의 숲, 쿠발란 (3) +2 20.11.24 159 6 12쪽
63 오크의 숲, 쿠발란 (2) 20.11.23 166 7 12쪽
62 이프의 기억, 쿠발란 (4) 20.11.22 173 6 12쪽
61 이프의 기억, 쿠발란 (3) 20.11.21 172 7 12쪽
60 이프의 기억, 쿠발란 (2) 20.11.20 182 6 12쪽
59 이프의 기억, 쿠발란 (1) +4 20.11.19 190 6 13쪽
58 오크의 숲, 쿠발란 (1) +4 20.11.18 216 7 12쪽
57 이프의 신화 20.11.17 226 8 12쪽
56 마음짓기 (2) +4 20.11.16 224 8 12쪽
55 마음짓기 (1) +4 20.11.15 237 8 12쪽
54 에리나 +2 20.11.14 252 8 13쪽
53 슬픔과 불신 20.11.13 261 8 13쪽
52 탐욕·인색 (4) +2 20.11.12 261 7 13쪽
51 탐욕·인색 (3) 20.11.11 259 9 12쪽
50 탐욕·인색 (2) +2 20.11.10 28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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