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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57,675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1.20 19:10
조회
181
추천
6
글자
12쪽

이프의 기억, 쿠발란 (2)

DUMMY

무의식의 영역을 사용하기 위한 수행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사용하려고 애써도 나무를 오이처럼 싹둑 잘라내지는 못 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루비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프, 무의식의 영역을 사용하기 위해 더 좋은 방법을 가르쳐줄게.”


루비아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나긋나긋했다.


진혁은 루비아와 알고 지낸 지 이제 5시간 정도 되었지만, 루비아는 굉장히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이프 또한 루비아를 의지하는 것인지 진혁에게 감정이 많이 전해져왔다.


그 감정을 느끼며 진혁은 루비아의 말을 경청했다.


“무의식의 영역은 결국 하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해. 수단과 목적을 분명히 하면 좋지.”


우선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은 목적이다.


가령 나무를 자르는 것이 목적이라면, 일단 나무를 목표로 삼고 계속해서 마음을 자극시킨다.


나무를 베고 싶다, 나무를 베고 싶다, 나무를 베고 싶다···


하지만 마음속에 있는 것은 식칼, 식칼로 나무를 벤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면 목적을 구체화시킨다.


식칼로는 나무를 벨 수 없으니, 나무 대신 오이라도 썰어내자는 목적을 가진다.


목적은 오이를 베는 것, 수단은 식칼.


‘여기까지는 잘 오는데.’


문제는 식칼을 붙잡는 것에서 실패한다.


식칼은 혼자서 멋대로 오이를 자르다가, 진혁의 손가락까지 덩달아 잘라낼 뿐이었다.


다만, 목적과 수단의 효과는 있었다.


‘대박인데.’


분명히 진혁의 머릿속에서는 식칼이 오이를 잘라낼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나무가 오이를 잘라낸 것처럼 반으로 쪼개져있었다.


‘손가락만 안 잘리면 강력하겠어.’


잘린 손가락에서는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하도 잘리고, 또 잘리다 보니 이젠 당황하는 것도 지쳐간다.


“그··· 왜 5시간 동안 손가락을 20번은 잘라서 오는 거니?”


보건 선생님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치료 마법을 걸어줬다.


진혁은 치료 마법을 받으면서 굉장히 신기했다. 헌터 스킬 중에서도 이렇게 빠른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아카데미의 보건 선생님도 마찬가지였었다.


그런데 지금 진혁이 있는, 고대의 아카데미─노블 스쿨에서는 이런 치료 마법을 받을 수 있다.


고대의 수준이 높았던 것일까?

아니면 현재의 수준이 떨어진 것일까.


무의식의 영역이라는 강력한 기본기가 사라졌으니 수준이 떨어졌다고 봐도 될 것이다.


‘무의식의 영역을 사용하는 게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력해.’


마력과 비슷한 원리면서도 약간은 다른 무의식의 영역.


반드시 이곳에서 익히고 나가, 리릴에게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지.’


심상을 이용해서 싸운다는 것은 여전하다.


하지만 고대에는 재능이 결정되지는 않았다. 체기라고 불리는 것이 곧 힘으로 발현되는 세상이었기에 심상이 곧 힘이었지만, 마법을 쓴다고 해서 근접 전투를 안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루비아는 태양의 심상을 가지고 있어.’


그래서 태양과 같이 뜨거운 마법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주먹에도 태양의 기운을 실어 휘두를 수 있다.


현재의 마법사보다 싸움 방식이 더 다양한 것이다.


‘1천 년이라는 세월이 인간의 힘 자체를 바꿀 정도로 긴 세월인 건가?’


그런 의문을 품어가면서 계속 수행을 했다.

별 다른 진척은 없었다.

손가락이 5번 더 잘렸을 뿐.


“하아, 바로 령기(靈氣)를 사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프라고 해도 그건 무리네.”


“령기? 그건 또 뭐야.”


“무의식의 영역을 사용할 때, 초심자는 영창부터 하게 돼. 영창을 통해서 심상을 강화시키는 거지.”


그걸 왜 이제 말해주냐, 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잠자코 들어보기로 했다.


“태양이여, 지금 나의 손 안으로 오라.”


루비아의 영창에 맞춰서 손에 뜨거운 기운이 모여들었다.


“영창으로 불러낼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몸에 흐르는 기운이야. 하지만 진짜 완전하게 무의식의 영역을 익히는 경지··· 그걸 마스터라고 부르는데 그 경지가 되면.”


루비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까 손에 휘감긴 기운은 상대도 안 될 만큼 뜨거운 열기가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무영창 마법의 시작이고, 영혼의 기운, 즉, 령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시작점이야.”


체기는 몸의 기운, 령기는 영혼의 기운이란 말인가.


루비아는 이프가 처음부터 령기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일부러 영창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프는 결국 불가능했다.


“좋아, 그럼 영창으로 써볼게.”


영창이라는 개념을 인지한 후에, 진혁은 다시 한 번 식칼을 붙잡고 오이를 자르려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목적은 오이를 써는 것, 수단은 식칼.


그 순간, 진혁의 입은 자기도 모르게 움직이며 영창했다.


“미숙한 요리사의 손길─오이 썰기.”


혼자 영창해놓고 의문을 품었다.


“왜 미숙하다는 거··· 아악 씨부랄!”


손가락이 또 잘렸다.

아예 날아간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베인 수준.

영창을 한 덕에 덜 다쳤으나 안 다친 것 또한 아니었다.


“아직 미숙한 요리사라서 그런가 보다.”


“그런 것 같네.”


별 수 없이 다시 보건실로 향하는데, 소녀를 한 명 마주쳤다.


루비아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루비아는 태양처럼 따스하게 모든 것을 품어줄 것 같은 인상인 반면, 그 소녀는 타오르는 불꽃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만 같은 인상이었다.


“아앗! 언니, 대체 왜 그 녀석이랑 같이 있는 거야?”


쟤는 또 누구야, 진혁이 의문을 품는데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


이프의 기억


※당신이 기억 속에 있는 동안 알아낼 수 없는 정보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로 알려줍니다.


이름: 스칼렛


나이: 15살


설명: 루비아의 동생이다.


에리나는 노블 스쿨에서 졸업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선생님들보다도 강하다.


그럼에도 잔혹한 자를 쫓아야 한다는 이유로 노블 스쿨에 남아 계속해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 에리나에게 자신이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칼렛은 언제나 에리나를 라이벌로 여기며 승부를 건다.


참고로 스칼렛의 실력은 노블 스쿨 안에서 최하.


권속들은 스칼렛의 미모에 반해서 된 자들이고, 스칼렛의 권속으로 있는 조건으로 속옷 같은 것을 요구한다.


스칼렛은 그들의 요구가 이상하다는 것을 모른다. 불은 모든 것을 불태우고 무로 돌아가는 순진함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권속들의 힘이 막강하고 꼭 필요하기에 그만둘 생각도 없다.


이프와의 만남은, 이프가 에리나를 만난 날에 동시에 이루어졌다.


에리나가 이프에게 권속이 되지 않겠느냐고 권유할 때, 스칼렛이 때마침 나타나 에리나에게 승부를 걸었고.


스칼렛은 마법을 제대로 구사하지도 못 하는 이프에게 패배하였다.


-


‘한 마디로 허접이라는 거잖아.’


지금 흥분하는 이유도 자기 언니가 이프랑 같이 사이좋게 있어서 그런 것 아닌가.


별 볼 일 없는 녀석이다.


“스칼렛, 패배도 인정할 줄 알아야지.”


“뭐?! 패배를 인정하라고? 난 못 해! 날 그렇게 모욕한 녀석인데 언니는 강해지는 법이나 가르쳐주고···”


“너도 클 만큼 컸잖니. 언제까지 어린애처럼 굴 거야?”


“흐윽, 언니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스칼렛은 소리를 빽 지르고 달려 나갔다.


“저 아이도 참···”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진혁은 무의식의 영역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 식재료 손질을 반복했다.


식재료 손질은 진혁에게 분명히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프의 몸에 들어갔기 때문인지 오이를 썰면서 자꾸만 손가락을 잘라먹었다.


‘답답해.’


자기 몸인데 자기 마음대로 안 되다니.


짜증이 날 것 같았지만, 결국 기억을 다시 보는 것일 뿐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중에서 제일 답답한 건.’


사과 껍질을 돌려 깎는 것이었다.


껍질 좀 잘 돌려 깎으면 되는데, 어설퍼서 살까지 전부 깎아내고 있었다.


‘껍질을 잘랐는데, 왜 알멩이가 2분의 1이 된 거냐고.’


한숨을 쉬면서도 기억은 계속 봐야 하니, 진혁은 끝없이 식재료를 손질했다.


그러다 이변은 갑자기 발생했다.


“어, 어, 언니··· 내 권속들이···”


스칼렛은 어울리지 않게 대성통곡을 하며 루비아를 붙잡았다.


“중급 괴물을 죽이러 가는, 별 것 아닌 임무였는데, 웬 이상한 여자가 날 죽이려고 해서, 그래서 권속들이···”


중급 괴물을 죽이러 가는 임무를 받아 스칼렛은 권속을 데리고 떠났다.


그런데 이상한 여자를 만났고, 그 여자는 스칼렛에게 맛있어 보인다고 말하며 덤벼들었다.


권속들은 스칼렛을 지키기 위해 몸을 내던졌고, 허망하게 죽어나갔다.


권속들은 도망치라고 끝없이 외쳤다. 스칼렛은 권속들의 죽음을 그나마 의미 있게 바꾸려고 달아났다.


하지만 그 결과, 스칼렛은 혼자 남았다.


“언니, 난 어떡해? 권속들도 전부 죽었어. 권속들을 지킬 힘도 없어···”


그런데 루비아는 그런 스칼렛에게 위로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스칼렛이 혼자만의 힘으로 일어서기를 원했기에, 권속들에게만 의존하고, 권속들을 잃었다는 이유로 절망하는 지금의 모습이 불쾌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잘 됐네. 어차피 죽어도 싼 권속들이었잖아.”


“뭐···?”


스칼렛은 충격을 받았는지 멍하니 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허겁지겁 달아났다.


이프에게서 올라온 감정은, 걱정이었다.


-


스칼렛은 루비아에게 아주 많이 의존합니다.


따라서 루비아의 매정한 말은 스칼렛에게 정신적 붕괴를 일으키기 충분합니다.


-


정신적 붕괴.


신화에 따르면, 이프의 엄마는 악령이 되었다가 정신이 한순간 돌아왔을 때 자살했었다.


그래서 이프는 엄마를 되살릴 방법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잔혹한 자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노블 스쿨에 입학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니 이프 또한 마음의 틈이 생기는 것이 무엇으로 이어지는지 잘 알았고, 충격 받은 스칼렛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 뒤에는···’


스칼렛이 악령이 되어 날뛴단 말인가.


진혁이 의문을 품는데, 시간이 정지되면서 눈앞에 이프가 나타났다.


이프는 물었다.


“쿠발란에 깃든 기억의 끝이 다가왔어. 이 뒤의 기억은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지. 무의식의 영역을 익히고 싶다면 나가서 연습해도 충분하니까.”


“개인적으로는 안 보는 것을 추천해. 결코 좋은 경험이 아니고, 좋은 이야기도 아니니까.”


“기억을 보는 이의 정신을 오염시킬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럼에도 보고 싶다면 남아있어도 돼.


이프의 물음과 동시에 선택지가 나타났다.


1. 기억을 더 본다.

2. 돌아간다.


진혁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내가 고작 무의식의 영역 하나만 원하는 줄 알아?’


잔혹한 자는 이때까지 리릴의 복수 대상일 뿐이었다.


하지만 리시아 침입 사건 때, 헌터 스킬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진혁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타래를 느꼈다.


어쩌면 잔혹한 자는 진혁 자신과 깊은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러니 관련된 정보는 모두 모은다.


진혁은 망설임 하나 없이 1번을 골랐다.


그 순간에 장면이 전환되었다.


“스칼렛···?”


절망해서 울부짖는 스칼렛과 그 앞에 있는 인간.


인간은 후드가 달린 로브를 입고 있어서 생김새를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프의 감정이 외쳤다.


‘저게 설마···’


잔혹한 자인가.


그 의문을 품은 순간, 로브를 뒤집어 쓴 이가 사라졌다. 그리고 스칼렛에게서 사악한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다.


잔혹한 자의 기운이었다.


작가의말

잔혹한 자 또 너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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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수색대 +2 20.12.05 128 5 12쪽
74 라이미 소환 +2 20.12.04 125 5 12쪽
73 러브초코 데이 (6) +6 20.12.03 135 5 12쪽
72 러브초코 데이 (5) +4 20.12.02 133 6 12쪽
71 러브초코 데이 (4) +2 20.12.01 131 6 11쪽
70 러브초코 데이 (3) +4 20.11.30 135 5 12쪽
69 러브초코 데이 (2) 20.11.29 143 5 12쪽
68 러브초코 데이 (1) +4 20.11.28 175 6 12쪽
67 식탐과 색욕 20.11.27 165 6 12쪽
66 오크의 숲, 쿠발란 (5) +4 20.11.26 157 6 12쪽
65 오크의 숲, 쿠발란 (4) 20.11.25 152 6 12쪽
64 오크의 숲, 쿠발란 (3) +2 20.11.24 158 6 12쪽
63 오크의 숲, 쿠발란 (2) 20.11.23 166 7 12쪽
62 이프의 기억, 쿠발란 (4) 20.11.22 172 6 12쪽
61 이프의 기억, 쿠발란 (3) 20.11.21 172 7 12쪽
» 이프의 기억, 쿠발란 (2) 20.11.20 182 6 12쪽
59 이프의 기억, 쿠발란 (1) +4 20.11.19 190 6 13쪽
58 오크의 숲, 쿠발란 (1) +4 20.11.18 215 7 12쪽
57 이프의 신화 20.11.17 226 8 12쪽
56 마음짓기 (2) +4 20.11.16 224 8 12쪽
55 마음짓기 (1) +4 20.11.15 237 8 12쪽
54 에리나 +2 20.11.14 251 8 13쪽
53 슬픔과 불신 20.11.13 261 8 13쪽
52 탐욕·인색 (4) +2 20.11.12 261 7 13쪽
51 탐욕·인색 (3) 20.11.11 259 9 12쪽
50 탐욕·인색 (2) +2 20.11.10 281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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